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지구의 생태 역사와 인류의 사회경제사를 함께 다룬 최초의 종합적 환경 역사서
20세기 초 진작부터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총체적인 경제 활동이 주변 환경에 기이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연어는 더 이상 화학물질로 찌든 하천을 거슬러 상류로 이동하지 않았다. 공업지대를 휘감은 공기는 화석연료의 연소로 발생한 검댕들로 더러워졌고 바람을 타고 멀리 시골에까지 퍼져나갔다. 스모그는 매년 수천 명의 도시인들에게 호흡기 질환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환경 파괴의 원인으로 이미 1900년대에 다음의 두 가지 요소가 지적되었다. 첫째는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로, 과거 400만 년 동안 지극히 완만했던 인구 성장이 18세기에 이르러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급속한 증가 추세가 꺾일 기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둘째 원인은 1760년대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주에너지원이 생물체[나무]에서 무생물체[화석연료]로 대체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전 세계 지성인들의 앞에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는 지난 세기에 진행된 환경 변화의 규모와 그로 말미암은 악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좀더 정확히 인식하는 일이다. 둘째는 우리 인간들의 총체적이고 무모한 활동으로 끔찍한 결과가 초래되기 전에 문제를 현명하게 풀 수 있는 인류의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이 책에서 맥닐 교수는 20세기를 꼼꼼히 성찰하고 먼저 환경 변화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해 제시했으며, 이어서 그 변화에 어떻게 적절히 대처할지에 대해 놀라운 식견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제1부에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권역들―암권, 토양권, 대기권, 수권, 생물권 등―에 인류가 미친 영향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제2부에서는 저자가 진정으로 관심을 가졌던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 사이의 상호관계를 검토한다.
인류는 처음 지상에 출현했을 때부터 주위 환경을 오염시키고 변모시켰다. 불을 사용하면서 고의든 과실이든 초원과 삼림을 불태웠으며 사냥을 일삼아서 일부 동물종을 멸종 위기에 빠뜨리고 경작을 하면서 토질을 망쳤던 적도 무수히 많았다. 인구가 증가하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런 환경 훼손의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처음 시작되었던 18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환경오염과 환경 훼손은 일부 한정된 지역에서 발생하는 국지적인 현상에 그쳤으며, 이후에 빚어진 지역적·범지역적 환경 파괴의 규모와 비교할 때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1500년 전 세계가 생산한 [1990년 달러 기준] 연간 GDP는 약 2400억 달러 정도였다. 1820년에는 그 수치가 6950억 달러로 늘어나서 1500년 대비 2.9배가 증가했고, 1900년에는 약 2조 달러에 이르러 1500년 대비 8.3배로 증가했다. 그런데 1900년 2조 달러에 불과했던 전 세계 GDP가 불과 50년 후인 1950년에는 5조 달러를 가볍게 넘어섰으며 다시 세기말에 이르면 30조 달러에 이르렀다. 1900년대부터 시작해서 불과 한 세기 동안에 무려 15배나 불어난 것이다.
이런 급속한 경제 성장은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진행되었는데, 1500년경 4억~5억 명으로 추산되었던 인구가 1820년에 두 배로 증가한 10억 명에 이르렀다. 1900년 16억 명을 기록했으며 20세기 말에는 거의 60억 명에 근접하게 되었다. 불과 한 세기 동안 거의 네 배나 더 불어났으니 환경에 미치는 압력 역시 그만큼 가중되었을 것이다.
또한 인류 문명의 발전은 에너지 사용을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동력용 에너지원의 역사는 인간 근육, 가축..., 풍력과 수력의 시대를 거쳐서 산업혁명과 함께 석탄의 시대를 열었으며, 20세기에 들어서는 석유와 원자력의 시대를 불러왔다. 맥닐 교수에 따르면 인류는 20세기 100년 동안에 그 이전 1000년 동안 사용했던 에너지를 다 합친 것보다 무려 10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20세기는 이처럼 불과 한 세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GDP는 무려 14배, 인구는 4배, 에너지 사용량은 13배나 증대시켰다. 세계 각국은 그처럼 갑자기 불어난 인구를 제대로 먹여 살리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복지와 물질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을 것이다. 20세기 들어서 전례 없이 환경오염이 심화되었던 것은 바로 이런 국가 간의 경쟁이 강조된 때문이기도 했다.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그리고 에너지 사용의 급증은 20세기 심각한 환경오염의 빌미가 되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만약 경제 개발과 인구 증가, 에너지 사용에 비례해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증대되었다고 한다면 20세기의 인류는 그야말로 온통 환경오염과 환경 파괴의 늪에서 허우적거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맥닐 교수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20세기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인류는 20세기의 전반 50년 동안 심각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을 경험했지만 대부분 선진국들은 그 피해를 무난히 극복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대도시 대기오염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로, 그리고 공업단지 대기오염의 선두주자로 각각 널리 알려졌던 런던과 피츠버그는 1950년대부터 대기질이 급속히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 도시들은 석탄 대신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종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획기적인 대기질 개선에 성공했다. 두 지역 모두에서 도시의 탈집중화가 진행되고 자동차의 품질 개선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획기적으로 저감되었다는 점도 크게 기여했다. 비단 런던과 피츠버그뿐만이 아니라 도쿄, 오사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들과 영국의 글래스고, 독일 루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일대 등 주요 공업지대들 역시 연료 전환과 공정 개선, 그 밖의 교통 정책 개선 등을 통해 오염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 멕시코, 인도 등 대부분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여전히 도시와 공단들에서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수질오염의 경우도 상황은 거의 비슷했다. 선진공업국들은 일찌감치 19세기부터 각종 수질오염 문제에 시달렸고 또 일부 지역에서는 물 부족으로 커다란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독일의 라인 강, 영국의 템스 강, 일본의 와타라세 강, 미국의 시카고 강 등 오염이 극심했던 선진국 강들은 1960년대 이후 수질오염에서 무난히 탈출한 반면 인도의 갠지스 강 등 대부분 개발도상국의 수자원들은 여전히 심각한 수질오염의 질병을 앓고 있다.
20세기는 또한 수자원의 확보와 편리한 이용을 위해 초대형 공사들이 전례 없이 많이 자행된 세기이기도 했다. 이집트의 아스완 하이 댐, 미국의 후버 댐, 중국의 싼샤 댐 등 수많은 댐 건설 사업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등에서 빚어졌던 대규모 관개 사업, 미국의 미시시피 강 일대, 북유럽의 라인 강 하구, 이탈리아 포 강 유역의 하천과 물길 정비 사업 등 그 목록은 끝없이 길다. 이런 사업들은 사업 내용과 지역에 따라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는가 하면 또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20세기의 중요한 환경 문제에는 각종 전염병들이 야기하는 질병에서 인류를 보호하는 공중보건 문제와 삼림 파괴, 수산자원 감소, 그리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생물종다양성 감소 등의 사안들도 포함된다. 이 책에서 맥닐 교수는 이런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20세기 인류가 어떻게 그것들을 심화시켜왔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공과 좌절을 경험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경제, 도시화, 과학기술, 사상의 키워드와 환경
맥닐 교수가 이 책에서 단순히 지난 세기 환경오염과 환경 파괴의 역사만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그는 사려 깊은 역사학자의 눈으로 왜 20세기에 들어서 그런 환경 변화와 환경 훼손 행위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당대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경향들에 주목했다. 그는 20세기 환경에 가장 영향을 미쳤던 사회적 동인으로 인구 성장과 도시화, 에너지, 과학기술, 경제, 사상과 정치 등 7가지 요소를 선택해 검토했다.
20세기의 급격한 인구 성장이 식량과 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자원의 생산과 사용을 부추기고 이에 따라 환경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오늘날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맥닐 교수는 지난 세기 동안 인구는 겨우 4배 증가한 데 비해 이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각각 17배와 13배가 증가했고 수자원 사용량 역시 9배나 증가했다는 점을 들어서 단순히 인구 증가로만 20세기의 환경 변화를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인구 증가가 환경오염을 심화시켰던 것에 못지않게 때로는 토양침식을 완화시키기도 했고, 또 20세기 후반에 심화된 열대 지방의 삼림 파괴는 인구 증가와 거의 상관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20세기의 환경 변화에는 인구 성장과 도시화보다 에너지 체제와 과학기술 발전, 그리고 경제 체제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이 책의 한 중요한 결론이다. 맥닐 교수는 한 장을 할애하여 이런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환경 변화의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는데, 부유한 국가들과 가난한 국가들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일찍부터 에너지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경제 구조가 정착함으로써 심각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감수해야만 했지만 또한 그런 경제 개발로 얻은 부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부터는 각종 환경 문제들에 본격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었다. 이에 반해서 가난한 국가들에서는 삼림 파괴, 사막화, 토양침식 등이 더 심각한 환경 문제가 되었으며 21세기에도 그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기술 변화와 에너지 사용의 패턴은 국제적인 분업화 현상을 불러와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역시 국제화하는 추세를 불러오기도 했다.
20세기에 등장했던 수많은 사상과 정책, 정치 구조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 성장에 대한 사람들의 강박관념과 오랜 기간 동서 간에 빚어졌던 냉전 체제에서 기인하는 안보 불안이 환경 파괴와 환경오염을 심화시켰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결론이다. 이 두 요소는 서로 연계되어 전 세계적으로 정치와 정책들을 좌지우지했는데, 녹색혁명이 그런 냉전 체제의 간접적인 산물이었다거나 변형된 민족주의가 인도·중국·소련·중앙아시아·남아메리카 등에서 심각한 환경 파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맥닐 교수의 분석은 특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서는 지난 세기 전 세계를 풍미했던 일련의 이념들, 즉 제국주의, 탈식민지화 그리고 민주화 등 이런 정치적 동향들이 환경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흥미진진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19세기부터 본격화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경영은 자국과 자국 기업주들을 위해 돈을 벌고 또한 모국에 그런 전략물자들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식민지에서는 가급적 많은 농업 생산과 자원 확보를 위해 환경 파괴와 환경 훼손이 자행되었다. 20세기의 전반기는 세계 도처에서 그런 제국주의적 횡포가 다반사로 빚어졌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선진국들의 식민지 지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함께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탈식민지화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로 독립한 국가들 역시 과거 그들의 지배자들이 추진했던 경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가나, 수단, 인도 등지의 주요 대형 사업들은 식민지 시대의 전통을 충실하게 따라서 시행되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코트디부아르 등 재정이 취약했던 국가들은 때때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목재와 광물 등을 가급적 빨리 외국에 팔아치웠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쿠데타로 권력을 얻은 허약한 지도자들이 교대로 정권을 이어갔는데 그들은 다음 독재자가 등장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소련권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탈식민지화가 시작된 이후에도 아랄 해의 목줄을 쥐었던 구체제의 수자원 관리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에서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 20세기 후반 전 세계적으로 번졌던 민주화는 과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970년대의 민주화 열풍은 그리스와 이베리아 반도에서 출발하여 1980년대에는 라틴아메리카와 동아시아에서, 1990년대에는 동유럽 일부와 아프리카에까지도 그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런 민주화 추세는 일부 국가들에서 환경운동을 부추겼으며, 그 결과 칠레와 같은 권위주의 정권과 폴란드 공산주의 체제에 일정 부분 손상을 입히기도 했다. 맥닐 교수에 따르면 그런 정권들은 국가 권력을 확보하고 경제 성장을 최대화하기 위해 오염을 집중적으로 유발하는 산업의 유치와 생태적 고려 없이 오직 자원 채취만을 탐하는 경제 체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고 한다.
권위주의 정권이 환경 및 생태와 관련한 정보들을 엄격하게 통제했던 것은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민주화는 그런 정권들이 향유하던 정보 통제의 고삐를 풀어주었으며 따라서 온갖 종류의 환경 문제들이 외부에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다국적기업과 재벌기업, 정부와 공기업, 군대 등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심각한 환경 문제들이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때로는 민의에 밀린 정부가, 또 때로는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서 해결책 마련에 나선 것도 민주화가 환경 보전에 기여한 공로다.
하지만 민주화가 반드시 환경에 긍정적인 역할만 했던 것은 아니다. 맥닐 교수는 일반대중의 일상적인 소비 패턴에서 유발되는 일부 환경 문제들은 민주화 체제에서 더욱 악화됐음도 냉정하게 지적했다. 또한 민주화는 산업재해나 핵 관련 사안 등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일부 특정 환경 문제에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따라서 토양침식이나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이 서서히 진행되는 사안들은 언론과 일반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
한국, 서구 환경의 역사 150년을 단 한 세대에 뛰어넘다
맥닐 교수는 20세기 환경의 역사를 두루 살피는 데서 우리나라의 사례를 별도로 검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곳곳에서 우리나라를 직접 거론하면서 전반적인 시대 조류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경제 개발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60년대에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년>을 착수하면서부터다. 당시의 우리나라에 대해서 맥닐 교수는 "1960년에 한국인은 평균 수준의 가나 국민들보다도 가난했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이어서 맥닐 교수는 "1990년대에 이르러 한국은 전 세계 부유한 국가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사실은 빈곤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서술하면서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우리 국민의 위대함 역시 강조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던 것은 당시 동아시아의 전반적인 추세에 부응하는 것이었으며 이에 따라 대기오염 문제를 비롯한 각종 오염 문제들이 심화되었던 것 역시 여타 나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급속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의 추세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맥닐 교수에 따르면 그런 인구 증가와 도시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화에 따른 영향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20세기 환경의 역사
J R 맥닐 | 에코리브르
20세기 지구가 겪은 환경 변화. 낯익은 주제이지만 그 요리법이 색다른 책이다. 환경역사학자인 저자는 산업화, 인구 증가, 국제정치 등 20세기의 굵직굵직한 현상을 거치며 환경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분석한다. 환경 변화를 통해 지구 역사와 인류 역사 상호관계를 기록했다.
책은 한 지역의 환경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그 분석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해 나가는 기법을 구사한다. 가령 독일 루르 지방의 환경 변화는 20세기 선진국 공업도시의 명운을 적절하게 예시한다. 라인강변의 조그만 농촌지역 루르는 엄청난 석탄을 바탕으로 20세기가 열리자마자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중공업지역으로 탈바꿈했다.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루르의 용광로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대한 대가는 전대미문의 대기오염이었다. 하늘에 분진과 석탄재가 걷힐 줄 몰랐다. 2차 세계대전과 패전후 산업 재건의 필요성은 대기오염을 부채질했다. 독일 정부는 1960년대에 와서야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정부의 처방은 '수백m 높이의 굴뚝'이었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옅게 희석시켜 높은 하늘에 넓게 퍼뜨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널리 퍼져나간 분출물은 산성비의 원인이 됐다. 80년대 이후 독일은 오염을 줄이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루르 지방의 사례는 미국, 일본, 영국의 공업도시가 공동으로 경험한 역사다. 60년대까지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다 그 심각성을 절감하고 이후 30여년간 지속적으로 펼친 오염 개선 과정이 유사하다는 것.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사상과 정치가 환경에 가져온 변화를 다룬 부분이다. 구 소련의 집단농장 체체는 인위적 토양침식을 극대화했다. 기계화와 공산주의가 결합해 낳은 대량 경작 방식은 토양 입장에서 보면 재앙이었다. 냉전시대 안보불안은 환경에 악영향을 주었다. 핵개발 경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또 민주화가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이채롭다. 후진국에서 민주화로 탄생한 정권이 생태적 고려 없이 산업화를 밀어붙인 일이 적잖았던 것이다. 민주화는 핵이나 산업재해 같은 특정한 분야의 환경문제에만 관심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강했다. 이로 인해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이 서서히 진행되는 환경문제는 관심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저자는 환경주의자가 아니다. 그래서 책은 객관적 사실 분석에 치중하고 설교조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환경문제에 인류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침묵하지 않는다. 저자는 가장 현명한 처신은 "청정에너지 체제와 출생률과 사망률을 더 낮추는 쪽으로 인구통계학적 천이를 서두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해답은 역사 속에 있다.
지중해 연안의 도시화·산업화는 바다 환경을 악화시켰다. 75년 지중해 연안국들은 지중해 실천계획을 체결했다. 바다 오염을 예방하고 공동으로 수질을 관리하자는 것이 요체였다. 정치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그리스와 터키, 시리아와 이스라엘도 환경을 위해 공조했다. 각국의 공유재산인 지중해를 살려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경쟁은 역설적이게도 바다 수질을 개선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간은 환경을 파괴하는 한편 개선 노력도 보인다. 책은 그같은 사례들도 다루고 있다. 환경 파괴와 더불어 환경보호운동도 20세기에 주목할 현상이자 지구 공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많은 일화와 데이터를 솜씨 좋게 요리해 읽는 재미를 준다. 아날학파를 좋아한다면 이 책이 반가울 것이다. 2000년 세계역사학회 저술상 수상작이다. 홍욱희 옮김.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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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기이하고 방탕했다
한국일보 | 2008-12-29 12:35:08
에너지소비량 19세기의 13배… 화석연료에 훼손된 환경…
■ 20세기 환경의 역사 (J.R. 맥닐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환경적인 측면에서 20세기는 소란스러웠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100년간 소비한 에너지 총량이 19세기의 13배에 이르렀고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17배, 아황산 가스 방출량은 13배나 증가했다. 연어는 더 이상 화학물질로 찌든 하천을 거슬러 상류로 가지 않았고 공업지대를 뒤덮은 공기는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한 검댕으로 채워졌다.
역사학자인 J.R. 맥닐 박사는 심각한 생태적 변화를 불러온 사건들이 수없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20세기를 '기이한 세기'이며 에너지를 남용했던 '방탕한 세기'라고 규정한다.
20세기는 또 인류역사를 통틀어 경제적ㆍ사회적ㆍ정치적으로 급속한 변화와 성장을 수반한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 1950년대 전세계 연간 GDP는 1500년 추정치(2,400억 달러) 대비 20배로 성장했다. 이 같은 수치는 도시의 발전과 인구증가 속도와 비례한다. 1500년께 4억~5억 명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인구는 1900년 16억 명으로 3세기 동안 4배 정도 늘어났으나 2000년 말에는 거의 60억 명에 근접했다. 한 세기 만에 4배로 늘어난 것이다.
문명의 발전은 에너지 사용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1900년 에너지 사용을 100이라고 한다면 1800년 에너지 사용은 31인 반면 2000년의 에너지 사용은 1,25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한 세기 동안 GDP는 15배, 인구는 4배, 에너지 사용량은 13배 정도 늘어나면서 환경문제가 전례 없이 심화했다.
저자는 환경파괴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인구와 경제발전 이외에도 도시화ㆍ에너지ㆍ과학기술ㆍ경제ㆍ사상ㆍ정치 등 7가지 주제에 포커스를 맞췄다. 저자는 그간 일반적인 예로 지목됐던 인구증가는 환경훼손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20세기 후반에 심화된 열대지방의 삼림파괴는 인구증가와 상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구성장보다는 에너지 체제, 과학기술발전, 경제 체제가 더 큰 원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사회경제적 요인과 환경변화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위해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환경을 비교했다. 20세기 전반 인류는 이미 심각한 환경오염을 경험했지만 대부분 선진국들은 그 피해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반면 중국ㆍ멕시코ㆍ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환경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좋은 사례다
책은 제국주의ㆍ탈식민지화ㆍ민주화 등 정치적 동향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도 제시한다. 19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경영은 환경파괴의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민주화가 번졌던 20세기 후반에도 환경파괴는 계속됐다는 점을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민주화는 산업재해나 핵 관련 사안 등 정치적 포퓰리즘에 활용할 만한 환경 문제에만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을 뿐 토양 침식, 생물다양성 감소 등 지속적인 정책을 펼치지 못한 점을 민주주의 정치진영의 한계로 지적한다.
저자는 정책 입안자들이 자신의 준거기준으로 현재에 두지 말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환경은 정치ㆍ경제 체제와 깊은 관계가 있는 만큼 역사학과 생태학의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제간 경계를 넘어 통섭의 묘미를 살려 지난 100년간을 되돌아보면서 미래 환경정책의 해법을 찾으라고 말한다.(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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