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초혼(招魂)/김소월

나뭇잎숨결 2007. 11. 8. 07:19

 

 

 

 

 초혼(招魂)

 


                    

- 金素月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