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틱스카칼르 / 클레지오[프랑스]

나뭇잎숨결 2008. 10. 9. 21:34

                                                           틱스카칼

 

                                                        /르 클레지오[프랑스] 

 

 대지의 심연에서 올라온 밤의 냉기는 석회질 고원을 단단하게 굳히고 나무뿌리들을 조인다. 바람이 분다. 사막의 바람, 위험을 내포한 동풍이다. 사람들은 집 안에 틀어박혀 나뭇잎 지붕 아래 사이잘삼 해먹 속에 감싸여 있다. 그들은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나 잠자지 않는다. 이곳은 언덕 꼭대기처럼 밤을 응시하며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망을 보는 장소이다.

 

 대지 속의 차가운 숨결 같은 냉기가 우물 입구로부터 올라왔다. 박쥐들이 어둠 속을 날며 맞바람에 소리를 지르면서 옆으로 미끄러지듯 날아간다. 평평한 서쪽지방으로 해가 방금 지고 갑자기 어둠이 지상으로 찾아오면 밤이 시작된다. 밤에는 전쟁이 끝나는가? 첫 전투 이래로 시간은 무척이나 길다. 밤마다 마을들은 표류하면서 제국의 중심으로부터, 유령 샨산타크뤼즈로부터 멀어져 좀더 먼곳으로 뗏목처럼 밀려간다. 숲은 시간이다. 숲은 나뭇가지와 뿌리들을 그렇게 증식시키면서 분리시킨다. 그리고 먼지 낀 길들이 길게 뻗어 있다. 밤이 시작된다.

 

 아직도 하룻밤은 발람나의 회색 돔으로부터 추방되고 있다. 십자가의 신음소리도 더이상 울리지 않을 텅 빈 잔해 같은 발람나는 이제 섬처럼 버림받고 밤 속에 사라졌다. 빛이, 하늘의 타는 듯한 태양이 물러가면 몇몇 마을의 잉걸불만 반짝거리는 이 텅 빈 들판 외엔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 수없이 걷고 피로해진 후 사람들은 오한에 떤다. 부동상태는 끔찍하다. 길은 모두 막혔다. 이제 하늘이 나타난다. 광대하고 검은 하늘에 차가운 별들이 반짝거린다. 나무들 사이로 원 반 같은 하얀 달이 천천히 떠오른다. 바람에 돌들이 달그락거리며 석회질 땅바닥에서 진동 한다. 이곳에 물이라곤 없다. 다만 심한 추위, 차가운 공간뿐이다.

 

 때는 밤, 바다로부터 멀리, 산에서도 멀리, 도시에서도 멀리 떨어진 평평한 지방 한가운데이 다. 밤의 냉기가 찾아들 때 사람들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가 않으며 개들마저 짖다가 그친다. 꼬마들은 홑이불에 싸여 엄마 옆에 딱 붙어 있다. 노인들은 밤을 바라보며 해먹 속에서 몸을 흔들고 있다. 지금은 할말이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할말이 없다. 비밀은 냉기와 어둠 때문에 입 속에 갇혀 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밤에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꿈들도 중단되고 추억도 없다. 추억은 해서 무엇 하나? 이곳은 현재가 군림하는 곳, 지상에서 가장 주의깊은 곳이다. 냉기가 동굴로부터 지상으로 올라온다. 냉기는 마을의 광장으로 퍼지며 숲을 뒤덮는다.

 

 그리고 사물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에워싸며 바람과 달빛과 함께 집집마다 파고든다. 냉기는 또한 해먹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근육들을 수축시키고 입술을 마비시키며 등의 골수를 짓누른다. 태양은 사라졌다. 밤은 무자비하다. 꼼짝하지 않고 두 눈을 크게 뜨고서 울타리 사이로 달빛에 환한 풍경을 바라보며 몇 시간 동안이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만 한다. 이곳에선 잠을 이룰 수 없다. 부재할 수도 없다. 이곳 신들이 시선을 돌려 인간들에게 내어준 세상의 이 부분은 바로 의식의 중심이다.

 

멀리 떨어진 다른 곳, 발라돌리드, 티지민, 펠립카릴로 푸에르도, 쉬트말, 푸에르토 쟈레즈엔 범죄, 모욕, 돈, 흰 궁전들을 소유한 외국인들의 지배, 굶주리고 모욕당한 백성, 시멘트 도시 속에 들끓고 파괴하는 모든 것, 거짓말, 도둑질, 그리고 살인이 있다. 십자가의 권능을 모욕하는 짐승같이 추한 생활, 위증과 불경한 행동이 예사로 일어난다. 이같은 일은 매일같이 일어나지만 한번도 벌은 내리지 않는다. 가뭄은 물의 말씀의 부재이다. 그러나 저 건너쪽에서 물은 연못과 수영장으로 아무 쓸모없이 헛되이 흘러간다. 그리하여 우물 앞에서 십자가는 벙어리가 되고, 책들은 잊혀진다.

 

브라보 장군의 승리, 샨산타크뤼즈 점령, 벨리즈 영국인들의 배신, 메이 장군의 배반, 이런 것들은 기억 속에는 기입되어 있지 않지만 대지의 표면, 도시의 광장들에는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편편한 지방의 중심, 성도의 중앙, 노오크 타티쉬의 집 안에는 마르첼리노 푸트로 불리는 늙은 군인의 무표정하고 거만한 얼굴이 있다. 흙색 얼굴에 깊은 주름살, 넓은 광대뼈, 가장자리가 쳐진 입술, 커다란 매부리코. 묵직하게 보이는 눈꺼풀이 증오도 경멸도 없이, 그러나 노쇠에서 오는 피로가 내비치는 두 눈으로 그는 조용하고 오만한 자신감과 더불어 바라보고 있다.

 

그 얼굴은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는다. 사라져가는 햇빛 속 집 한가운데 그는 군림하고 있다. 그의 먼 시선은 보초들의 집 주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그들의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그로 인해 너무나 많은 낮과 밤이 흘러 제국의 중심, 발람나의 버림받은 범선, 전장, 묘지로부터 서서히 멀어진다. 인간들의 전투는 몇 에이커 안 되는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말씀을 구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옛날 노오크 타티쉬가 크뤼줍 병정들에게 명령할 때, 십자가의 해설가 타타플랜이 마지막 전언을 받아쓸 때 이미 그 말씀을 들었다.

 

그 후 윰폴이짜가 후앙드라 크뤼즈의 말씀을 받아적었다. 그것은 온 지상의, 온 숲의 말씀이며 지하동굴을 흐르는 차가운 물의 말씀이고 망각할 수 없는 생명의 말씀이었다. 그러니 사랑하는 크리스찬들이여, 나는 어린이, 어른 그대들 모두에게 주문한다. 당신들은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이 그날이라는 것을. 옛날에 있었던 전투와 똑같은 방식으로 한번 더 백인들과 싸우기 위해 나의 인디언들이 들고 일어날 해, 그날이라는 것을. 나는 아이나 어른들 당신들 모두에게 주문한다. 내 명령하의 모든 병사들은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영혼에, 그들의 가슴에 그것을 간직할 것을 명령한다.

 

 심지어 그들에게 겨누어진 백인들의 권총 폭발음을 듣고 보게 될 때조차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나쁜 일도 그들에겐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인디언들이 또다시 백인종들과 싸워야 할 그날, 그 시간이 왔으며, 그것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얼굴, 진흙색의, 90년 동안의 태양과 화재에 태워진 땅색깔, 비에 닳고, 허기와 고통에 순화된 진정한 얼굴, 가장 아름답고 가장 평온한 이 얼굴이 마을 중앙에 군림하고 있다.

 

그는 더이상 전쟁터에서 명령하지 못한다. 그의 눈빛은 이제 더이상 복수의 빛은 아니다. 그는 지금 잊혀지고 숲에 의해 따로 분리되었다. 어쩌면 그를 폭력과 도시의 정복자들의 탐욕으로부터 영원히 지워버릴지도 모르는 가까운 밤의 어둠이 짙어진다. 그는 나무들의 고장, 옥수수와 강낭콩밭, 나뭇잎집들, 우물을 통치하고 있다. 그는 마을들, 익스마벤의 아도베 벽돌집들, 세뇨르, 투식, 익스카이쉐의 양철과 바라크집들, 티오수코, 아캄발람, 쟈시의 폐허가 된 궁전들의 진정한 군주이다.

 

무장한 남자들은 더이상 사바나를 돌아다닐 수가 없다. 북쪽에서 남쪽까지 이어진 아스팔트길에는 육중한 트럭들이 윙윙 소리를 내며 질주한다. 먼지길에는 뱀들이 자전거 바퀴 같은 흔적을 남기며 기어간다. 뱀들은 달빛에 쥐와 개구리 사냥을 간다. 그러나 이곳, 평원의 중앙엔 아무 움직임도 없다. 노인의 얼굴은 움직임도 없이, 말도 없이 모든 시간을 지배하고 있다. 그의 이마, 눈, 양쪽 볼에서 의식과 이 땅을 명령하는 힘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 이곳이야말로 바로 지상에서 가장 깨어 있는 곳, 고도의 의식의 장소이다. 의식은 기다리지 않는다. 의식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의식은 지나가는 날들을 붙들지 않는다.밤도 세지 않고, 시간도, 행동도 쌓지 않는다. 그것은 비판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조용히 오만하게 의식이 요구하는 것, 그것은 복수도, 돈도 아니다. 의식은 신들의 욕망과 일치한다. 그것은 오로지 빵과 물만 요구하는 것이다. 지상의 갈증은 몹시 크다. 갈증은 밤이고 낮이고 입술을 마르게 하며 목구멍을 조이고 손가락 끝에 피가 나게 한다. 밭들도 또한 목이 마르다. 갈라지고 틈이 벌어진 땅, 빈 밭고랑으로만 남은 경작지. 도시 주위에 줄기가 가는 나무들이 차가운 공기 속에 어둡게 서 있다. 밤은 흑요석과도 같다.

 

 밤은 거대한 검은빛으로 물도 없이 반짝거린다. 바람이 분다. 그러나 바람은 구름도 안개도 실어오지 않는다. 바람은 바위 고원에 에는 듯한 추위만 실어온다. 공기, 땅, 하늘은 모두 헐벗었다. 다른 곳엔 아마도 강, 호수, 그리고 물과 수포로 가득 찬 수도관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곳에는 몹시 파란 수영장과 따뜻한 욕조, 은행가들과 사이잘삼 상인들의 궁전에 찰랑거리는 투명한 연못, 황소떼를 위한 연한 목초지, 분수, 샘물들이 있다. 다른 곳에는 식탁 위에 언제나 마실 수 있고 항상 채워지는 물잔이 있다. 그러나 이곳, 숲 한가운데에는 노인의 단단하고 부드러운 얼굴이 군림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숲 한가운데에 있는 노인의 기도로 순환하는 물이 탄생한다. 이곳의 물은 쉽게 태어날 줄 모른다. 이곳의 물은 생명처럼 수개월 동안 기도한 후에라야 솟아난다.

 

우리가 그것을 소망하고 욕망해야만, 매일 밤낮을 온몸과 온 정신을 모아 쳐다보며 말한 후에야 솟아나온다. 밤에 늙은 얼굴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끊임없이 말이 솟는다. 인간의 행동과 지상의 삶을 지휘하던 오래 전의 말이 나온다. 아마도 그 시선에 증오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아주 큰 연민만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는 시작에서 종말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선은 밤을 통해 숲의 반대편에서 오는 모든 것, 불타고 있는 마을들, 휩쓸고 간 재배지, 죽은 아이들, 붉은 연기로 뒤덮인 지평선을 모두 보고 있다.

 

 시선은 차가운 밤을 관통하여 멈춘 것을 본다. 패자들의 말은 정복자들의 말보다 훨씬 더 크게 울린다. 그 말은 바람처럼 나뭇잎 사이로 지나가고, 대지의 균열 속에서 움직이며 깊은 우물의 침묵을 뒤흔든다. 어둠 속에서 신음하는 목소리가 다시 말한다. 그 목소리는 그치지 않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물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가 심장에서 분출할 때 물은 하늘에서 흘러 땅으로 스며든다. 그러나 오늘 경비대 마을 주변에 조여진 대지는 차갑다. 마르첼리 노푸트의 얼굴은 돌처럼 단단하다. 주름살은 깊이 패었으며, 피부는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얼음처럼 차다. 십자가의 마지막 보호자, 미완의 전투의 마지막 병사, 마르첼리노 푸트는 잠을 자지 않는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조심스런 남자, 사바나 땅의 관리자, 미래를 아는 남자이다. 그는 또한 옥수수와 우물과 나무를 지키는 자, 보이지 않는 구름이 다가오는 것을 살필 줄 아는 자, 페드로 파스칼 바레라의 마지막 십자가의 말씀을 듣는 자이다. 또한 자기 집안에서 세상의 구석구석으로 통하는 길들을 볼 수 있는 자이다. 이곳은 밤이다.

 

그 얼굴은 공간에게 명령한다. 힘으로 지식으로가 아니라, 단순한 시선만으로 명령한다. 사람들은 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역사는 중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에서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똑같은 호흡을 한다. 식물과 나무들은 같은 리듬에 따라 성장한다. 숲들은 동작을 하고 입술들은 똑같은 말을 한다. 아무것도 멈춘 것은 없다. 과거,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들은 늙고 그리고 죽을 뿐이다. 그러면 속삭여진 말은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전달된다.

 

그 얼굴은 굳어 있고 평온하다. 그의 힘은 어찌나 큰지 외국 말들은 올 수가 없다. 그 말들은 자기들이 있던 곳, 시끄럽고 호들갑스러우며 귀에 거슬리고 쓸모없는 부름으로 남아 있다. 외국인들은 수백만이다. 그들은 권총들을 번쩍번쩍하게 닦고, 자동차 모터들은 붕붕 소리를 낸다. 그들은 자기들의 물을 쉽게 마시고, 식욕도 없이 빵을 먹는다. 그들 패거리들은 쉽게 불어나고, 돈으로 끊임없이 사고, 팔고, 또 산다. 그들의 폭력적인 나라엔 신은 존재하지 않고 또 결코 나타나지도 않는다. 어떻게 신들이 올 수 있겠는가? 하늘은 지붕과 벽으로 땅과 분리되어 있다.

 

이곳의 하늘은 너무나도 광대해서 더이상 땅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평원 위에 하늘은 새까맣고 심오하게 당겨져 있다. 차가운 별들은 움직이지 않는 빛으로 반짝거리고 달은 만월이다. 위로 보이는 밤의 빛은 아름답고도 멀리 느껴진다. 마을의 광장에 있는 집 그림자들은 몹시 까맣다. 아마도 몇 마리의 뱀들이 길을 건너갈 것이고, 보이지 않는 박쥐들은 우물가를 날며 시끄러운 소리를 지를 것이다. 밤은 마치 아주 높은 산꼭대기에 있을 때처럼 조밀하고 차갑다. 병사들은 잠을 자지 않는다. 결코 자지 않는다. 해가 떠오르면 그들은 옥수수 농장으로 일하 러 간다.

 

밤이 되면 그들은 커다란 집 안으로 들어가 십자가 앞에서 타고 있는 양촛불을 바라본다. 그렇잖으면 해먹에 누워 조용히 숨을 쉬며 밤을 응시한다. 아이들은 여자들의 가슴에 달라붙어 있다. 불들이 꺼졌다. 조금 후 달이 나무의 선을 따라 내려오기 시작하면 남자들은 눈꺼풀을 닫는다. 그러나 노인은 혼자 남아 있다.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그의 얼굴로부터 나와 도시 위를 감시하고 있다. 십자가집 문 앞에 경비 두 명이 지팡이에 기대어 서 있다. 그들은 말이 없다.

 

그들은 보초를 서기 위하여 다른 마을에서 왔다. 피로, 추위, 건조함이 그들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노인의 시선만 홀로 추위와 움직이지 않는 별빛과 더불어 밤과 한데 섞이고 있다. 십자가집 주위엔 아무도 없다. 이곳, 이 사막은 땅과 우물과 나무들을 지키는 시선이 태어나 는 곳이다. 전쟁은 끝날 수 없다. 외국인들은 제국을 정복했기 때문이다. 만약 노인이 자기 시선을 굽히고, 보초들이 교회 문에 지팡이를 내려놓는다면, 그리고 남자와 여자들이 잠에 몸을 내맡긴다면, 그러면 아마 하늘엔 항상 구름이 하나도 없을 것이며, 옥수수는 뜨거운 땅에서 타버리고 서쪽으로 지는 해는 앞으론 결코 동쪽에 다시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지상에서 가장 주의깊은 곳, 보초의 중심이다. 물이 올 수 있도록, 그리고 바다 위 하늘에서 물이 태어날 수 있도록, 바람 속에 물이 수로로 흐르며 저수지에서 철철 흘러 크레바스를 통해 땅 밑바닥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후앙드라 크뤼즈의 목소리는 다시 말한다 : 자, 나의 자식들이여, 이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이제 지상에 명령을 내리노니. 왜냐하면 당신들의 마을의 사랑받는 민족이여, 그대들은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주께서 나로 하여금 지상의 창조물인 당신들에게 이야기하도록 정해준 날이다. 나는 그대들에게 그것을, 마을의 사랑받는 민족을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주 앞에 나아갔다. 그대들에게 이야기할 허락을 나에게 더 내리시도록. 왜냐하면 나는 더이상 당신들에게 이야기하지 말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리하겠다. 나의 자식들이여, 왜냐하면 내가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다. 그대들이여, 내가 그대들을 창조하였고, 그대들을 구원하였노라. 내 소중한 피를 그대들을 위해 흘렸기 때문이노라......

 

그대들은 알지 못하는가? 내가 성스런 십자가에 못 박혔었던가, 수많은 천사와 세라핀 천사들에게 인도되었다는 것을. 그러므로 나의 자식들이여, 나는 그대들이 내 명령을 어긴 것을 용서하노라. 왜냐하면 내가 마을의 크리스찬들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주께서 그대들에게 그의 허락과 특별한 배려를 내리시도록 매순간마다 수십만 천사와 세라핀들과 함께 나는 주께서 계신 하늘의 왕국까지 가기 때문이다.

 

 나의 자식들이여 왜냐하면 주께서 일찍이 나에게 말씀하시었노니, 원수는 결코 이기지 못하며, 오로지 십자가들만이 이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내 동지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결코 원수의 손에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가뭄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평평한 대지에, 단단한 바위에, 마르첼리노 푸트의 얼굴에, 수 백만 그루의 불탄 나무들 위에 그러나 물, 자유는 틀림없이 온다. 신들의 피인 그 물은 아이들과 여자들이 마시고 시바의 나무 뿌리들이 마시며, 동물들과 남자들이 마실 수 있도록 반드시 온다. 하늘의 물 속에서 여자와 남자가 혼합되고, 물 속에서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난다. 나트에서 무릎 꿇은 아퓌가 성처녀 익스킥에게 수태시킨다.

 

 그러나 말씀이 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밤의 침묵은 평원 위에 군림하고, 검은 하늘은 텅 빈 제국이다. 지상 위에 생명을 붙잡아두려면 수많은 말씀, 수많은 기도가 필요하다. 자기집 한가운데에 있는 노인의 얼굴에서 시선은 약해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 얼굴에서 나와야만 한다. 교회 안의 하얀옷을 입힌 거대한 십자가 앞에서 코펄(copal)이 계속 불타야만 한다. 십자가로 이어지는 것은 먼지의 길은 아니다. 그것은 시선의 길, 옛 제국에 울리던 말들의 기억, 외국인들의 무기와 대포에 맞서 마을 남자들을 봉기시켰던 불타는 말들의 기억이다.

 

해석자 윰폴이짜는 계속해서 샨산타크뤼즈에 있는 후앙드라 크뤼즈의 말들을 받아쓴다 : 자, 그러므로 나의 크리스찬들이여, 마을의 아들들이여, 그대들의 가슴속에 나의 계명을 간직하라. 왜냐하면 나의 자식들이여, 나 자신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끊임없이 길을 떠나고, 내 목과 배는 꺼지지 않는 갈증으로 메말랐노라. 그대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는 유카탄을 지나 계속 길을 가기 때문이다...... 말들은 꺼지지 않았다.

 

그 말들은 사막에, 어두운 숲속에, 옥수수밭 위에, 우물 입구에서 계속해서 진동하고 있다. 밤에는 그 말들이 새카만 하늘 한가운데서 소리없이 반짝거리고 희미하고 머나먼 이상한 섬광으로 지상을 비춘다. 말들은 또한 사람이다. 사바나를 지나 도망을 가는 자, 가시나무 문을 꼭 닫는 자, 발자취를 분리시키는 자, 마지막 수확물에 불을 지르는 사람들이다. 이 폐허와 무덤들 외에 더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그때 이 말들은 얼굴들 속으로 들어가고 입술들은 다시 닫힌다. 이 말들은 나무 둥지 속으로 들어가 단단한 껍질은 그 상처 위를 꽉 아물게 한다.

 

 말들은 그 말들이 나온 물의 마지막 피난처인 우물 쪽으로 되돌아간다. 지평선 너머, 아주 먼 공간 끝으로 그 말들은 숨어버려, 그 누구도 그 말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시선들만이 아직 말을 한다. 시선은 고정되고 강하다. 시선은 사람이 태어난 장소를 버리지 않는다. 시선은 더이상 증오도, 복수도 알지 못한다. 시선은 물의 원천을 향해, 미래를 향해 돌아간다. 떨어져 사는 자들은 기도한다. 떨어져 사는 자들은 외롭다. 그러나 그러나 그것은 숨기 위해서도, 자기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 순수하기 위해서이다. 저 너머 상인들의 도시, 그곳 남자들은 연약하고 거칠다.

 

그들의 눈은 탐욕으로 번쩍거린다. 그러나 매일 찾아오는 태양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빛, 그림자, 물, 바람도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떨어져 사는 자들은 도망간 자들이 아니다. 나무들이 단단한 땅에 뿌리를 박고 있듯 그들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주위의 외국인들은 가버리거나, 소탕되거나, 끌려간다. 떨어져 사는 자들, 그들은 눈을 감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들 시선의 생명을 보존했다. 그러나 그들 주위의 외국인들은 잠을 잤다. 전쟁이 끝난 지금, 패배자들은 어디 있는가? 사람들은 대지를 닮고, 나무들과 비슷해졌다. 남자들의 피부는 땅 색깔이고, 여자들의 살은 옥수수 색이다. 빵과 물만으로 사는 자들은 절대로 패배당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도 아니고, 외국 땅에 행사하는 권력도 아니다. 그들은 다만 고집스레 그렇게 시선과 말의 힘만으로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의 질서를 추구할 뿐이다. 떨어져 사는 자들은 자기들 나라에 공허가 파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밤이 오는 것을 보았고, 침묵을 확인했다. 그들 시선의 힘은 이 장소에서 그것들을 모두 붙잡아두었다. 그러나 그들 주위의 세계는 나약하고 죽음을 면할 수 없다. 분리시키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나무들, 바다이다. 이곳은 승리의 장소, 조용하고 항구적인 진실의 승리가 있는 곳이다. 이곳엔 더이상 말도, 생각도 없으며, 신들도, 법도 없다. 있는 것은 모든 손들의 동작, 몸의 움직임, 이 시선들이다. 매일 햇빛은 옥수수 밭과 나뭇잎 지붕, 먼지길들을 비춘다. 매일 밤 추위는 우물 입구로부터 나와 돌들을 타닥거리게 한다.

 

 이곳에 다른 기도는 없다. 그리하여 지평선 저쪽에서 천천히 미끄러지면서 물로 팽창한 구름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떨어져 사는 자들은 계속 말씀을 듣는다. 말씀은 지하에 파인 회랑 속에 울려퍼진다. 이제 이 말은 더이상 증오의 말이 아니다 : 이것은 다만 자유의 말들, 한번도 패배하지 않는 자들을 위한 자유의 말이다 : 사랑하는 나의 크리스찬들이여, 마을의 아들들이여, 그대들에게 해야 할 말이 아직 더 있다. 그대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무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대들 모두는 나를 볼 수 있다. 모든 어린이나 어른들, 어른들이라고 이름 붙여진 자들 모두 나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주께서 나를 부자들 편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주께서 나를 장군들 편에 두지 않았고, 지휘관들 편에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주께서 나를 돈이 많은 자들과 함께 두지 않았고, 자기들이 고상하고 능력있다고 말하고 믿는 자들과도 함께 두지 않았으며 가난한 자, 불쌍한 자들 곁에 두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는 가난한 자, 나의 주인이 불쌍히 여기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

 

 왜냐하면 나에게 베푸는 자는 자기 재산이 불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 자라는 것이 바로 신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여기 또다른 신이 있는가 나에게 말하라, 왜냐하면 나는 하늘과 땅의 주인이며 모든 인간들이 다 나의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밤은 멈추고 빛이 또다시 부드럽게 천천히 나타날 수도 있다. 밤의 냉기는 땅속으로 되돌아가고 그림자들은 먼지 낀 땅바닥 위로 점점 더 커진다. 고정된 시선은 공간과 시간을 관통한다. 별빛과도 같은 그 시선은 아름다운 빛과 결합한다. 십자가집 앞에는 지친 두 보초가 지팡이를 내려놓고 잠잘 피난처를 찾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아무 일도. 밝은 하늘엔 구름 한점 없다. 미동도 않는 나무들 위로 해가 솟아 하늘 꼭대기를 향해 소리없이 올라간다. 여전히 추운 광장엔 여자들이 우물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출처 :"아드랜찌크"의 밤 원문보기 글쓴이 : 레르몬또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