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l R.Popper의 구획기준의 문제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의 구분으로서의 구획기준의 문제-
目 次
I. 緖論
II. 科學과 科學的 方法에 대한 포퍼의 접근
(1) 經驗과 科學的 知識
(2) 傳統的 歸納主義에 대한 포퍼의 歸納 否定論
(3) 假說 演繹的 方法
1) 假說의 反證
2) 科學的 知識의 成長
3) 反駁可能性의 정도
III. 구획기준의 문제
(1) 歸納主義의 구획기준
(2) 구획기준으로서의 反證 可能性의 原理
IV. 結論
V. 참고문헌
I. 緖論
뉴튼의 <자연주의 철학의 수학 원리>가 1687년에 출판된 이래, 物理學을 필두로 한 自然 科學 제 분야는 인간이 가진 知識 중에서 가장 확실하고 진리로운 지식은 제공하는 모범적인 학문으로서 인정되어 오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과학은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앎의 형태라기 보다는 普遍的이고 客觀的인 앎의 체계로 승인되어 왔으며, 과학적 지식은 확실하며 변할 수 없는 진리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近年에 이르러 과학의 本質에 대한 새로운 解釋이 제시됨으로써 科學的 知識의 성격에 대한 활기찬 論爭이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哲學的 問題 중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에 能動的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과학 철학이 당면한 문제는, 우선 과학적 지식이 다른 학문 분야의 지식에 비해 보다 더 진리로운 지식이라는 이유를 밝히는 것이며, 학자들은 이러한 작업을 학문 중에서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을 구분하고서 과학에만 특수한 學問的 성격을 분석하여 드러냄으로써 수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과학을 과학 아닌 것과 무엇에 의해서 구별할 수 있는가, 어떤 기준에 의해서 우리는 論理學․形而上學․사이비科學 등과 같은 과학이 아닌 것으로부터 과학을 구별해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20세기 과학 철학의 초창기와 그 전개를 통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위의 물음을 구획 설정의 문제로 定式化 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삼았던 포퍼를 통하여 과학 철학의 중요한 문제인 구획기준의 문제를 살펴 볼 수 있다.
本 論文에서는 Karl R. Popper의 과학과 科學的 方法論에 대한 접근과 귀납주의의 구획기준과 그가 구획 설정의 기준으로 제시한 ‘반증가능성’을 비교, 분석하여 그 내용을 論議할 것이다.
II. 科學과 科學的 方法에 대한 포퍼의 접근
(1) 經驗과 科學的 知識
인간의 知識은 分析的인 것과 綜合的인 것으로 구분된다. Leibniz는 이것을 理性의 眞理와 事實의 진리로 구분했으며1), Kant는 分析 判斷(Analytescher Urteil)과 綜合 判斷(Synthetischer Urteil)으로 나누었다.1) 분석적 지식에 속하는 論理學과 數學은 言語의 規則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實在 세계의 經驗에 관계없이 항상 妥當하며 그것의 正當化의 문제는 제기되지 않는다. 반면에 실재 세계에 대한 종합적 지식은 경험과의 관계 속에서 정당화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經驗이 인간 지식의 영역에서 절대적인 몫을 차지하게 된 것은 近代 이후이다. 또한 感覺的 경험이 모든 지식의 根源이라는 가정 위에서 경험적 事實과 理論의 관계가 批判的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F.Bacon 이후이다. 이때부터 오직 자연에 관한 경험적 연구 만이 지식으로 성립될 수 있으며, 구체적인 法則이나 이론의 형태로 표현된 自然에 대한 合理的 지식은 관찰과 실험과 같은 검증을 통하여 확실한 것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경험주의 基本 立場이 확립되었다. 과학에 대한 경험주의 입장에 의하면, 경험이 모든 종합적인 지식의 根源이며, 그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根據가 된다. 모든 記述的인 槪念들은 경험으로부터 由來되며, 세계에 대한 모든 言明은 경험으로부터 유도된다.1) 이와 같이 經驗的 사실을 實證的으로 다룸으로써 客觀的인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과학이라고 생각한 經驗主義는 과학적 지식을 正當化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歸納法을 채택했다. 그리고 歸納的인 방법이 과학의 고유한 방법이며, 그것에 의해서 과학은 形而上學과 구별될 수 있다고 귀납주의자들은 주장했다.
(2)전통적 귀납주의에 대한 포퍼의 歸納 否定論
뉴튼 이래의 과학의 중심과제가 自然法則에 대한 探究로 인식되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한 과학적 探究方式에 대해 최초로 體系的인 설명을 제시한 이는 프란시스 베이컨이었다. 즉 具體的인 事例들을 관찰하여 모아 놓은 다음 그것에 기초하여 一般的인 진술, 즉 自然法則을 만드는 방법으로서 歸納法을 제시했으며 그러한 科學的 方法은 그후 現 20세기에 이르기까지 科學과 非科學을 구별하는 인식 기준으로 인식 되어왔다. 그러나 論理的 측면에서 볼때 歸納法은 타당한 推論의 형식으로 인정될 수 없는 問題를 안고 있다.
베이컨 이후로 유일한 과학적 방법으로 인정되어 온 귀납추리의 과정, i)관찰과 실험 ii)귀납적 일반화 iii)가설 iv)가설에 대한 검증의 시도 v)증명 혹은 반증 vi)지식의 단계를 도표로 예시1)하고 거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검토해 보자.
[ 그림 1 ]
歸納推理는 사실을 觀察, 實驗하고 그것의 결과를 기록하고 分析, 分類해서 一般化하여 假說을 세우고 이 가설에서 연역적인 결론(예측)을 이끌어 내어 다시 사실에 의해서 檢證하는 과정으로 가설이 사실에 의해서 檢證을 받게 되면 가설은 법칙이나 이론으로 받아들여져 과학적 지식의 領域으로 들어오게 된다. 곧 가설은 증명되지 않은 이론이며, 이론은 증명된 가설이다.
이처럼 具體的 事例들을 관찰하여 모아놓은 다음, 그것에 기초하여 一般的인 진술을 만드는 방법을 歸納推理라 하며 이것은 바로 과학의 검열필증으로 인식되어 왔다.1) 귀납추리는 관찰과 실험의 결과인 단칭언명으로부터 가설, 이론과 같은 보편 언명을 추론해 내며, 보편 언명은 경험의 토대 위에서 그 타당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논리적 관점에서 볼 때 단칭 언명에서 보편 언명을 이끌어 내는 귀납추리의 과정은 정상화될 수 없으며 관찰과 실험의 결과로서 경험의 報告는 단칭 언명의 참을 결정해 줄 수 있을 뿐이지 보편 언명의 참은 결코 결정해 줄 수 없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데에 歸納的 飛躍이 생긴다. 예를 들면,1)
까마귀 #1은 검다.
까마귀 #2는 검다.
까마귀 #3은 검다. (등등 수만 마리의 까마귀까지)
따라서 모든 까마귀는 검다.
위의 예에서 수만 마리의 까마귀가 모두 검다는 사실이 “모든 까마귀는 검다.”와 같은 보편 언명을 논리적 참으로 정당화시켜 주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보편 언명은 ‘전칭 언명’이므로 그것에서 도출될 수 있는 단칭 언명의 수는 무한 개이므로 이 무한 개의 단칭 언명을 검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1) 따라서 이때 일어나는 문제가 흄에 의해서 제기된 흄의 문제 또는 歸納의 問題(The problem of Induction)이다. 즉 흄은 낱개의 관찰적 진술 문장을 아무리 많이 모은다 하더라도, 그것은 무제한적인 일반적 진술 문장을 논리적으로 함축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사건 A 다음에는 사건 B 가 따라 나타나는 것을 어떤 한 경우에 내가 관찰했다 하더라도 그런 현상이 다른 경우에도 꼭 생기리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없다. 그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를 수없이 관찰했다 하더라도 앞으로 그러리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심리적 귀결이지 논리적 귀결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하루가 지나면 해가 매일 떠오르곤 했다는 사실은 내일도 해가 떠오르리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함축하지 않는다.1) 이렇게 볼 때 귀납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론이 가능하다.
ㄱ)귀납 논증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ㄴ)귀납원리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논증은 귀납 논증에 의해서 가능하나 이는 선결 문제 오류에 빠진다.
이로부터 경험이 과학적 지식의 확실한 토대로서 귀납법에 의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귀납주의자들의 과학관은 심한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흄의 회의론은 단순히 귀납의 이론을 부인했던 사실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귀납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은 자연법칙의 논리적 正當性을 부정하게 되며, 따라서 과학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立論에 근거한 것이다. 이렇게 포퍼는 귀납은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귀납 부정론의 입장을 견지 하면서 <탐구의 논리>에서 “나는 귀납의 원리는 불필요하며 논리적 모순으로 귀착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함으로써 歸納의 原理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과 구획기준을 제시했다.
(3) 假說 演繹的 方法
1) 假說의 反證
“歸納의 原理”를 도입하지 않고 구획의 문제를 해결한 것은 <탐구 논리>의 획기적인 成果 中의 하나로, 포퍼는 관찰의 理論 依存性을 인정하고, 이론은 관찰에 의해서 참 혹은 蓋然的인 참으로 확증될 수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반증의 원리를 近刊으로 하여 反歸納主義的이고, 假說 演繹的인 반증주의 과학관을 제시하였다.1) 그의 새로운 방법론은 과학적 탐구가 먼저 데이터를 수집하고 거기서 귀납에 의해 일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며, 따라서 과학 연구의 시작은 ‘事實’ 즉 經驗的 事實이라는 귀납주의적 전제를 반대하는 것이며, 理論은 모두 가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1) 한 마디로 과학적 탐구란 문제를 풀기 위해 시행 착오를 거듭하는 가운데 ‘대담한 推測과 理解에 대한 反證’을 시도해 보는 탐구 과정이라는 것이다.
포퍼는 관찰과 실험의 결과인 단칭 언명은 가설이나 이론을 檢證할 수는 없지만, 反證할 수는 있다는 측면에 착상하여 이론과 경험을 한 끈으로 묶었다. 예를 들어 백조에 대한 관찰을 보고하는 관찰 명제를 아무리 많이 모은다 하더라도 그러한 명제로부터 ‘모든 백조는 희다.’라는 전칭 문장을 논리적으로 導出할 수는 없지만 ‘모든 백조가 흰것은 아니다.’라는 진술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1) 즉 논리적 의미에서 經驗的 一般化는 비록 검증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반증할 수는 있다. 따라서 포퍼의 새로운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i)문제 (일반적으로 이미 있는 이론이나 기대에 어긋나는 것), ii) 해결의 제안, 다른 말로 하면 새로운 이론, iii) 새 이론으로부터 도출되는 시험 가능한 명제들, iv) 시험, 즉 무엇보다도 실험과 관찰에 의한 반증의 시도, v) 경합하는 여러 이론 가운데서의 취사 선택.1) 여기서 다시 그의 방법론을 도표로 예시하고 그것의 논리적 구조를 분석해 보자.
[그림 2]
傳統的인 귀납주의자들은 과학은 모든 사실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하고, 과학적 지식은 관찰 언명에서 이끌어내지며, 관찰에 의해 과학적 지식은 正當化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1) 그러나 관찰자의 관찰은 과거에 그가 겪은 經驗, 그의 지식, 그의 기대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론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관찰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포퍼에 따르면 과학적 지식은 事實에 대한 知覺이나 觀察의 수집에서 시작하지 않고 문제에서 출발하며,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부합하지 않는 어떤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야기된다는 것이다. 곧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사실 사이에 내적인 矛盾이 생길 때 문제가 발생한다.1)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면 과학자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론을 제시하게 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된 이론은 관찰이나 실험에 의해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이 테스트의 결과가 肯定的이면 이론은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며 경험에 의해 확인되었다고 말할 수 있고, 테스트의 결과가 否定的이면 이론이 반증되며 가차없이 폐기된다. 앞에서 문제 해결로 제시된 가설이나 이론을 t라하고, t로부터 이끌어낸 결론을 p라 하면, p는 t로부터 이끌어냈기 때문에 p가 거짓이면 t도 거짓이 된다. 이 과정을 기호로 나타내면1)
[( t → p ) ․ p ] → t
가 되며, 이 과정은 否定式에 의해 논리적으로 타당한 추론이다.1) 포퍼에 있어서 가설을 반증하는 것( t)은 부정적인 실험 결과(p)를 받아들이는 것과 동일하다. 포퍼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인간의 지식은 성장한다1)고 한다.
2)知識의 成長
과학적 방법론에서 포퍼가 제시한 것은 반증 가능성의 원리로서 이러한 방법론적 규칙에 의거한 지식의 성장은 과학의 고유한 특성 중의 하나이다. 그러한 지식의 성장은 과감한 推測의 제시와 그에 대한 체계적인 反駁을 통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성취된다. 포퍼는 과학의 역사를 추측과 반박 나아가서는 수정된 추측과 그것에 부가적인 반박의 連續이라고 보았다.1)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는 과학 이론은 사실로부터가 아니라 문제(P1)에서 출발, 문제 해결을 위한 잠정적인 해결로서의 이론(TT)이 제시되고 그 이론에 대한 批判의 과정으로서 오류 제거 시도(EE)를 거치1)면, 다시 새로운 문제(P2)가 발생한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이 도식화 될 수 있다.1)
P1 → TT → EE → P21)
위의 도식에서 포퍼의 방법론적 핵심을 구성하는 테제는 ‘새로운 발견은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1) 지식, 특히 과학적 지식은 추측과 반박을 통해서 성장한다. 우리는 이전의 어떤 문제에 직면해 내세운 기존의 가설들 또는 이론을 비판적인 테스트에 의해 반증하려고 시도함으로써 지식을 성장시킬 수 있다.1) 만약 가설이나 이론의 부단한 반박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견디어 낸다면 그 동안 우리는 그것을 잠정적으로 과학적인 지식으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어떤 이론일지라도 언젠가는 반박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하나의 가설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가설이나 이론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確實性이 부여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포퍼가 “과학은 確證된 言明의 체계가 아니다. 과학은 眞知가 아니다.”라고 말한 이유다.1)
3) 反駁 可能性의 정도
포퍼에 있어서 반박 가능성의 정도는 이론의 선택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반박 가능성의 정도는 잠재적 반증 가능자의 집합에 의해 결정되며 잠재적 반증 가능자는 이론의 경험적 내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포퍼에 의하면, 이론이 세계에 대해서 “말하는” 바를 결정하고 “그 이론이 알려주는 경험적 내용”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그 이론의 잠재적 반증자의 집합이다.1) 반박 가능성의 정도는 경험적 정보의 總和, 곧 경험적 내용과 比例해서 증가한다. 따라서 좋은 이론이란 경험적 내용이 풍부하고, 반증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이론이다. 한 이론의 반박 가능성의 정도를 Fsb로 표시하고, 形而上學을 m, 항진 명제를 t, 경험적 명제를 e라 하면 Fsb(m)=Fsb(t)=0 Fsb(e)>0이 된다. 과학적 언명은 잠재적 반증 가능자가 많은 것, 반박 가능성이 높은 이론이다.1) 따라서 과학자가 목표로 하는 이론은 확률이 높은 이론이 아니라 확률이 낮은 이론이다. 확률이 1인 언명의 반증 가능성은 0이다. 바꾸어 말하면 확률과 이론의 경험적 내용 및 반증 가능성의 정도는 반비례한다. 이러한 주장은 확률이 높은 이론을 보다 나은 이론으로 생각해 온 귀납주의 과학관과 반대된다. 여기서 경험적 내용과 확률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은 예로 분석해 보자.1)
언명 a : “금요일에 비가 올 것이다.”
언명 b : “토요일은 맑을 것이다.”
Ct(a) : 언명 의 경험적 내용
P(a) : 언명 가 참일 확률이라면 아래와 같은 부등식이 성립한다.
1)Ct(a) ≤ Ct(a,b) ≥ Ct(b)
2)P(a) ≥ P(a,b) ≤ P(b)
1),2)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언명의 경험적 내용과 확률은 반비례 한다. 경험적 내용이 증가하면 확률은 감소하고 확률이 증가하면 경험적 내용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경험적 내용과 확률과의 관계를 實例를 들어 명확히 해 보자.1)
a) 비가 올 것이다.
b) 내년 언젠가 비가 올 것이다.
c) 영국에서 내년 언젠가 비가 올 것이다.
d) 영국에는 내주에 비가 올 것이다.
e) 런던에는 내주에 비가 올 것이다.
f) 오늘 오후 런던시 중심부에 비가 올 것이다.
a)에서 f)로 옮겨감에 따라 구체적 내용을 더 많이 가진 문장이 되고 나면, 그 문장이 거짓일 수 있는 확률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많은 정보 내용을 가졌으나-그러므로 확률성이 낮은 진술- 참에 가까운 진술이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지식의 成長이 과학의 目標이고, 지식의 성장을 이론의 경험적 내용의 성장으로 이해한다면, 한 이론의 확률이 높다는 것은 그 이론이 논리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뜻하며, 경험적 내용이 缺乏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학이 목표로 하는 이론은 반박 가능성이 높은 것, 반증 가능이 높은 것, 테스트 가능성이 높은 것이며, 경험적 내용이 풍부한 이론이다.
지금까지는 포퍼의 새로운 과학관의 중심 개념인 반증 가능성이 제기된 이론적 근거와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반증 가능성의 원리가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의 구획기준으로 타당한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III.구획 기준의 문제
포퍼에 있어서 구획의 문제란 과학과 과학 아닌 것 사이의 구분의 문제를 의미한다. 그런데 구획의 문제는 역사상 다소 다른 맥락에서 귀납주의자들에 의해 먼저 論議 되었다.
(1) 歸納主義의 구획기준
역사상 경험론에 입각한 귀납주의 전통에서는 구획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즉 확고한 사실을 技術하는 명제들과 그것들을 귀납적으로 일반화한 명제들 만이 과학적인 것이다. 귀납주의자들은 이러한 기준에 의해서 과학적인 것들과 과학적이 아닌 것들을 구분하지만 이 기준의 難点들은 널리 지적되어 왔다.
먼저 확고한 사실을 기술하는 명제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론으로부터 자유로운 觀察․言語․歸納의 規則․原理란 없다. 우리의 모든 관찰이 이론 의존적이라는 것은 널리 인정된 바이다. 즉 관찰자의 관찰은 과거에 그가 겪은 경험, 그의 知識, 그의 기대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순수한 관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1) 따라서 귀납주의 구획기준의 토대 중 하나는 심각한 난점에 부딪치게 된다. 두번째 문제는 귀납적 일반화의 문제인데, 아무리 관찰 언명의 수가 많더라도 그것이 과학 이론을 구성하고 있는 보편 언명을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유한수의 단칭 언명으로는 무한한 숫자의 단칭 언명이 함축되어 있는 보편 언명을 정당화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한 수의 단칭 명제들을 전제로 하여 보편 명제의 타당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논리적으로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다.1) 한편 귀납 추리의 정당화 논증은 循環的이다. 왜냐하면 이 논증은 그것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정당화 되지 않은 귀납 추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1) 사건 A다음에는 사건 B가 따라 나타나는 것을 어떠한 경우에 내가 관찰했다 하더라도, 그런 현상이 다른 경우에도 꼭 생기리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귀납법의 正當化를 위해 귀납법을 사용하는 것은 과학적 법칙이 合理的으로 아무런 확고한 토대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현대의 대표적인 경험론자인 논리 실증주의자들도 귀납주의 전통에 서있다. 이들은 모든 의미있는 명제는 수학이나 논리학 같은 동어 반복의 명제이거나, 아니면 경험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명제들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들은 유의미성의 기준으로서 검증 가능성을 제시했다. 검증 가능성의 원리에 따르면 모든 언명은 유의미한 언명과 무의미한 언명으로 나누어지며, 유의미한 언명은 분석적인 것과 종합적인 것으로 구별되며, 종합적 언명은 경험에 의해 검증될 수 있는 경우에만 유의미하다. 그러므로 경험에 의해 참, 거짓이 결정될 수 없는 형이상학적 언명은 무의미한 언명이다.
검증 가능성의 원리에 의하면 유의미한 언명은 원리적으로 경험에 의해 확인될 수 있는 사실들을 기술하는, 기초적인 ‘원자 사실’을 기술하는 요소 명제나 원자 명제의 진리 함수이다. 바꾸어 말하면 원리적으로 관찰에 의해 확증되거나 폐기될 수 있는 事態를 기술하는 단순 언명인 요소 명제나 원자 명제로 환원이 가능한 명제만이 유의미한 명제이고 還元이 불가능한 명제는 무의미한 명제이다.1) 논리 실증주의자들이 얻고자 한 근본적인 목적은 의미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과학의 과학성을 확립하고 전통적인 형이상학을 무의미한 것으로 못박아 그것을 학문의 영역에서 추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의미의 기준으로서 검증 가능성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이것은 번번히 지적되어 왔다.
포퍼는 처음부터 이러한 검증 가능성의 원리를 여러 가지 근거에서 공격하였다.1) 첫째로, 단칭 명제가 경험적으로 실증할 수 있는가는 일단 논외로 치고서라도 과학적 법칙과 같은 전칭 명제는 확실히 검증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검증 원리는 형이상학 뿐만 아니라 자연 과학 전체를 송두리째 제거한다. 둘째로, 검증 원리는 모든 형이상학이 의미 없는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과학은 형이상학에서 싹터 나왔다. 한때는 시험할 수 없었던 것, 그래서 형이상학적인 觀念에 불과했던 것도 상황이 바뀜에 따라 시험 가능한 것이 되고, 따라서 과학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의 예로 원자론․지동설․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빛의 원자설 등을 들 수 있다. 포퍼는 그리하여 형이상학을 무의미하다고 버리기 보다는 오히려 형이상학적 신념, 이를테면 자연에 있어서 規則性의 존재에 관한 신념을 자신도 가지고 있다고 선언한다. 셋째로, 그가 논리 실증주의자들에 대해 던지는 가장 결정적인 비판은 이것이다.검증할 수 있는 명제와 동어 반복적인 명제만이 의미있는 것이라면 ‘의미’에 관한 어떤 論議도 의미없는 명제를 포함하게 된다. 이것은 즉 실증주의가 내세우는 검증 가능성의 원리 자체가 그 원리가 말하는 바에 의하여 의미없는 명제로 배제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포퍼의 지적대로 귀납주의 전통에 있어서의 구획기준은 더 이상 타당하다고 인정될 수 없다. 그래서 포퍼는 자연 과학의 제거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찾고, 반증 가능성이라는 구획기준을 제시했다.
(2) 구획기준으로서의 反證 可能性의 원리
포퍼는 귀납주의적 전통에 서 있는 검증 가능성과 확증 가능성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할 수 있는 새로운 구획기준으로 반증 가능성을 提示하였다. 반증 가능성의 기준에 따르면 경험에 의해서 테스트 될 수 있는 언명은 경험적이고 과학적인 언명이라는 것이다. 그의 반증 가능성의 원리는 과학 이론은 경험에 의해 증명되거나 확증될 수 없어도 반박될 수 있다는 획기적인 통찰에 근거하고 있다.1) 그런데 포퍼의 반증 가능성의 원리는 검증 원리에서 제기된 귀납의 문제로부터 벗어나 있다. 먼저 유의미성의 기준으로서 검증 원리가 부딪히는 귀납의 문제 등은 포퍼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또 논리 실증주의자들은 형이상학을 제거하려고 구획기준으로서 검증에 입각한 유의미성을 제시했으나, 이러한 시도는 오히려 형이상학과 아울러 자연 과학 마저 무의미한 것으로 제거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포퍼의 반증 가능성은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을 구별하는 구획기준이지, 의미와 무의미의 기준이 아니다. 포퍼의 구획기준이 의미 기준과 구별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형이상학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그리고 포퍼의 기준에 따르면 형이상학적 언명은 비과학적 언명이라 하더라도 무의미한 언명은 아니다.1) 과학적 발견은 순수한 형이상학적 신념 없이는 불가능하며 형이상학은 과학적인 이론의 구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구획기준으로서의 반증 가능성의 원리는 과학 이론 중에서도 반증 가능성의 정도가 높은 이론일수록 더 경험적 내용이 풍부한 좋은 이론이라는 결론을 수반한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예시가 증명해 준다.1)
(1) 눈이 올 것이다.
(2) 내일 눈이 올 것이다.
(3) 내일 강원도 강릉시에 눈이 올 것이다.
(4) 내일 강원도 강릉시에 5cm의 눈이 올 것이다.
위의 예들에서 (1)에서 (4)로 갈수록 구체적인 경험적 내용은 풍부해지지만 그것이 참이 될 수 있는 확률은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경험적 내용이 풍부할수록 그것이 참이 되기가 어렵고, 반증 가능성은 높아진다. 따라서 좋은 과학이라면 그것이 확실하게 반증될 수 있도록 정확하고 분명하게 기술되어야 한다는 흥미로운 귀결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조금은 빗나갔으나 분명한 명제가 참인 듯하나 애매한 명제보다 좀 더 사용 가치가 있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귀납주의의 구획기준이나 논리 실증주의의 검증 가능성은 구획기준으로서 타당하지 않지만, 반증 가능성은 타당함을 알 수 있다.
이상으로 포퍼의 구획기준으로서의 반증 가능성의 원리에 대해서 논하였다. 그에 대한 비판이 있으나 본 논문에서는 거론하지 않는다.
IV.結論
포퍼가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의 구획기준으로 제시한 반증 가능성의 원리는 어떤 이론의 진리를 검증할 수는 없어도 단 한 가지의 反例만으로도 그 이론은 반박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그리고 지식의 성장은 반박의 시도에 의해 기존 이론을 반증해 제거하고 새로운 이론으로 대처함으로써 이루어 진다. 포퍼는 이러한 ‘반증’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 이전의 과학 철학(즉 논리 실증주의)에서 제기되었던 어려움을 해결하고, 또 추측과 반박을 통한 반증의 방법으로 과학적 지식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좀더 객관적인 진리에 접근해 가도록 과학자들을 독려한다. 그런데 이러한 포퍼의 주장은 종종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는다. 특히 포퍼의 반증주의는 포퍼의 주장으로서 종종 오해받아 독단적 반증주의로 몰렸다. 독단적 반증주의에 의하면 한 이론이 반증되면 그것은 거짓으로 증명된다. 그러나 포퍼의 의미에서 반증된 이론은 아직 참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잘못된 결정으로 참된 이론을 제거하고 잘못된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위험 때문에 이론의 반증을 그만둘 수 없다. 그 때야말로 지적 無政府主義밖에 기다릴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의하면 인간의 지식은 오류 제거를 통한 시행 착오의 과정에 의해 성장한다. 또 인간의 지식은 항상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잠정적인 성격을 벗어날 수 없으며, 비판에서 면제될 수 없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에 대한 이 같은 관점의 변화가 그것을 신뢰할 수 없다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 과학적 지식은 그것이 아무리 불완전하고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지식 중에서 가장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포퍼의 반증이라는 개념은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구획기준이기도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사회․정치 일반에도 적용되는 개념으로, 비판에 대해 열려있다는 槪念으로 사용된다. 즉 그의 이러한 열림의 개념은 민주주의 제도의 밑바탕을 구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철학이 과학 철학에서 거대한 흐름을 차지하고 있음은 확실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포퍼의 반증 가능성의 원리가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의 구획기준으로서 유효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더라도, 그의 이론은 잠정적인 이론으로 언젠가는 반박될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V.참고문헌
1. 조용현, 칼 포퍼의 과학 철학, 서울: 서광사, 1992.
2. 신중섭, 포퍼와 현대의 과학 철학, 서울: 서광사, 1992.
3. 신일철, 포퍼, 서울: 고려대학교 출판부, 1990.
4. 브라이언 메기 著, 이명현 譯, 칼 포퍼 -그의 과학 철학과 사회 철학-, 서
울: 문학과 지성사, 1992.
5. A.F.차머스 著, 신일철.신중섭 譯, 현대의 과학 철학 2, 서울: 서광사, 1994.
6. B.러셀 著, 최민홍 譯, 서양철학사, 서울: 집문당, 1973.
7. H.I.브라운 著, 신중섭 譯, 새로운 과학 철학, 서울: 서광사, 1988.
8. 론 로제 著, 최종덕.정병훈 譯, 과학 철학의 역사, 서울: 한겨레, 1985.
9. 홍창성,「칼 포퍼의 반증 가능성의 원리와 지식의 성장에 관하여」,철학논 구16, 서울대학교, 1988.
10. 조만희,「칼 포퍼에 있어서의 과학적 방법과 구획기준의 문제」,건국대 철
학과, 1988.
11. 조용현,「포퍼에 있어서의 ‘객관적 지식’의 가능 근거(1)」,인제논집 5-2,
인제대, 1989.
[출처] Karl R.Popper의 구획기준의 문제 |작성자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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