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꽃의 권력 / 고재종

나뭇잎숨결 2024. 3. 31. 14:01

 

꽃의 권력

고재종

꽃을 꽃이라고 가만 불러 보면

눈앞에 이는

홍색 자색 연분홍 물결

꽃이 꽃이라서 가만 코에 대 보면

물큰, 향기는 알 수도 없이 해독된다

꽃 속에 번개가 있고

번개는 영영

찰나의 황홀을 각인하는데

꽃 핀 처녀들의 얼굴에서

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벌 나비가 먼저 알고

담 너머 大鵬도 다 아는 일이어서

나는 이미 난 길들의 지도를 버리고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꽃의 권력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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