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광채 /고재종

나뭇잎숨결 2024. 3. 31. 13:57

광채

고재종

석모도 방죽, 그 아득한 억새 밭에 섰더니

일몰에 젖은 네 눈동자는

되레 무슨 깊고 푸른 수만 리로 일렁거렸다

억새 때문만도 아니게 길 하나 보이지 않고

내 눈은 내 눈동자를 보지 못할 때

네 눈동자에서 터져 나오는 광채는

저 수평선까지를 황홍(黃紅)으로 물들여놓곤

되레 넌 깊고 푸른 네 심연으로 잦아들었다

억새꽃 금발들이 하염없이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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