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억울 하세요? 살아갈 날들이 까마득하신가요? 산다는 것이 치욕스러운가요? 아님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발견할 수 없나요? 그럴 때, 사마천의 <사기>을 읽어 보세요. 한무제 때, 1백 30권의 사기를 쓴 사마천은 패장 이능을 변호해 준 일로 궁형(宮刑:일명 腑刑이라 하는데 남근을 거세하는 형벌을 받는다. 그 이유는 남근을 떼어낸 자리의 상처에서 썩은 냄새가 나고 썩은 나무처럼 열매(자식)을 맺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남자 아닌 상태로 되는 것이요, 더 심하게 말한다면 인간이 아닌 존재로 된다는 가혹한 형벌이다. 형법상으로는 사형 다음의 형벌이거니와 그 굴욕은 사형에 비할 바가 아니다)을 당하면서 '삶을 위해 굴욕을 참은 사나이'로 전해집니다. 굴욕때문에 삶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용겁강약(용감한 것과 비겁한 것은 상황의 소산에 지나지 않는다는 손자의 말)'을 산 인물이자, 궁형을 당한 2년 후 대사령을 받아 출감하여, 무제의 중서령 벼슬에 임명됩니다. 치욕을 준 제왕을 위해 가신이 되어야 하는 참담함을 감내합니다. 그는 자신이 당한 치욕을 씹으면서, 인생이란 부침부앙(浮沈俯仰)하는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있어야 할 이유와 자기에게 주어진 길인 역사서술을 통한 '天道'를 끝까지 추구면서, 통사적 관점의 역사서술을 합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뜻을 받드는 것이며 그가 이 세상에 온 목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사기>를 통해 그는 '대저 인간이란 무엇이냐"를 난세의 영웅, 필부필녀를 통해 묻는 것도 그가 겪은 삶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 자신의 와신상담의 심경을 뒷날 <임소령에 답하는 글>에 낱낱이 남깁니다. <사기>를 읽기 전에 읽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사연'에서 나온 유소림, 이주훈 역의 3권짜리 <사기>를 읽는 중입니다. 자녀들에게 <사기>를 읽힌 후에 <삼국지>를 읽히는 것이 객관적 비판능력을 길러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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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사마천(司馬遷)
소경인 임안에게 보내는 답서-사마천(司馬遷)
史公牛馬走(태사공우마주) : 태사
司馬遷再拜言少卿足下(사마천재배언소경족하) : 사마천이 삼가 소경족하에게 재배하며 말씀드립니다
曩者辱賜書(낭자욕사서) : 저번에 외람되이 서신을 보내셔서
敎以順於接物(교이순어접물) : 교우 관계를 신중히 하고
推賢進士爲務(추현진사위무) : 현명한 사람을 추천하는데 힘쓰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意氣懃懃懇懇(의기근근간간) : 말씀이 간곡하셔서
若望僕不相師(약망복불상사) : 제가 따르지 않을 것 같아 원망하시는 듯했는데
而用流俗人之言(이용류속인지언) : 세상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僕非敢如此也(복비감여차야) : 제가 감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僕雖罷駑(복수파노) : 제가 비록 재주는 없으나
亦嘗側聞長者之遺風矣(역상측문장자지유풍의) : 어른들의 유풍을 어렴풋이나마 들었습니다
顧自以爲身殘處穢(고자이위신잔처예) : 그러나 돌아보면 스스로 궁형을 당하고 이름이 더럽혀져
動而見尤(동이견우) : 걸핏하면 허물을 입고
欲益反損(욕익반손) : 잘 하려고 하지만 일을 그르칩니다
是以獨鬱悒而與誰語(시이독울읍이여수어) : 그러니 혼자 수심에 잠길 뿐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諺曰(언왈) : 속담에 이르기를
誰爲爲之(수위위지) :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누구를 위해 일하고
孰令聽之(숙령청지) : 또 누구에게 귀를 기울이겠는가?”라고 했습니다
蓋鍾子期死(개종자기사) : 종자기가 죽자
伯牙終身不復鼓琴(백아종신불복고금) : 백아는 죽을 때까지 거문고를 타지 않았습니다
何則(하칙) : 왜 그랬을까요
士爲知己者用(사위지기자용) :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女爲說己者容(여위열기자용) :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용모를 가꿉니다
若僕大質已虧缺矣(약복대질이휴결의) : 저처럼 몸이 망가지면
雖才懷隨和行若由夷(수재회수화행약유이) : 비록 재능이 수후주나 비화씨벽 같고
終不可以爲榮(종불가이위영) : 행실이 허유 백이처럼 고결히도 끝내 영광스럽지 못하고
適足以見笑而自點耳(적족이견소이자점이) : 다른 사람에게 비웃음 당해 스스로 더럽힐 뿐입니다
書辭宜答(서사의답) : 당신의 서신에 회답을 드려야 했는데
會東從上來(회동종상래) : 공교롭게 임금님을 따라 동쪽에서 장안으로 오게 되고
又迫賤事(우박천사) : 또 잡다한 일도 생겼습니다
相見日淺(상견일천) : 만나 뵐 기회도 적었고
卒卒無須臾之閒(졸졸무수유지한) : 또 매우 바빠 틈을 내어
得竭志意(득갈지의) : 저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없습니다
今少卿抱不測之罪(금소경포불측지죄) : 지금 당신께서 생사가 달린 큰 죄를 지으신지
涉旬月(섭순월) : 한 달이 지나 12월이
迫季冬(박계동) : 가까워졌습니다
僕又薄從上雍(복우박종상옹) : 저는 또 임금님을 모시고 옹지역으로 가게 되어
恐卒然不可爲諱(공졸연불가위휘) : 당신께서 뜻밖에 죽음을 당할까 걱정됩니다
是僕終已不得舒憤懣以曉左右(시복종이불득서분만이효좌우) : 이렇게 되어 저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고민을 끝내 당신에게 알리지 못하면
則長逝者魂魄(칙장서자혼백) : 저 세상으로 간 당신의 혼백에
私恨無窮(사한무궁) : 한없이 유감스러울 것입니다
請略陳固陋(청략진고루) : 이제 저의 비루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闕然久不報(궐연구불보) : 오랫동안 끌어오다가 아제서야 답장하게 되었으니
幸勿爲過(행물위과) : 허물로 여기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僕聞之(복문지) : 제가 듣건대
脩身者(수신자) : 수신이란
智之符也(지지부야) : 지혜가 쌓인 것이고
愛施者(애시자) : 베풀기를 좋아하는 것이
仁之端也(인지단야) : 인의 시작이며
取與者(취여자) : 주고받는 것을 엄격히 하는 것이
義之表也(의지표야) : 의의 표현이고
恥辱者(치욕자) : 수치를 알고 욕된 것을 참는 것이
勇之決也(용지결야) : 용기 있다는 증거이며
立名者(입명자) : 출세하여 세상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行之極也(행지극야) : 행동의 극치라고 들었습니다
士有此五者(사유차오자) : 선비는 이 다섯 가지를 갖추고
然後可以託於世(연후가이탁어세) : 그렇게 된 뒤에 세상에 나갈 수 있고
而列於君子之林矣(이열어군자지림의) : 군자의 행렬에 설 수 있습니다
故禍莫憯於欲利(고화막참어욕리) : 그래서 재앙 중에서 이익을 탐하는 것보다 더 비통한 것이 없고
悲莫痛於傷心(비막통어상심) : 슬픔 중에서 상심하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없으며
行莫醜於辱先(행막추어욕선) : 행동 중에서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이 없고
詬莫大於宮刑(후막대어궁형) : 부끄러움 중에서 궁형을 받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없습니다
刑餘之人(형여지인) : 형을 받은 사람이
無所比數(무소비수) : 보통 사람과 비교될 수 없는 것은
非一世也(비일세야) : 지금 한 세상 뿐이 아니라
所從來遠矣(소종래원의) :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昔衛靈公與雍渠同載(석위령공여옹거동재) : 전에 위나라 영공과 환관인 옹거가 같이 수레를 타고자
孔子適陳(공자적진) : 공자께서 화가 나셔서 위나라를 떠나 진나라로 가셨습니다
商鞅因景監見(상앙인경감견) : 상앙이 환관인 경감의 소개로 진나라 효공을 만나자
趙良寒心(조량한심) : 조량이 상앙을 한심스럽게 생각했었습니다
同子參乘(동자삼승) : 환관인 조담이 문제를 모시고 수레에 오르자
袁絲變色(원사변색) : 원사가 화가 나 안색이 변했습니다
自古而恥之(자고이치지) : 옛날부터 환관을 멸시 했었습니다
夫以中才之人(부이중재지인) : 보통 사람들도
事有關於宦豎(사유관어환수) : 모든 일에 환관이 연관되면
莫不傷氣(막불상기) : 기가 상한다고 여기는데
而況於慷慨之士乎(이황어강개지사호) : 기개 있는 사람이야 어떻겠습니까
如今朝廷雖乏人(여금조정수핍인) : 지금 비록 조정에 인재가 모자라지만
奈何令刀鋸之餘(내하령도거지여) : 궁형을 받은 제가 어떻게
薦天下豪俊哉(천천하호준재) : 천하의 호걸을 천거할 수 있겠습니까
僕賴先人緖業(복뢰선인서업) : 저는 선인이 남기신 공로에 힘입어
得待罪輦轂下(득대죄연곡하) : 경성에서 일을 한 지
二十餘年矣(이십여년의) : 20여 년이 되었습니다
所以自惟(소이자유) :
上之(상지) : 위로는
不能納忠效信(불능납충효신) : 충성과 신의를 다하고
有奇策才力之譽(유기책재력지예) : 훌륭한 책략을 올려 재능이 있다는 이름을 날렸어도
自結明主(자결명주) : 현명하신 임금님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次之(차지) : 다음으로는
又不能拾遺補闕(우불능습유보궐) : 또 잘못을 바로잡고
招賢進能(초현진능) : 현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천거하며
顯巖穴之士(현암혈지사) : 은거하고 있는 훌륭한 선비를 세상에 드러나게 할 수 없습니다
外之(외지) : 대외적으로는
又不能備行伍(우불능비행오) : 군대를 거느리고
攻城野戰(공성야전) : 성을 공격하고 들에서 싸우며
有斬將搴旗之功(유참장건기지공) : 적장의 목을 베고 기를 빼앗는 공로도 세울 수 없습니다
下之(하지) : 아래로는
不能積日累勞(불능적일루로) : 오랜 세월 공을 쌓아서
取尊官厚祿(취존관후록) : 높은 관직이나 후한 봉록을 받아
以爲宗族交遊光寵(이위종족교유광총) : 친척이나 친구들이 영광으로 생각사게 할 수 없습니다
四者無一遂(사자무일수) : 이 네 가지 중에 한 가지도 성취하지 못하고
苟合取容(구합취용) : 남의 비이나 맞추고 영합해서
無所短長之效(무소단장지효) : 아무런 공로도 세우지 못한 것이
可見如此矣(가견여차의) : 이와 같습니다
嚮者(향자) : 전에
僕亦常廁下大夫之列(복역상측하대부지열) : 제가 하대부 서열에 있을 때
陪外廷末議(배외정말의) : 외정 말석에 참여하였습니다
不以此時引維綱(부이차시인유강) : 그때 법도를 바로잡지 못하고
盡思慮(진사려) : 생각도 깊이 하지 못하여
今已虧形(금이휴형) : 지금 몸도 온전하게 보존하지 못하고
爲掃除之隸(위소제지례) : 청소나 하는 노예처럼
在闒茸之中(재탑용지중) : 천한 사람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乃欲仰首伸眉(내욕앙수신미) : 이에 고개를 들고 슬픈 눈썹을 펴고서
論列是非(론열시비) :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不亦輕朝廷(불역경조정) : 이는 조정을 무시하고
羞當世之士邪(수당세지사사) : 당세의 재능 있는 선비를 부끄럽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嗟乎(차호) : 아
嗟乎(차호) : 아,
如僕尙何言哉(여복상하언재) : 저와 같은 천한 사람이
尙何言哉(상하언재) :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且事本末(차사본말) : 게다가 일의 본말도
未易明也(미역명야) : 쉽게 밝혀지는 것이 아닙니다
僕少貧不羈之材(복소빈불기지재) : 젊었을 때 좀 출중한 재응이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長無鄕曲之譽(장무향곡지예) : 그러나 장성하고 난 후로는 시골구석에서도 훌륭한 평판조차 없습니다
主上幸以先人之故(주상행이선인지고) : 다행히 임금께서 저의 선친의 연고로
使得奏薄伎(사득주박기) : 태사의 일을 이어받게 하시어
出入周衛之中(출입주위지중) : 궁중을 출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僕以爲戴盆何以望天(복이위대분하이망천) : 저는 두 일을 겸직해서 할 수 없다고 여기고
故絶賓客之知(고절빈객지지) : 손님과의 왕래도 끊고
亡室家之業(망실가지업) : 집안일도 잊어버렸습니다
日夜思竭其不肖之才力(일야사갈기불초지재력) : 밤낮으로 불초한 능력을 다하고
務一心營職(무일심영직) : 일심으로 자구에 힘써
以求親媚於主上(이구친미어주상) : 임금님을 즐겁게 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而事乃有大謬不然者夫(이사내유대류불연자부) : 그러나 일이 크게 잘못되어 그렇지 못했습니다
夫僕與李陵(부복여이릉) : 저와 이릉은
俱居門下(구거문하) : 같은 같은 시중이었으나
素非能相善也(소비능상선야) : 평소 서로 친하지는 않았습니다
趣舍異路(취사이로) : 서로 자기의 길을 걸어
未嘗銜盃酒(미상함배주) : 일찍이 함께 술을 마시며
接慇懃之餘懽(접은근지여환) : 은근한 기쁨을 나눠 본 적도 없습니다
然僕觀其爲人(연복관기위인) :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릉은 사람됨을 보건데
自守奇士(자수기사) : 비범한 선비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며
事親孝(사친효) : 부모를 극진히 모시며
與士信(여사신) : 사람과 사귐에 신의가 있고
臨財廉(임재렴) : 재물에 임해서 청렴하며
取與義(취여의) : 주고받는 데는 의롭고
分別有讓(분별유양) : 분별함에 겸양이 있고
恭儉下人(공검하인) : 아랫사람에게 공손했습니다
常思奮不顧身(상사분불고신) : 항상 분발해 일을 하고 나라가 어려울 때는 자신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以徇國家之急(이순국가지급) : 국가의 위험함에 군령을 내림은
其素所蓄積也(기소소축적야) : 그것이 평소에 쌓은 바였습니다
僕以爲有國士之風(복이위유국사지풍) : 저는 국사의 위풍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夫人臣出萬死不顧一生之計(부인신출만사불고일생지계) : 무릇 신하된 자는 죽음을 무릅쓰고 인생의 책략을 내어
赴公家之難(부공가지난) : 조정의 어려움에 처하였을 때
斯以奇矣(사이기의) : 비로소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今擧事一不當(금거사일부당) : 지금은 일을 하다가 한 가지만 잘못되어도
而全軀保妻子之臣(이전구보처자지신) : 자신과 처자만 보호하려는 신하들이
隨而媒糱其短(수이매얼기단) : 멋대로 그 잘못을 날조합니다
僕誠私心痛之(복성사심통지) : 정말 속으로 이런 일을 통탄스럽게 생각합니다
且李陵提步卒不滿五千(차이릉제보졸불만오천) : 게다가 이륭은 오천 명도 안되는 보병을 거느리고
深踐戎馬之地(심천융마지지) : 적진 깊숙이 들어가
足歷王庭(족력왕정) : 흉노 군주의 근거지까지 갔으니
垂餌虎口(수이호구) : 이는 먹이를 호랑이 입에 늘어드린 것과 같습니다
橫挑彊胡(횡도강호) : 그렇지만 막강한 오랑캐에게 도전하여
仰億萬之師(앙억만지사) : 수십만 군사를 올려다보고
與單于連戰十有餘日(여단우련전십유여일) : 흉노의 왕과 연이어 10여 일을 싸웠는데
所殺過當(소살과당) : 죽인 적군의 수가
虜救死扶傷不給(로구사부상불급) : 죽은 아군의 수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旃裘之君長咸震怖(전구지군장함진포) : 적군이 사상자를 구하려 오지도 못하자 흉노의 왕이 매우 놀라
乃悉徵其左右賢王(내실징기좌우현왕) : 측근의 현왕을 부르고
擧引弓之人(거인궁지인) : 궁인을 일으켜
一國共攻而圍之(일국공공이위지) : 거국적으로 이릉을 공격하고 포위했습니다
轉鬪千里(전투천리) : 아군은 천리 길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싸우다
矢盡道窮(시진도궁) : 화살도 다 떨어지고 도로도 막히게 되었으며
救兵不至(구병불지) : 구원병이 끊기고
士卒死傷如積(사졸사상여적) : 사상자도 들에 쌓이게 되었습니다
然陵一呼勞(연릉일호로) : 그러나 이릉이 군사들을 큰 소리로 위로하자
軍士無不起(군사무불기) : 모두 분기 하지 않음이 없었어
躬自流涕(궁자류체) : 절로 감격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沬血飮泣(매혈음읍) : 온 얼굴에 피눈물을 뒤집어쓰고
更張空弮(갱장공환) : 소리 죽여 울면서 빈 활을 잡고
冒白刃(모백인) : 시퍼런 칼도 무릅쓰고
北嚮爭死敵者(북향쟁사적자) : 북쪽을 향해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陵未沒時(릉미몰시) : 이릉이 전쟁에서 패배당하지 않은 사실을
使有來報(사유래보) : 사자가 와 보고하자
漢公卿王侯皆奉觴上壽(한공경왕후개봉상상수) : 한나의 공경과 완후가 술잔을 들어 천자께 축하를 드렸습니다
後數日(후수일) : 며칠 후
陵敗書聞(릉패서문) : 이릉이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主上爲之食不甘味(주상위지식불감미) : 천자께서는 식사를 하시기는 하나 맛을 모르시고
聽朝不怡(청조불이) : 조회에 참석하나 기쁜 마음이 없으셨습니다
大臣憂懼(대신우구) : 대신들도 걱정하고 두려워
不知所出(불지소출) :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僕竊不自料其卑賤(복절불자료기비천) : 저는 자신이 비천하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見主上慘愴怛悼(견주상참창달도) : 천자께서 몹시 슬퍼하시는 것을 뵙고
誠欲效其款款之愚(성욕효기관관지우) : 저의 자그마한 충성이나마 다하려 했습니다
以爲李陵素與士大夫絶甘分少(이위이릉소여사대부절감분소) : 이릉은 사대부들과 본래부터 동고동락하여
能得人死力(능득인사력) : 다른 사람들의 사력을 다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雖古之名將不能過也(수고지명장불능과야) : 이런 점은 비록 옛날의 명징이라 할지라도 이릉보다 못합니다
身雖陷敗(신수함패) : 그가 적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彼觀其意(피관기의) : 속뜻을 보건대
且欲得其當而報於漢(차욕득기당이보어한) : 적당한 기회를 기다렸다가 나라에 보답하려 하고 있습니다
事已無可奈何(사이무가내하) : 사태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지만
其所嶊敗(기소최패) : 그가 적을 무찌른 공로는
功亦足以暴於天下矣(공역족이폭어천하의) : 세상에 나타내기에 충분합니다
僕懷欲陳之而未有路(복회욕진지이미유로) : 제가 이러한 생각을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適會召問(적회소문) : 우연히 부르시고 하문하시어
卽以此指推言陵之功(즉이차지추언릉지공) : 이러한 취지에서 이릉의 공로를 말씀드려
欲以廣主上之意(욕이광주상지의) : 천자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塞睚眦之辭(색애자지사) : 원성을 막으려 했지만
未能盡明(미능진명) : 명백히 설명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明主不曉(명주불효) : 천자께서 저의 뜻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시고
以爲僕沮貳師(이위복저이사) : 제가 이사 장군을 모함하고
而爲李陵遊說(이위이릉유설) : 이릉을 위해서 유세한다고 여기시어
遂下於理(수하어리) : 영옥을 맡은 관리에게 저를 넘기셨습니다
拳拳之忠(권권지충) : 간절한 저의 충성심을
終不能自列(종불능자열) : 끝내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因爲誣上(인위무상) : 그래서 천자를 속인다고
卒從吏議(졸종리의) : 여겨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家貧貨賂不足以自贖(가빈화뢰불족이자속) : 집이 가난하여 속죄할 수도 없습니다
交遊莫救(교유막구) : 평소 교제하던 사람들도 구해주려고 하지 않고
左右親近(좌우친근) : 측근에 있던 사람들도
不爲一言(불위일언) : 저를 위해 한마디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身非木石(신비목석) : 제가 목석처럼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닌데
獨與法吏爲伍(독여법리위오) : 옥리와 함께
深幽囹圄之中(심유령어지중) : 깊은 옥중에 갇혀 있으니
誰可告愬者(수가고소자) : 누가 억울하게 겪은 이런 고통을 이야기해 주겠습니까
此眞少卿所親見(차진소경소친견) : 이것은 당신께서 친히 보신 바이니
僕行事豈不然乎(복행사기불연호) : 저의 사정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李陵旣生降(이릉기생강) : 이릉이 살아서 적에게 항복하여
隤其家聲(퇴기가성) : 그 가뭄의 명성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而僕又佴之蠶室(이복우이지잠실) : 저도 궁형을 시행하는 밀실로 불려가
重爲天下觀笑(중위천하관소) : 천하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悲夫(비부) : 슬프고
悲夫(비부) : 슬픕니다 세
事未易一二爲俗人言也(사미이일이위속인언야) : 상 사람들에게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僕之先(복지선) : 저의 선친께서는
非有剖符丹書之功(비유부부단서지공) : 부부나 단서를 가질 만한 공로가 없습니다
文史星歷(문사성력) : 천문·태사·율력과 같은 일을 담당하였는데
近乎卜祝之閒(근호복축지한) : 점치는 일과 비슷합니다
固主上所戲弄(고주상소희롱) : 이러한 일은 본래 천자께서 장난삼아 노시던 것으로
倡優所畜(창우소축) : 광대를 양성하는 것 같아
流俗之所輕也(유속지소경야) : 세상 사람들이 경시하는 것이었습니다
假令僕伏法受誅(가령복복법수주) : 만약 제가 형벌에 복종하여 죽음을 받는다 하더라도
若九牛亡一毛(약구우망일모) : 아홉 마리의 소리에서 털 하나 잃어버리는 것과 같고
與螻蟻何以異(여루의하이이) : 땅강아지나 개미와 같은 미천한 것이 죽는 것과 다름이 무엇이겠습니까
而世又不與能死節者(이세우불여능사절자) : 게다가 사람들은 저를 절개를 지켜 죽은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特以爲智窮罪極(특이위지궁죄극) : 생각이 모자라 죄가 극에 달해
不能自免卒就死耳(불능자면졸취사이) : 마침내 스스로 죽임에 나가 면할 수 없게 되었다고 여길 것입니다
何也(하야) : 왜 그렇겠습니까
素所自樹立使然也(소소자수입사연야) : 평소에 스스로 그렇게 했기 때문입니다
人固有一死(인고유일사) : 사람은 언젠가 한 번은 죽는데
或重於太山(혹중어태산) :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或輕於鴻毛(혹경어홍모) : 어떤 죽음은 기러기 털 하나보다 더 가볍습니다
用之所趨異也(용지소추이야) : 이는 죽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太上不辱先(태상불욕선) : 가장 훌륭한 죽음은 선조를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其次不辱身(기차불욕신) : 그 다음이 자신을 욕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其次不辱理色(기차불욕리색) : 그 다음은 이치에 어긋나거나 얼굴을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其次不辱辭令(기차불욕사령) : 그 다음이 언사에 욕됨이 없게 하는 것입니다
其次詘體受辱(기차굴체수욕) : 그 다음은 무릎을 끊기고 욕 당하는 것이고
其次易服受辱(기차역복수욕) : 그 다음이 죄수복을 입고 욕 당하는 것입니다
其次關木索(기차관목색) : 그 다음이 죄인이 되어 형틀을 쓰고 밧줄로 묶여서
被箠楚受辱(피추초수욕) : 곤장을 맞으며 욕을 당하는 것이고
其次剔毛髮(기차척모발) : 그 다음이 머리를 깎이고
嬰金鐵受辱(영금철수욕) : 목에 쇠사슬을 두르고 맞으며 욕을 당하는 것입니다
其次毁肌膚(기차훼기부) : 그 다음이 살갗을 훼손당하고
斷肢體受辱(단지체수욕) : 몸을 잘리는 욕 당하는 것이고
最下腐刑極矣(최하부형극의) : 가장 나쁜 것이 궁형을 받는 것입니다
傳曰(전왈) : 옛 책에 이르기를
刑不上大夫(형불상대부) : ‘대부에게는 형벌을 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此言士節不可不勉勵也(차언사절불가불면려야) : 이 말은 선비의 절개는 강제로 어쩔 수 없다는 뜻입니다
猛虎在深山(맹호재심산) : 사나운 호랑이가 깊은 산에 있으면
百獸震恐(백수진공) : 모든 짐승이 두려워 떱니다
及在檻穽之中(급재함정지중) : 그러나 우리에 같혀 있게 되면
搖尾而求食(요미이구식) : 꼬리나 흔들며 먹이를 구하게 되는데
積威約之漸也(적위약지점야) : 이것은 굴복 당해 호랑이의 위엄이 점점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故士有畵地爲牢(고사유화지위뢰) : 그래서 선비는 땅 위에다 선을 그어 감옥으로 삼는다 해도
勢不可入(세불가입) : 기개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지 않고
削木爲吏(삭목위리) : 나무를 깎아 법관으로 삼는다 해도
議不可對(의불가대) : 논의 때문에 그 심문을 받지 않는 것이니
定計於鮮也(정계어선야) : 이것은 이미 계획된 것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今交手足(금교수족) : 저는 지금 손발이 묶이고
受木索(수목색) : 머리에는 형구를 쓰고
暴肌膚(폭기부) : 몸을 다 드러내고
受榜箠(수방추) : 채찍을 맞으며
幽於圜牆之中(유어환장지중) : 옥에 갖혀 있게 되었습니다
當此之時(당차지시) : 이러한 때를 당하여
見獄吏則頭槍地(견옥리칙두창지) : 옥리를 보면 머리를 조아리고
視徒隸則正惕息(시도례칙정척식) : 교도관을 보면 놀래어 가슴이 뛰는데
何者(하자) :왜 그렇겠습니까
積威約之勢也(적위약지세야) : 오랫동안 감옥에 갖힌 기세 때문입니다
及以至是(급이지시) :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言不辱者(언불욕자) : 욕 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所謂强顔耳(소위강안이) : 소위 뻔뻔스러운 사람이니
曷足貴乎(갈족귀호) : 어찌 귀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且西伯伯也(차서백백야) : 문왕은 서백으로 계실 때
拘於羑里(구어유리) : 강리에 갇혔었고
李斯相也(이사상야) : 이사는 재상 노릇 할 때
具于五刑(구우오형) : 오형을 받았습니다
淮陰王也(회음왕야) : 회음왕은
受械於陳(수계어진) : 진 지역에서 체포되었고
彭越․張敖(彭越․장오) : 팽월과 장오는
南面稱孤(남면칭고) : 스스로 왕이라고 칭하다가
繫獄抵罪(계옥저죄) : 옥에 같혔습니다
絳侯誅諸呂(강후주제려) : 강후로 봉하여진 주발은
權傾五伯(권경오백) : 여씨 일족을 평정하였으나
囚於請室(수어청실) : 청실에 같히게 되었고
魏其大將也(위기대장야) : 두영은 대장이었으나
衣赭衣(의자의) : 죄인의 옷을 입고
關三木(관삼목) : 몸에는 삼목을 걸치게 되었습니다
季布爲朱家鉗奴(계포위주가겸노) : 계포는 주씨 가문의 목에 칼을 쓴 노예가 되었고
灌夫受辱於居室(관부수욕어거실) : 관부는 감옥에서 욕을 당했습니다
此人皆身至王侯將相(차인개신지왕후장상) : 이분들은 각각 황제·제후·장군·제상에 올라
聲聞鄰國(성문린국) : 이웃나라까지 명성을 떨쳤던 사람들이었습니다
及罪至罔加(급죄지망가) : 그러나 죄를 지어 법에 저촉되었는데도
不能引決自裁(불능인결자재) : 우유부단하여 자결하지 못하고
在塵埃之中(재진애지중) : 세속에서 구차하게 살았습니다
古今一體(고금일체) : 이러한 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것이니
安在其不辱也(안재기불욕야) : 어찌 욕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由此言之(유차언지) : 이로 말하건대
勇怯(용겁) : 용감한 것과 겁이 많은 것은
勢也(세야) : 정세에 좌우되는 것이고
强弱(강약) : 강하고 약한 것은
形也(형야) : 당신의 형세에 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審矣(심의) : 살피건데
何足怪乎(하족괴호) : 이것이 어찌 이상한 일이겠습니까
夫人不能早自裁繩墨之外(부인불능조자재승묵지외) : 범 앞에 서기전에 자결하지 못하고
以稍陵遲(이초릉지) : 우유부단하여
至於鞭箠之間(지어편추지간) : 매를 맞고서
乃欲引節(내욕인절) : 자결하겨고 하니
斯不亦遠乎(사불역원호) : 역시 너무 늦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古人所以重施刑於大夫者(고인소이중시형어대부자) : 옛 사람들이 대부에게 법을 적용할 대 신중을 기했던 까닭은
殆爲此也(태위차야) : 이러한 것을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夫人情莫不貪生惡死(부인정막불탐생악사) : 사람의 마음은 살고 싶어 하고 죽기를 꺼리며
念父母(념부모) : 부모를 생각하고
顧妻子(고처자) : 처자를 돌보게 되어 있습니다
至激於義理者不然(지격어의리자불연) : 그러나 의리에 감동된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乃有所不得已也(내유소불득이야) : 이는 부득이한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今僕不幸(금복불행) : 지금 저는 매우 불행합니다
早失父母(조실부모) : 부모님을 일직 여의고
無兄弟之親(무형제지친) : 형제도 없으며
獨身孤立(독신고립) : 홀로 되 도와줄 사람도 없습니다
少卿視僕於妻子何如哉(소경시복어처자하여재) : 소경께서 보시기에 제가 처자 대하는 것이 어떠합니까
且勇者不必死節(차용자불필사절) : 또 용감한 사람만이 반드시 절개를 지켜 죽을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怯夫慕義(겁부모의) : 유약한 사람도 능히 의를 사모하면
何處不勉焉(하처불면언) : 어찌 힘쓰지 못하하겠습니까
僕雖怯懦(복수겁나) : 제가 비록 겁이 많아
欲苟活(욕구활) : 구차하게 목숨을 유지하고자 하지만
亦頗識去就之分矣(역파식거취지분의) : 또한 생사의 명분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何至自沈溺縲紲之辱哉(하지자심익류설지욕재) : 어찌 스스로 감옥 안에 갇혀 욕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且夫臧獲婢妾(차부장획비첩) : 종이나 옆에서 시중드는 계집도
由能引決(유능인결) : 오리려 자결할 수 있는데
況僕之不得已乎(황복지불득이호) : 어찌 제가 할 수 없겠습니까
所以隱忍苟活(소이은인구활) : 제가 욕됨을 참고 구차히 목숨을 보존하면서
幽於糞土之中而不辭者(유어분토지중이불사자) : 더러운 감옥에 갇혀서도 오히려 사양하지 않은 것은
恨私心有所不盡(한사심유소불진) : 개인적인 생각을 다 표현해 내지 못했고
鄙陋沒世(비루몰세) : 비루하게 죽으면
而文采不表於後世也(이문채불표어후세야) : 후대에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나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古者(고자) : 예전에
富貴而名摩滅(부귀이명마멸) : 부귀하면서도 이름을 내지 못한 인물이
不可勝記(불가승기) : 수없이 많았지만
唯倜儻非常之人稱焉(유척당비상지인칭언) : 뜻이 크고 기개 있는 비범한 인물만이 칭송을 받았습니다
蓋文王拘而演周易(개문왕구이연주역) : 문왕께서 구금되시어 주역을 풀이하셨고
仲尼厄而作春秋(중니액이작춘추) : 공자께서 곤궁하셨을 때 춘추를 저술하셨습니다
屈原放逐(굴원방축) : 굴원은 추방을 당하고서
乃賦離騷(내부이소) : 이소를 지었고
在丘失明(재구실명) : 좌구명은 눈이 먼 후에
厥有國語(궐유국어) : 국어를 편찬했습니다 답답하고
孫子臏脚(손자빈각) : 손자는 다리를 잘린 후에
兵法脩列(병법수열) : 병법을 논했고
不韋遷蜀(불위천촉) : 여불위가 촉으로 쫓겨난 뒤에
世傳呂覽(세전여람) : 여씨춘추가 세상에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韓非囚秦(한비수진) : 한비는 진나라에 갇힌 뒤에
說難孤憤(설난고분) : 세난과 고분을 지었고
詩三百篇(시삼백편) : 시경 300편도
大抵聖賢發憤之所爲作也(대저성현발분지소위작야) : 대개 성현께서 발분하여 지은 것입니다
此人皆意有鬱結(차인개의유울결) : 이러한 분들은 뜻이 있었으나 막혀 답답하고
不得通其道(불득통기도) : 자기의 견해와 도리를 전할 방법이 없어
故述往事(고술왕사) : 지난 일을 서술하여
思來者(사래자) : 후인들을 생각하였습니다
乃如左丘無目(내여좌구무목) : 좌구명은 눈이 멀고
孫子斷足(손자단족) : 손자는 다리를 잘려
終不可用(종불가용) : 끝내 관리로 임용되지 못하자
退而論書策(퇴이논서책) : 물러나 책을 써서
以舒其憤(이서기분) : 마음속의 울분을 풀고
思垂空文以自見(사수공문이자견) :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僕竊不遜(복절불손) : 요즈음 저는 불손하게도
近自託於無能之辭(근자탁어무능지사) : 쓸 줄 모르는 문장에 기탁하여
網羅天下放失舊聞(망라천하방실구문) : 예부터 세상에 전해 내려오는 누락된 이야기를 망라하여
略考其行事(약고기행사) : 간략하게 고증하고
綜其終始(종기종시) : 시작과 결말을 종합하여
稽其成敗興壞之紀(계기성패흥괴지기) : 성공·실패·흥성·쇠망의 이치를 고찰하고자 했습니다
上計軒轅(상계헌원) : 그리하여 위로는 현원에서
下至于玆(하지우자) : 아래로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爲十表(위십표) : 표 10편
本紀十二(본기십이) : 본기 12편
書八章(서팔장) : 서 8장
世家三十(세가삼십) : 세가 30편
列傳七十(열전칠십) : 열전 70편 등
凡百三十篇(범백삼십편) : 도합 130편을 지어
亦欲以究天人之際(역욕이구천인지제) : 천도와 인사의 관계를 궁구하고
通古今之變(통고금지변) : 고금의 변화를 살펴
成一家之言(성일가지언) : 일가의 문장을 이루려 했습니다
草創未就(초창미취) : 그러나 초고를 작성하기도 전에
會遭此禍(회조차화) : 이런 재난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惜其不成(석기불성) : 이 일을 다 완성하지 못한 것을
是以就極刑而無慍色(시이취극형이무온색) : 애비록 극형을 당했으나 노기를 띠지 않은 것은 석히 여겨
僕誠以著此書(복성이저차서) : 제가 이 책을 저술하여
藏諸名山(장제명산) : 명산에 간직해 두었다가
傳之其人(전지기인) : 저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에게 전하여
通邑大都(통읍대도) : 모든 고을과 도시에 알리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則僕償前辱之責(칙복상전욕지책) : 이렇게 되면 제가 이전에 욕됨을 참고 자결하지 않았다는 책망을 보상받게 될 것이다
雖萬被戮(수만피륙) : 비록 수만 번 죽임을 당해도
豈有悔哉(기유회재) : 어찌 후회스러움이 있겠습니까
然此可爲智者道(연차가위지자도) : 그러나 슬기 있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지만
難爲俗人言也(난위속인언야) : 일반 사람에게는 하기 어렵습니다
且負下未易居(차부하미역거) : 또한 죄를 지은 자는 처신하기가 어려우며
下流多謗議(하류다방의) : 천박한 사람은 비방받기가 쉬운 법입니다
僕以口語遇遭此禍(복이구어우조차화) : 제가 말을 삼가지 못하여 이러한 화를 입고
重爲鄕里所戮笑(중위향리소륙소) :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
以汙辱先人(이오욕선인) : 조상을 욕되게 했으니
亦何面目復上父母丘墓乎(역하면목복상부모구묘호) : 무슨 명목으로 부모님의 묘소를 찾아 가겠습니까
雖累百世(수루백세) : 수많은 세월이 흐른다 해도
垢彌甚耳(구미심이) : 수치만 더 심해질 뿐입니다
是以腸一日而九迴(시이장일일이구회) : 이로 인하여 근심스런 마음이 하루에도 수없이 생기고
居則忽忽若有所亡(거칙홀홀약유소망) : 집에 있으면 정신이 몽룡하여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 같으며
出則不知其所往(출칙불지기소왕) : 문을 나서며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모르겠습니다
每念斯恥(매념사치) : 매번 이러한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汗未嘗不發背沾衣也(한미상불발배첨의야) : 등에서 식은땀이 흘려내려 옷을 적십니다
身直爲閨閤之臣(신직위규합지신) : 환관과 같은 신하가 되었으니
寧得自引於深藏岩穴邪(영득자인어심장암혈사) : 어찌 스스로 은거생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故且從俗浮沈(고차종속부심) : 그래서 잠시 세상의 부침과
與時俯仰(여시부앙) : 시대의 파고를 따라
以通其狂惑(이통기광혹) : 행동하며 미치고 어리석은 사람들과 교유하고 있습니다
今少卿乃敎以推賢進士(금소경내교이추현진사) : 지금 소경께서 저에게 현인을 추천하라고 하셨는데
無乃與僕私心刺謬乎(무내여복사심자류호) : 이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과 상반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今雖欲自雕琢曼辭以自飾(금수욕자조탁만사이자식) : 지금 비록 제가 미사여구로 제 자신을 숨다 해도,
無益於俗(무익어속) :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不信(불신) : 사람들도 불신할 것이니
適足取辱耳(적족취욕이) : 도리어 스스로 부끄러움을 취할 뿐입니다
要之(요지) :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死日然後是非乃定(사일연후시비내정) : 죽은 후에나 옳고 그름이 가려질 것입니다
書不能悉意(서불능실의) : 글로써는 저의 생각을 다 쓸 수 없어
略陳固陋(약진고루) : 비루한 생각을 간략하게 적는 바입니다
謹再拜(근재배) : 삼가 재배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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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글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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