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나뭇잎숨결 2008. 9. 28. 08:26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에 들어 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 덩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 하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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