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들기
-파블로 네루다
나는 아주 일찌감치 이 세상에 도착해
아직 노르웨이 사람도 토마토도
알려지지 않은
미완성의 나라를 택했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미 떠나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난 아직 아무도 쓰지 않은
책들에서 읽는 법을 배웠다.
난 아직 세우지도 않은 땅에서
막 태어나기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가 집을 지었을 때
난 아버지가 영문도 모른 채
한 그루의 나무를 세웠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편이(便易)에 대한 그분의 생각이었다.
처음에 난 뿌리에서 살았다.
후에 무성한 나뭇잎 속에서
차츰차츰 새나 사과를
찾아 더 높이 나는 법을 배웠다.
난 모르겠다. 유년 시절을 온통
이 가지 저 가지 쏘다니며 보냈는데도
어찌하여 지금 새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어찌하여 깃털 옷을 입고 있지 않은지.
나중에 우리는 좁은 골목길이
사방에 깔려있는, 그러나 아무도
살지 않는 도시를 세웠다.
우린 여우를,
말을, 꽃을,
조상들의 유품을 초대했다.
그 모든 것은 부질 없었다.
우린 길 모퉁이에서 함께 뛰어 놀
동무 하나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갈무리가 안 되는
나의 유년 시절은 이렇게 행복했다.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
1971 노벨상 수상
위 시는 솔 출판사 간행, 김현균 번역의 <인어와 술꾼들의 우화> 에 실린
'세상 만들기' 라는 시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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