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그 희고 둥근 세계 / 고재종

나뭇잎숨결 2024. 3. 31. 13:58

 

그 희고 둥근 세계

고재종

나 힐끗 보았네

냇갈에서 목욕하는 여자들을

구름 낀 달밤이었지

구름 터진 사이로

언뜻, 달의 얼굴 내민 순간

물푸레나무 잎새가

얼른, 달의 얼굴 가리는 순간

나 힐끗 보았네

그 희고 둥근 여자들의

그 희고 풍성한

모든 목숨과 神出의 고향을

내 마음의 천둥 번개 쳐서는

세상 일체를 감전시키는 순간

때마침 어디 딴 세상에서인 듯한

풍덩거리는 여자들의

참을 수 없는 키들거림이여

때마침 어디 마을에선

훅, 끼치는 밤꽃 향기가

밀려왔던가 말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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