시(詩)와 詩魂

서설(瑞雪) /이광근

나뭇잎숨결 2007. 11. 23. 07:07

 

 

 

 서설(瑞雪) /이광근

 

몇겁의 허물을 벗고

속살로 피여

힌 옥이 부서저 나리는

순백의 계절

 

그대 떠난 빈자리

묵비(默秘)의 등걸에

흰 활옷 걸치고

맵고 시린 바람이 

칼끝을 물고  춤을 춘다

 

밤새 털어붓던 초설(初雪)

핏기없는 얼굴로

먼 기억을 허무는

잔인한 폐허였다

 

밤이 외롭다

창박에 하얀 동심(冬心)은  

서곡인듯

고독의 질주였다

 

못견디게 서러운 밤

적막함이여

아득한 지평에

고운 서설(瑞雪) 아름답게 쌓이여

생명의 시간을 기다리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