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 밀크 랜드의 체크무늬 코끼리」
- 유형진
그녀는 사랑이 깨지는 순간을 본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순간을 그녀는 자주 목도(目睹)한다//사랑이 어떻게 깨지는지/깨진 사랑이 어떻게 가루가 되는지/가루가 된 사랑이 어떻게 녹는지/녹은 사랑이 어떻게 질척해 지는지/그 질척한 사랑이 그리는 마블링을/목도한다//녹아도 녹지 않고/ 깨져도 깨지지 않는/어떤 알갱이들이 만들어주는/그 오묘한 무늬를/체크무늬 코끼리/그녀는 본다//사랑의 마블링을 볼 줄 아는 그녀는/그래서 슬프고 아름다운데/정작 그녀를 아무도 볼 수 없다는 것이/이 세계의 비극//허나 이 세계의 비극은 이것 말고도/몇 개는 더 있는데/더 큰 비극은 그 비극을 이야기하기에 시간은/산장에 사는 검은 고양이의 털만큼/셀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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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도 한 번 올렸던 시다.
다시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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