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플라톤의 PAIDEIA 이념*

나뭇잎숨결 2023. 11. 26. 08:58

플라톤의 PAIDEIA 이념*
― ?국가?와 ?법률?을 중심으로 ―

李 康 瑞**전남대 철학

요약문
인간은 존재하면서부터 교육해 왔고 교육에 대해 생각해 왔다. 기원전 5세기 이래로 서양에서 교육에 대한 총괄적인 명칭으로 쓰인 개념이 paideia이다. 파이데이아는 그 라틴어 번역어인 humanitas와 함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양 교육 이념의 근간을 이루어 왔다. 플라톤에 있어서 바람직한 공동체를 건설하는 문제는 교육의 문제와 연결된다. 왜냐하면 그는 정치 문제의 핵심이 장래의 통치자와 시민들로 하여금 폴리스의 일원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게끔 교육하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플라톤과 이소크라테스가 서로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내걸고 경쟁했던 것은 그리스의 도시 국가가 민주정에로 이행한 것과 연관된다. 플라톤이 소피스테스들과의 대결을 통해서 해 보인 것은 인간 존엄성이 지켜지는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교육의 궁극적이요 보편타당한 토대에까지 밀고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리고 플라톤에게 있어서 궁극적인 토대란 이데아들에 대한 통찰이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기초 교육으로 시가(詩歌) 교육과 체육을 든다. 이 두 가지는 혼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교육이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 절름발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플라톤의 주장은 오늘날의 전인 교육과 같다고 하겠다. 또 그는 이 단계의 교육을 ‘혼의 형성’으로 보고, 그런 까닭에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수론, 평면 기하학, 입체 기하학, 천문학, 화성학의 다섯 가지가 논의되는데, 이 교과들은 모두 변증술을 위한 예비 교육을 이루는 것으로서 ‘혼의 전환’을 목표로 삼는다. 노래의 서곡에 해당하는 예비 교육에 이어 참된 철학을 위한 교과인 변증술이 등장한다. 변증술은 ‘좋음의 이데아’를 포착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으며 마치 갓돌처럼 모든 교과들 위에 놓인다.
?법률?에서의 교육론은 ?국가?에서의 그것과 근본적으로는 같지만 훨씬 상세하고 구체적이며 어떤 사안의 경우에는 그 요구 수준이 더 높다. 우선 플라톤은 참된 의미의 교육과 직업 교육을 구분한다. 교육이 언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되어야 한다고 답한다. 교육이 시행되는 시기를 임신한 상태로부터 잡아서 태교, 유아 교육, 조기 교육이 강조된다. 놀이를 통한 교육이 언급되며 체벌의 기준도 제시된다. 사람됨의 얼개가 짜여지는 기본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역사상 최초로 주장된다. 더 나아가 평생교육의 이념과 남녀 평등 교육의 이념, 공교육의 이념도 전개된다. 교육이 중요한 만큼 교육 총책임자의 위상이 각별하다. 교육을 책임질 사람의 까다로운 조건과 임무가 자세하게 논의된다.

※ 주요어 : 파이데이아, 교육, 플라톤, 민주주의, 이데아, ?국가?, ?법률?
Ⅰ. 들어가는 말

교육은 세대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고 그럼으로써 한 사회의 정체성(正體性)을 마련해 준다. 따라서 교육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그 사회의 정체성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5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철학 대회’(World Congress of Philosophy)는 20세기 마지막 대회인 20차 대회를 98년 8월 미국 보스톤에서 가졌다. 이 대회의 전체 주제가 다름 아닌 PAIDEIA였다. 희랍어 ‘paideia’는 기원전 1세기 경에 라틴어 ‘humanitas’로 번역되어 헬레니즘 시대 이래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양 교육 이념의 근간을 이루어 왔다. humanitas가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인간성’인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의 문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세계 철학 대회가 하필 ‘파이데이아’를 주제로 택한 것은 현대 산업사회가 공통적으로 인간의 위기, 교육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 상황에 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철학의 역사는 끊임없는 인간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예거(W. Jaeger)는 1933년, 1944년, 1947년에 각각 초판이 발간된 그의 세 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저서 Paideia, Die Formung des griechischen Menschen에서 전체 그리스 문화사를 플라톤의 교육 이념의 관점에서 분석해냈다. 이 획기적인 저술의 의미는 그 동안 중시되어 왔으면서도 사상가별, 시대별로 제한적으로만 논의되어온 파이데이아 이념을 호메로스로부터 플라톤에 이르는 그리스 문화사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으로 설명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에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와 관련한 일련의 저술들은 인문학의 정체성을 한결같이 고대 그리스의 파이데이아에서 찾고 있다. 이 논문은 플라톤의 파이데이아 이념을 논의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고대 철학이 현대에 지닐 수 있는 생명력을 드러내 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되어버린 인간의 위기, 교육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를 둘러싼 담론을 보다 풍부하게 하고자 한다.

II. PAIDEIA 개념

인간은 존재하면서부터 교육해 왔고 교육에 대해 생각해 왔다. 기원전 5세기 이래로 서양에서 교육에 대한 총괄적인 명칭으로 쓰인 개념이 ‘paideia’(παιδεία)요, 이 말은 ‘paideuein’에서 파생되었다. 같은 시기에 노예 신분으로 주인의 아이들을 감독하는 이들, ‘paidagōgos’라 불리는 이들이 출현한다. paidagōgos라는 표현은 ‘소년들’을 뜻하는 ‘paides’(단수는 pais)와 ‘이끄는 자’를 뜻하는 ‘agōgos’가 합성된 단어이다. 교복은 고전 시기 이래로 아테네에서, 나중에는 그리스 세계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소년들의 등교와 하교 길을 동반하고, 수업도 청강했으며, 집에 돌아와서는 과제물을 제대로 처리하고 수업을 잘 준비하는지 감독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교복은 자신이 맡고 있는 소년들이 공공 장소에서 취하는 행동거지에 대해서도 책임을 졌다고 한다. 아이들을 교사에게 데려다 주고 감독하는 교복은 아테네 교육 제도의 하나의 확고한 구성 요소였다. 플라톤도 교복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리시스?에서 교복의 정체를 알려 주는 표현을 찾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묻고 젊은 리시스가 대답한다. “자네를 누군가가 지배하는가? ― 여기 교복이 지배하지요. ― 그도 노예이지? ― 그래요. 우리 노예이지요. ― 자유민인 자네가 노예의 지배를 받다니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 그런데 자네를 지배한다는 이 교복이 하는 일이 무언가? ― 그는 나를 교사에게 데려다 주지요.” 이 대화편의 끝 부분에 교복이 다시 등장한다. “그런데 그때 메네크세노스와 리시스의 교복들이 이들의 형제들을 손에 끌고 귀신같은 사나운 얼굴을 하고 나타나서는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대며 이제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었소. 처음에는 우리들과 곁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그들을 밀어냈는데, 그들은 막무가내로 고약하기 짝이 없는 그리스말로 투덜대고 두 젊은이의 이름을 계속 고래고래 불러대는 것이었소. 그들은 헤르메스 축제에서 약간 취했던 모양으로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 보였소.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떠밀려 해산하게 되었소.”
paideia는 한편으로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의 결과를 일컫는 말이다. 결국 파이데이아는 인간이 겪는 일체의 ‘형성’을 가리킨다. 인간은 유소년 시절부터 파이데이아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스스로를 만들어 간다. 아주 일찍부터 그리스 사람들은 파이데이아가 trophē, 즉 어린이의 양육을 결정적으로 보충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그런가 하면 파이데이아는 단순히 유소년 시절을 뜻하기도 했다. 점차 파이데이아는 한 인간이 어려서부터 자신의 본질을 규정해 가면서 갖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되었다. 이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아테네의 중대한 공헌은 파이데이아를 한 인간이 탄생을 통해서 그리스에 속한다는 의미로 현저하게 그리스화 했다는 점에 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 위에서 파이데이아와 그 내용은 그리스인들의 자기 이해에 있어서 핵심적인 개념으로 되어, 종종 이방인들의 것과 대립되는 것으로, 나중에는 특히 기독교와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스적 파이데이아와 기독교의 그것을 조화시킨 이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로 니사(Nyssa)의 그레고리오스(Gregorios)를 들 수 있다.


III. 민주 시민 교육으로서의 플라톤의 PAIDEIA

플라톤은 왜 소피스테스들과 대결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리스의 도시 국가가 민주정에로 발전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시민들은 서로서로를 도시 국가의 공적인 사안들을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권리를 자기 자신과 마찬가지로 지닌 사람으로서 존중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 권력에 이르는 정당한 길은 오직 자신의 능력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책임을 떠맡는 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 믿게 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능력이 대중 앞에서 설득력 있게 연설하는 기술, ‘수사술’(rhētorikē)이다. 플라톤 시대의 아테네 정치 상황에서 수사술은 일종의 정치적 능력이요, 수사술이라는 말에서 나온 변론가(rhētōr)는 정치가이기도 하다. 소피스테스들은 이러한 시대의 징표를 알아차렸다. 그들은 시민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종류의 교육을 이론적으로 표방했으며, 수사술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설득력을 갖는 연설을 가르쳤고 실제로 행했다. 민주주의의 출현이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소피스테스들이 특히 청년들에게서 대단히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플라톤이 소피스테스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근거는 그의 정치적 개혁 의지에 있었다. 정치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에 손을 대야만 한다. 그런 까닭에 플라톤은 기원전 387년에서 361년 사이로 추정되는 시기에 아카데미아를 세우고 거기에서 강의했다. 그 당시 플라톤과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경쟁자들이 있었는데, 특히 플라톤과 동년배인 이소크라테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정치적 전단(傳單)을 뿌리는 방법으로 아테네를 개혁하고자 노력했고, 또 아테네에 마찬가지로 고등 교육 기관을 창설했다. 이소크라테스는 교육에 대한 생각으로 미루어 보건대 소피스테스들을 계승한다. 폴리스에 질서 정연한 체제를 회복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것이 올바른 교육 프로그램인가? 이 물음이 플라톤과 그의 주 경쟁자인 이소크라테스를 사로잡았고, 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플라톤은 앎의 획득을 통해서 훌륭함(aretē)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달리 표현하면 배움은 수행 능력과 올바름을 통일시키는 혼의 상태에 이르는 길이다. 플라톤은 본래적인 앎이란 어떤 통찰(Einsicht)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데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플라톤이 보기에 도덕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행위는 앎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동료들에게 속하는 것을 그들에게 귀속되게 하는 경우 그 사람은 정의롭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무엇이 속하는지를 이해했어야 하고 통찰했어야 한다. 용기는 어떤 상황에서는 드러내는 것이 의미 있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은지를 아는 것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용기 역시 통찰의 문제인 것이다. 이처럼 플라톤의 파이데이아는 민주주의 아래에서 시민을 훌륭함(aretē)에로 이끄는 일이다. 도덕적인 올바름으로서의 훌륭함은 앎에 근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훌륭함은 교육을 통해 길러지지 않는다. 이러한 앎은 통찰이고, 모든 도덕적인 근본 태도는 이 통찰에 근거한다. 그리고 이 ‘통찰’(Einsicht)은 곧 정의의 이데아, 용기의 이데아 등등을 정신적으로 ‘바라보는 것’(idein)이다. 이 이데아들이 모든 사람의 심안에 펼쳐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데아들이 모든 이에게 유효하며 그저 상대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닌 도덕적 규범들인 것이다. 플라톤이 소피스테스들과의 대결을 통해서 해 보인 것은 인간 존엄성이 지켜지는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교육의 궁극적이요 보편타당한 토대에까지 밀고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리고 플라톤에게 있어서 궁극적인 토대란 이데아들에 대한 통찰이다.


IV. ?국가?에서의 PAIDEIA

플라톤에 있어서 바람직한 공동체를 건설하는 문제는 교육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는 정치 문제의 핵심이 장래의 통치자와 시민들로 하여금 폴리스의 일원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게끔 교육하는 일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라톤은 대표적으로 ?프로타고라스?, ?메논?, ?국가?, ?법률? 등에서 반복적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가?를 교육을 둘러싼 논의로 볼 수도 있다는 견해가 바로 이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그런데도 ?국가?에 대한 정치철학적 해명에 비하면 교육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미미한 지경이라고 하겠다.
교육의 첫 단계는 시가(詩歌, mousikē)와 체육(gymnastikē)이다. 시가는 혼(psychē)을 위한 것이요 체육은 몸(sōma)을 위한 것으로서 이 두 가지가 함께 어우러져서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게 하는 기초 교육이 된다. 그런데 플라톤에 의하면 체육보다는 시가 교육이 먼저 시작된다고 한다. 시가에는 이야기(logos)들도 포함되고, 이 이야기들은 다시금 사실적인 것과 허구적인 것으로 나뉘는데, 어린이들은 먼저 허구적인 이야기, 곧 부인네들이 들려주는 설화(說話, mythos)를 듣게 된다. “어린이들에게 처음엔 우리가 설화를 이야기해 준다는 사실을 자넨 모르고 있는가? 설화는 대체적으로 말해서 허구이겠지만 사실적인 것들도 어느 정도는 포함되어 있다네. ... 그러니 우리로선 무엇보다도 먼저 설화 작가들을 감독해야만 하겠거니와, 그들이 짓는 것이 훌륭한 것이면 받아들이되, 그렇지 못한 것이면 거절해야만 될 것 같으이. 그러나 일단 우리가 받아들이게 된 것들을 보모들과 어머니들로 하여금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어, 그들의 손으로 어린이들의 몸을 가꾸어 주는 것 이상으로, 그들이 설화로써 어린이들의 혼을 형성해 주도록 설득할 걸세.” 여기에서 ‘혼의 형성’(plattein tas psychas)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의 교육의 목표는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건강하게 갖도록 습성화하는 일이다. 플라톤은 인격이 후천적으로 형성된다고 본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반복되는 몸가짐이나 마음가짐으로 굳어진 상태(hexis)에서 습관 혹은 버릇(ethos)이 생겨나고, 이 습관 혹은 버릇이 장차 인격, 성격 혹은 성품(ēthos)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또 교육이 혼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조기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플라톤은 모든 일에 있어서 그 시작이 중요하며 어리고 연약한 것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때야말로 가장 유연성이 있어서 누군가가 새겨 주고 싶은 인상이 가장 잘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가 교육에서는 시인들의 작품들, 특히 호메로스의 작품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가 교육은 17 내지 18세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또 같은 시기에 뒤에서 다루어질 예비 교육의 교과들도 교육되는데 강제로가 아니라 놀이 삼아 배우게 한다.
시가 교육에 이어서 논의되는 체육도 결국은 시가와 마찬가지로 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혼을 위한 것임이 밝혀진다. 체육은 슬그머니 군사 훈련에로 이행한다. “그런데 우리는 젊은이들을 시가 다음으로는 체육을 통해 교육해야만 하네. ... 그러니 우리의 병사들에게는 무언가 더욱 정교한 훈련이 필요한데, 그것은 정말이지 사냥개처럼 잠자지 않고 깨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일세.” 17 내지 18세에서 20세에 이르는 시기에는 전적으로 체육에만 종사한다. 아마도 이 기간은 군복무와 겹치는 것으로 짐작된다.
플라톤은 교육이 절름발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절름발이란 신체의 단련은 좋아하면서 지적 노고는 마다하는 경우나 이와 반대되는 경우를 말한다. 시가 교육과 체육은 혼의 지혜를 사랑하는 면과 격정적인 면, 온순함과 사나움, 부드러움과 거칠음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시가 교육만 받은 사람은 정도 이상으로 유약해지고 체육만 해온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사나워진다. 절름발이를 만들지 않는 시가 교육과 체육의 조화는 오늘날의 전인 교육과 같다고 하겠다.
20세부터 향후 15년간 변증술을 위한 예비 교육(propaideia)이 실시되는데, 이때의 교과목은 수론(數論, arithmētikē), 평면 기하학(geōmetria), 입체 기하학(stereometria), 천문학(astronomia), 화성학(harmonikos)이다. 예비 교육 전체에 걸쳐서 교육의 역할은 ‘혼의 전환’(psychēs periagōgē)으로 규정된다. periagōgē는 525c에서는 metastrophē로, 521c에서는 peristrophē로 표현된다. 이 세 가지 개념은 의미의 차이 없이 교체적으로 쓰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에서 무엇에로의 방향 전환인가? 혼이 ‘생성’(genesis)에서 ‘존재’ (혹은 ‘본질’, ‘실재’, ousia)로 향하게 하는 전환이다. 이 전환은 구체적으로 말하면 ‘감각’(aisthēsis)으로부터 ‘지성에 의한 이해’(noēsis)에로의 전환이요, 우리가 아래로 향해 갖고 있는 철학적 사고를 위로 향하게 하는 것이요, 밤과도 같은 어둠에서 낯의 광명에로의 이행이다. 동굴의 비유에서 어두운 동굴 안으로부터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동굴 밖으로의 상승도 이러한 혼의 전환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혼의 전환을 통해서 우리의 혼은 진리에로 이끌린다. 더 나아가 혼의 전환은 플라톤 철학 전체에 걸쳐서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인 ‘혼의 순수화’와 동일시된다. 이렇게 볼 때 혼의 전환은 직접적으로는 예비 교육의 단계에서 운위되지만 그 성격 상 플라톤 교육론의 핵심으로서 교육의 전 과정에 적용된다고 하겠다. 존재의 세계와 생성의 세계를 구별하는 것은 피타고라스학파에서 이미 그 싹을 찾아 볼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중세의 quadrivium은 피타고라스학파가 중시했던 네 교과와 연관된다. 플라톤은 기하학을 ?국가?에서 평면 기하학과 입체 기하학으로 나누기에 예비 교육의 교과는 도합 다섯이 된다. 이 다섯 교과를 차례로 살펴보자.
맨 처음의 교과로 수론이 소개된다. 525a에서 계산술(logistikē)과 수론(arithmētikē)이 나란히 제시되지만 대수학이 아직 알려져 있지 않았던 당시에 arithmētikē는 계산술과 수론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이었다. 수론은 모든 기술과 지식이 이용하는 공통의 것이자 모든 이가 맨 먼저 배워야 할 교과이다. 우리는 이 수론을 무역상이나 소매상들이 사고 파는 것과 같은 실용적 목적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고로만 수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 배운다. 감각을 통해서 하나로 보이는 것이 다른 관점에서는 여럿으로 보이기도 한다. 감각에서는 둘이 하나로 보이는 수도 있고 하나가 둘로 보이는 수도 있다. 이런 혼란에 당혹해 하면서 사고 작용을 가동시켜 하나 자체를 묻게 되면 실재에 대한 고찰에로 방향을 바꾼 셈이 된다. 산술은 감각에 의해서 파악되는 수가 아니라 수 그 자체를 고찰한다.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는 단위로서의 수는 나뉘기 때문에 하나이기도 하고 여럿이기도 하지만 수 그 자체는 나누어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는 수들은 서로서로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지만, 수론이 다루는 수는 모두 동일하다. 수론이 다루는 수는 감각에 의해서는 파악되지 않고 오로지 사고에 의해서만 포착된다.
다음으로 평면 기하학(geōmetria)이 훌륭한 사람들이 배워야 할 교과로 지목된다. 플라톤이 기하학을 중시했다는 것은 아카데미아 입구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 이 문을 들어서지 말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고 전해지는 데에서 잘 확인된다. 기하학 역시 실용적 목적에서 탐구되는 것이 아니다. 군대의 야영, 진군에 있어서의 대형 등과 같은 경우에는 약간의 기하학적 지식으로도 충분하다. 기하학을 깊이 있게 배워야 하는 이유는 이 교과가 ‘좋음의 이데아’를 더 쉽게 보도록 만드는 데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기하학을 하는 사람들이 ‘정방형을 만든다’, ‘작도한다’, ‘합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이 교과는 존재를 고찰하지 생성을 고찰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 교과가 다루는 것은 ‘영원한 실재’(to aei on)이지 생성하고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하학은 우리가 아래로 향해 갖고 있는 철학적 사고를 위쪽으로 향해 갖도록 함으로써 우리의 혼을 진리에로 이끈다.
평면 기하학에 이어서 천문학을 다루려다 평면으로부터 회전 운동을 하는 입체인 천체로 곧장 건너가기보다는 둘 사이에 있는 삼차원(tritē auxē)의 것, 곧 길이와 폭 및 깊이를 지닌 입체 일반을 고찰하는 교과 곧 입체 기하학을 검토한다. 이 교과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는데 그 까닭은 첫째로 어떤 나라도 이 교과를 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이요, 둘째로 이 교과를 탐구하는 자들에게는 감독자(epistatēs)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온 나라가 함께 감독하고 이 교과를 존중하면 이 교과는 그 매력(charis) 때문에 진전을 보게될 것이라고도 한다. 훗날 입체 기하학의 명칭이 되는 stereometria라는 표현은 ?국가?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입체를 두 배로 만드는 문제는 훨씬 뒤의 시기에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stereometria라는 표현은 ?에피노미스? 990d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국가?에서는 예비 교육의 단계에서 입체 기하학도 장차 교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그치고 있다.
다음으로 천문학(astronomia)이 검토된다. 이 교과는 농사, 항해, 전략과 같은 목적에서 탐구되는 것도 아니요 우리의 눈을 위를 향하게 할 요량으로 배우는 것도 아니다. 천문학이 탐구하는 것은 실재하는 빠름과 실재하는 느림이 이 참된 수와 참된 도형에 있어서 상호간의 관계 속에서 움직이는 운동이다. 이것은 육안으로는 파악되지 않고 오직 우리의 이성과 사고에 의해서만 포착된다. 육안으로 보이는 천체들의 운동은 대단히 복잡하고 불규칙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성과 사고로만 파악되는 실재하는 빠름과 실재하는 느림이 빚어내는 낮에 대한 밤의 비율, 해(年)에 대한 달의 비율, 별들 상호간의 비율 등은 언제나 한결같은 상태를 유지한다.
끝으로 예비 교육 단계의 마지막 교과이자 피타고라스학파에 의해서 천문학과 자매 관계에 있는 교과로 간주된 화성학(harmonikos)이 검토된다. 앞서 천문학이 눈이 아니라 이성과 사고에 의해서 파악되었듯이 화성학은 귀가 아니라 지성(nous)에 의해서 포착되는 교과이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사람들이 하듯 현악기의 현의 길이를 잰다거나 음을 듣는다고 귀를 들이대는 것은 모두 지성보다 귀를 앞세우는 것이다. 들려오는 협화음들에 있는 수들을 찾는 화성학자들은 육안으로 보이는 천체를 탐구하는 천문학자들과 같다. 진정한 화성학은 어떤 수들이 협화음이고 어떤 것들이 아닌지를, 그리고 무엇 때문에 각각의 경우가 그러한지를 고찰한다. 그런데 이런 점들은 수 자체의 본성에 기인하는 것이요 지성에 의해서만 파악된다.
이상과 같은 다섯 교과는 예비 교육을 이루는 것으로서 노래로 치면 서곡에 해당한다. 노래의 본 악곡은 참된 철학을 위한 교과인 변증술(dialektikē)이다. 변증술은 합리적 설명을 해 주고 해 받는(didonai kai dechesthai logon) 기술로 규정된다. 기하학이나 그밖의 다른 교과들도 부분적으로는 실재를 파악하지만 꿈속에서 그렇게 하는 셈이라고 한다. 이 교과들은 가정(hypothesis)들을 사용하면서 이 가정들을 그대로 둔 채 이것들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해 주지 못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고 그 결론과 중간항들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는 경우(symplokē)에는 궁극적인 물음을 제기하지 못하는 일치(homologia)에 불과하며 참된 의미의 지식(epistēmē)이 될 수 없다. 결국 변증술 이외의 교과들이 갖는 결함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정들에 의존한다는 것이요, 바로 이런 까닭에 이 교과들은 감각적인 것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변증술만이 가정들을 폐기하고서 원리 자체에로 나아간다. 이 가정되지 않은 원리가 ‘좋음의 이데아’이다. 따라서 좋음의 이데아를 포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변증술은 마치 갓돌처럼 모든 교과들 위에 놓이며, 변증술에 이르러 교과들의 문제는 끝맺음을 본다.


V. ?법률?에서의 PAIDEIA

?법률?은 플라톤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양적으로 보아 전체 저술의 1/5에 달한다. 이 작품은 양적으로 방대할 뿐만 아니라 국가, 법률에 대한 논의, 윤리학적 논의, 문화철학적 논의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예거는 이 다양한 주제들이 결국 paideia 개념으로 포괄되며, 파이데이아야말로 플라톤의 첫 단어이자 마지막 단어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교육의 문제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제7권이지만 교육의 문제가 ?법률?의 처음부터 끝까지 삼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법률? 자체가 마그네시아의 최선의 교재라고도 주장된다.
?법률?에서의 교육은 ?국가?에서의 그것과 근본적으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법률?에서의 교육론은 훨씬 상세하고 구체적이며 어떤 사안의 경우에는 그 요구 수준이 더 높다. 진정한 의미의 파이데이아는 바른 양육(orthē trophē)으로서 어려서부터 완전한 시민으로 되도록 애쓰고 정당하게 다스리고 다스림을 받을 줄 알도록 만드는 것이다. 반면에 돈 버는 재주라거나 몸을 튼튼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든가 지성과 올바름이 결여된 것은 천박하고 부자유스러운 것으로서 교육이라고 부를 가치가 없다고 한다. 플라톤은 참된 의미의 교육과 직업 교육을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언제 이루어지는가?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되어야 한다. 교육이 시행되는 시기를 임신한 상태로부터 잡아서 태교, 유아 교육, 조기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국가?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이다. 플라톤이 교육이 일찍 시작될수록 바람직하다고 보는 까닭은 한 인간의 생애에서 몸과 마음이 여물지 않은 시절이야말로 잘못 다루어지면 크게 손상을 입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은 잉태의 순간부터 시작된다. 술에 취해서 잉태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플라톤은 태아의 교육도 거론한다. 미래의 어머니들은 산책을 함으로써 태아가 뱃속에서 부드럽게 운동하도록 해야 한다. 취학 전 아동의 교육이 이어지는데, 그것도 단계별로 생후 3년까지의 교육, 세 살에서 여섯 살에 이르는 시기의 교육, 여섯 살 이후의 교육으로 나뉘어 논의된다. 우선 태어나서 걷게 되기까지의 시기에는 운동을 시키고 바람을 쏘이게 해야 한다. 특히 너무 일찍 걸음마를 시켜서 다치도록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아기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살펴야 하고 이리저리 부드럽게 움직여 주고 노래 불러 주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아기가 소리지르고 흥얼거리는 것이 노래로 이어지고 차고 뛰는 것이 춤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살부터 여섯 살까지의 아동들은 마을의 놀이 집단에 참여하여 매일 여러 신전들을 돌면서 뛰놀게 한다. 이때 아동들이 자신들의 놀이를 스스로 만들어가게 놔두는 것이 최선이다. 교육의 수장이 지명한 열두 여인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이 시기의 양육 전반을 감독한다. 나라를 열두 구역으로 나누고, 각 위원은 최소한 일년에 한번은 구역 내의 모든 신전들과 행사들을 방문하여 양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점검한다. 세 살부터 적절한 처벌을 가하는 것이 좋은데 아동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학교 교육은 여섯 살에 시작된다. 플라톤은 사람됨의 얼개가 짜여지는 기본 교육을 의무화 할 것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주장한다. 플라톤이 의무 교육론을 제기하는 논거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속한다기 보다는 공동체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Guthrie는 스파르타에서 영향받은 것으로 본다. 리쿠르고스는 아이들이 아버지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공유물이라고 보았다고 한다. 여섯 살 이후의 교육에서 소년과 소녀는 분리되어 소년은 소년끼리, 소녀는 소녀끼리 모여 교육받는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외국인이며 나라로부터 보수를 받도록 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이 시기에 아동들이 양손잡이로 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키타이 사람들이 오른손으로도 왼손으로도 활을 쥘 수 있는 것처럼 양손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은 마치 두 개의 오른손을 갖는 것과 같아서 커다란 실익이 있다고 한다.
교과 교육은 우선 체육(gymnastikē)과 시가 교육(mousikē)으로 나뉘는데, 이 두 가지는 각각 몸과 마음의 훈련에 해당한다. 체육은 다시금 무용과 레슬링으로 나뉘며, 이 두 가지는 모두 군사 교육의 관점에 주목해서 시행된다. 시가 교육에서는 시가가 기질이나 성격의 모방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이러한 모방의 기준은 한결같이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집트 사람들이 그렇게 하듯 일단 확립된 시가의 형태는 바뀌어서는 안 된다. 법률 수호관이 이 중요한 일을 감독한다. 법률 수호관은 ?법률?에서 교육 총책임자의 다른 이름 가운데 하나로 등장한다. 신들을 기리는 축제에서 경건하지 못한 합창들은 배제된다. 시인들의 작품들은 법률 수호관의 검열을 통과한 경우에만 그 유포가 허용된다. 소년들과 소녀들에 허용되는 노래들도 구별되어서, 소년들에게는 고상하고 씩씩한 노래들이, 소녀들에게는 부드럽고 순수한 노래들이 권장된다. 다음으로 읽기와 쓰기는 열 살에서 열세 살까지, 리라 연주를 중심으로 한 음악은 열세 살에서 열여섯 살까지 교육된다. 읽고 쓰는 데에 충분한 문자교육을 시행하지만 빠른 속도와 예쁘게 쓰기는 진도가 더딘 학생들에게 요구되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 어떤 읽기 자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느냐 하는 것은 교육의 총책임자의 소관이다. 모든 문헌들이 교재로 적합한 것은 아니며 최상의 교재로 플라톤은 ?법률? 자체를 든다. 교사는 ?법률?을 연구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밖에 가르쳐져야 할 것은 수론, 기하학 및 천문학인데, 이 교과들을 어떤 연령에서 배워야 하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교과들은 실생활에 쓸모 있을 정도에 그치고 아주 높은 단계에까지 가르쳐지지는 않는다. 예컨대 수론은 가계를 꾸려가고 국가를 경영하며 전쟁을 치르는 데에 충분한 정도면 되고, 천문학은 날, 달, 해를 계산해 축제와 신들을 기리는 일을 수행하는 데에 충분한 정도면 족하다. 특히 반드시 배워야할 한 가지가 제시된다. 그것은 무리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모른다는 것은 뼈아픈 일이요, 흔히 플라톤으로 간주되는, ?법률?의 논의를 이끌어가는 아테네 사람 자신도 나이가 들어서야 배웠다면서 이것을 몰랐을 때의 돼지 같은 무지함을 부끄러워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성인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교육은 고령의 나이에 이르도록 계속된다. 오늘날의 조기 교육 및 평생 교육의 이념을 플라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제1권과 제2권에서는 교육에 있어서 유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 점은 보다 전문적인 교육 과정이 그려지는 제6권과 제7권에서도 다시 등장한다. 수는 아주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이 좋은데, 유희를 통해서 가장 잘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사과들을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나누어 갖는 놀이 같은 것이 그것이다. 놀이 혹은 유희를 뜻하는 희랍어 paidia는 paideia와 그 어원을 함께 한다. paidia는 단순히 오락이나 놀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교육된다. 플라톤에 있어서 파이디아는 교육적으로 가치있고 진지한 것으로 간주된다. 803c에서 804b에 걸쳐 인간의 삶은 유희로 규정된다. 진지함과 유희 사이의 구별에 있어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예컨대 사람들은 전쟁은 진지함이요 평화는 유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평화는 전쟁보다 더 진지한 것이다. 유희로 간주되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대단히 진지한 것들이다.
교육이 중요한 만큼 교육의 총책임자의 위상은 각별하다. 교육은 결코 부차적인 문제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까닭에 교육의 수장(首長)은 플라톤의 국가에서 최고위직이 된다. 이 직위는 ‘교육의 총책임자’, ‘아동 관리 책임자’, ‘아동 총책임자’, ‘시가 관리 책임자’, ‘교육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지칭되고 어떤 경우에는 ‘법률 수호관’이라고도 불린다. 교육을 책임질 사람은 50세 이상인 자로서 아들이나 딸, 더 바람직하기로는 아들과 딸을 함께 둔 아버지여야 한다. 평의회와 각종 위원회의 위원들을 제외한 관리들 전체가 아폴론 신전에 들어가서 선출하게 되는 교육의 수장은 5년 동안 교육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진다. 즉 교육의 수장은 첫째로 교육 전체를 관리ㆍ감독하고, 둘째로 체육과 시가 교육, 각종 경연대회와 축제를 관리ㆍ감독하며, 셋째로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보조할 사람들을 임명하고 감독하며, 넷째로 교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다섯째로 읽기 쓰기 수업에 적절한 교재를 선별하고 문학 작품들의 경우 대중들에게 유포되기에 적합한지를 검열하며, 여섯째로 교육 총책임자로서의 임기 중에는 물론이요 그 이후에도 종신토록 야간회의(ho nykterinos syllogos)의 일원이 되며, 마지막으로 외국의 국빈을 상대하게 되어 있다.
?법률?에서의 교육은 남녀 평등 교육을 지향한다. 남녀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은 ‘소년들과 소녀들 모두의 교육’이어야 한다. 소년들과 소녀들 모두가 무용과 체육을 배워야 한다. 심지어 소녀들에게도 군사 훈련이 부과된다. 여자가 남자만큼 강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점이 여자가 할 수 있는데도 하지 못하게 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여인들의 가사 노동량을 줄여 주어야 한다.


VI. 맺는 말

지금까지 플라톤의 PAIDEIA 이념을 ?국가?와 ?법률?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플라톤은 민주 시민 교육, 전인 교육, 조기 교육, 평생 교육, 남녀 평등 교육의 이념을 제시했으며 사람됨의 얼개가 짜여지는 기본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무 교육론과 그러한 교육을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는 공교육론을 펼쳤고, 교육 과정에 있어서의 체벌의 기준까지도 제시했다. 그의 PAIDEIA 이념이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도 오늘날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에 걸친 영향력에 있다고 할 것이다. 로마 시대는 물론이요 중세와 근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둘러싼 각종의 논의들은 플라톤이 개진한 파이데이아 이념에서 물줄기를 끌어왔다. 교육에 관한 플라톤의 생각의 어떤 측면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들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한 비판들을 가능케 했다는 것도 플라톤 교육철학의 영향력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교육의 위기가 우리 시대의 일반적인 증후가 된 것으로 보인다. 독일어권에서 교육의 위기를 뜻하는 ‘Bildungskrise’란 표현은 이미 일상 언어로 편입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육의 위기를 외치는 소리가 크면 클수록 플라톤의 파이데이아 이념을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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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sammenfassung

Platons Idee der PAIDEIA
― anhand der Politeia und Nomoi

- Gang-Seo Rhee -

Seit es Menschen gibt, hat man wohl erzogen und über Erziehung nachgedacht. Der Sammelbegriff, der seit dem 5. Jh. v. Chr. die Erziehung im Abendland bezeichnet, ist ‘paideia’. Der Begriff ‘paideia’, zusammen mit der lateinischen Übersetzung ‘humanitas’, hat den abendländischen Erziehungsgedanken bis zum heutigen Tag bestimmt. Das Wort ‘Paideia’ gehört zu den Leitworten des klassischen Zeitalters. Paideia bezeichnet die Formung, Gestaltung, und Bildung, die ein Mensch während seiner Jugend erfährt. Platon erhoffte sich eine Verbesserung der politischen Zustände letztlich nur von der Philosophie, auf die er den Bildungsgang aufbaute.
Warum setzte Platon sich mit den Sophisten auseinander? Die Erklärung liegt in der Entwicklung der griechischen Polis zur Demokratie. Bei Platon ist Paideia die Hinführung zur Arete des Bürgers in der Demokratie. In dieser Auseinandersetzung mit den Sophisten ging es Platon darum, bis zum letzten und allgemeinverbindlichen Fundament der Erziehung zu einem menschenwürdigen Gemeinwesen vorzudringen. Als letztes Fundament erwies sich für Platon die Einsicht in die Ideen.
Das Höhlengleichnis der Politeia erzählt eine Geschichte vom Weg eines Menschen aus dem Zustand der Unbildung(apaideia) in den Zustand der Bildung(paideia). In der Politeia entwickelte Platon den stufenweise fortschreitende Bilgungsgang. Die Musik und die Gymnastik bilden die Grundstufe. Die folgende Stufe besteht aus Arithmetik, Geometrie, Stereometrie, Astronomie und Harmonik. All diese Fächer sind nur als Vorbereitung für den weiteren Aufstieg gedacht und zielen auf ‘die Umwendung der Seele’. Diesen Aufsieg leistet die Dialektik. Durch die Dialektik blickt man ‘die Idee des Guten’.
Der Erziehungsgedanke in den Nomoi ist im Grunde nicht anders als der in der Politeia. Er ist aber noch ausführlicher und konkreter. In einigen Sachen ist das Forderungsnieveau viel höher. In diesem umfangreichsten Werk Platons wird die Bildug im wahrhaften Sinne von der berufsorientierten Bildung unterschieden. Ferner wird Folgendes betont: die Bildung von der Wiege zur Bahre, die Bildung im frühen Stadium, die Verpflichtung der Grundbildung, die Erwachenenbildung und die Chancengleichheit der Bildung für Männer und Frauen. Für die Befähigung des Aufsehers über das gesamte Erziehungswesen wird sehr Vieles gefordert.

※ Schlagwörter : paideia, Bildung, Platon, Demokratie, idea, Politeia, Nom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