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그리운 죄 / 고재종

나뭇잎숨결 2024. 3. 31. 13:59

 

그리운 죄

고재종

산아래 사는 내가

산 속에 사는 너를 만나러

숫눈 수북이 덮힌 산길을 오르니

산수유 고 열매 빨간 것들이

아직도 옹송옹송 싸리울을 밝히고 서 있는

네 토담집 아궁이엔 장작불 이글거리고

너는 토끼 거두러 가고 없고

곰 같은 네 아내만 지게문을 빼꼼이 열고

들어와 몸 녹이슈! 한다면

내 생의 생생한 뿌리가 불끈 일어선들

그 어찌 뜨거운 죄 아니랴

포르릉 ,어치가 날며 흩어놓은

눈꽃의 길을 또한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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