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메리 톨마운틴

나뭇잎숨결 2015. 2. 20. 07:50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메리 톨마운틴

 

 

소코야, 하고 나는 불렀다
주름살투성이 속
검은 연못 같은
그녀의 지혜로운 눈을 들여다보며...

아타바스카어에서는
서로 헤어질 때 뭐라고 해요?
작별에 해당하는 말이 뭐예요?

바람에 그을린 그녀의 얼굴 위로
언뜻 마음의 잔물결이 지나갔다
'아, 없어.' 하고 말하며
그녀는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냥 '틀라아' 하고 말하지
그것은 또 만나자는 뜻이야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아
너의 입이 너의 가슴에
작별의 말을 하는 적이 있니?

그녀는 초롱꽃이나 되는 것처럼
가만히 나를 만졌다
헤어지면 서로 잊게 된단다
그러면 보잘것없는 존재가 돼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쓰지 않아

우리는 늘 네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단다
돌아오지 않으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단다

 

 

옮긴 이 류시화----------------

 



'소코야'는 아타바스카어로 '이모'를 뜻합니다. 아타바스카어는 북미 원주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군으로, 알래스카어와 아파치족어 등 같은 계통의 30개의 언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의 눌라토 마을에서 원주민 어머니와 아일랜드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메리 톨마운틴(높은 산 메리 1918-1994)은 어려서 고아가 되어 백인 의사 집안에 입양되었으나 양부모마저 곧 세상을 떠났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시와 단편소설들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거친 도시 생활의 고독감을 표현한 그녀는 어느덧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으며 퓰리처 상을 수상했습니다. 만년에는 알래스카 오지 마을들에서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쳤습니다.

오랫동안 떠나 있다가 어린 시절의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메리 톨마운틴의 늙은 이모가 그녀에게 말합니다. 우리의 언어에는 '작별'을 의미하는 단어가 없다고. 그 대신 우리는 '또 만나!' 하고 말한다고. 살아 있든 죽어 있든 영원한 작별은 없으며 꼭 다시 만나게 된다고.

이것으로 '아침의 시'를 마칩니다. 100편의 시를 소개하면서 저의 내면도 성장하고 깊어졌습니다. 다만 번역이 미흡하지 않았는가, 해설이 시를 해치지 않았는가 염려스럽습니다. 날마다 긴 글 읽어 주시고 답글 달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세상에는 작별이 없음을 압니다. 아주 헤어지면 우리는 그만큼 작은 존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봄이 오면 우리는 새로운 선물을 들고 다시 만날 것이고,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을 것입니다.

저는 보름 후에 인도로 떠납니다. 인도에서도 헤어질 때 '피르 밀렝게!'라고 말합니다. '다시 만나자'는 뜻입니다.
가끔 소식 전하겠습니다.
피르 밀렝게!
 

 

 

                                                                                                                     

                                        출처: 류시화시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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