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나뭇잎숨결 2009. 2. 5. 08:25

 

그 여자와 그의 사랑의 패턴-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행위 그러고 나서 잠시 같이 누워 있기' 

 

아름다운 것은 때론 볼온하고 치명적이다. 금기는 우리에게 욕망의 불을 당긴다. 경계를 넘는 아슬아슬한 사랑의 얘기를 듣고 싶어한 것은 우리안에 금기에 대한 본능이 잠재하기 때문이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와 김진규의 <달을 먹다>는 위반의 사랑 이야기다. 그것이 사랑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왜 그런 치명적이고 불온한 사랑에 속수무책으로 주인공들은 빠져들고, 우리는 그 불온한 이야기를 숨죽여 듣고 있는가?이다. 목숨을 걸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세헤레쟈드가 우리 안에서 어스렁대며 돌아다니기 때문일까?

 

 

 

 

 

 

작가 슐링크는 "내가 진정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은 (독일의) 전쟁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 간의 관계, 그 세대 차이에 대한 메타포"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빼어난 문학이 그렇듯 < 책 읽어주는 남자 > 도 작가의 의도를 훨씬 뛰어넘어, 겹겹의 메타포로 독자들에게 인간과 역사를 보는 가슴을 열어주는 책이다.

 

 

 

 

 

 

책표지를 클릭하시면 창을 닫습니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그리고 그녀와 이야기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었다."


"내 나이 열다섯이던 해에 나는 간염에 걸렸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녀의 무덤 앞에 선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로 끝난다.

 

열다섯 살 소년 미하엘은 길을 가던 중 간염으로 인해 심한 구토를 일으키고 우연히 소년을 지켜 본 서른여섯의 여인 한나의 도움을 받게 된다. 미하엘은 감사 인사를 하러 그녀를 다시 찾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며 세상에 밝힐 수 없는 비밀스런 연인이 된다. 미하엘과 관계를 가지기 전 "꼬마야, 꼬마야, 내 꼬마야. 책 좀 읽어줘."라고 말하는 한나.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행위 그러고 나서 잠시 같이 누워 있기.' 어느 새 이것이 두 사람 만남의 의식이 되어 간다. 《오디세이》 《에밀리아 갈로티》 《간계와 사랑》 등 미하엘이 한나에게 읽어주는 책의 수는 늘어가고, 사랑이 깊어 갈수록 한나의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남겨진 소년 미하엘은 한나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진정이었는지, 반대로 자신에 대한 한나의 사랑 역시 진정이었는지에 대한 지울 수 없는 마음의 불신을 갖게 된다.


8년 후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된 미하엘은 법정에서 나치 전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나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미하엘은 한나가 필사적으로 숨겨온 충격적인 비밀을 알아차리게 된다. 미하엘은 그 비밀이 한나의 죄를 경감 시켜줄 것을 알면서도 세상에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끝내 한나는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후 법학자로서 살아가며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미하엘은 한나를 지켜주지 못한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밤마다 카세트테이프에 책을 녹음하기 시작한다. 그 카세트테이프는 감옥에 있는 한나에게 전달되고 이 새로운 의식은 한나가 사면될 때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마침내 사면되던 날 아침 한나는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녀가 남긴 유품들을 정리하던 미하엘은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실린 신문 기사를 발견하고 눈물을 삼킨다. 한나는 그와의 첫 만남 후로 한 번도 그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서 내쫓지도 손에서 놓지도 않았던 것이다.


1999년 2월 <오프리 윈프리 쇼>의 '북 클럽' 코너에서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를 소개할 당시 토론 참가자들 사이에 가장 논쟁이 되었던 문제는 열다섯 소년 미하엘과 서른여섯의 성숙한 여인 한나 사이의 사랑이 과연 사랑이냐, 성적 학대냐 하는 문제였다. 스튜디오에 나와 이 질문을 받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를 언급하는 것은 오직 미국에서만 있는 현상이라며,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의 독자들에게서는 한 번도 그와 같은 질문을 들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하엘과 한나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은 전쟁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 간의 관계와 세대 차이였다고, 미하엘과 한나의 관계는 소위 '68세대'라고 불리는 신진 세대와 구세대 간의 관계에 대한 메타포라고 설명했다.


사랑과 나치의 시대사,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밑바닥에 자리 잡은 인간의 자존심과 약점의 문제가 이 소설의 내적인 근간을 이룬다. 따라서 미하엘과 한나의 사랑은 슐링크의 설명처럼 보다 높은 차원을 향한 알레고리적 요소를 담고 있다. 사랑과 죄의식, 이해와 유죄판결, 그리움과 수치와 분노라는 상반되는 감정이 주인공의 마음을 끝까지 괴롭히는 모티프로 남아 있는데,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철학적인 차원으로까지 상승한다.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 때문에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으로서 살인을 저지르고, 게다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까지 뒤집어쓴 한나는 어찌 보면 전쟁에 이용당하고 유린당한 한 개인에 지나지 않는다. 법의 이름으로 그녀를 심판하고 그녀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며 손가락질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역시 그녀가 저지른 죄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사실 한나에게 손가락질을 해야 했지만 한나에게 향한 손가락질은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던 것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선택했다."라던 미하엘의 말처럼 말이다.


개인사적인 사랑 이야기와 정치적인 갈등, 그리고 심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 등 인간사의 복잡한 양상이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전개되는 이 소설은 미하엘과 한나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진 죄와 책임의 문제를 통해 진정한 과거사의 청산이란 무엇인지 조용히 묻고 있다. 

 
"그 전에 내게 책을 읽어다오, 꼬마야"


독일의 법학자이자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64)의 소설 < 책 읽어주는 남자> 1950년대 독일의 한 소도시, 열 다섯 살에 자신을 "꼬마야"라고 부르던 서른 여섯 살 여자를 만난 소년은 그때부터 성인이 되어간다. 이후 35년 세월에 걸쳐 성숙과 운명, 나치와 전쟁범죄, 과거사와 단죄, 죄의식과 수치의 가슴 먹먹한 드라마가 이 길지않은 소설에 펼쳐진다.

그 여인 한나는 꼬마 미하엘을 침대로 이끌기 전에 늘 책을 읽어달라고 요구한다. 책 읽어주기는 사랑에 앞선 하나의 의식(儀式)이 된다. 하지만 한나는 어느 날 책 읽어줄 것을 요구하지 않은 채 미하엘을 안은 후 사라져버린다.

7년 여가 지나 법대생이 된 미하엘이 그녀를 우연히 다시 본 것은 재판정에서였다. 2차 대전 중 지멘스의 평범한 직원이던 스물 두 살의 한나가 나치 친위대에 들어가 유대인수용소의 여자감시원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 혐의였다. 판사에게 "재판장님 같으면 그때 어떻게 했겠습니까" 묻던 한나는, 범죄 관련 보고서를 자신이 썼다고 거짓으로 진술한 뒤 종신형을 받는다. 미하엘은 그 보고서가 한나가 쓴 것이 아님을, 그녀가 문맹이었다는 것을,그녀가 왜 자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는지를 알게 된다.

한나가 감옥에 있던 18년 동안 미하엘은 책을 읽은 테이프들을 그녀에게 보내주고,사면된 한나가 출소하기 하루 전날 비로소 그녀를 만난다. "꼬마야, 너 무척 컸구나." 한나는 이튿날 자살하고 만다. 21년 나이 차이가 나는 남녀의 부적절한 욕망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듯하던 소설은 어느새 시대와 인간의 자존심, 보다 높은 차원의 사랑 이야기로 승화한다.

 

* 책을 사니 수첩이 들어 있다. ㅎㅎ


--------------------- 3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책 읽어 주는 남자>의 스틸컷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등으로 알려진 스티븐 달드리 감독, 케이트 윈슬렛, 랄프 파인즈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2009년 3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촬영상 등 5개 부문과 영국아카데미상(BAFTA)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도 출품 선정되었다. 또한 케이트 윈슬렛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로 전미방송비평가협회상, 골든글로브, 시카코비평가협회상, 라스베가스비평가협회상 등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작품의 완성도만큼이나 영화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원작자인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처음부터 케이트 윈슬렛을 한나로 점찍었으나 케이트 윈슬렛은 당시〈레볼루셔너리 로드>를 촬영하고 있어 그 제의를 거절했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디 아워스〉에서 함께 작업한 니콜 키드먼에게 역을 맡겼고 영화는 촬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니콜 키드먼이 임신을 하는 바람에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기가 힘들게 되었고, 마침 〈 레볼루셔너리 로드〉 촬영을 마치고 쉬고 있던 케이트 윈슬렛에게 다시 한나 역이 돌아가게 되었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 어린 미하엘 역인 데이비드 크로스는 처음 촬영을 시작할 당시 미성년자였다. 제작진들은 영화가 공개되었을 때 닥칠 후 폭풍을 염려 하여 영화에 등장하는 섹스 장면을 크로스가 18세가 되던 생일에 급히 촬영했다. 그러나 영화 시사회 후 많은 관객들과 평론가들이 우려했던 장면들에 대해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것임을 지적했다. 이에 케이트 윈슬렛은 "엄청나게 상처받았다..... 이 소년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며 결코 아동 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치명적이고 볼온한 사랑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면 김진규의 <달을 먹다>를 권한다.

읽고 있는 중이라 다음에 노트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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