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퍼의 성향해석에 대한 비판적 고찰
- 진 성 배*선문대 철학
요약문
이 논문에서는 확률론과 양자역학의 해석문제를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 포퍼의 성향해석을 평가하고, 그것과 관련된 문제를 비판적으로 고찰해 보려고 한다.
특히, 콜모고르보의 공리체계에 기초한 수피즈의 비판에 대해 수피즈와 밀른과 관련된 포퍼의 성향해석을 대비시켜 볼 것이다. 그래서 “과학적 탐구의 논리”에서 포퍼 자신이 주장한 공리체제를 지지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 해석이 견지되는 한, 포퍼의 조건적 성향해석에 대한 밀른의 비판의 타탕성을 인정하고, 그 점과 관련하여 포퍼의 성향해석을 수정해 보일 것이다.
다음으로, 양자역학과 관련하여, 포퍼의 성향해석에 대한 페처와 파이어아벤드의 비판을 검토해 보일 것이다. 여기서 빈도해석보다 설득력 있는 페처의 성향해석에 대한 논리적 형태를 수용해 보일 것이다.
또한 보어의 입장에 기초한 파이어아벤드의 비판의 타탕성도 검토해 볼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포퍼의 객관적 성향해석을 재구성한 바틀리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파이어아벤드의 비판을 재평가해 보일 것이다.
1. 들어가는 말
포퍼의 성향해석은 고전이론과 빈도이론에 대한 비판과 수정을 통해서 정립되었다. 고전적 해석에 의하면 확률은 똑같은 가능한 경우 수에 대한 기대한 경우 수의 비율로 정의한다. 이 해석은 대칭성의 조건과 무차별의 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고전설에서 동일가능성은 조건의 물리적 대칭성을 전제로 선험적으로 취해지는데 반해서 성향해석에서는 실제적이든 가상적이든 긴 수열에서 추정된 통계적 빈도로서의 가중치로 그것을 취급한다. 성향해석에서 확률이란 생성조건의 경향적 속성, 즉 성향을 일컫는다. 이처럼 성향해석에서의 확률은 생성조건에 의존하고 생성조건에 따라 변한다.
또한 포퍼는 빈도해석에서 해결치 못하는 단일사건의 확률을 성향해석을 통해서 해결하려한다. 주어진 수열의 속성으로 확률을 해석한다면 성향해석은 반복 가능한 조건산출의 속성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즉 원래의 실제 수열에서 독립적인 반복 가능한 생성조건을 선택함으로서 가상수열의 확률을 찾아내게 된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단칭사건은 비록 오직 한번만 일어날 사건이라 하더라도 확률을 가질 수 있게된다. 성향해석을 통해 양자역학에서도 독립적인 가상적 실험조건을 선택함으로써 단일입자의 진로를 확률적으로 추정하게 된다.
본 논문에서는 포퍼의 성향해석에 대한 비판을 형식적인 공리체계와 조건적 확률의 문제로 요약하여 검토해 보려고 한다. 콜모고르브의 공리체계와 같은 형식체계를 성향해석에 있어서도 요청한 수피즈의 비판에 대해 필자는 1933년과 1963년에 발표한 포퍼 자신의 공리체계를 타당한 것으로 인정한다. 한편 조건적 확률로서의 성향해석에 대해 비판한 밀른의 논의와 관련해서 필자는 포퍼의 기본골격을 유지한 채 그 비판의 타당성을 검토해 보려고 한다.
더 나아가 필자는 성향해석의 논리적 형식문제와 입자진로의 결정 가능성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려고 한다. 성향해석의 논리적 형식문제는 페처의 논의를 따라 살펴 볼 것이며, 여기에서 성향해석의 형식체계가 주관주의나 빈도이론보다 논리적인 일관성을 유지한 채 설득력을 갖는 체계라는 것을 논의하겠다. 한편 보어의 입장을 지지하는 파이어아벤드는 포퍼의 핀 보드 모델에서 확률이 중첩적이 아니라 가법적임을 비판하고, 변화의 사실이 아닌 변화의 종류를 간과한 포퍼의 성향해석의 부당성을 지적한다. 이러한 파이어아벤드의 비판에 대해 필자는 바틀리의 재 반론의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양자이론의 해석문제에 관한 객관주의적 성향해석을 견지하려고 한다.
2. 성향 해석의 특징
객관적 확률이론에는 고전적 해석, 빈도해석(또는 통계해석)및 성향해석등 세 종류의 해석이 있는데, 본 논문에서는 성향해석이 보다 더 적합한 설명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제시하려고 한다. 포퍼의 성향이론은 고전적 확률이론과 빈도이론의 적절한 수정과정을 통해 구축되었다. 왜냐하면 객관적 확률이론으로서 고전적 이론과 빈도이론은 주요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이론들과 경험적 측정사이에서 발생하는 난점을 해결해 줄 이론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즉 이론과 경험문제의 연관관계에서 개념적 장치를 강화 시켜줄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 성향해석이다.
포퍼는 빈도이론을 측정이론적 접근방법(measure theoretical approach)으로 대치시킬 것을 주장하고 그 방법의 전형적인 경우를 베르누이의 신고전이론에서 발견한다. `측정이론적 접근방법의 주요한 의의는 빈도이론과는 달리 단칭확률진술을 기본개념으로 취급하는데 있다. 빈도이론으로부터 측정이론으로의 수학적 이행과정은 통계적 해석으로부터 성향해석으로의 물리학적 이행과정에 해당된다. 물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단일 사건은 물리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퍼는 빈도이론을 포기하고 성향해석을 채택하게 된 주요한 두 가지 이유를 지적한다. 첫째이유는 양자이론의 해석문제이고, 둘째 이유는 단칭진술로 언급한 단일사건의 확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었다. 그는 빈도이론을 포기하고 성향이론을 수용하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양자이론의 이중슬릿실험의 해석은 궁극적으로 성향이론으로 나를 인도하였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확률이 물리적실재(physically real)이어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즉 성향은 물리적 성향이며 뉴튼의 힘처럼 물리적 상황의 관계적 속성인데, 그 이유는 그것이 실험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뿐 아니라, 일정조건하에서 다른 것들과 서로 간섭하고 상호작용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실재적’이다. 이제 이들 성향은 단일사건을 실현하는 성향으로 판명되었다. 이런 사실이 나에게 확률의 빈도해석 안에서 단일사건의 위치를 재고하도록 고무하였다. 이런 고찰과정에서 성향해석을 선호하는 독특한 논의를 개발해 내었다.”
포퍼는 성향에 관한 성격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성향은 이론설명을 위한 가상적 구성물이 아니라 물리적 실재성을 갖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다. 둘째, 흔히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능태(potentiality)개념에 비유되지만, 가능태처럼 개체내에 내재한 속성이 아니라 전체대상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관계적 속성이다. 따라서 오직 추정할 수 있을 뿐 전체적 실험상황에 의존하는 숨겨진 성질이다. 예를 들어 경사면을 갖고있는 테이블 위에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진흙 위에 던져서 얻어진 확률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앞면이 나올 성향은 이처럼 동전자체의 구조에만 의존한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관련된 실험적 조건에 의존한다. 셋째, 사건의 반복 시에도 상관적인 상황을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서 성향에 대한 우리의 추측을 시험할 수 있다. 이점에서 성향은 어떤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역학에서 사용하는 힘, 또는 힘의 장(field)과 유사하다. 개체와 개체사이에 작용하는 물리학적 힘이 전체 물리학체계의 속성으로 설명되고 시험되듯이 관계적 개념인 성향도 시험될 수 있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구성한 일정방식의 무한한 반복실험을 통해서 전하를 띤 전자를 시험한다면 균일한 분포를 띤 결과에 도달할 것이다. 이것은 전자의 요청된 속성과 이 속성이 시험기구와 상호작용을 할 것이라는 우리의 이론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애커맨(Ackermann, R.J.)은 이러한 성향의 성질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성향이론은 물리적 성질이 요청하는 것처럼 어떤 사건이 일정한 속성을 지닌 채 반복하는 경향성을 초래한다. 따라서 성향의 속성은 실험에 의해서 시험될 수 있는 사건들에 관한 실재적인 진술들을 허용한다.”
이처럼 성향개념은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단일사건으로 구성된 수열의 관찰 가능한 상대빈도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성향개념은 뉴튼의 힘 개념처럼 물리이론의 유용성의 측면에서는 인정된다 하더라도 관찰될 수 없는 다소 추상적인 성질을 지니게 된다. 성향은 물리적 세계의 관찰될 수 없는 경향적 성질이므로 이러한 특징에서 야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먼저 퍼어스(Peirce,I.)나 붕게(Bunge,M.)는 실험적 전체상황에서의 관계적 속성을 지닌 성향개념을 비판한다. 붕게에 의하면 성향은 포퍼가 의미하는 것처럼 전체 상황의 관계적 속성이 아니라 독립된 대상체계의 속성이란 것이다.
“기초적 양자역학은 통계이론이 아니라, 추측 통계학(Stochastic)이론이다. 그것은 통계적 앙상블을 언급치 않고 단일개체의 개념적 요소들의 공존적 모음이다. 이러한 증거는 양자통계학이 양자역학의 기초 위에 세워진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붕괴가 포퍼의 성향을 비판하는 이유는 포퍼의 성향해석에서 경험주의적인 요소를 없애고 형이상학적 해석을 요청하기 위해서이었다. 이 점에 대해 쌔틀(Settle, T.)은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붕게의 동기는 포퍼의 해석으로부터 경험주의의 잔재 ― 즉, 물리학에서 일정한 실험장치로 (성향을) 공공연히 해석하는 ― 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포퍼의 성향개념은 다소 추상적인 성질을 지녔을 지라도 어디까지나 과학적 연구와 발견을 결정하는 프로그램적인 특징을 지닌다. 성향이 우리의 직접적인 관찰의 대상은 아니지만 성향에 대한 우리의 추측은 시험되어질 수 있으며, 이점에서 성향개념은 경험주의적 성격을 지니게 됨을 포퍼는 강조한다.
“실험적 사건이 반복될 때에도 성향의 관계적 상황은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성향에 대한 추측은 시험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의 경험주의적 성격은 순전히 형이상학적 의미만을 지닌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능태 개념과 대비된다. 그러나 대상체계의 속성이라는 의미로 성향을 해석하는 붕게는 포퍼와는 달리 콜모고르브(Kolmogorov, A.)의 절대확률을 근본적인 것으로 취급한다. 붕게는 일반적으로 상대적 확률을 근본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일련의 철학자들인 포퍼, 브레이스웨이트(Braithwaite, R.B.), 럿셀(Russell, B.), 네이걸(Nagel, E.)등과는 달리 절대확률을 근본적인 것으로 취급한다.
“확률계산의 형식적 성격은 ― 그것을 공리화함으로서 가장 잘 표현된다. 비록 포퍼(1963)에 의한 더욱 세련된 공리화 작업이 있긴 하지만, 우리의 목적을 위해선 콜모고르브(1933)의 요소적 확률계산의 핵심을 토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처럼 포퍼의 확률 P(a,b)는 특정한 결과 a를 산출하는 실험상황 b의 성향으로 해석되는 반면, 붕게는 P(A)를 일어난 사건 A의 자연적 경향으로 해석한다. 붕게는 이러한 절대확률을 근거로 한 성향해석이야말로 포퍼의 성향개념을 일반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포퍼의 성향해석이 실험적 상황으로부터 얽매어 있기 때문에 경험주의적 요소를 제거시키지 못하였다고 비판하면서 절대확률을 기본으로 한 실험적 상황에 구속받지 않는 성향해석을 주장한다. 이처럼 대상체계와 실험적 조건과의 관계적 속성으로 성향을 해석하지 않고 독립된 물리적 체계의 속성으로 성향을 해석한다는 점에서 퍼어스는 붕게와 견해를 같이한다. 퍼어스는 물리학의 실험적 상황에 확률을 적용시킨 포퍼와는 달리 게임의 확률에 그것을 적용시켰다. 퍼어스는 습성을 단순한 기질이라기 보다는 구성요소의 가상적 기질로 본다.
“습성이란 말을 사용한다면, 인간이 행동하여야 할 방법을 결정짓는 인간 본성에서 작용하는 일반적 원리로서, 본래적인 습관, 더 정확히 말하면 본래적인 경향(disposition)이다.”
이러한 습성 개념을 인간 고유의 기질보다 훨씬 단순한 주사위의 습성에까지 적용하여 성향을 정의한다. 그에 의하면 성향이란 대상의 구성과 구조로 인한 대상의 속성을 의미한다. 또한 주사위의 습성은 주사위의 함으로부터 끊임없는 던짐의 수열을 상정해야 하고, 개개의 던짐의 결과에 하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것이어야 한다. 이처럼 퍼어스는 대상체계의 구조와 관련하여 성향을 해석한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는 포퍼의 성향해석이후에 개진된 것으로서 그들 해석의 타당성 여부는 계속 논의되고 있지만 본 논문에서는 물리학에 적용되는 포퍼의 성향해석에 국한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 포퍼의 성향해석은 고전이론과 빈도이론을 검토함으로서 적립된 것으로서 다음 장에서는 성향해석의 형식체계 문제를 논의해 보려고 한다.
3. 성향해석의 형식체계 문제
포퍼는 빈도이론에서 난 문제로 남아있는 단일사건의 확률해석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성향해석은 물리적 실재세계에 적용될 객관적 확률해석으로 자립하게 되었다. 확률해석에 있어서 독창적인 포퍼의 성향해석은 많은 찬반의 논의를 거치면서 양자물리학에 있어서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이론이 되었다. 성향에 대한 해석도 그 기준에 따라서 매우 다양하며 각각의 이론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역설한다. 실험상황이라는 외부적 조건과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포퍼의 성향은 어디까지나 경험주의적 기반을 가진다. 이 장에서는 포퍼의 성향해석에 대해 우호적인 바틀리(BartleyIII, W.W.)나 쌔틀의 견해보다 강력한 비판체계를 갖춘 수피즈와 밀른의 비판을 검토해 보겠다. 수피즈의 문제는 성향해석의 형식체계의 문제이고 밀른의 문제는 성향해석의 조건적 확률에 관한 문제이다.
수피즈는 가장 강력한 성향해석의 비판자이고 체계화되지 못한 성향해석의 형식체계를 문제삼는다. 그는 뉴튼의 역학이론에서 사용된 등속법칙, 가속법칙등 형식적 법칙과 같은 어떠한 법칙도 성향이론에선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뉴튼의 힘이 가설에 대한 엄밀한 공식인데 비해 성향의 물리학적 가설은 애매한 형이상학적 개념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포퍼는 주관주의적 확률해석의 입장을 취한 수피즈의 논의를 반박한다.
우선 형식체계에 관해서 수피즈는 그 체계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그것이 과학철학의 문제해결의 열쇠이며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는 반면, 포퍼는 형식체계란 문제해결의 흥미로운 수단일 뿐 과학철학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왜냐하면 다양한 형식체계에 따른 다양한 확률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형식체계에 의한 엄밀한 판정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포퍼는 확률이론의 공인된 형식체계인 콜모고르브의 공리체계와 무관하게 개발된 자신의 공리체계를 소개하고는 있으나 확률의 문제가 그러한 형식체계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뉴튼의 힘은 물질의 속도에 작용하는 경향성으로서 속도변화인 가속도에 의해서 측정되어질 수 있다. 만일 뉴튼의 역학에서 힘을 제외하고 단지 속도와 속도변화만을 다룬다면 역학이론은 성립될 수 없듯이 성향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튼의 힘도 역시 형이상학적 경향(disposition)이지만 공간 안에서 실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힘의 실재성과 힘의 장에 관해 인지하게되는데 성향을 인지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상대빈도는 가속도에 있어서나 광자의 흡수와 반사등 여러 과학의 분야에서 적용되는데, 이러한 상대빈도를 결정하는 경향성을 성향이라고 한다. 따라서 힘이 작용하는 가속도도 성향의 특수한 예에 해당된다. 즉 뉴튼의 힘이란 극한에서의(in the limit)성향, 즉 성향이 극한값 1 을 갖는 원인적 속성이다. 성향이 1 보다 작은 경우는 항상 발생하는 경향성을 지닌 경우가 아닌 반복적인 상황하에서 나타나는 사건들이 비율로 표현된 경우를 말한다. 즉 포퍼는 성향을 원인개념의 일반화로 간주한다.
“따라서 나는 흄의 전통에 반해서 성향을 원인개념 ― 더우기 가속도의 원인인 힘에 대한 ― 의 비결정론적 일반화로 간주한다. 성향은 힘처럼 신비한 속성이다. 성향은 a)발생사건(occurances)의 비결정론적(또는 전적으로 근거 지을 수 없는)원인이다. b) 성향을 지닌 실험배열에서 보듯이 상황이 반복된다면 성향은 빈도를 결정하는(거의 결정론적 성격을 지닌)원인이다. 성향은 가상적 빈도를 결정하는 작업에 직면하게 된다.”
다음에 수피즈의 성향법칙에 관한 비판에 대해서 포퍼는 힘에 가법법칙이 있듯이 성향에도 가법법칙이 있다고 답변한다. 확률계산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이법칙은 참인 법칙인데, 그 이유는「과학적 탐구의 논리」에서 보여준바 그의 상대적 확률계산은 일반 성향이론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훌륭한 공리체계이기 때문이다.
수피즈의 해석과는 달리 성향은 독립적인 실험조건과 객관적 시험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다. 여기에서 실험이란 인과적 추론을 배제시킨 조건으로서 시공간적으로 격리된 상황하에서 실시되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계속되는 실험의 반복이 모두 독립적 일 때 성립된다. 이러한 독립에 관한 형식적 정의에 해당되는 예를 주관주의나 빈도해석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빈도이론의 극한개념이나 주관주의 해석에서의 무관한 정보의 총화 개념 등은 독립적인 실험의 경우와 같은 경우에 해당될 수 없다. 오직 성향해석만이 독립된 실험에 의해 상호주관적으로 시험될 수 있는 이론체계를 갖는다.
다음으로 포퍼의 성향해석의 형식체계에 관한 수피즈의 비판을 보다 상세히 논의해 보기로 하자. 포퍼의 확률의 기초로서 제시된 성향해석은 뉴튼의 힘처럼 상관적 개념으로서 물리적 대상과 생성조건의 상대적 관계를 염두에 둔다. 이러한 성향개념에 대해서 수피즈는 뉴튼의 힘의 가설이 엄밀한 형식체계를 갖춘데 반해 포퍼의 성향에 대한 물리적 가설은 애매하다고 비판한다. 뉴튼의 힘의 경우에는 힘의 가산법칙, 소립자 역학에 내재적 힘(internal force)의 법칙등과 같은 체계적 법칙들이 성향해석에선 발견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피즈는 양자역학에서 제시한 포퍼의 성향해석이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을 갖지만 그것이 주관적 해석이나 빈도해석등이 갖는 형식적 체계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적절한 설명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수피즈가 비판하는 포퍼의 성향해석의 맹점은 그것이 아직 체계화되지 않은 채 어떠한 명료한 개념도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피즈는 모든 과학적 응용에 대한 확률은 콜모고르브의 공리에 의해서 기초지어진다는 것과 그 공리의 보편성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기본적인 공리로서 두 가지의 콜모고르브의 정의를 제시한다.
(정의1): F가 X상에서 사건들의 대수개념이고 다음사실과 동치이다. :F는 X의 부분집합들의 공집합이 아닌 족이고 F안의 모든 A, B에 대해서 다음식이 성립한다.
1. ~A ∈ F
2. A∨B ∈ F
더우기 F의 원소를 무한히 더한 것도 F에 속하면, 즉 A1, A2,....An ∈F에 대하여
∞UI=1 Ai∈F이면, F는 X상에서 σ-대수이다.
(정의1)은 공집합이 아닌 X의 부분집합 F의 가능한 모든 사건들에 관한 대수(algebra)개념에 대한 정의이다. 이때 F안에 포함되는 사건A에 대하여 P(A)는 A의 확률로 해석된다. 이제 X와 F와 P의 집합론적인 구조를 위에서 언급했으므로 다음에는 확률공간의 정의를 살펴보자.
(정의2) : H=(X, F, P)가 유한덧셈 확률공간(finitely additive probabilty space)일 필요충분조건은 모든 A, B ∈ F에 대하여
(P1): F가 X상에서 사건들의 대수이고,
(P2): P(A) ≥ 0,
(P3): P(X) = 1,
(P4):A∧B = 0 이면 P(A∨B) = P(A)+P(B)이다.
더우기 다음 두 공리가 만족되면 H는 확률공간이다.
(P5): F는 X상에서 사건들의 σ-대수이다.
(P6): F에 속하는 A1, A2 ....에 대하여 i≠j 일때, Ai∧Aj = 0 이면
P( ∞Ui=1 Ai)= ∑ P(Ai)이다. 즉, P(A1∨A2∨A3....)= P(A1)+P(A2)..이다.
이제 수피즈는 위의 콜모고르브의 두 가지 공리에 대해 라플라스의 고전적 확률해석과 빈도해석이 그 공리를 만족시킨다는 것을 증명해 보임으로서 성향해석을 비판한다. 라플라스는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에 대해 기대한 경우의 수의 비율’로 확률을 정의하였다. 라플라스의 정의를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정의3) H = (X, F, P)가 유한 라플라스의 확률공간이라는 것은 다음과 동치이다.
(P1): X는 유한집합이다.
(P2): F는 X상에서 사건들의 대수이다.
(P3): F에 포함되는 A에 대해 P(A) = K(A) / K(X)
수피즈는 (정의3)에서 다음의 정리를 도출하고 그 정리가 확률의 집합론적 형식화의 해석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정리1) 임의의 유한한 라플라스 공간 H = (X, F, p)는 (정의2)의 측면에서 유한인 덧셈 확률공간이다. 수피즈는 고전이론의 동일가능성의 개념이 확률의 기본적인 측면이라고 보고 고전이론도 가능성의 계산에 근거한다는 것을 (정의3)에서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확률해석의 적용성에서 고전적 정의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고전적 정의에 대한 포퍼의 견해에 이의를 갖는다. 우리의 논의에서 중요한 점은 확률의 고전적 해석과 집합론적 방법사이의 잘 정리된 형식적 관계가 (정의2)에서 구체화된다는 점이다. 형식적 관계는 (정리1)에 의하여 파악된다.”
다음으로 수피즈는 빈도해석의 형식화체계도 콜모고르브의 (정의2)에서 유도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정의4) S를 수열이라 하자. F를 S의 치역 R(S)의 모든 부분집합족이라 하자. 모든 양의 정수의 집합을 ω라고 할 때, t를 F×ω상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된 함수라 하자. F에 포함되는 모든 A에 대하여 t(A, n) = K{i : i ≤ n, Si∈ A}이 성립한다. 이때 (A,n)/n을 S의 처음부터 n번째 항에서 A의 상대빈도라고 한다. 만일 함수 t(A, n)/n의 극한이 존재한다면, 이 극한을 S에서 A의 극한상대빈도라고 한다.
(정리2) S를 수열이라하고 R(S)상에서 사건들의 대수F가 다음을 만족한다. 즉 A∈F이면 A의 극한상대빈도가 존재한다. 이때 F상에서 정의된 함수p가 F에 속하는 모든 A에 대하여, p(A) = limi=∞ t(A, n)/n이라고 하면
수피즈는 예를 들어 1과 0으로 이루어진 수열의 상대빈도가 1/2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인 면에서 인정하지 못할지라도, 상대빈도의 (정리2)가 확률개념의 요체인 (정의2)와 형식적인 관련성을 갖고 있음을 주목한다. 수피즈의 성향해석에 대한 비판의 요점은 고전해석이나 빈도해석은 그것들이 비록 추천할 만한 확률해석은 아닐지라도 확률이론의 기본체계인 콜모고르브의 공리에 부합하는데 반해 성향해석의 형식체계는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피즈의 비판에 대해 포퍼는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나의 주제는 간단히 말해서 다음과 같다. 수피즈의 형식적 정의와 구성된 형식적 공리는 확률계산의 정리들로서 간주되어질 수 있다. 따라서 그 정리들은 어떠한 해석이든 ― 주관적 해석이든 빈도해석, 고전적 해석, 심지어 성향해석까지도 ― 합당하게 확률계산을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성향해석이 뉴튼의 힘에서처럼 형식적 법칙이 성립할 수 없다는 수피즈의 비판에 대해 포퍼는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첫째로, 성향은 힘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덧셈법칙이 적용된다. 상대적 확률계산이 일반적 성향이론에 대한 훌륭한 공리체계이기 때문에 확률계산의 일종인 덧셈 법칙의 참도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두세가지 사건의 독립개념과 관련하여 이 개념을 수피즈가 언급한 형식적 정의에 의해서 규정할 수는 있지만 실제의 적용에 있어서는 그것만 갖고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시공적으로 독립된 실험조건이 보장되어야 하며 또한 실험과 그 실험의 반복이 독립적으로 수행되어야 실제적인 독립개념이 보장된다고 포퍼는 주장한다. 끝으로 확률이론의 기본개념으로 수피즈가 추천한 콜모고르브의 공리체계에 관해 포퍼는 그 공리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기자신의 공리체계를 피력한다.
“그러나 부울의 대수학의 법칙이나 명제논리의 법칙이 도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확률이론에 대한 공리체계는 명제논리의 일반화된 형태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
포퍼는 콜모고르브의 공리체계가 절대확률을 기본적인 것으로 파악한 반면 자신의 공리체계는 상대확률을 기본적인 것으로 취급한다고 말한다. 포퍼는 절대확률의 용어로 상대확률을 정의한 일반적인 정의를 먼저 고찰해 본다. 즉, 일반적인 관습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p(y)≠0이라면 p(x, y)=p (xy)/p(y)-------------(1)
이 정의는 p(y)≠0일 때만 상대확률로 정의 될 수 있지만 p=0 일 때는 정의 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보면 (1)식이 적절치 못함을 알게 된다.
만일 x가 y로 부터 도출되었다면 p(x,y)=1이 된다. 이때 이 식을 p(y) ≠ 0일 경우에만 성립되어야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 첫째 이유로 만일 y가 보편법칙이고, x가 그 법칙에서 도출된 단일사건이라면, 비록 p(y) = 0이라고 하더라도 p(x,y) = 1이 성립한다. 둘째 이유로 p(y1) = 0 일 경우, 모든 x는 y2로 부 터 도출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p(x, y3)=1이 성립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에 의해서 절대확률을 근거로 상대확률을 정의하려는 콜모고르브의 공리가 적절치 못하다고 포퍼는 지적한다. 그가 확률이론의 기본으로 추천하는 체계는 상대확률로서 그 체계야말로 성향해석에 부합하는 체계라고 주장한다. 그는 x와 4그리고 x와 y와의 연접등을 도입한 후 상대확률의 용어로 절대확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이런 종류의 정의로부터 확률공리의 체계를 구축한다.
p(x)=P(x, x5)
포퍼에 있어서 상대확률과 절대확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절대확률을 기초로 하는 공리체계와 상대확률을 기초로 하는 공리체계에서 선택의 문제는 없다.” 절대확률도 자체적으로 자율적인 공리체계를 갖고 확률계산을 수행할 수 있고 상대확률도 자율적인 공리체계로 마찬가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포퍼의 경우, 확률계산을 물리현상에 실제로 적용할 때 조건적 확률(상대확률)이 성향해석에 적합한 것으로 취급된다고 간주한다. 포퍼가 성향해석을 도입한 시도 중 중요한 것은 양자이론에서 성향보다 더욱 형이상학적인 성격을 지닌 비합리적 주관주의의 요소를 배제하려는 의도이었다. 이점에 관해서는 다음 장에서 상세히 다루기로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바, 성향해석의 형식적 체계를 비판적으로 다룬 수피즈의 논의에 대해, 포퍼의 반론을 살펴보았고 필자는 그 반론이 타당성을 지닌다고 일단 인정한다.
다음으로 밀른의 비판적 논의를 따라 성향해석에서 단일사건의 문제를 다루어 보기로 하자. 첫째로 밀른은 성향해석이 형식적 수학계산에 의존치 않은 채 해석된 어떤 값을 갖는 생성조건에 의존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포퍼의 성향해석은 생성조건에 의존하는 확률로서 모든 확률은 조건적 확률이고 생성조건을 수반하는 조건적 사건으로 취급한다. 밀른은 조건적 확률의 역설적 측면을 쌔먼의 말을 인용하여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적절하게 직접적으로 확률이 주어졌다면 특정한 사망원인의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 우리는 베이즈공리를 사용할 수 있다. 만일 우리에게 일련의 확률이 주어졌고, 그 확률로부터 어떤 사람이 두뇌의 관통상의 결과로 죽은 확률이 3/4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하자. 이런 조건하에서 이시체가 총탄에 의해 관통된 두개골을 가질 확률(경향)이 3/4이라고 말한다면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밀른은 조건적 확률처럼 사건공간의 조건적 요소들의 관계상으로 확률을 해석하면 위에서 보는 것처럼 가설의 확률이나 원인의 확률을 고찰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둘째로, 밀른은 조건적 확률이 단일사건에 대한 실재론적 해석에서 적절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조건적 확률이 적용되는 두 가지 세계, 즉 결정론적 세계와 비결정론적 세계에서 조건적 확률은 일관된 설명을 기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정론적 세계에서 모든 실재의 단일사건의 확률은 0와 1중의 하나로 간주된다. 그러나 포퍼가 주장한 비결정론적 세계에서의 단일사건의 확률해석도 결정론과 같은 결론을 얻게된다는 것을 밀른은 다음의 예를 들어 보여준다.
정상적 주사위에서 a가 6의 눈금의 결과이고 b가 짝수가 나오는 결과 일 때 P(a)=1/6, P(b)=1/2이고 정의에 의해 P(a,b)=1/3이 된다. 이때 P(a,b)에 대한 해석은 조건적 확률이 해석하는 것처럼 b가 실현된 후 결과 a가 실현된 것으로 해석할 순 없는데, b에서 2와 4의 눈금이 나오는 경우 a의 발생은 불가능하며, b가 6의 눈금이 나오는 경우만이 a의 발생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b가 발생할때 실제의 단일사건의 확률에서 찬스 사건은 더 이상 없으며, a사건의 발생은 충분히 확정적인 것이 된다는 것이다. 밀른에 의하면 두개의 동전을 차례로 던져서 구성되는 실험에서 조건적 확률 P(H2, H1)과 P(H1, H2)는 실재론적 단일사건의 해석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된다고 본다. 네 가지의 사건공간 H1H2, H1T2, T1H2, T1T2 중에서 조건적 확률 P(H2,H1)은 P(H1H2)/{P(H1, T2)+P(H1, H2)}로 정의되며 실재론적 단일 사건해석에서 민감하며 비결정론적이 된다. 그러나 P(H1, H2)는 H2가 실현될 때 이미 첫 번째 던짐이 끝났으므로 첫 번째 던짐의 결과에 관한 더 이상의 찬스란 있을 수 없다. H1은 실현되어졌거나 (P=1), 않거나 (P=o)중 어느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논의 한데로 밀른은 조건적 확률이 실재론적 단일사건의 해석에서 적절치 못함을 지적하며 조건적 확률을 포기하던가 실재적 단일 사건을 포기하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포퍼의 성향이론은 물리학에서 실재론적 단일사건의 해석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다. 포퍼는 미시물리학의 영역을 비결정론적 세계로 보고, 조건적 확률을 기본으로 한 성향해석만이 단일사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실재론적 단일사건의 해석에서 조건적 성향해석이 의미를 주지 못한다는 밀른의 비판은 매우 역설적이다. 포퍼는 폰 미제스로부터 자신의 이론으로 교체하는 일은 빈도이론으로부터 측정 이론적 접근으로 교체하는 것과 같다고 이미 주장하였다. 그러나 콜모고르브가 지적하듯 확률이론으로부터 측정이론을 구분하는 것은 조건적 확률의 정의 때문이며, 밀른은 그런 관점을 따르는 것 같다.
밀른의 비판에 대해 포퍼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포퍼의 견해를 따라 반론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포퍼는 절대적 확률과 상대적 확률은 형식적으로 서로 교환 가능한 형식체계를 지녔다고 한다. 즉 절대적 확률은 P(a) = P(a,t)........(1)로 표기할 수 있으며, 상대적 확률도 정의에 따라 절대적 확률로 표기할 수 있다. 즉, P(a,b) = P(a,b)/P(b)...........(2)
그러나 포퍼에게서 절대적 확률과 상대적 확률의 두 가지 체계는 목적에 따라 서로 성격을 달리하며 독립적인 것이 된다. 포퍼는 보편진술이나 존재진술의 경우에는 (1)과 같은 절대확률의 정의가 유용하며 비결정론적 세계에서 확률이 0과 1사이의 수치일 경우 상대적 확률의 계산으로 구축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본다. 식 (2)의 경우 P(b) 0 일때만 성립할 수 있지 P(b)=0일 때는 성립할 수 없다. 만일 b가 보편법칙의 사례라면 P(b)≠0이 되며, 유한세계에서 P(a,b)는 1이어야 한다. 포퍼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식(2)처럼 절대적 확률의 용어로서 상대적 확률을 정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포퍼가 상대적 확률을 근본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이유는 그것이 비결정론적 세계의 단일사건에 대한 해석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밀른이 첫 번째 지적한 비판은 포퍼의 식(1)에서 쉽게 설명되어질 수 있다. 조건적 확률과 다른 가설의 확률과 원인의 확률의 경우는 조건적 확률의 전제가 생략되어진 특수한 경우로 해석되어져야 한다. 포퍼가 문제삼는 것은 가설의 확률이 아니라 유한세계의 사실의 확률이며 서로관계 지워진 사실의 세계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조건적 확률에 의해 적절히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식(1)에서 보듯 생략된 전제로서의 항진명제 t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포퍼가 설명하는 바, 식(1)과 같은 가설의 확률의 형식적 설명체계는 인정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사실적 내용이 없는 항진명제가 의미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두 번째 밀른의 비판에 대해 필자는 포퍼의 반론을 재구성해 보고자 한다. 밀른이 예로든 주사위와 동전던지기에서 단일사건이 확정적이 되는 것은 이미 그 사건이 논리적인 필연성을 지니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일 b가 짝수가 나오는 경우이고 a가 6의 눈이 나오는 경우일 때 P(a,b)=1/3이 되는데, 그 이유는 b(2,4,6)에 해당하는 a의 경우는 6의 경우뿐이기 때문이다. 이때 b는 「전제되어졌다」 「조건지어졌다」는 표현으로도 쓸 수 있는데 밀른은 이것을 b의 시행이 먼저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포퍼에 있어서 b는 조건으로서 미리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실험적 상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객관적 의미를 지닌다. 주관적 이론이 b를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총체로 해석할 때, b는 이미 주어져있는 것으로서 선택에 자유롭지 못하다. 포퍼에게서 b는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선택되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든 밀른의 예는 정당한 것이며 포퍼의 논의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포퍼가 의미하는바 실재적 단일 사건의 해석은 물리적 실재세계에 적용되는 것이며 비결정론적이다. 밀른의 차례로 던지는 동전던지기의 예에서 보듯 P(H1,H2)가 의미하는 바는 논리적 가능성으로서 H1의 확률이 0 이 되거나 1이 되는 경우이지 물리적 실재세계의 찬스와 관련된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찬스와 관련되어 실제로 두 개의 동전이 던져지는 경우는 P(H2,H1)의 경우뿐이고, 이 경우는 단일사건의 확률을 0과 1사이의 다양한 값을 갖게 하며 비결정적이 된다. 포퍼가 의미하는 바 성향해석에 해당하는 것은 P(H2,H1)이지, P(H1,H2)가 아니다. 왜냐하면 P(H2,H1)은 찬스나 선택에 무관한 확률이므로 성향해석의 예로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취급되어지기 때문이다. 이상은 포퍼의 성향해석 입장에서 비판에 대한 반론을 재구성해 보았다. 페처(Fetzer, J.H)도 성향해석과 존재적 비결정론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오직 성향해석만이 알려지건 알려지지 않은 결과의 0와 1이 아닌 확률을 할당하는 확률가설을 참인 것으로 허용한다. 게다가 성향개념은 확률가설이 요구하는 존재적 비결정론의 실재론적 해석에 대한 이론적 기초의 제공을 논리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포퍼의 조건적 성향해석이 비결정론적 유한세계에 유용하게 적용된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인과적 필연의 세계나 결정론적 세계에서 조건적 확률이 적용될 수 없다는 밀른의 주장은 타당성을 갖는다. 이처럼 조건적 확률의 선택기준을 유용성에서 찾을 때 포퍼의 단일사건 해석에 대한 성향이론은 여전히 문제점을 갖는다 하겠다.
4. 양자이론에서의 성향해석 문제
이장에서는 포퍼의 객관주의적 확률해석에 대한 비판적 논의와 문제점을 검토해 보려고 한다. 본 논문에서 양자이론에 관한 성향해석과 관련된 논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연 논리적 형식에 있어서 성향해석이 빈도해석이나 주관주의 해석보다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보다 설득력 있는 이론체계인가? 둘째, 양자이론의 성향해석 중에서 포퍼의 관계적 성향이 입자진로의 결정가능성문제와 관련하여 정통양자이론의 반론을 극복할 수 있는가? 위의 두 가지 문제 중에서 필자는 첫째 문제를 페처의 논의를 따라 살펴 볼 것이며 둘째 문제를 파이어아벤드의 논의를 따라 살펴볼 것이다. 이 논의의 과정에서 대체로 성향해석이 남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관주의 해석 쪽에서 타당한 논의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논의는 양자이론의 해석에 대한 논리적 형식문제와 관련된다. 양자역학은 현대물리학에 여러 가지 신비로운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러한 문제는 양자역학이 갖고 있는 몇 가지 역리에서 기인한다. 양자역학에서 제기되는 대표적인 문제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원리와 입자-파동의 이중성문제 및 보어의 상보성이론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되었는데 이러한 가설들은 그것들이 갖고있는 존재론적, 인식론적인 전제와 관련된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가설들로 분류된다.
(i)무작위 진행(random walk) 가설 h1:입자의 진행시 어디에서부터 어디로 도달한다는 과정이 전적인 무작위 과정이다. (ii)자유의지 가설h2:단일전자가 그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스스로 결심한다. 전자현상이 자연법칙의 영역을 뛰어넘어 임의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예측가능성이 포기되어져야 한다. (iii)확률 가설 h3환원 불가능한 존재적 비결정론으로써 동일한 초기조건하에서 여러 상이한 결과가 야기될 것이며 정확한 예측이 원칙상 불가능하다. (iv)숨은 변수 가설 h4 A에 따르는 다른 요인 F1, F2등이 초기조건에 포함된다면 완벽한 특정초기 조건 A․F1이나 A․F2와 관련하여 B영역에서의 결과는 존재론적 결정론에 의해서 결정된다.
위에서 제시된 다양한 가설에 대해서 이것들과 관련된 양자이론의 해석 중에서 빈도해석과 주관적 해석 및 성향해석의 논리적 형태를 페처의 논의를 따라 고찰해 보기로 하자.
첫째로, 빈도해석에 따르면 확률은 전원 A로부터 전자가 방사하는 것과 같은 지시된 준거집합 범위 안에서 B영역에 결과가 미치는 것과 같은 특정 속성의 제한된 빈도를 일컫는다. 빈도해석 하에서 확률가설의 논리적 형태는 P(B, A)=P의 형태를 띄는데 P는 무한준거집합 A범위 안에서 속성 B에 대한 제한된 빈도를 의미한다. 만일 B영역에 도달하는 전원 A로부터 방사된 하나의 전자가 갖는 확률은 Ψ함수의 절대치│ΨB│2=1/4 로 주어진다면 이것은 B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제한된 빈도가 전원 A로부터 방사되는 무한수열이 1/4이 될 것을 예측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때 준거집합이 제한된다면 극한값으로 취해진 P는 반복해서 계산되는 원소들에 의해서 주어진다. 그러나 극한값이 예외적인 원소 n과 논리적으로 병존할 수 있으므로 모든 원소가 아인슈타인적인 의미에서 확실성 (P=1이나 0)을 갖고 확인될 수는 없게 된다.
빈도해석이 안고 있는 난점은 이러한 예외적인 원소들과 관련된 문제이다. 왜냐하면 전원 A로부터 방사되는 단일양자실험을 B영역에서의 통계적 빈도로 해석하기 때문에 통계적 빈도의 범위 안에서 단일양자의 속성이 관련된 것으로 결정되어진다. 즉 P(B,A∧F)≠P(B,A∧~F)에서 보여주는 바 빈도가 다르다는 관점에서 본 어떤 속성 F는 빈도해석에 의하면 빈도가 다른 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 관련성을 갖고 결정되고 만다.
빈도해석에 의하면 원인이 다를 때, 결과도 필연적으로 다르다는 판단이 허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두 가지 사건 e1과 e2가 있고 e1에는 속하지만 e2에는 속하지 않는 속성F가 있다하더라도, e1과 e2가 동일한 전원 A에서 방사되는 전자라면 속성F에 관계없이 동일한 결과 B를 갖게 된다는 것이 빈도해석의 결론이다. 이러한 빈도해석을 논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단일사건에 할당될 확률이 0과 1사이의 값을 갖게 될 논리적 가능성은 없게 된다. 즉 빈도해석에 의해 규정된 값(P=1인 값)이외의 확률은 모두 0이 되며, 0과 1사이의 1/4과 같은 단일 사건의 확률가설이 참일 수 있는 논리적 가능성은 없게 된다. 따라서 빈도해석이 확률가설 h3이 요구하는 존재론적 비결정론을 지지할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둘째로, 주관적 해석에 따른다면 전자 하나가 전원 A에서 방사되어졌다는 것과 같은 정보를 x가 가졌을 때, “그 전자가 영역 B에 도달할 것”이라는 명제에 대한 믿음의 정도를 확률이라고 한다. 이러한 믿음의 정도를 나타내는 논리적 형태를 페처는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PA(B)=r〕xt
여기에서 r은 개체 x가 A라는 믿음을 가졌을 때 결과적 명제에 대한 B의 신념정도를 나타낸다. 이때, xt는 이들 확률이 t시간에 개체 x의 속성임을 반영한다. 믿음의 정도에 의한 확률은 특정시간의 정신적 속성이므로 전원 A에서 방사된 전자가 영역B에 도달하는 확률이 항상 1/4로 유지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동일한 사건을 동시에 다른 개인에 의해서 관찰될 수도 있고 한사람이 다른 시간대에 관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A의 참과 거짓이 B에 대한 믿음의 차이를 드러낸다면 다시 말해 PF∨A(B)≠PF∨~A(B)이라면 A에서 tx가 받아드리는 믿음정도와 B에서의 tx가 받아드린 다른 믿음의 정도와는 서로 증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증거적인 관련성의 척도와 관련해서 주관주의 해석을 고찰해보면, B와 같은 특정명제들에게 0과 1이 아닌 믿음의 정도가 할당되어진다는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 반면, x가 알게된 어떤 결과가 1과는 다른 믿음의 정도를 할당 할 수 있다는 논리적 가능성은 허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x가 다른 믿음 F를 지지할 때, B에 조건적으로 기초하는 B안에서의 x의 실험전의 믿음정도는 1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가 다른 믿음 F를 첨가함으로 믿음 B를 얻었을 때, B안에서의 x의 실험후의 믿음은 역시 1이 된다. 즉 PF∨A(B) = PF(B, B)가 성립한다. 사실상 이런 입장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에서 야기되는 데 그 역설에서 고양이가 죽었던지 살았던 지의 발견은 주관적 확률해석의 입장에서 보면 1/2에서 갑자기 1로 바뀌는 파속의 환원을 야기하게 된다. 왜냐하면 x가 그 경우가 B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자마자 B에 대한 명제에 있어서 x의 믿음의 정도는 1로 변해야 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관적 해석이 파속의 환원을 논리적인 일관성을 갖고 설명해주고는 있지만 확률가설 h3이 요구하는 실재론적 해석에 대해서는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성향해석에 따르면 성향은 전원 A에서 방사되는 하나의 전자가 B영역, C영역 등에서 실험적으로 시험될 수 있는 실험배열의 경향적 속성으로 이해된다. 페처는 성향해석 하에서 A는 다음과 같은 논리적 형태가 된다고 한다.
(x)(t) (Axt∋mBxt*)
여기서 m은 시간 t에 단일시행 A에 의해 야기된 t*시간에 B라는 결과에 대한 경향성의 강도를 나타낸다(단 t*=t+△t ). 만일 전원 A에서 방사된 하나의 전자x가 영역B에 도달할 확률이│ΨB│2=1/4로 주어진다면, 무한수의 단일시행 A가 1/4의 빈도를 갖고 B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성향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성향의 강도는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수열이 길어짐에 따라 증가한다. 성향해석의 논리형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성향해석은 빈도해석과 주관적 이론이 직면한 난점을 극복하는데, 그 이유는 “전원 A로부터 방사된 단일사건의 결과로서 B영역에 도달하는 확률이 1/4이다.”라는 확률가설 h3이 참인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향해석에서는 확률적 강도에 의해서 나타나므로, 관련된 매개변수가 완전히 세분되기 만 하면 원칙상 예외 없이 모든 단일사건을 예측할 수는 없으나 결과분포에 대한 확률적 예측이 가능해진다. 0과 1사이의 확률 값의 할당이 가능한 성향해석은 또한 존재적 비결정론과도 병립할 수 있다. 이상의 페처의 논의에서 성향해석이 논리적 형태에 있어서 빈도이론이나 주관적 이론보다 설득력을 갖는 이론체계인 것이 증명되었다.
두 번째 논의는 입자진로가 관찰자에 의해서 간섭되는지의 여부와 그 진로의 결정 가능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이 논의는 성향해석자체에서 야기되는 포퍼의 관계적 성향해석에 대한 비판을 보어의 입장을 지지하는 파이어아벤드의 논의를 따라 살펴보고자 한다.
포퍼에게서 성향은 광자나 전자등 입자나 동전만의 속성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실험장치 전체의 속성이며 물리학에서의 성향진술은 상황의 속성을 기술하는 것이다. 실험장치 전체가 표본공간과 확률분포를 결정하는 것이다. 성향은 조건과의 상대성 때문에 비실재적인 것으로 보기 쉽지만 성향의 통계적 분포나 통계적 실재를 물리적이 아니라거나 비실재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따라서 조건과의 상대성은 양자실험이나 통계적 실험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모든 실험의 영구적 특징이다.
“확률장은 비록 구체화된 실험조건에 의존적 또는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물리적인 것이다.”
이처럼 포퍼는 성향자체가 물리적인 실재성을 띤 객관적인 것이므로 양자역학에서 어떠한 관찰자의 역할도 배제한다. 여기서 포퍼가 언급한 관찰자는 초기 하이젠베르크의 인간관찰자를 의미하며 양자역학에 개입한 인간의 지식, 관찰, 의식등 주관주의적 요소를 뜻한다. 한편 보어에게서 주관은 관찰자의 의식등이 아니라 관측시 사용된 관찰자의 신체와 감각기관을 포함한 측정장치 전체를 의미한다. 관찰자의 문제에서 파이어아벤드는 하이젠베르크의 입장이 비판받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해석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그는 보어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따라서 포퍼가 비판하는 양자역학의 어떤 유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보어의 상보성원리는 성향이론에서 실험장치가 하는 역할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상보성개념은 실험장치에만 국한하지 않고 위치와 운동량, 나아가 단일적 물리체계의 모든 역학적 변수들을 실험장치에 부여한다. 일찌기 포퍼진영의 철학자였던 파이어아벤드는 양자이론에서 보어의 상보성 원리를 지지하면서 포퍼의 성향이론을 비판한다. 파이어아벤드에 의하면 성향이론은 상보성이론의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관찰자의 기관을 포함한 전체적 실험상황을 고려치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물론 확률이 관계하고 있는 한 보어의 상보성과 포퍼의 반복 가능한 실험장치는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 두 경우 다 단일적 물리체계의 속성이나 경향성에 확률을 부여하지 않고 실험장치(포퍼)나 현상(보어)등에 확률을 부여한다. 그러나 파이어아벤드가 보어의 상보성을 빈도해석보다 성향해석 쪽으로 설명하는 이유는 석연치 않다. 일반적으로 빈도해석은 단일사건에 대한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이어아벤드가 성향을 상보성의 부분으로 설명하는데 반해서 조인래는 성향과 상보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사실에 있어서 보어가 양자확률에 대해 성향적 설명을 시도하였는지는 불문에 부치고, 우리가 여전히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보어의 양자확률의 관계적 견해와 양자확률의 성향적 설명을 합쳐보면 양자확률에 대한 포퍼의 성향이론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파이어아벤드가 보어의 관계적 견해를 지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양자 역학체계의 상태기술은 실제로 체계들과 측정장치간의 관계이며 따라서 측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체계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양자체계는 그 체계에 고유한 물리적 양에 해당하는 일정한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상태기술의 비한정성(indefiniteness)가설 때문이다. 이 가설로 인해 보어는 이중슬릿과 같은 실험에서 파동-입자의 이중성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있다. 셋째로, 양자체계는 적절한 측정장치와 관련되어야만 고유한 물리적 양에 해당하는 일정한 값을 가질 수 있다는 양자측정의 관계이론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보어의 입장에 서서 파이어아벤드는 포퍼의 핀보드 모델에서의 확률이 중첩적이 아니라 가법적임을 비판하고, 변화의 사실이 아닌 변화의 종류를 간과한 포퍼의 해석이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파이어아벤드의 몇 가지 비판에 대해 바틀리는 포퍼의 입장에서 반론을 시도한다.
“여기서의 파이어아벤드의 잘못은 매우 크다. 먼저, 포퍼가 애초부터 주장한 것은 핀보드 확률이 가법적이 아니며 핀보드모델에서 중첩을 발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슬릿1과 슬릿2의 이중슬릿에서 두 가지 확률은 서로 합쳐지고 정상화된다. 우리는 이중슬릿실험을 모방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바틀리는 포퍼가 핀모드모델을 갖고 간섭현상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모델을 통해서 단지 확률이 체계내의 원소들의 속성이 아니라 체계전체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확률의 전체 체계가 실험조건에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퍼가 관심하는 바는 양자이론이 수행하는 변화의 종류와 형식화체계가 아니라 양자이론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었다. 양자이론에서 파생하는 역리는 인간의 간섭이 없는 객관적인 물리적 상황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포퍼의 요지이다.
그러나 포퍼의 성향이론이 파이어아벤드의 비판은 극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물리적 실재론과 병존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남는다. 조인래는 전통적 양자역학이 물리적 실재론과 병존 할 수 있는 반면에 포퍼의 성향이론은 그것과 병존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왜냐하면 포퍼의 양자성향이 양자체계만의 속성이 아니라 양자체계와 측정장치 전체의 실험적 상황까지 고려한 반면,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성향에서 양자체계는 자체적으로 측정과는 독립된 고유의 성향을 지니기 때문이다. 포퍼의 성향이 단지 인간의 관찰에서 독립적인 반면 하이젠베르크의 성향은 일반적 측정과 독립적인 것이다. 이 문제는 물리적 실재론의 규정과 관련된 많은 논의가 요구되므로 이장에서는 포퍼의 성향이론이 남긴 문제만을 지적하고 생략하기로 한다. 관찰자의 개입과 관련된 양자역학의 문제는 포퍼의 객관주의적 성향해석에 의해서 예리하게 제시되었으나 포퍼의 해석자체에도 문제점이 남아있다 하겠다.
5. 맺는말
본 논문에서는 포퍼의 성향해석과 그것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다루어 보았다. 성향해석은 빈도 해석에서 난문제로 남은 단일사건의 확률해석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물리적 실재세계에 적용될 객관적 확률해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포퍼의 성향해석의 성립배경과 특징을 고찰하고 수피즈와 밀른에 의해서 제기된 비판의 타당성을 검토해 보았다. 콜모고르브의 공리체계와 같은 체계를 성향해석에 있어서도 요청한 수피즈의 비판에 대해 「과학적 탐구의 논리」에서 제기한 포퍼 자신의 공리체계를 본 논문에서는 타당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반복 가능한 생성조건으로 정의하는 포퍼의 관계적 성향해석에 대한 밀른의 비판적 견해와 관련해서 남는 문제점은, 객관주의적 해석이 지지되는 한, 필자 나름대로 보완 정리해 보았다.
또한 양자이론에서의 성향해석의 문제에 관해 패처와 파이어아벤드의 입장을 검토해 보았다. 패처의 논의는 성향해석의 논리적 형식문제인데, 이 문제에 관해 필자는 여타의 빈도해석이나 주관주의 해석보다 성향해석의 우월성을 견지하였다. 한편 보어의 입장을 지지하며 포퍼의 성향해석을 비판하는 파이어아벤드의 논의도 살펴보았으며 그 타당성 여부도 검토해 보았다. 그러나 본 논문이 어디까지나 포퍼의 객관주의적 성향해석을 견지하며 그 해석을 재구성해 보고자 시도되었기 때문에 포퍼이론의 중핵부분은 포퍼자신이나 바틀리등의 재 반론의 의미를 살펴봄으로 견지하려 하였고, 부분적으로 제기된 타당한 제안들은 수용하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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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critical Study on the Popper's propensity interpretation
- Jin, Sung-Bae -
In the present paper, I shall consider the problem of the interpretation of probability theory and of quantum mechanics. For the first time, I shall attempt to eval uate the Popper's propensity interpretation, and deal critically with it.
In this paper I shall contrast Popper's propensity interpretation with Suppes and Milne. Against Suppes's criticism, which is based on the axiom system of kolmogorov, I shall seek to uphold the axiom system of Popper himself in the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 But, in relation to Milne's criticism of Popper's conditional propensity interpretation, I shall recognize some validity, while maintaining an objective interpretation of probability. I shall seek to modify Popper's propensity interpretation in that light.
Related to quantum mechanics, I shall examine the criticism of Fetzer and Feuerabend against Popper's propensity interpretation. I shall accept Fetzer's assertion of the logical form of the propensity interpretation that is more convincing than the frequency interpretation.
I also examine the validity of Feuerabend's criticism, based on Bohr's position. And I shall sustain the position of Popper's objective propensity interpretation based on the Bartley's reconstruction, and recriticize the Feuerabend's criticism.
[출처] 포퍼의 성향해석에 대한 비판적 고찰-진성배|작성자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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