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瑞雪) /이광근
몇겁의 허물을 벗고
속살로 피여
힌 옥이 부서저 나리는
순백의 계절
그대 떠난 빈자리
묵비(默秘)의 등걸에
흰 활옷 걸치고
맵고 시린 바람이
칼끝을 물고 춤을 춘다
밤새 털어붓던 초설(初雪)
핏기없는 얼굴로
먼 기억을 허무는
잔인한 폐허였다
밤이 외롭다
창박에 하얀 동심(冬心)은
서곡인듯
고독의 질주였다
못견디게 서러운 밤
적막함이여
아득한 지평에
고운 서설(瑞雪) 아름답게 쌓이여
생명의 시간을 기다리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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