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帛書)

[성모 승천 대축일]2023년 8월 15일 화요일

나뭇잎숨결 2023. 8. 13. 10:15

 

남마리안나수녀님께서, 감사합니다.

 

남마리안나 수녀님께서, 감사합니다

 

 

 

[1]2023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내리길 기원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인 광복절이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께 들어 올림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항상 주님의 뜻에 일치하시며 우리를 위해 늘 하느님께 전구하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도 성모님처럼 그리스도의 완전한 영광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고 있다는 희망의 표지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으시고 그 뜻에 따라 성실하게 사셨기에 우리들의 모범이 되십니다. 자녀들이 그 어머니를 닮으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도 교회의 자녀로서 교회의 어머니를 닮고 따르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받으신 천상의 영광은 장차 우리도 받게 될 영광을 미리 보여 주는 것이므로 우리에게는 언제나 희망의 기쁜 소식이 됩니다.

 

성모님의 일생은 고통과 시련의 삶이었습니다. 성모님은 아드님 예수님을  잉태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역경과 수난을 이겨내셔야 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아들 예수님을 품에 안은 어머니의 슬픔과 아픔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험난한 길을 가시면서도 끝까지 성모님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셨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의 전구에 의탁하며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신앙이란 인간의 생각과 판단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하느님의 역사(役事)하심을 믿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고 전합니다. 마리아는 태중에 예수님을 잉태한 몸으로 서둘러 위험한 산길을 걸어가 엘리사벳을 만납니다. 성모님의 방문은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이루어진 결단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늘 이웃을 돕는 모습이셨고, 겸손하셨고, 결단력 있으며, 실제 투신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풍습에 비추어 보면 마리아는 십대의 어린 소녀였을 것입니다. 이 위험 가득한 여정 동안 마리아는 성령의 인도를 체험하셨고, ‘구세주의 어머니께서 이렇게 직접 찾아오시다니요.’ 하면서 반기는 엘리사벳과 만남을 통해 더욱 확실한 성령의 체험을 하셨습니다. 이는 마리아에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괴롭혔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점차 약화되어 일상을 되찾고 있음은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팬데믹으로 빈익빈 부익부의 차이가 더 심화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환경문제, 빈곤, 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눈에 띄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저는 8월 초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파티마에서 멀지 않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이루어진 WYD(세계청년대회)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세계청년대회가 청소년과 청년 사목에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올 사목적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한자리에서 함께 가톨릭 신앙을 고백하며, 하느님 체험을 깊이 한다는 것이 각자에게도, 또 교회 공동체에도 커다란 은총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깊은 하느님 체험 안에서 우리 모두의 어려움을 돌아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성모님의 자기희생의 모범을 본받고, ‘정직성’의 회복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히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우리 교회도 스스로를 성찰하며,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의 역할을 더 겸손하게 실행해야겠습니다. 교회는 많은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과 더 적극적으로 함께함으로써 성모님께서 기쁜 소식을 전하신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빛과 희망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명하시고, 기쁜 소식을 전하신 성모님의 승천을 기념하며 세상을 변화시킬 커다란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고귀한 가치에 희망을 두고,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평화의 도구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삶이야말로 신앙의 본질인 선교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 분야에서 하느님 체험을 널리 전하는 기쁜 소식의 선포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가오시고 이끌어 주시는 놀라운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잊지 않도록 알려주시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십니다. 

 

성모 승천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나가도록 우리의 어머니,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전구를 청합시다. 특별히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 민족이 분단의 대결 속에서 생겨난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고, 화해와 평화를 이루어 온 겨레가 함께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합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2] ​성모승천대축일 교의의 기원과 의미

 

 

 

-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 광주대교구

 

 

교회력에서 우리가 지내는 성모께 대한 여러 축일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감명 깊고, 으뜸가는 축일은 ‘마리아의 영화로우신 승천’을 기리는 날인 8월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은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이신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지상 생애를 마친 다음 육신과 영혼이 함께 천상 영광으로 하늘로 들어 올려진 것’을 기념하는 날로서, 과거 한국교회에서는 성모 승천을 ‘몽소승천’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하늘에 올라가신 예수 승천(Ascension)과 달리 하느님에 의해 ‘올림을 받음’(Assumption 피승천)을 구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이날을 의무대축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모 승천’ 교의 어떻게 탄생했나?

 

 

사실 신약성서와 초대교회 문헌에도 성모 마리아의 육신과 영혼의 승천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없습니다. 요한복음 19장 26~27절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사도 요한이 마리아를 모신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으나 어디에서 생을 마쳤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무덤의 소재나 유해에 대한 기록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성모 승천에 대해 밝힌 인물은 살라미스의 주교 에피파니오(315~403)로 알려지며, 서방교회에 성모 승천 교의가 공식화된 것은 투르의 그레고리오(538~594)에 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성모 승천의 신학적 근거가 세워진 것은 8~9세기경 아우구스티노의 서한에 의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후 대 알베르토(1296~1280),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 보나벤투라(1217~1274), 교황 베네딕토 14세(1740~1758)에 의해 성모 승천 교의가 재확인 되었습니다.

 

1854년 12월8일 발표된 교황 비오 9세의 교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으로부터 확정된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는 성모 승천 교의를 선포하는데 보다 큰 밑 배경이 돼었습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가톨릭 세계 모든 주교들의 만장일치로 마침내 1950년 11월1일 회칙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통해 ‘성모 승천 교의’를 반포하기에 이릅니다(“원죄 없으신 천주의 모친 평생 동정 마리아께서 지상생활을 마치신 후에 영혼과 육신을 갖고서 천상 영광에로 올림을 받으셨다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교리임을 선언하고 선포하며 정의하는 바이다.”). 이 부분에서 성모 승천에 관한 교의가 교황이 주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신자들 건의와 청원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성모 승천과 관련 “티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 조금도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으며 지상 생활을 마치신 후에 영혼과 육신이 천상 영광으로 부르심을 받으시어 주님으로부터 천지의 모후로 추대 받으셨습니다. 이로써 마리아는 다스리는 자들의 주님이시며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자이신 당신 아드님을 더욱 완전히 닮게 되셨다.”(교회헌장 59항)고 천명했습니다.

 

 

8월15일이 공식적으로 축일로 기념된 것은 조베날레 주교(422~458) 시대에 예루살렘 근처 카티스마에 세운 마리아 성지의 봉헌 기념일, ‘하느님의 어머니’ 축일이 8월15일이었던 데서 유래됐다고 봅니다. 교황 니콜라오 1세(858~867)는 부활 대축일, 성탄 대축일, 성령 강림 대축일과 같이 성모 승천을 대축일로 기념하도록 했습니다.

 

 

성모님께서 승천하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교부들과 여러 학자들이 강조하듯이, 성모 승천을 대축일로 기념하는 것은 복되신 동정마리아의 육신이 부패를 벗어났다는 것만이 아니라 성모님이 당신 외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죽음을 이기시고 천상 영광을 얻으셨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성 제르마누스는 “천주의 모친이 되시고 동정 육신의 거룩함을 지니신 성모 마리아께서 그 육신이 부패되지 않으시고 또 승천하신 것은 마땅한 일”이며, “온전히 거룩하시며 온전히 정결하시고 온전히 하느님의 거처가 되시는 마리아의 육신은 무덤의 부패를 모르고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시면서 불사불멸의 빛 속에서 변모되어 새롭고도 영광스러운 생명을 얻어 온전한 해방과 온전한 생명을 마땅히 누리셔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옛 저자는 “우리의 구세주이시고 하느님이시며 생명과 불사불멸을 베푸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영광스러운 모친께 생명을 되돌려 주시고 모친으로 하여금 당신 육신을 불사불멸에 참여케 하시며, 죽음에서 부활하게 하시고, 당신께로 취하여 승천하게 하셨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는 그리스도만이 알고 계시다.”라고 한 기록이 있습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성모 마리아의 복되심’을 기념합니다. 인류 역사 안에서 영혼뿐만 아니라 육신이 승천한 분은 그리스도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뿐이십니다. 예수님과 같이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로 오름을 기리는 승천의 특전은 바로 성모 마리아의 복되심을 명확히 밝혀줍니다.

 

 

2) ‘마리아의 동정의 몸과 흠 없는 영혼이 누리는 영광’을 기념한다. 원죄 물듦 없이 세상에 태어나셨고 동정녀로서 아기 예수님을 자신의 태중에 모셨으며, 이를 세상에 낳으신 후에도 변함없는 동정을 지니신 티 없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성모 승천 교의를 통해 명백하고 합당한 것으로 증명된 것입니다.

 

 

3) 성모님이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하고, 그리스도를 완전히 닮으심‘을 기념합니다.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하셨고, 모든 점에서 그리스도를 완벽하게 닮으셨으니 승천하신 그리스도를 닮음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당연한 결과임을 강조합니다.

 

 

4) ‘우리도 성모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상기하게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며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자리하길 바랍니다. 이런 희망을 이룬 첫 번째 인간은 마리아이십니다. 성모 마리아의 승천은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교회의 모상인 성모님이 하늘에 올림 받음을 보면서 “마리아 안에서 완성될 구원의 업적을 보고 희망을 갖는다.” 즉 성모님과 같은 유한한 인성만을 지닌 우리 보통 사람들도 예수님을 굳게 믿고 따른다면 성모님처럼 승천하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함으로 떨고 우리 인류에게 너무나도 큰 기쁜 희망의 등대 역할을 합니다.(“예수의 모친은 천상에서 이미 영혼과 육신으로 영광을 누리고 계심으로써 후세에 완성될 교회의 모상이며 시작이 되신다.”[교회헌장 68항])

 

​‘성모 승천 대축일’의 기쁨은 7일 후 ‘여왕이신 복되신 동정 성 마리아 기념일’에서 계속됩니다. 이 기념일에는 영원하신 왕 곁에 좌정하신 엄위로운 여왕 마리아께서 어머니로서의 전구도 계속하심을 기념합니다.

 

 
 
 
 
 

 

 

 

[3]성모 영면 성당은 마리아의 무덤?

 

 

 

성모 마리아의 빈 무덤은 성모 승천을 기념하는 상징이 됐다. 성모 마리아의 석관이 있는 성모 영면 성당 외부 모습. 교회는 8월 15일을 성모 승천 대축일로 성대하게 지낸다. 성모 승천은 마리아에 대한 교의(敎義) 중 하나다. 교의는 성경이나 성전(聖傳)에 기초를 둔 믿을 교리를 말한다. 그런데 이스라엘 성지순례 순례지 중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성모 영면 성당’이다. 영원히 잠든 성모와 하늘로 오른 성모. 도저히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이 사실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 성모 영면 성당은 마리아의 무덤?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온산. 최후의 만찬 성당 옆에는 성모 영면 성당이 있다. 시계탑과 원뿔형 지붕, 지붕을 둘러싼 네 개의 작은 탑이 인상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의 웅장한 성당이다. 성당 순례자들이 반드시 찾는 곳은 바로 성당 내부의 석관이다. 석관에는 실제 사람 크기로 두 손을 모은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의 마리아가 조각돼 있다. 그렇다면 이 석관 안에 마리아의 시신이 있는 것일까.

 

석관 속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예루살렘의 동쪽 올리브산 근처에는 ‘마리아의 무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터키 성지순례를 한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터키 에페소의 ‘성모님의 집’ 역시 마리아가 지상에서의 마지막을 지낸 곳이라고 전해지는 장소다. 이제 앞서 물은 질문의 답을 해보자면, 석관 속은 비어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은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을 통해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시어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는 지상 생활의 여정을 마치시고 육신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으셨다”고 선언한다.(59항) 마리아의 승천이란 영혼만이 아니라 육신까지도 하늘로 들어 올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리아의 빈 무덤은 하늘로 올라간 마리아의 육신이 지상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성모 승천을 기념하는 상징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승천’이 아닌 ‘영면’이란 단어를 사용했을까. 성모 영면(Dormitio)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알기 위해선 4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에 이미 ‘성모 승천’에 관한 믿음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신자들은 8월 15일을 ‘하느님의 어머니’ 축일로 삼고 있었다. 이 즈음의 신자들 사이에는 마리아의 마지막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퍼져 있었다. 마리아가 무덤으로 옮겨지던 중 살아나 승천했다거나, 죽은 지 3일 후에 부활해 승천했다거나, 살아있는 중에 승천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 시기가 예수님의 승천 3일 후, 50일 후라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그런데 순교자나 성인들이 사망한 날을 축일로 삼아 기념하는 관습이 생기자 6세기경에는 ‘하느님의 어머니’ 축일의 이름도 ‘성모 영면 축일’로 변하게 됐다. 이때 ‘성모 영면’이라는 말이 정착됐고, 마리아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장소에 ‘영면’이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것이다. 이후 7세기에는 ‘성모 영면 축일’이 서방 교회의 축일표에도 포함됐는데, 이때 ‘성모 승천’을 기념하는 날로 이름이 다시 바뀌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모 영면 성당 내부에 있는 석관. 잠든 모습의 성모 마리아가 조각돼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우리의 믿음, 성모 승천

 

공식적으로 성모 승천 교의가 선포된 것은 1950년 11월 1일 비오 12세 교황의 교황령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통해서다. 신자들이 성모 승천을 믿은 것은 70여 년 밖에 되지 않는 것 아닌가하는 오해를 할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실상은 반대다.

 

비록 교의로 선포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교부들과 신학자들도 성모 승천을 가르쳤고 신자들 역시 성모 승천을 믿어왔다. 그리고 제1차 바티칸공의회에 참석한 추기경들을 필두로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성모 승천을 교의로 선포해 줄 것을 교황청에 청원한 것도 교의 선포의 계기가 됐다.

 

비오 12세 교황도 교황령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선포하면서 다마스커스의 성 요한, 콘스탄티노플의 제르마노 등 교부들이 성경을 바탕으로 가르친 내용을 인용했다. 성경은 성모 영면도, 성모 승천도 직접 묘사하지 않지만, 성모 승천 교의를 뒷받침해준다. 비오 12세 교황은 성경의 내용을 들어 ▲마리아가 아들 그리스도와 내밀하게 결합되고 그분의 운명에 항상 참여했고 ▲계명을 완전하게 준수하시는 그리스도는 어머니인 마리아를 공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모 승천의 근거를 설명했다.

 

교의신학자로서 「마리아-은총의 어머니」를 저술한 조규만 주교는 “예수가 참으로 그리스도라는 것을 믿을 수 있고,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고, 나자렛 마리아가 예수의 어머니라는 것을 믿을 수 있다면 성모 마리아 승천을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수 부활을 믿을 수 있고, 육신의 부활을 믿을 수 있다면 성모 마리아의 승천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주교는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믿을 수 있고 올바른 선택을 믿을 수 있다면 성모님에게 부여된 모든 특권을 믿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우리의 희망, 성모 승천

 

그렇기에 주님 승천(Ascensio)과 성모 승천(Assumptio)은 구별된다. 성모 승천은 마리아가 원죄 없는 동정녀로서 그리스도를 낳고 기르고 평생 그리스도를 따른 사람이었기에, 그토록 특별하게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이었기에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하게 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스스로 하늘로 오르셨지만,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해 하느님께 들어 올림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성모 승천을 ‘부르심을 받은 승천’이라는 의미로 몽소승천(蒙召昇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인 마리아가 들어 올림을 받았다는 것, 즉 승천했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따르고 있는 우리 역시 승천할 수 있다는 희망의 표징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권고 「마리아 공경」을 통해 “성모 승천 대축일은 마리아의 완전하심과 복되심, 동정의 몸과 흠없는 영혼이 누리시는 영광 그리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완전히 닮음을 기념하는 축제일”이라며 “따라서 이날은 교회와 전 인류에게 종국적인 희망이 실현됨을 보여주는 이미지와 위로의 증거를 나타내는 축일, 즉 ‘같은 피와 살을 지니신’ 그리스도께서 형제로 삼아주신 모든 이들이 마침내 이 충만한 영광을 누리게 될 것임을 기뻐하는 축일”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마리아가 이미 승천했다는 사실은 마리아가 천상에서 우리를 위해 돕고 있다는 것도 말해준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에서 “마리아는 ‘이미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기’ 때문에 구세주의 중개에 종속된 당신의 중재를 통해 특별한 방식으로 지상의 나그네인 교회가 모든 성인의 종말론적 천상 실재에 결합하도록 도와주신다”고 가르쳤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4] 예수 그리스도가 하늘에 오른 뒤 성모 마리아는 어디로 가셨을까.

 

 

 

성경은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행방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마리아가 예루살렘의 어느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했다(사도 1,14 참조)는 기록이 끝이다. 하지만 행방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있다. 예수는 숨을 거두기 직전 한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이른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 성경학자들은 그 제자가 요한 사도라는 전승에 동의한다.

 

마리아의 행방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승이 유력하다.

 

하나는 예루살렘에서 아들이 걸은 십자가의 길을 매일 걸으며 여생을 보내다가 사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永眠)에 들었다는 것이다. 올리브 산 근처에 성모 마리아 무덤 교회가 있다. 오늘날까지 동방정교회가 관리하고 있다. 예루살렘에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 영면 교회라고 불리는 성당이 하나 더 있다. 성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이 지키는 이 성당은 마리아가 승천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성당 이름이 ‘도르미시오 베아테’(Dormitio Beatae)인데, 우리말로 ‘복된 잠’이란 뜻이다.

 

바오로 사도의 선교지 터키 에페소에서도 행적을 더듬을 수 있다. 에페소는 431년 공의회가 열렸을 정도로 그리스도교가 번창했던 도시다.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 고대 유적지 앞산 남서쪽 능선에 성모 마리아의 집이 있다. 마리아와 요한 사도는 박해를 피해 이곳에 와서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전승은 오랜 세월 이슬람 통치 하에서 묻혀 있었다.

 

하지만 4세기 이전의 교부들 글에서조차 마리아의 생애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기 힘든 점은 이상하다. 왜 그리스도의 어머니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김광수 신부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박해 속에서 생존과 복음 선포에 집중하느라 겨를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내일 먹을 식량조차 없는 집에서, 당장 살해 위협을 받는 사람(박해시대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갈 수 있겠는가. 초기 교회는 살아남는 것, 그래서 기쁜 소식을 만방에 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부활과 복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모님 임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다.”(「마리아 이야기」 208쪽)

 

에페소 성모의 집을 발견한 경위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독일의 가타리나 엠메릭크(1774~1824) 수녀는 전신마비로 꼼짝 못 하고 있던 12년 동안 성모의 생애와 발현을 포함해 성모에 관한 환시를 여러 번 체험했다. 성모가 여생을 보낸 집과 주변 지형까지 상세히 구술한 내용을 묶은 책이 「동정 마리아의 생애」다.

 

에페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의료 선교하던 마리에 그랑세이라는 수녀가 이 책의 번역본을 읽었다. 마리에 수녀는 동료들과 책에 서술된 성모의 집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1891년 지금의 집터를 발견했다. 고고학자들은 “1세기 집터에 4세기쯤 교회를 건축했던 유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성 요한 23세 교황이 1961년 이곳을 순례지로 선포했다.

 

가톨릭교회는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이신 하느님의 어머니가 지상 생애를 마친 다음 육신과 영혼이 함께 천상 영광으로 들어 올려졌다고 믿는다. 비오 12세 교황이 1950년 성모 승천 교리를 믿을 교리로 선포했다. 이 교리는 20세기에 갑자기 굳어진 것이 아니다. 4세기 그리스 살라미스의 에피파니우스 주교가 승천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이후 숱한 신앙 고백과 신학적 연구가 뒤따랐다. 이런 논의와 믿음이 무르익어 정착됐다. 성모 승천은 그리스도처럼 스스로 하늘로 올라간 것(라틴어 ascensio)이 아니라 주님에 의해 불려 올려진 것(assumptio)이다. 한국에서는 이를 구별하기 위해 옛날에 성모몽소(蒙召)승천이라고 표기했다. 부름(召)을 받았다(蒙)는 뜻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5]프란치스코 교황 성모승천대축일 강론(2014년방한)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온 교회와 일치하여, 우리는 성모님께서 육신과 영혼을 지니신 채 천국의 영광 안으로 올라가신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의 승천은 하느님의 자녀이며 그리스도의 지체인 우리들의 숙명을 보여 줍니다.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님처럼, 우리도 또한 죄와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승리에 온전히 동참하도록, 그리고 주님의 영원한 나라를 주님과 함께 다스리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제1독서에서 선포된, "태양을 입고…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묵시 12,1)이라는 "큰 표징"은 하느님이신 아드님 곁에 영광스럽게 앉으신 마리아를 바라보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또한 부활하신 주님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앞에 열어 놓으시는 미래를 알아보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한국인들은 그 역사적인 경험에 비춰 이 국가의 역사와 민족의 삶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모님의 사랑과 전구를 인식하면서, 전통적으로 이 대축일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는, 새로운 아담이신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시어 죄와 종살이의 왕국을 무너뜨리시고, 자유와 생명의 나라를 여셨다는 성 바오로 사도의 말씀(1코린 15,24-25 참조)을 들었습니다. 참된 자유는 아버지의 뜻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있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 마리아에게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단순히 죄에서 벗어나는 일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영적으로 세상의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자유입니다. 하느님과 형제자매들을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자유이며, 그리스도의 나라가 오기를 기다리는 기쁨이 가득한 희망 안에서 살아가는 자유입니다.


오늘 하늘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면서, 우리는 또한 한국 교회의 어머니이신 그분께 간청합니다.

 

세례 때에 우리가 받은 존엄한 자유에 충실하도록 우리를 도와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하느님의 계획대로 세상을 변모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이끌어 주시도록 간청합니다.

 

또한 이 나라의 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빕니다.

 

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빕니다.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그 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하여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대축일을 거행하면서, 우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교회와 일치하여 우리 희망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바라봅니다.


'성모의 노래'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비로운 약속을 결코 잊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루카 1,54-55 참고).
성모 마리아께서는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이기에 복되십니다.
그분 안에서, 하느님의 모든 약속은 진실하게 드러났습니다.
영광 속에 앉으신 성모님께서는 우리들의 희망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 주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희망은 "우리 생명을 위한 안전하고 견고한 닻과 같아"(히브 6,19 참조) 그리스도께서 영광 속에 앉으신 곳에 닿게 합니다. 이 희망은,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복음이 제시하는 이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입니다. 이러한 절망이 얼마나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까!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이런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은총을 청합시다.


우리가 하느님 자녀들의 자유를 누리며 기뻐할 수 있도록, 그 자유를 지혜롭게 사용하여 형제자매를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다스림이 곧 섬김인 영원한 나라에서 완성될 바로 그 희망의 표징으로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성모님의 은총을 간청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