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컷)

나뭇잎숨결 2020. 2. 21. 15:10



1863년 《병원 스케치》라는 첫 성공작을 발표한 후 필명으로 소설을 출시하던 루이자 메이 올컷은 1867년 출판업자에게 ‘소녀들의 이야기’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듬해 올컷의 부친 역시 그런 소설을 써보라고 권하자, 올컷은 “이런 종류의 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써보기는 하겠다”며 집필을 시작했다. 올컷 집안 네 자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토대로 탄생한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올컷은 작가로서의 확신과 재정적인 안정을 확보했다. 당시 유행한 ‘소녀문학’은 여성의 자주적인 생활이나 모험보다는 유순함과 결혼, 순종을 장려하는 것이었으나, 《작은 아씨들》은 여성 작가 특유의 유머와 절제된 묘사로 새로운 여성 인물을 부각시킨 덕분에 전 세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후대의 여성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설이 되었다.

당시 여성 작가들이 주로 집필했던 ‘가정소설’에 속하기도 하는 이 작품은 당시의 남성적이고 가부장적 문학 전통 아래에서 “분석의 여지가 없다”라며 무시당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중요한 여성 문학으로 재조명되면서, 심리적 유대 관계를 중요시하는 모계적 전통과 이성적인 질서를 강조하는 부계적 전통의 통합을 시도한 소설이라고 새롭게 평가받았다. 남성의 문학적 전통을 19세기 여성의 경험에 맞게 각색하는 성과를 거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자신이 “우리의 진짜 삶을 보여주는 단순하고 진실한 책”이라고 평한 이 소설은 어린 여성들을 위한 성장소설이자 사실주의적 여성 문학으로 세대를 거듭해 읽히고 있다.


마치 집안의 네 명의 딸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각자 개성이 뚜렷한 소녀들이다. 아버지가 남북전쟁 참전으로 집을 비운 사이, 네 사람은 어머니와 가정부인 한나와 함께 생활을 꾸려간다. 이웃 저택에 사는 로렌스 노인과 그 손자인 로리와 우정을 쌓아가며, 네 사람은 여러 가지 생활 속 사건들과 인간관계를 겪어가며 부쩍 성장한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성홍열에 걸린 베스를 간호하며 메그와 조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고비를 넘겨 베스가 회복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오자, 로리의 가정교사이자 마치 부부를 전장에서 성심껏 돕던 존 브룩이 메그에게 청혼하며 1부가 마무리된다.

2부에서 네 사람은 성장하여 바깥 세상으로 나간다. 메그는 존 브룩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조는 신문과 잡지에 소설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경력을 쌓아나간다. 에이미는 숙모 부부를 따라 유럽을 여행하게 된다. 에이미가 집을 비운 사이 베스가 우울해하자 조는 베스가 로리를 사랑하는 줄 오해하고 가정교사 자리를 구해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에서 독일 출신의 프레데리크 바에르 교수를 만나는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돌아온 조에게 로리가 청혼하지만 조는 거절한다.

조는 베스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좌절하지만 베스는 가족과 마음을 나누다 편안히 세상을 떠난다. 한편 로렌스 노인의 권유로 유럽으로 떠난 로리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한 에이미를 만나 새롭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이 결혼하여 돌아오자 프레데리크 바에르 교수가 마치 가를 방문하고, 자신이 바에르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조는 그와 결혼하게 된다. 1년 후 조는 숙모 할머니의 저택을 물려받아 프레데리크와 함께 가난한 소년들을 위한 학교를 연다.

작품 속 명문장

“그들은 앞으로 불평하지 말고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을 누리면서 살자고 다짐했지. 지금 존재하는 행복을 눈치채지 못하면 그마저도 사라질지 모른다며 말이야.”
《작은 아씨들》, 펭귄클래식코리아
노신사가 그려진 멋진 초상화 앞에 서 있을 때 문이 다시 열렸고, 조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씩씩하게 말했다.

“너희 할아버지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젠 확실해졌어. 눈빛이 다정하신걸. 입매는 엄격하지만 의지가 굉장히 강하실 것 같아. 우리 할아버지보다야 못생겼지만 너희 할아버지도 좋아.”

“그거 고맙구려, 아가씨.”

조의 뒤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스럽게도 그곳에 로렌스 씨가 서 계셨다.
《작은 아씨들》, 펭귄클래식코리아
“평생 조 언니를 사랑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하지만 그 일로 자신을 망치지는 마. 원하는 것 한 가지를 가질 수 없다고 인생의 수많은 선물을 내던지는 건 나쁜 짓이니까. 자, 내 쓴소리는 여기까지야.”
《작은 아씨들》, 펭귄클래식코리아

등장인물

메그(마가렛)

자매들 중 맏이로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가정교사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 타고난 미인으로 사교계의 부유함을 선망하기도 하지만, 허영심을 버리고 존 브룩과 결혼한다.

조(조세핀)

둘째인 조는 성격이 활달해 말괄량이라고 불리며 글쓰기에 특출한 재능이 있다. 숙모 할머니의 저택을 방문해 시중을 들거나 간병을 하고 있다. 10대 중반 신문에 작품을 투고해 채택된 뒤 차츰 출판 경력을 쌓게 된다.

베스(엘리자베스)

셋째 베스는 온화하고 자상한 성격으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너무나 수줍은 성격 탓에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피아노와 뜨개질, 인형을 벗 삼아 지낸다. 가장 사랑하는 언니 조의 간호를 받으며 세상을 떠난다.

에이미

자매 중 막내로 그림에 재능이 있으며 허영심이 있는 편이지만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한다. 유럽 사교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어릴 적 친구인 로리와 결혼하게 된다.

제임스 로렌스

부유한 사업가로 마치 가와 이웃한 저택에 살고 있다. 조의 활약으로 마치 가와 친분을 나누게 된다.

로리(시어도어) 로렌스

로렌스의 손자로 무도회에서 우연히 조를 만나 친해진다. 네 자매와 항상 가깝게 지내며 도움을 주고받는데, 쭉 조를 사랑해 왔다고 고백하지만 거절당한 후 에이미에게 새로운 사랑을 느낀다.

프레데리크 바에르

베를린 출신의 학자로 미국으로 이주해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 하숙집에 살 때 가정교사로 온 조를 만나 독일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준다.

존 브룩

로리의 가정교사로, 마치 가 자매와도 자연스레 친분을 나누게 되어 메그에게 구혼한다. 메그와 결혼한 후에는 로렌스의 소개로 회계사로 일한다.

작가 소개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 1832. 11. 29. ~ 1888. 3. 6.)

183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저먼타운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저명한 초월주의 사상가이자 사회 개혁가인 브론슨 올컷이었고, 어머니 애바 메이 올컷은 상상력이 풍부한 여인이었다. 올컷은 아버지에게 교육을 받으며 아버지와 친분이 깊은 에머슨, 호손, 파커, 소로 등의 영향을 받았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느질과 교습, 남의 집 가사, 글쓰기 등 여러 가지 일을 했으며, 1862년 남북전쟁 중에는 자원입대하여 북군 병원에서 간호병으로 지냈다.

1863년 참전 경험을 소재로 집필한 《병원 스케치》를 발표한 올컷은 소설가로서 첫 성공을 거둔다. 1863년부터 1869년까지는 고딕 로맨스와 스릴러 작품들을 익명이나 필명으로 발표했지만, 본격적인 명성은 《작은 아씨들》을 발표하면서부터 얻었다. 이후 《작은 아씨들》의 인기에 힘입어 《구식 소녀》, 《작은 신사들》, 《여덟 명의 사촌들》, 《로즈의 행복》, 《조의 아이들》 등의 어린이 문학과 《우울》, 《일》 등 성인 문학을 펴냈다. 생의 말년까지 여성 참정권 운동과 금주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올컷은 1888년 보스턴에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