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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 이해인

5월 / 이해인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모두 초록빛 기도로 물이 드는 5월,어머니를 부르는 저희 마음에도초록의 숲이 열리고 바다가 열립니다매일 걸어가는 삶의 길에서마음이 어둡고 시름에 겨울 때지친 발걸음으로 주저앉고 싶은 때어서 들어오라고 저희를 초대하시는지혜의 문이신 어머니새 천년의 삶을 준비하며저희는 어머니가 열어주시는그 문으로 들어가살아가는 지혜를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진리를 선택하고 진리를 따르는지혜와 용기를 배우고 싶습니다어둠을 비추는 별이 되라고오늘도 조용히 저희를 부르시는바다의 별이신 어머니벼랑 끝으로 내몰린 위기에도쉽게 쓰러지지 않고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믿음과 희망을 참을성 있게 키워마침내는 한 점 별로 뜰 수 있도록영원의 환한 빛으로 저희를 비추어주소..

시(詩)와 詩魂 2024.04.28

5월은 / 피천득

5월은 / 피천득​​오월은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비취가락지다.​오월은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오월은 모란의 달이다.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신록의 달이다.​전나무의 바늘잎도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신록을 바라다 보면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참으로 줄겁다.​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나는 5월 속에 있다.​연한 녹색은 나날이번져가고 있다.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머문듯 가는 것이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원숙한 여인같이녹음이 우거지리라.​그리고 태양은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지금 가고 있다.

시(詩)와 詩魂 2024.04.28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뼏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는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詩)와 詩魂 2024.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