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바다/황금찬 7월의 바다 -황금찬 아침 바다엔밤새 물새가 그려 놓고 간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싸늘한 소라껍질을 주워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바다의 꿈이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문득 나비가 되어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나비를 쫓아간다.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 시(詩)와 詩魂 2024.06.30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이해인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7월은 나에게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하얗게 피었다가질 때는 고요히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나는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닌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어쩌면 마지막으로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우리의 삶 자체가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하얀 치자꽃 한 송이당신께 보내는 오늘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시(詩)와 詩魂 2024.06.30
7월/목필균 7월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돌아선 반환점에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피어난 잎새도 기울면중년의 머리카락처럼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견딜 수 없는 햇살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시(詩)와 詩魂 2024.06.30
7 월 / 허 연 백련지 칠 월 / 허 연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 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 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 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시(詩)와 詩魂 202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