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帛書)

[순교자 성월]‘순례로 함께하는 희망의 여정, 9월愛 동행’

나뭇잎숨결 2022. 8. 31. 15:00

순교자 성월(9월)

 

오늘을 사는 우리의 순교적 삶은? 엄밀한 의미의 순교는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증거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현대의 상황은 대부분 피의 증거를 요구하는 박해의 시대는 지나갔다. 첫 3세기의 잔혹한 박해가 끝난 후 교부들과 신도들은 순교의 의미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였다. 아일랜드 수도원에서는 엄밀한 의미의 순교를 적색순교(피의 순교)라 하고, 현실 생활 속에서 그리스도의 뜻에 충실하며 속죄와 사랑의 삶을 실천하는 것을 녹색순교(땀의 순교)라고 불렀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신앙의 선조들처럼 피의 순교를 당할 위험은 없어졌다. 그러나 날로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올바른 가치관의 부재와 혼돈 속에서 '땀'으로써 그리스도의 진리와 삶을 증거해야 할 소명은 더욱 커졌다. 따라서 순교 성인들의 순교 정신과 투철한 신앙심을 자신의 삶의 거울로 삼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땀의 순교는 오늘날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이 순교자 성월을 기념하는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삶의 자세일 것이다.[

 

1. 순교의 의미 순교(殉敎)란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죽음을 당하는 일을 뜻한다. 어원적으로도 순교자(Martyr)는 그리스어 'Martus'에서 기인한 것으로 '증인', '증거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순교는 단순히 어떤 진리를 위해 죽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참된 그리스도인의 순교는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삶과 온전히 일치하고 본받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증거와 구원사업에 완전히 참여하는 것이다. 그 결과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게 된다. 순교는 다음의 세 요소를 포함한다. 첫째로 실제 죽음을 당해야 하며, 둘째로 그 죽음이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진리를 증오하는 자에 의해 초래되어야 하며, 셋째 그 죽음을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진리를 옹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순교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생명을 바침으로써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행위이며,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존재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위로



절두산 순교 기념성당


절두산 성인유해 안치실


절두산 순교 기념비


새남터 순교 기념성당

 

 

2. 교회의 발전 : 박해와 순교의 역사 그리스도교 초기 3세기는 잔혹한 박해의 시기였다. 그만큼 신앙에 입문하기가 어려웠지만 동시에 박해에도 불구하고 용감히 맞선 증거자들, 즉 순교자들의 피의 댓가로 그 기초를 다지던 시기였다. 순교자들의 희생은 그리스도교 진리를 모든 사람에게 증거해 신앙의 길로 인도할 뿐 아니라, 기준의 신앙인들에게도 배교의 누를 범하지 않고 더욱 신앙에 투철하도록 하는 자극이요 계기가 되었다. 그리스도를 이은 첫번째 순교자라 할 수 있는 스테파노의 순교 이야기(사도 7,54-60)에서 이러한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생생하게 상기시켰던 스테파노의 순교는 교회의 맨 처음의 전파(사도 8,4-5; 11,19)와 바울로의 회개(사도 22,20)를 가져왔다. 초기의 교부들 역시 박해의 시기를 살면서 순교의 의미를 강조하였고, 실제 많은 교부들이 순교의 영광을 안았다. 교부들은 특히 가현론자에 반대하여 순교로써 그리스도 죽음의 실재성이 드러난다고 보았다. 그리고 죽음을 거슬러 신앙을 증거할 수 있는 용기는 순교자 안에 현존하는 하느님에게서 유래하며(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순교는 제2의 세례요(테르툴리아노), 순교자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선포하는 완덕에 이른 자라고 보았다.  그래서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교의 씨앗"이라는 테르툴리아노의 말은 역사를 통해 진리로 증명되었다.위로



합덕 성당


공세리 성당


신리 공소


해미 성지

 

 

3. 한국교회의 박해와 순교자들 : 시복과 시성 한국 천주교회는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진리 탐구에 의해 신앙을 받아들인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또한 1세기에 걸친 박해시대를 통해 약 1만명 이상의 순교자를 배출한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 교회는 순교자들의 피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01년의 '신유박해', 1839년의 '기해박해', 1846년의 '병오박해', 그리고 1866년의 '병인박해'를 보통 '4대 박해'라 부른다. 이는 모두 국왕의 명에 의해 전국적 규모로 발생했기에 수많은 순교자를 냈다.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후 한국 교회는 순교 선조들의 희생 위에 견실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교회는 이러한 순교 선조들의 뜻을 기리고 기념하기 위해 시복 시성을 추진하였다. 1차로 기해박해와 병오박해 때 순교한 79위의 순교자들이 1925년 시복되었고, 이어 1968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24위의 순교자가 시복되었다. 그리고 1984년 한국 천주교 전래 20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의 순교 복자 103위가 모두 시성되는 영광을 받았다. 이로써 한국의 순교 성인들은 전세계 모든 신앙인이 본받고 따를 수 있는 신앙의 산 증인들이 되었다.위로



서소문 순교 현양탑


당고개 성지


배티 무명 순교자묘


갈매못 성지

 

 

4. 순교자 성월의 의미 성월(聖月)이란 일년 중 어느 달을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성인께 봉헌하여 특별한 전구와 은혜를 청하며 신자들이 모범을 따르도록 교회에서 제정한 달을 말한다. 주로 축일과 연관을 갖고 있다. 순교자 성월은 바로 우리 신앙의 밑거름이 되신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을 기념하고 본받기 위해 제정되었으며, 한국 순교성인 대축일(9월 20일)을 그 중심으로 한다. 오래 전부터 9월을 한국 순교복자 성월로 기념하다가, 1984년 103위의 복자가 시성됨으로써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6월 28일 그 명칭을 한국 순교자 성월로 개명하였다. 따라서 순교자 성월 중 특별히 순교 성인들의 모범과 순교 정신을 기리고, 그분들의 전구로 보다 큰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예수 그리스도께 기도하게 된다.위로



갈매못 성지


가톨릭대학교 성당


대구 관덕정


죽산 성지

 

5. 오늘을 사는 우리의 순교적 삶은? 엄밀한 의미의 순교는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증거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현대의 상황은 대부분 피의 증거를 요구하는 박해의 시대는 지나갔다. 첫 3세기의 잔혹한 박해가 끝난 후 교부들과 신도들은 순교의 의미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였다. 아일랜드 수도원에서는 엄밀한 의미의 순교를 적색순교(피의 순교)라 하고, 현실 생활 속에서 그리스도의 뜻에 충실하며 속죄와 사랑의 삶을 실천하는 것을 녹색순교(땀의 순교)라고 불렀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신앙의 선조들처럼 피의 순교를 당할 위험은 없어졌다. 그러나 날로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올바른 가치관의 부재와 혼돈 속에서 '땀'으로써 그리스도의 진리와 삶을 증거해야 할 소명은 더욱 커졌다. 따라서 순교 성인들의 순교 정신과 투철한 신앙심을 자신의 삶의 거울로 삼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땀의 순교는 오늘날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이 순교자 성월을 기념하는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삶의 자세일 것이다.

 

 

 

[‘순례로 함께하는 희망의 여정, 9월愛 동행’]

순교자 성월 맞아 순례길 걷기 등 다채로운 행사 마련

  • 2022년08월24일
  • 서울대교구홍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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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는 매년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지내며 신앙 선조들의 굳건한 신앙을 기린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손희송 주교)는 오는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순례로 함께하는 희망의 여정, 9愛 동행 행사를 마련했다. 올해 행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드를 사는 교회’를 제안함에 따라, 이웃과 함께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돕고 나누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순교자 성월의 시작을 알리는 9월 1일에는 오전 10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순교자 성월을 여는 미사가 손희송 주교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된다. 서울대교구 내 다른 성지들에서도 같은 날 오전 순교자 성월을 여는 미사를 봉헌한다.

 

내달 25일까지 순례길 걷기 행사인 순례길 걷고기부하기가 열린다. 가회동성당 등 교구 성지·순례지 11곳(8천 원)과 순교자현양위원회 홈페이지(1만 원)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기부하고 ‘순례자 여권 세트’를 받아 ‘천주교 서울 순례길’ 24개 성지와 순례지를 걸으며 스탬프를 찍으면 된다. 여권 세트 구매비는 전액 ‘이웃사랑 실천기금’으로 사용된다. 완주한 참가자는 9월 25일 오후 3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봉헌되는 ‘순교자 성월을 닫는 미사’에 참여해 여권을 제출하면 축복장을 받을 수 있다.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청년 순례길로!’ 행사도 열린다. 만 16~38세 청소년과 청년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울 순례길’을 활용해 24개 성지·순례지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스탬프를 모아 응모하면 된다. 먼저 응모를 완료한 200명에게는 모바일 커피 쿠폰이 증정된다.

 

교구 성지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걸을 수 있는 ‘9愛 도보 순례도 마련됐다. 8월 23일부터 9월 17일까지 총 6차례, 화요일과 토요일에 진행된다. 순교자현양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일정 확인 후 접수할 수 있다.

 

한편, 9월 25일(일) 오후 3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는 손희송 주교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순교자성월을 닫는 미사가 봉헌된다. 문의 순교자현양위원회 02-2269-0413, www.martyrs.or.kr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구여진
 

 

[순교자 성월 특집] 한티가는길

 

순교자들 수없이 오고 간 길… 우리도 따라 걷겠습니다

칠곡 가실성당~한티순교성지
한티 순교자 정신 남아있는 길
지금도 전국 순례자 모여들어
45.6㎞ 산길 수차례씩 걸어

발행일2022-09-04 [제3309호, 7면]

 
한티가는길 순례자들이 순례 도중 자연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이선례씨 제공


경북 칠곡군에는 ‘한티가는길’이 있다. 왜관 가실성당에서 동명 한티순교성지까지 45.6㎞ 이어지는 한티가는길은 조선말 박해를 피해 전국에서 모여든 신앙선조들이 수없이 오고 갔던 길을 순례길로 조성한 것이다. 한티에서 살고, 순교하고, 묻힌 순교자들의 정신이 오롯이 남아있는 길이다.

한티가는길에는 지금도 전국 신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다섯 구간으로 나눠진 길을 전부 걸으려면 이틀은 족히 걸린다. 그럼에도 대여섯 번은 물론 14번 순례한 신자도 있다. 한티가는길만이 가진 매력과 의미는 무엇일까? 수차례 이곳을 찾은 순례자들을 만나 물었다.

1구간 출발지 가실성당.



제1구간 도암지.


■ 주님께서 빚으신 풍경

김용주(정혜 엘리사벳·수원 매탄동본당)씨는 한티가는길을 걸을 때마다 “정말 공을 많이 들인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리본이요. 걷다 보면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하나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 순간 나뭇가지에 묶인 리본이 보여 안심이 돼요.”

한티가는길을 조성한 한티순교성지와 칠곡군은 순례길 곳곳에 리본이나 조형물 등을 설치해 순례자들의 이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지천면 연화리의 도암지에는 시원한 음료가 채워진 양심냉장고가 있어, 지친 순례자들에게 행복한 쉼터가 돼 주고 있다. 한티순교성지 담당 여영환(오또) 신부는 “순례에 불편함이 없도록 계속 정비하고 있다”며 “구간에 속한 마을주민들이 순례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 신부는 한티가는길이 순례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티가는길을 걸은 것을 계기로 비신자가 세례를 받은 뒤 다시 찾아온 사례가 있다고 여 신부는 밝혔다.

아름다운 풍경 또한 한티가는길의 매력 포인트다. 하느님이 빚으신 천혜의 자연을 보면서 많은 순례자들이 감탄한다. “순례 중 하늘을 쳐다보면 하느님께서 잔치를 벌여주신 것처럼 맑고 아름다워 놀라게 된다”고 한 임점애(요세피나·수원교구 용인 보전본당)씨는 “다양한 기쁨과 즐거움이 있으니 자꾸 오고싶다”고 말했다.

2구간 출발지 신나무골성지.


■ 하느님께서 초대하신 길

왜 한티가는길을 수차례 걸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순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느님께서 초대하셨고, 우리는 응답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티가는길만 14번 걸었다는 이선례(체칠리아·수원교구 광명 하안본당)씨는 “처음 걸었을 때는 다리만 아프고,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일상으로 돌아갔는데 자꾸 이 길을 걷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 뒤로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강선순(체칠리아·서울 청파동본당)씨는 이 길이 깨달음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순례 중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기꺼이 순례를 포기했던 경험을 들려준 강씨는 “나보다는 타인을 위해 쉽지 않은 결단을 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깨달음을 주시기 위해 초대하신 것이 아니었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3구간 출발지 창평지.


■ 순교자와 함께 걷는 길

김용주씨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해를 피하는 절박함 속에도 신앙을 지키고자 수없이 이 길을 다녔던 순교자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김씨는 강조했다.

조난연(안젤라·서울 성현동본당)씨는 “순례자들과 무명 순교자들이 통교하는 곳”이라며 “이 길을 걸을 때마다 무명 순교자들의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점애씨는 한티순교성지의 무명 순교자 묘소에서 기도하며 펑펑 울었다고 고백했다. “저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아등바등 살아왔는데, 이분들은 오직 하느님을 위해 살고 돌아가셨는데도 이름조차 남겨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여영환 신부는 한티가는길의 부제인 ‘그대 어디로 가는가’를 곱씹으며 걸어볼 것을 권했다. “종교를 떠나 누구나 인생에서는 많은 어려움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오르는 울컥하는 마음이 있다”며 “앞서 이 길을 걸었던 순교자들이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를 위해 빌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순례 문의 054-975-5151, www.hanti.or.kr 한티순교성지

4구간 원당(남원)공소.



4구간 종착지 가산산성(진남문).



5구간 한티순교성지 입구.



5구간 숯가마터.



5구간 종착지 한티마을사람.



구간별 안내 지도.한티순교성지 제공



한티가는길에 걸려 있는 길 안내 리본.
◎ ‘한티가는길’ 약사

김현상(요아킴) 가족이 1839년 기해박해 전 한양에서 가족들을 데리고 칠곡 신나무골로 피난 왔으며, 이 길을 걸어 한티로 들어와 살았다. 1860년 경신박해 때는 이선이(엘리사벳) 가족이 이 길을 통해 한티로 피난 왔다가 순교했다. 대구대교구는 이 길을 1968년부터 도보순례하기 시작했으며, 2016년 칠곡군이 개청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이 길을 ‘한티가는길’ 순례길로 개통했다.





















                                           한티가는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들.한티순교성지 제공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