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길이 다하다/김사인

나뭇잎숨결 2020. 8. 16. 22:16

길이 다하다

 

-김사인

풀 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저 야윈 실핏줄들

빗방울 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이미 저질러진 일들이여

완성된 실수여

아무리 애써도 남의 것만 같은

저 납빛의 두꺼운 하늘

잠시 사랑했던 이름들

이제 나에게 어떤 몸이 용납될 것인가

설움에 눌린 발바닥과 무릎뼈는

어느 달빛에 하얗게 마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