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선운사에서/최영미

나뭇잎숨결 2020. 8. 16. 22:14

선운사에서/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