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나뭇잎숨결 2008. 11. 23. 23:09

 

 

"영혼아! 육신도 아직 인생행로에서 인내하고 있는데 네가 굴복하다니 창피한 줄을 알아라."

 

- 아우렐리우수의 '명상록' 중에서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명성을 지나치게 탐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활동을
"당신 눈앞에 펼쳐지는 사물에 대해 굳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판단을 내릴 필요는 없으며,그 때문에 마음이 흔들릴 이유도 없다.왜냐하면, 사물자체는 당신의 의견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그런 능력을 형성시키는 자연적 힘이 없기 때문이다.
"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는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이자 5형제의 마지막 황제로서 스토아 철학자였다. 로마 제국의 황금기가 저물어갈 무렵 황제가 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전선에서 여러 해를 보내며 격무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 와중에 틈틈이『명상록』을 집필했다. 인생과 우주의 본성과 신들의 존재 방식에 관하여 그리스어로 기록해둔 이 책은 문학과 철학의 걸작으로서 스스로를 경계하고 깨우쳐 올바른 길을 가고자한 황제 개인의 치열한 고뇌와 자기 정화의 산물이다.

 

 

  “인간이 사는 시간은 한순간이며, 그의 실체는 유동적이고, 그의 지각은 불분명하고, 그의 몸의 성분들은 모두 썩게 되어 있고, 그의 영혼은 소용돌이이고, 그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고, 그의 세평은 불확실하다. 즉 육신의 모든 것은 강이고, 영혼의 모든 것은 꿈이요 연기다. 그리고 삶은 전쟁이자 나그네의 체류이며, 사후의 명성은 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오직 한 가지, 철학뿐이다. 철학이란 우리 내면의 신성을 모욕과 피해로부터 지켜주고, 쾌락과 고통을 다스리고, 계획 없이는 어떤 일도 하지 않고, 거짓과 위선을 멀리하고, 남이 행하든 말든 거기에 메이지 않고, 나아가 일어나거나 주어진 것을 마치 자신이 온 곳으로부터 온 것인 양 기꺼이 받아들이고, 무엇보다도 죽음을 모든 피조물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의 해체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개개의 구성 요소가 끊임없이 다른 요소로 바뀌는 것이 구성 요소들 자체에게는 결코 무서운 일이 아니라면, 왜 사람들은 모든 구성요소들의 변화와 해체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가? 그것은 자연에 맞는 것이며, 자연에 맞는 것은 나쁜 것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마르쿠스는 다소 사변적이면서도 호흡이 길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며, 피조물로서의 인간이 그 요소가 해체되어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죽음>의 현상에 대해서 두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많은 병자들을 치유해 주었지만 자신은 병이 들어 죽었다. 칼다이오족(고대 바빌로니아의 사제 계급으로 천문학과 점성술에 종사하였다고 함)은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예언했지만, 그 뒤 운명이 그들 자신을 따라 잡았다. 알렉산드로스와 폼페이우스와 가이유스 카이사르는 그토록 자주 온 도시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싸움터에서 무수한 기병들과 보병들을 베었지만 어느 날 자신들도 세상을 떠났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에 의한 우주의 파괴에 관하여 사색에 사색을 거듭하다가 몸 안에 물이 가득 차 몸에 쇠똥을 바른 채 죽었다. 데모크리토스는 해충들이 죽였고, 소크라테스는 다른 해충들(소크라테스를 독살시킨 아테나의 민중을 말한다)이 죽였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너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뭍에 닿았다. 배에서 내려라. 네가 또 다른 삶으로 들어서게 된다면, 그곳이라고 하여 신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감각 상태로 들어서게 된다면, 네 고통과 쾌락은 그칠 것이고, 그것을 섬기는 자보다 훨씬 열등한 그릇(육신)을 위하여 머슴살이 하는 일도 그치게 될 것이다. 전자는 이성과 신성이고, 후자는 흙과 오물이기 때문이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타인에게 주는 설교도 아니며 철학의 강의도 아니다. 인류 역사상 많은 현자들이 타인에게 교훈적인 말을 많이 했고 무수한 고백록도 펴냈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진지한 글은 극히 드물었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바로 자신을 향한 진지한 성찰로서 담담한 진지함과 겸손이 조용한 강물처럼 흐른다. 현대의 철인들에게서 발견되는 심오함이나 복잡한 논리는 없지만 고매하고 청아한 영혼의 음악이 우리의 가슴을 친다. '인간과 신에 대한 온갖 불만을 털어버리고 격정과 사연, 졸속과 허영으로부터 벗어나는 지혜'를 터득하면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는 것이다. 타인의 눈 속에 들어있는 티끌을 지적하기 전에 너의 눈속에 있는 들보부터 빼라, 는 자기성찰의 세모 지침서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