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愛

《손 안에 담긴 건축사》

나뭇잎숨결 2009. 1. 5. 00:27

 

 

위대한 건축은 인간이 위대하다는 가장 위대한 증거다

《손 안에 담긴 건축사》는 수막새가 준비한 <손 안에 담긴> 문명사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대중교양서로 문명의 여정을 500여 쪽에 담아내고 있다. 《손 안에 담긴 세계사》가 세계의 역사를 훑고, 《손 안에 담긴 미술관》이 4만여 년 서양미술의 여정을 좇았다면, 《손 안에 담긴 건축사》는 서양건축사의 궤적을 담았다.


인간이 사는 데 필수요소인 의(衣), 식(食), 주(住). 그중에서 인간이 생활하는 공간인 주(住)는 인간이 만드는 것 중에 가장 거대한 창조물 중에 하나다. 인류는 식욕과 성욕 외에도 마치 건설욕이라도 있는 것처럼 끝없이 뭔가를 세우려는 욕구를 보여 왔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진시황의 만리장성과 진시황릉, 이집트 왕조의 피라미드들 등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절대권력을 후대에까지 호통 치듯이 거대한 건축물로 남겼다. 이런 욕구는 현대까지 이어져 경쟁이라도 하듯 높은 빌딩들이 건설되고 있다.


그렇다면 건축은 무엇일까? 공학과 예술이 만나는 하이브리드 장르인 건축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자기 보호와 더불어 자원을 보관하고 나아가 욕망의 구현체로서 꾸준히 외연을 넓히며 확장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건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서양건축의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손 안에 담긴 건축사》는 인류의 출현과 시작된 건축, 특히 서양건축의 역사를 500여 쪽에 담아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반적인 서양건축사 교과서가 아니라, 서양건축 기행과 같은 형식으로 구성한 책이다. 이를 위해 900여 장의 컬러 도판과 친절한 설명으로 일반인들에게 낯선 건축이라는 분야를 쉽게 설명하여 서양건축사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구성 및 특징
1. 컴팩트하게 압축한 서양건축사
기존의 서양건축사 책들이 너무 두꺼워서 갖고 다니며 보기 부담스러웠다면 이 책은 최대한 압축해서 이동성을 높였다. 책 크기를 줄이기 위해 경제적인 글쓰기로 일단 글 양을 줄였다. 그리고 <손 안에 담긴>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손 안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에, 어떤 부분을 펼쳐도 읽는 데 무리 없는 사전식 구조이기도 해서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볼 수 있다.

2. 친절한 서양건축 가이드북
국내 서양건축사 책들이 전문가를 위한 책이 대부분이라면 이 책은 건축을 전공하기 시작한, 또는 교양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과 전혀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끔 눈높이를 낮추었다. 그리고 부록으로 건축용어 설명과 찾아보기를 넣어서 익숙하지 않은 용어를 백과사전을 찾아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3. 보는 즐거움이 있는 서양건축사
건축사 책이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가 3차원적인 건축물을 눈 앞에 생생하게 묘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900여 장의 도판으로 시각적인 자료를 최대한 갖춘 이 책은 현존하는 건축물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은 서양건축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 변화 양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4. 21세기 미래 건축까지
<손 안에 담긴> 시리즈의 미덕인 20세기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20세기 건축을 1945년을 기점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에 거의 소개가 되어 있지 않은 21세기 최신 건축사조의 전개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비교적 업데이트가 늦은 다른 건축사 책보다는 과감하게 현대에 많은 장을 할애하고 또 새로운 건축언어의 전개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5. 사람이 있는 건축
건축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만큼 창조자이자 설계가인 건축가를 이해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위대한 창조자인 건축가의 삶과 그의 영향 등을 알아볼 수 있게끔 지면을 배치했다. 화가로만 알았던 미켈란젤로의 건축물에서 그의 역동적인 미술작품과 같은 특징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6. 건축가별 사전식 구성
전작인 《손 안에 담긴 미술관》처럼 르네상스 이후부터는 건축가별로 정리하는 사전식 구성을 취했다. 미술사에서 르네상스 이후 각 화가가 중요시되듯 건축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건축가의 특징을 잡아주고, 건축가의 이력과 대표 건축물의 도판을 통해 건축사조의 전개를 논하고 주요한 작품들을 정리했다. 또 각 사조의 전개를 장 서두에 두어 특징과 변화, 그리고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7. 그 외의 소소한 즐거움
시대 순으로 배열된 각 장의 페이지박스에 색을 달리해서 시대별로 찾아보기 쉽게끔 세심하게 구성했다. 그리고 베르사유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유명한 건축물은 별면을 잡아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각 사조의 흐름을 연표를 통해 간략화 시켰다.

문명의 랜드마크, 건축
쇠락한 광업도시 빌바오를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끌어올린 것은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미술관이었다. 그라나다에 알함브라 궁전이 없다면 그라나다의 매력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 탑이나 런던의 빅벤, 프라하의 카를 교처럼 건축은 역사의 기념비로 우뚝 서 있다. 한국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을 건축 중에 있다. 이 건물이 어떻게 나올지 현재로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건물이 실체화될 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또 다른 랜드마크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평범하게 보였던 도시의 풍경들에서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부터 최첨단 공법이 적용된 현대의 고층빌딩까지 건축사적 발명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시의 외관을 완성한 현대 건축에 눈뜨게 되고, 모든 아파트가 통조림처럼 똑같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여행을 떠나기 전에 무엇을 보고 올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역시 서양건축사를 통해 유럽문화와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위대하다는 가장 큰 증거인 건축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인류 역사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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