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봄 / 황인숙

나뭇잎숨결 2022. 2. 22. 04:55

봄  / 황인숙

 

온종일 비는 쟁여논 말씀을 풀고

나무들의 귀는 물이 오른다

나무들은 전신이 귀가 되어

채 발음되지 않은

자음의 잔뿌리도 놓치지 않는다

발가락 사이에서 졸졸거리며 작은 개울은

이파리 끝에서 떨어질 이응을 기다리고

각질들은 세례수를 부풀어

기쁘게 흘러 넘친다

그리고 나무로부터 한 발 물러나

고막이 터질 듯한 고요함 속에서

작은 거품들이 눈을 트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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