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나뭇잎숨결 2020. 8. 9. 21:23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 곳에 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