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어문논집』37, 문창어문학회, 2000.12. pp.1-26 전통미학 범주이론 분석 이진오 부산대 한문학 교수 1. 머리말 근자에 전통 미학에 관한 관심이 꽤 고조되고 있는 편이나, 체계를 갖춘 이론의 구성이 대단히 미흡한 형편이다. 따라서, 우리 미학의 발전을 위해 전통 미학 이론의 체계적 정립은 대단히 긴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형편이 체계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반면, 중국과 대만에서는 자신들의 전통 미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상당한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노력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작업이 미학사와 미학범주에 관한 저술의 활발한 출간이다. 미학사와 미학범주에 관한 연구는 중국의 전통 미학을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전통미학을 연구하는 데 지역적 범위는 대단히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골치 아픈 문제를 수반한다. 이른바, '우리'라고 할 때 우리를 현재의 한국으로 한정시킬 것인가, 그렇다면 당연히 조선과 고려, 삼국이 다 포함되는데, 삼국 중 고구려의 경우 지금은 중국의 영토에 포함되어 중국적 전통을 전승하고 있는 만주, 심지어는 황하유역까지의 광활한 지역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삼국 이전의 원류하고 할 수 있는 기마민족 내지는 몽고족의 계통은 그 범위를 어떻게 한정지울 것인가?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한편, 현재적 기준을 백두산 이남 지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동아시아라고 하는, 과거의 한자문화권으로 더 확대시켜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중세보편시대에는 민족이나 국가 개념이 지금처럼 강력하지 않았고, 한자를 매개로 한 문화의 공유 영역이 컸었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의 유용성도 상당 부분 인정된다. 시야를 더 넓히면, 흔히 '동양'이라고 일컬어 왔던(이 말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고, 더구나 불순한 의도가 개재되어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널리 쓰여 왔고, 또한 마땅한 대체어가 없다는 점이 이 용어의 폐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 넓은 지역 범위를 생각할 수 있다. 동양에는 중동 지역과 동남아시아 등 대단히 넓은 지역이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가 문화적으로 '동양'이라고 할 때는 대체로 동아시아와 인도 정도를 포함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내포된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우리'라고 하는 말의 지역적 범주는 '한국', '동아시아', '동양'의 복합 개념으로 간주할 수 있다. 상황의 필요에 따라 어느 한 쪽으로 제한하여 사용할 수도 있고, 세 층위를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학 전통을 탐구한다고 할 때 현대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동양' 혹은 '동아시아'와의 연관 속에서 '한국'의 미학 전통을 살펴야 할 것이다. 때로는 더 郰은 지역을 포괄하는 '동아시아'나 '동양'의 지역에 보편적으로 내려오는 전통을 논하여야 할 것이며, 때로는 '한국'만의 특수성을 찾기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이 형성되고 위와 같은 보편성과 특수성의 매개 속에서 전승되었다고 본다면,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미학'에 대한 체계적 접근도 부분적으로 '우리'의 미학 전통을 찾아나가는 데 소중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일본이나 인도의 성과도 참고해야 하겠지만, 한꺼번에 다 할 수가 없어 차후의 과제로 미룬다. 필자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미학에 대한 체계적 접근을 시도한 작업 가운데 특히 미학 범주에 관한 논의를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미학 범주는 미학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나, 혹은 미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효율적인 접근 수단을 제공해 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수없이 많이 등장하는 미학 개념과 용어를 범주 이론은 그 용어 사이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연결시켜 주어 수많은 미학 용어를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길을 마련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범주에 의한 미학 전통의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은 전통 미학의 논의에 등장하는 모든 개념과 용어가 상호 어떤 관련 체계 속에 분포해 있는가를 살피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개념간의 변별성과 연관성을 더욱 명료하게 밝혀줄 뿐만 아니라, 미학적 사유가 펼쳐져 있는 전체적인 범위를 가늠하게 하고, 그 내부의 큰 줄거리와 얼개를 파악하게 함으로써 미학 논의에서 전체의 판도와 심도를 일별할 수 있게 하고, 부분과 전체가 어떻게 연관맺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우리 전통 미학의 범주가 명료하게 파악되면 서구나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미학전통과의 상통점과 차별점을 알아차리는 데도 선명한 인식을 제공해 줄 것이다. 전통 미학 범주에 관한 연구는 국내에서 그다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통적 논의에서 범주론과 유사한 것으로는 '詩品'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선인들은 이러한 작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부족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업을 든다면 申景濬의 「詩則」이 있다. 현대에서 범주론에 관한 작업도 미흡하기만 한다. 이병한이 『漢詩批評의 體例硏究』(통문관, 1974)에서 범주론의 실마리가 될 만한 언급을 하였고, 정요일은 『漢文學批評論』(인하대출판부, 1990.)에서 범주론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아니나, 한시비평과 관련한 용어에 대해 나름대로 총제적 분류를 시도하였다. 그 이후, 이연세는 「漢詩批評에 있어서의 詩品 硏究」(이연세 등 공저, {고전비평용어연구} 태학사, 1998.)에서 시품용어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노력을 하였으나 범주론이라고 할 만한 작업이라 하기에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들 시평용어에 대한 정리 작업은 범주론과는 약간 거리가 있으나, 향후 범주론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시학에 치우치지 않고 미학 그 자체의 범주를 설정하기 위한 노력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식의 「한국적 '미'의 범주에 관한 고찰」(『미학』제19집, 한국미학회, 1994)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논문은 제목만 보면 많은 것을 제시해 줄 것 같으나, 정작 내용을 보면 사실은 범주론이 아니라 '미'와 '아름답다'는 말의 어원과 개념, 유사어의 표현과 개념에 관한 논의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범주론이라고 하기보다는 어원론이라 할 만한 글이다. 일본에서는 서구미학의 범주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어 보이나, 동양미학의 범주에 관한 연구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것같고, 미시적 고증과 분석에 능한 탓인지 전체의 체계를 잡는 일에는 무관심하거나 무능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세계 전체의 구조와 체계를 밝히기를 즐기는 중국적 전통의 영향 때문인지, 범주론에 관한 작업이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필자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작업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曾祖蔭, 『中國古代美學範疇』台北:丹靑圖書有限公司, 1987. 張晧, 『中國美學範疇與傳統文化』中國漢口:湖北敎育出版社, 1996. 詹福瑞, 『中古文學理論範疇』中國保定:河北大學出版社, 1997. 曹利華, 『中華傳統美學體系探源』北京:北京圖書館出版社, 1999.1. 汪涌豪, 『範疇論』上海:挈旦大學出版社, 1999.3. 이상의 자료를 통해 범주론에 관한 기존의 작업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루었는가를 일별하는 데 일단 이 글의 일차적인 목표를 두기로 한다. 개별 작업에서 이루어진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 더 심도있게 분석하고 발전적인 논의를 마련해 나가는 것은 지속적으로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 2. 우리나라에서의 전통미학 범주이론 이 논문은 현대에서의 전통미학범주론을 다루는 것이므로 전통시대의 논의 내용을 다룰 성격은 아니지만, 참고로 조선조의 申景濬이 제시한 詩品의 기본 범주를 보면 다음과 같다. 平淡,奇工,豪壯,沈深,雄渾,切至,蒼古,淸寒,麗艶,險絶. 이 열 가지 용어들의 개념이 무엇인지, 상호 관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다만, 우리 선인 가운데 시품 용어를 이 열 가지로 요약하는 작업을 한 분이 있었다는 사실만 해도 소중히 여겨야 할 형편이다. 현대적인 범주론의 실마리를 열었다고 할 만한 이병한의 『한시비평의 체례연구』에서는 「風格論」을 통하여 劉竳의 '八體論', 皎然의 「詩式」, 齊己의 「風騷旨格」, 司空圖의 「二十四詩品」, 嚴羽의 「滄浪詩話」, 袁枚의 「續詩品」등에서의 시평용어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정요일의 {한문학비평론}에서는 한시비평용어를 총망라하다시피 하여 나름대로 체계를 잡고자 하였다. 그 정리된 총요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詩論類 用語 ㉠ 本質論類……意, 意格, 意境, 氣, 氣象, 氣骨, 氣節, 音韻, 聲律, 詞語, 格, 格律, 韻格, 興趣, 妙悟, 性情, 情, 志, 道[道德]. ㉡ 效用[功用]論類……溫柔敦厚, 世敎, 風化, 風敎, 厚人倫, 美敎化, 移風俗, 諷諫, 美刺, 詠物, 托物取況, 性情醇化, 感悟, 言志, 正得失, 動天地, 感鬼神, 吟詠性情, 載道, 貫道, 吟風弄月(→一般論類)(→作風評語類), 小技. ㉢ 內容論類……二十四詩品(→詩品評語類), 三格(→作法類), 十體(→體製類), 六義(→體製類), 二十式(→作風評語類), 四十門(→作風評語類), 十五格(→作法評語類), 五俗(→作法評語類), 七德(識理·高古·典麗·風流·精神·質幹·體裁), 六迷(以虛誕而爲高古·以詭怪而爲新奇……). ㉣ 形式論類……句, 聯, 篇, 對[對偶], 對句, 稟聯, 腹聯, 起句, 結句, 起承轉斂, 起稟頸結, 平仄, 四句, 八句, 四言, 五言, 七言, ((句法)) 問答·兩句成一句·上三下四·上四下三·上呼下應·上應下呼. ㉤ 文體論類……六義(→體製類), 六詩(→體製類), 十勢(→作法評語類), 九不宜體(→作風評語類). ㉥ 一般論類……詩體, 衆體, 詩法, 詩則, 句法(→形式論類), 字法, 詩品, 風骨, 風格, 品格, 詩眼, 詩格, 詩敎, 詩律, 詩思, 詩興, 詩話, 詩論, 詩評, 詩魔, 詩想, 詩壇, 詩社, 詩學, 詞學, 詩聲, 詞藻, 品藻, 詞氣, 體勢, 詩語, 詩道, 採詩(之風), 思無邪(→作法評語類), 吟風弄月. (2) 體制(詩體)類 用語 ㉠ 樣式類……((六義)) 風·賦·比·興·雅·頌, ((六詩)) 大雅·小雅·正風·變風·變大雅·變小雅, 離騷, 楚詞, 詩, 四言詩, 五言詩, 七言詩, 雜體, 引, 行, 歌, 歌行, 樂府, 吟, 謠, 曲, 詞, 唱, 弄, 長調, 短調, 律詩, 古詩, 近體, 絶句, 排律, 雜言, 口號, 詠史詩, 諷諫詩, 讚美詩, 詠物詩, 議論詩, 征行詩, 贈別詩, 歎, 愁, 哀, 怨, 思, 樂, 別, 擬古, 連句, 集句, 和韻, 借韻, 次韻, 選體, 正體, 拗體, 廻文詩. ㉡ 作風類 1) 時代別……建安體, 黃初體, 正始體, 齊梁體, 南北朝體, 唐初體, 盛唐體, 晩唐體, 本朝體, 宋體. 2) 人物別……蘇李體, 陶體, 謝體, 沈宋體, 太白體, 少陵體, 孟浩然體, 韋蘇州體, 韓昌黎體, 李商隱體[西崑體], 東坡體, 山谷體, 后山體, 王荊公體, 邵康節體, 三唐詩, 四家詩. 3) 作法別·其他……偸春體, 重意詩, 偸語詩, 偸意詩, 偸勢詩, 廻文詩, 仄起詩, 隔句詩, ((十五格)) 頌中有諷格·美中有刺格·先問後答格·感今懷古格·一意格·一字貫篇格……, ((十體)) 高古·淸奇·遠近·雙分·虛無……, 宮體, 香嶢體, 柏梁體, 行詩, 科體, 東詩, 風月詩, 朝鮮詩. (3) 作法類 用語 養氣, 立意, 設意, 寄意, 達意, 刻意, 措詞, 綴辭, 造句, 排句, 造語, 成篇, 洗心, 鍊琢, 鍛鍊, 琢鍊四格, 鍊字, 鍊句, 鍊意, 鍊格, 鍊對, 琢句, 琢字, 下字, 使字, 用字, 置字, ((三格)) 用意·用氣·用事, 飜案法, 點化, 換骨, 奪胎, 粧點, 寫景, 刪改, 用韻, 押韻, 步韻, 和韻, 次韻, 換韻, 換字, 重押, 三押, 拗體, 拗句格, 蜂腰, 屬對, 虛字對, 句中對, 連珠對, 懷古對, 情景對, 集句, 按排字句, 起承轉斂, 首尾一意, 廻文, 平頭, 全仄全平, 仄起, 平起, 疊字, 諷諫, 讚美. (4) 評語類 用語 ㉠ 作法評語類……用事精切, 用事奇特, 無斧鑿痕, 不露痕迹, 用事險僻, 點鬼簿, 雕琢, (創出)新意, 點化自妙, 粧點自妙, 語陳而意新, 換腐作新, 點鐵成金, 點金成鐵, 蹈襲, 重疊之病, 屋上架屋, 屋下架屋, 剽竊, 活剝生呑, 偶合, 偶同, 暗合, 屬對妙絶, 詩中有篐, 含蕃不露, 明白痛快, 烏臺詩案, 景中含意, 言外之意, 言順字穩, 語氣奇健不群, 瘁稚語, 句中有眼, 置字有力, 造語奇特, 驚句, 警語, 警絶, 奇警, 警策, 佳對, 佳句, 警於眼, 警於心, 失煇[平仄不調], 竊狐白堄手, 思無邪, ((五俗)) 俗體·俗意·俗句·俗字·俗韻, ((十勢)) 獅子返擲勢·猛虎踞林勢·丹鳳銜珠勢……, ((十五格)) 頌中有諷格·美中有刺格·感今懷古格……. ㉡ 品格評語類 1) 本質的 評語類……廣漠盓融之氣, 辭纖氣弱, 詞麗氣富, 遠大氣象, 憔悴困推氣象, 不遇友軻之氣象, 躁進之氣, 氣象舒閑, 氣象廣豁, 理得而辭順, 言遠而意深, 語意雄深, 意態老健奇絶, 格律森嚴, 句格豪逸, 語峻壯, 語典實, 詞語玲瓏, 語韻淸華, 韻愈强而思愈健, 體格生疎 2) 詩品評語類……((二十四詩品)) 雄渾·盓淡·纖婇·沈着·高古·典雅·洗煉·勁健·綺麗·自然·含蓄·豪放·精神·縝密·疎野·淸奇·委曲·實境·悲慨·形容·超詣·飄逸·曠達·流動. 新奇, 絶妙, 俊邁, 豪壯, 富貴, 古雅, 勁直, 宏贍, 平淡, 生拙, 野疎, 寒枯, 淺俗, 蕪雜, 衰弱, 豪邁. 3) 作風評語類……山林詩, 禪林詩, 臺閣詩, 晩唐法, 晩唐體, 建安體, 少陵體, 西崑體, 東坡體, 浮檾體, ((二十式)) 出入·高逸·出塵·達時·失時……, ((四十門)) 皇道·始終·悲喜·隱顯·癣璥·道情·得意·背時……, ((九不宜體)) 載鬼盈車體·拙盜易擒體·飮酒過量體·村父會談體……, 野體, 吟風弄月. 4) 一般評語類……詩聖, 詩仙, 詩豪, 老手, 高手, 材料卓越者, 絶唱, 傑作, 一洗萬古, 天分絶倫. 이 분류요목은 용어만 포함시킨 것이 아니라 짤막한 구절이나 문장으로 된 표현까지 다 망라하였다. 이 가운데 미학범주에 해당하는 용어는 주로 品格評語類에 포함되어 있으나, 詩論類 用語같은 데도 산재해 있다. 따라서, 이 분류요목은 미학범주론을 위한 용어의 종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연세의 [漢詩批評에 있어서의 詩品 硏究] (이연세 등 공저, 『고전비평용어연구』태학사, 1998.)에서는 전통미학범주에 관련되는 용어를 다음과 같은 체계로 정리하였다. <詩品 용어의 개념> 1. 一字 評語 1) 釋 皎然의 變體十九字 - 高·逸·貞·思·閑·悲·怨·靜·遠 2) 其他 - 淸·雅·麗·曲·隱·秀·奇/正· 기타부류 2. 이자 평어 1) 劉竳의 八體 - 典雅·遠奧·精約·顯附·繁縷·壯麗·新奇·輕靡 2) 司空圖의 二十四詩品 - 雄渾·盓澹·纖婇·沈着·高古·典雅·洗鍊·勁健·綺麗·自然·豪放·含蓄 · 精神·縝密·疎野·淸奇·委曲·實境·悲慨·形容·超詣·飄逸·曠達·流動. 3) 기타 - 平淡·枯澹·淸新·老成 3. 四字 評語 : 李珥의 八風格 - 盓澹蕭散·閑味淸適·淸新灑落·用意精深·情深意遠·格思淸健·精工惖麗 4. 小結 <詩品 評語의 審美的 境界> 1. 一字 평어의 경우 : 高·逸·志·遠·曲·隱·秀 2. 二字 평어의 경우 : 雄渾·盓澹·纖婇·沈着·高古·典雅·洗鍊·勁健·綺麗·自然·豪放·新警·含蓄·婉麗·淸痒·俊壯·富貴·精彩·精神·縝密·疎野·淸奇·委曲·實境·悲慨·形容·超詣·飄逸·曠達·流動·淸遠·奇巧…… 3. 四字 평어의 경우 4. 小結 - 미적 범주의 분류 : 陰陽의 원리에 따라 陽强之美와 陰柔之美로 대별 陽强之美 : 高·宏·奇·老·達·放·富·雄·壯·痒·悍·豪·渾·洪 雄渾·壯麗·博大·老成·勁健·豪放·悲慨·曠達 陰柔之美 : 簡 曲 婇 淡 雅 約 麗 艶 溫 婉 典 淸 平 閑 盓澹·纖婇·沈着·典雅·綺麗·縝密·委曲·淡雅·柔和·飄逸 여기서 '시품용어의 개념'과 '시품평어의 심미적 경계' 사이의 구분이 모호하긴 하지만, 일단은 글자수에 의하여 용어를 분류하였고, 마지막으로 미적 범주에 따른 분류를 한다고 하여 '陽强之美'와 '陰柔之美'의 단 두 종류로 구분하였다. 그런데, 범주의 분류가 陽强과 陰柔라는 너무 단순한 구분으로 되어있다는 점이 범주 분류의 의의를 별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두 범주의 분류 기준이 분명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모든 시품용어들을 양강과 음유의 어느 한 쪽으로 귀속시켜야 할지 막연한 경우도 많다. 예컨대, '自然', '疏野', '實境'과 같은 경우이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작업은 매우 소박한 정도에 머물고 있다. 좀더 발전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각 용어에 대한 매우 정밀한 의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찾아내는 범주론이나 체계론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3. 중화민국과 중국에서의 전통미학 범주이론 상대적으로 中華民國(臺灣)이나 中國에서의 작업은 훨씬 정밀하면서도 포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曾祖蔭, 『中國古代美學範疇』(台北:丹靑圖書有限公司, 1987.)을 보기로 하자. 이 책에서는 중국 고대 미학의 각종 범주 가운데 '情과 理', '形과 神', '虛와 實', '言과 意', '意와 境', '體와 性'의 여섯 가지 서로 상대되는 범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이 여섯 가지는 모든 미학 범주를 다 포괄하는 것은 아니나, 이렇게 선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하였다. 첫째, 현대의 이론 연구와 문예창작에 필요한 부분을 고려하였다. 이 여섯 가지 범주는 고대미학과 문예이론 가운데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가장 중요한 범주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실한 현실적 의의가 있다. 그것은 문예창작과 평론에 실용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둘째, 분류와 정리의 편의를 고려하였다. 고대미학의 개념은 무수히 많으나 실용적으로 다 의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이름만 다를 뿐 그 내용은 한가지이고, 어떤 것은 이름은 같으나 내용은 다른 경우도 있고, 예술기교에 해당하는 것도 있고, 이 여섯 가지 범주의 하위 개념이거나 어느 한 측면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여섯 가지 범주로 하면 수없이 복잡한 개념과 범주를 다 포괄해 넣을 수가 있으며, 기본적인 계통을 잡을 수가 있다. 셋째, 예술의 내적 원리를 밝히고자 하는 이 책의 취지를 고려하였다. 고대의 수많은 미학 개념과 범주는 서로 다른 측면과 서로 다른 층위를 갖고서 예술의 내적 원리와 외적 연관성을 이루므로 그 범위가 대단히 광범위하다. 이 책에서는 예술의 내적 원리, 그 중에서도 특히 예술이 형상으로써 생활을 반영한다는 특성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을 취지로 하였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위의 여섯 가지 범주가 설정된 것이다. 이 여섯 가지 범주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情理論 : 정감과 이성이 예술에 작용된 정도에 따라, 정감을 중시한 시대와 둘의 균형이 이루어진 시대, 이성을 중시한 시대로 나누었다. 이 두 가지 대립적 입장은 '緣情'과 '言志'라는 말로 대표된다. (2) 形神論 : 사물의 외형과 그 속에 깃든 정신과의 상관성에 관한 미학적 태도를 의미한다. 중국적 전통에서는 形과 神의 불가분적 관계를 전제하면서도 대체로 정신의 중요성에 더 비중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3) 虛實論 : 虛實의 문제는 긴 역사를 두고 3단계의 변화발전을 거쳐왔다. 일단계는 先秦시대로부터 南北朝에 이르는 시기로, 철학에서 有와 無에 관한 탐구가 예술에서 허실론의 초기적 의미를 형성시켰다. 이단계는 唐宋시기로, 각종 예술 영역에서 虛實의 운용에 관한 탐구가 진행되어 虛實論의 이론 기초를 마련하였다. 삼단계는 明淸시기로, 허실론의 운용과 이론의 총체적인 체계를 완비하였다. (4) 言意論 : 言과 意는 내용과 표현의 관계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시어의 선택, 수사의 구사 정도 등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표현 자체의 아름다움과 내용의 충실성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5) 意境論 : 주관인 意와 객관인 境이 통일된 情景交融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주관의 깊이에 따라 객관세계를 새로운 창조세계로 이끄는 방식으로, 서구미학원리와 차별되는 중국의 강한 개성이 드러나는 개념이어서 근대에 전통 미학 연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6) 體性論 : 體는 원래 사람 몸의 풍채를 가리키는 말로서, 예술작품의 특색을 가리킬 때는 風格의 의미로 쓰인다. 性은 원래는 사람의 性情氣質을 말하는데, 예술가의 창작개성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이게 되었다. '體性'이라고 하면 창작개성과 예술풍격의 문제를 포괄하는 개념이 된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작업이 張晧에 의해 이루어졌다. 張皓는 {中國美學範疇與傳統文化} (中國 武漢 : 湖北敎育出版社, 1996)에서 기존의 미학범주 이론을 간략히 검토한 다음 자신의 범주 이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張晧 이론의 특징은 전체적 범주를 비교적 체계적으로 잘 구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학 용어를 구성하는 한 글자로 된 기본 용어를 20가지로 요약하여 그 개념을 충분히 잘 설명하고, 이어서 그 기본 용어를 활용한 복합 용어의 사례를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미학 범주 체계를 간명하게 이해하는 데 대단히 유용한 방식이다. 우선 그의 이론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미학의 범주는 文化還元法을 통해 심층적으로 고찰되어야 한다. 문화환원법에는 다시 ①역사 환원 ②미학 환원 ③문화 환원의 세 가지 층위가 있다. (1) 역사 환원 : 원작에 충실하여 출처를 분명히 하고 그 내력을 찾아내어 본래의 의미로 환원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語義의 역사를 밝히는 방법이나 전통적인 훈고학의 방법이 필요하다. (2) 미학 환원 : 전통적인 범주의 술어가 원래 가진 미학적 함의를 밝히는 것이다. 의미론적인 語義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범주가 형성하는 미학 명제 술어에 대해 공시적 형태와 통시적 연원을 밝힐 필요가 있다. 범주 명제의 원래 생겨날 때의 상황과 심미적인 동인을 분명하게 찾아내고, 아울러 미학 사조의 변천과 발전의 궤적에 따라 예술 실천과의 연계 속에서 미학적 가치를 제시한다. (3) 문화 환원 : 역사 환원과 미학 환원을 포괄하여 더욱 광범위한 문화 전반의 배경 속에서 한층 더 깊이 문화 속에 함축된 것을 생각해 내는 환원 방법이다. 미학과 관련된 모든 이론을 다 참조할 수 있으며, 인류가 창조한 방법은 모조리 차용할 수 있다. 미학사조의 흐름에 대해서는 劉綱紀의 이론을 인용하여 다음 여섯 가지로 나누었다. ① {易經}, {詩經}, {周禮}를 실천하는 禮樂 문화와, 孔子로 대표되는 儒家 美學 思潮이며, 후기에는 孟子와 荀子, {易傳}, {樂記}의 작자가 대표가 된다. ② 老子, 莊子로 대표되는 道家 美學 思潮 ③ 屈原으로 대표되는 楚辭 美學 思潮 ④ 魏晋 玄學 영향 하의 美學 思潮 ⑤ 唐宋 禪宗 美學 思潮 ⑥ 明代 중엽 이후 李贄로 대표되는, 禮敎를 반대하고 情趣를 중시하여 타고난 性靈을 표출하고자 하는 自然人性 美學 思潮. 언어란 기호체계이다. 중국고전미학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서방의 언어와는 다르다. 그래서 중국미학과 서방미학의 체계상의 사이는 우선 기초체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表意文字인 중국문자는 表音文字와는 달리 글자 그 자체로서 미감을 띠고 있는 점이 매우 독특한 특징이다. 그 구체적인 면모를 張晧는 다음과같이 설명한다. 첫째, 한 글자의 범주로 보면, 漢字 기호의 象形과 會意가 미감을 띠고 있어서 곧바로 느끼고 이해하여 그 기본적인 함의를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氣'의 자형 자체가 생명의 호흡과 천지간의 기운 순환을 의미하고 있어서 '氣'의 범주가 생명 본원의 의미와 자연변화의 함의를 지녔음을 단번에 알 수가 있다. 그 외에도 美 意 象 風 神 景 情 心 物 比 興 등과 같은 용어들이 다 그런 부류이다. 글자 하나 하나가 다 한 권 책만큼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무한한 미학적 의미를 느끼게 해 준다. 둘째, 중국 미학 범주의 운용으로 보면, 간단한 하나의 기호가 풍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서 수많은 연상의 효과를 수반한다. 예컨대, '興'의 함의는 극히 풍부하다. 풀이를 하는 사람은 '흥이란 일으킨다〔起〕'라고 하지만, '起'라는 말로 '興'의 미학범주를 대변할 수는 없다. '흥'에는 미감의 체험과 정회의 이끌림, 연상의 촉발, 여운의 지속 등 말로 다할 수 없는 함의가 있다. 이것이 중국미학 범주를 설명하기 힘든 원인의 하나이다. 셋째, 범주 사이의 연계성에서 보면, 한자 기호의 계통이 중국미학범주의 수많은 내적 연계성이 일목요연하며, 자연스런 체계를 형성한다. 예컨대, '美'와 '善'은 같은 어원이어서, 모두가 고대 목축시대에 羊에 대한 감성 인식에서 유래하였다. 이러한 두 가지 미학 범주의 자연스런 연계가 중구미학의 윤리적인 특징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또, '情', '性', '盌', '忿', '意', '志', '志' 등은 모두 '心'과 연계된 일련의 범주가 되어 중국미학범주체계 중의 일군의 심리미학범주를 형성한다. 이처럼 기호 계통에 따라 미학 범주를 해독하는 방법이 능사는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범주 또한 역사의 산물이므로, 시대가 달라지면 그 함의도 달라지거나 소멸되기도 하는 것이다. 범주는 네 가지(하나의 핵심범주와 세 가지 측면)로 나눌 수 있는데, 각 범주에 포함된 개념들은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며, 엄밀히 구분된 개념이라기보다는 서로가 교차하고 뒤섞이면서 그 복합적인 관련을 통해 미묘하고 심오한 의미를 형성한다. (1) 本原範疇 : 가장 본질적인 개념. 氣 道 心 物 등의 개념을 포함한다. (2) 體用範疇 : 본체와 현상의 여러 범주. 여기에는 세 가지가 있다. ① 審美對象範疇 : 景 象 物 境 理 事 情 ② 審美主體範疇 : 意 志 情 理 性 氣 ③ 藝術作品要素範疇 : 意 文 質 勢 言 象 韻 形 神 (3) 藝法範疇 : 예술창작과 방법기교 계열의 범주. ① 創作類範疇 : 感 觸 興 味 游 觀 悟 化 ② 技法範疇 : 虛 實 動 靜 賦 比 興 (4) 品格範疇 : 審美鑑賞과 藝術境界와 관련된 범주. 美 善 眞 品 味 格 調 和 剛 柔 雅 俗 雄 奇 淡 遠 隱 秀 이 기본범주가 다시 조합되어 意象 意境 中和 風骨 등의 複合範疇를 이루고, 나아가 한 계열의 命題述語가 되어 고전 미학 범주의 체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 張皓는 이상의 여러 범주 가운데 기본적인 개념이 되는 것 20종을 따로 분류하지 않고 나열하여 각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가하였다. (1) 人 : 文化의 核心 張晧는 미학 범주 개념에 '人'을 포함시킬 뿐만 아니라, 20가지의 범주 가운데 첫번째로 제시함으로써 미학범주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지님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었다. 사람은 모든 활동의 주체이자 판단의 근거이며, 최종적인 귀착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모든 미학 범주의 기준이 된다고 하는 의미인 듯하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자 이 세상의 중심으로서 모든 문화적 활동과 성취의 주체가 된다. 그러므로 모든 행위의 주체임과 아울러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 (2) 氣 : 生의 근원 기란 원래는 우주만물의 본원으로서 모든 물질과 정신에 내재하는 활력이다. 미학 문예학적 개념으로 들어오면서 미의 본질이자 근원이며 예술생명이자 활력으로서 작가의 기질과 개성, 미감심리의 특징, 그리고 主客體 세계의 교감매개체 등 다중의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 관련 용어 : 體氣 氣象 氣勢 氣格 生氣 靈氣 神氣 (3) 道 : 인생의 길 도란 개념도 철학에서 원용된 것인데, 미와 문예의 본원이자 근본일 뿐만 아니라, 목적과 이상, 지고의 가치세계라는 의미까지도 지닌다. 各家와 各派마다 도의 내용을 다르게 설명하지만, 도를 최고 이상으로 삼고 가장 기초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 관련 용어 : 明道 載道 (4) 心 : 內宇宙의 妙 심은 생명의 중추이자 자아의식의 중심이다. 심을 통해 모든 예술활동이 이루어진다. 심은 物과 상대되는 개념이다. 심과 관련된 일련의 개념이 있으니, 情 性 志 意 思 想 感 悟 등이다. * 관련 용어 : 言志 寫心 心鏡 心源 (5) 感 : 美의 잉태 감은 주체와 대상 사이의 심미 활동이 발생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주체의 심령이 대상으로부터 자극을 받아들이면서 생겨나는 느낌과 생각을 가리키는 말로서, 사람 마음의 갖가지 변화하는 모습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 관련 용어 : 天人感應 心物感應 (6) 美 : 心曠神怡 미는 사람들의 생활체험이나 상상 가운데서 현실이 내면을 향해 긍정적으로 반영되는 일종의 심리현상이다. * 관련 용어 : 人倫美(美와 善, 美와 眞, 美와 醜) 山水美 自然美 (7) 意 : 주체의 의미 의는 주체심리와 작품본체 내용의 이론 범주이다. 대체로 심미주체의 意識 心志 情義 旨趣 등의 심리를 포함하며, 예술작품에서 말해질 때는 그 사상의 함의와 情理 내용을 가리킨다. * 관련 용어 : 立意 寫意 以意爲主 意在筆先 意隨筆生 言不盡意 意在言外 以意逆志 意象 意境 意味 意趣 創意 煉意 (8) 象 : 擬容之想 상은 매우 풍부한 함의와 보편적 활용성을 지닌 기본 범주이다. 상은 중국예술의 본체이자 중국문화의 핵심이며, 독특한 특색을 형성하여 끝없이 생성하는 예술세계와 사상체계이다. 상에는 정적인 의미와 동적인 의미가 있다. 정적인 의미는 '모습'이란 뜻이며, 동적인 의미는 '모습을 본뜨다'는 뜻이다. * 관련 용어 : 形象 意象 想象 構象 象徵 立象盡意 象外之象 興象 意餘于象 超以象外 (9) 情 : 人生色彩 정은 예술가 주체가 현실에 부딛치면서 생기는 내면 마음의 파동으로서 느낌과 욕망 등 여러 심리 상태를 포함한다. * 관련 용어 : 抒情 持情 (10) 景 : 物色之美 景은 심미 객체의 여러 범주 가운데 가장 순수한 미학 범주라고 할 수 있다. 경에는 세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① 일체의 자연 풍경과 인생사 ② 심미 주체인 情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정과 함께 예술작품의 본질적인 요소를 이룬다. ③ 情의 의미를 내포하는 景. 객관 대상인 景이 심미적 과정을 거치면서 景 속에 情을 담고, 情 속에 景을 포함하게 된다. * 관련 용어 : 情景相生 情景交融 (11) 勢 : 心向結構 주체의 마음이 작품 객체의 결구를 향하여 현시되는 動態的 양상.시문 가운데서 情이 펼쳐지고 꺾이며 생성되는 생동하는 意象. * 관련 용어 : 定勢 體勢 文勢 氣勢 (12) 境 : 神之域 境은 중국미학 특유의 體用合一의 기본 범주이다. '境'은 '意'와 합쳐서 '意境'이란 말로 쓰이는데, 이것은 主體情意와 客體對象이 융합하여 여러 겹의 심미적 함의와 예술적 경계를 이루어 美感 形象과 詩情畵意의 사이에서 사람을 형상 바깥의 허공 속으로 멀리 이끌며, 이로 인하여 物我感會, 情景交融, 虛實相應을 이루어 여운의 맛을 무한하게 한다. 境의 범주가 출현함으로써 중국미학은 심오하고 성숙된 발전단계를 성취하게 되었다. 다른 주 객체 범주인 '意' '象' '情' '景' 등과 비교하면 뒤늦게 나타난 개념이지만, 이 개념이 한번 나옴으로써 그 이론의 개괄력과 미학적 의의가 앞의 여러 개념을 넘어서서 마침내 중국미학의 대표적 이론의 하나가 되었다. * 관련 용어 : 意境 心境 境象 境界 有我之境 無我之境 (13) 興 : 情之萌 흥은 주 객체가 자연스럽게 만나 촉발되는 심미적 情致이자 예술 창작의 정감 충동이다. 예술에 있어서 사물을 보고 정을 일으킬 때 연관성의 원리를 비유적으로 활용하는 시가표현법의 의미도 있다. *관련 용어 : 情興 感興 興趣 興起 興象 乘興 遣興 興會 比興 觸興致情 (14) 游 : 心旅自如 유는 심미감상과 창조과정 중의 주체 정신의 활동과 자유스러운 상상과 자율적인 構思를 일컫는 말로, '思'나 '想'에 비해 더욱 생동하고 더욱 미감이 있다. * 관련 용어 : 游目 游心 內游 游乎至樂 神游 神與物游 (15) 味 : 東方人의 美 미는 미각적인 미감을 보편적인 심미 개념으로 승화시킨 용어이다. 심미적인 감상이나 창작에서 얻어지는 美的인 느낌을 일컫는다. * 관련 용어 : 滋味 淡泊之味 味外之旨 至味 (16) 趣 : 陶然한 즐거움 인생주체가 일정한 정경에서 자연적으로 얻는 특수한 미감이며, 심리적 지향으로, 심미적인 개성을 표현하고 완상하는 즐거움의 범주에 속한다. * 관련 용어 : 興趣 理趣 機趣 天趣 (17) 韻 : 風度와 琴心 운은 음악의 미감을 보편적인 미감과 예술적 품격 범주로 승화시킨 개념이다. 주로 생명의 율동과 빼어난 才情, 속됨을 벗어난 기질, 온후한 성령 등을 일컬으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 관련 용어 : 氣韻生動 神韻 風韻 情韻 體韻 高韻 雅韻 淸韻 遠韻 天韻 韻味 韻色 韻度 餘韻 (18) 和 : 剛柔相濟 화는 적절하게 조화되고 치우치지 않으며 강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룬 상태를 의미한다. * 관련 용어 : 中和 (19) 悟 : 大徹大智 오는 심미인식 중에 事理로 밝힐 수 없는, 깨달음의 豁然貫通한 어떤 경지를 나타낸다. * 관련 용어 : 以禪喩詩 妙悟 (20) 神 : 人의 回歸 신은 신령과 같은 미신적인 관념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본체가 멀리 도달하는 미적 극치로 회귀한다는 의미이다. 예술의 오묘한 통찰, 기묘한 상상, 창작 사유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 심미의 최고 경계, 이성과 감성의 인식을 넘어선 것, 곧바로 깨닫는 투철한 체험, 최고로 유쾌한 미감의 향수, 인물개성풍모의 생동하는 모습, 형식미와 物象美가 표출하는 독특한 인격미를 내비치는 것 등의 의미를 지닌다. * 관련 용어 : 入神 傳神 形神 神韻 이상에서 張皓의 미학범주이론을 살펴 보았는데,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본이 되는 20개의 낱글자를 추출해서 그 개념을 상세히 설명한 다음, 그 낱글자가 다른 글자들과 어울려 어떠한 복합개념으로 연결되는가를 밝힌 점이다. 그리고, 그 낱글자 개념이 이루는 범주의 체계를 매우 정밀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잘 구성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20개의 낱글자 개념 가운데 특별한 지위를 갖는 것은 '人'이다. 그러나 사실, '人' 그 자체가 비평용어로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人'과 결합하는 복합개념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人'을 포함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가장 첫 순서로 제시한 것은 모든 사고와 행위의 출발점에 인간이 있다고 하는 중국 특유의 인문학적 가치관이 배려된 것으로 보인다. 20개의 낱글자 개념이 '人'에서 시작하여 '神'으로 마무리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張皓의 이러한 이론체계가 가지는 특성과 그 의미에 대해서는 장차 상세히 고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詹福瑞는 {中古文學理論範疇} (中國 保定:河北大學出版社, 1997)에서 비교적 단순한 범주 분류를 하였으며, 그 시기도 中古時期(漢魏六朝時期)로 한정하여 논하였다. 따라서, 미학범주의 일반이론이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詹福瑞가 내세운 네 가지 범주는 다음과 같다. ① 文德 : 문학 본질 ② 文術 : 문학 창작 ③ 文體 : 문학 풍격 ④ 文變 : 문학 발전 이 네 가지 범주는 역사 발전의 순서와도 서로 비슷하다고 하였다. 네 가지 범주의 내용을 좀더 상세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文德 문덕이란 문학의 功能을 의미하며, 宋儒의 개념으로 치면 '體用'이 된다. 문덕에는 두 가지 속성이 있다. ① 言志와 抒情의 속성 ② 왕성한 文彩의 속성 * 개념 : 詩言志 詩緣情 文 文章 麗 (志는 생각, 情은 느낌, 文이나 文章는 아름다움, 麗는 華麗함을 대체로 의미) (2) 文術 문술이란 창작방법과 기교, 혹은 문체론(문학의 여러 형식과 법칙)과 창작론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말. * 개념 : 馭文 風骨 通變 熔裁 附會 心游 神思 比興 四聲八病 (3) 文體 여기서 문체는 문학작품의 體裁가 아니라 風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때 體는 體貌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 개념 ; 文氣 體性 典雅 風骨 隱秀 (4) 文變 문변은 시대의 실정을 반영하는 문학의 변천을 의미한다. * 개념 : 通變 宗經 辨騷 新變 放蕩 曺利華는 {中華傳統美學體系探源} (北京圖書館出版社, 제2판, 1999.)에서 역사적인 내용까지 포함하는, 매우 다양한 체계 이론을 펼쳤는데, 이 가운데 미학범주에 해당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이 되어 있다. 曺利華는 미학범주의 개념이 철학개념에서 전환되어 쓰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철학적 개념이 어떻게 미학적 개념으로 확대되었는가 하는 과정을 함께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그가 제시한 개념은 氣·神·象·骨·味·妙·虛의 일곱 가지이다. 그러나, 여기서 개념들 사이의 관계와 분류의 체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요컨대, 曺利華가 제시한 것은 철학개념에서 미학범주개념으로 전환한 가장 기본적인 일곱 가지 용어를 단순 나열하여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汪涌豪의 『範疇論』(上海:挈旦大學出版部, 1999)은 아주 본격적이고 정밀한 범주 이론을 정리한 역저이다. 그는 가장 기본 요소가 되는 개념이 상호간에 어떤 관계를 형성하여 어떠한 새로운 복합개념으로 나아가는가를 도표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가 제시한 범주의 체계는 다음과 같다. 1. 元範疇 : 道·氣·興·象·和 2. 範疇의 論理體系 (1) 本原性 範疇 性 情 心(心源,心匠,心裁……) 性情,情志,情意,志意…… 志 意 氣 ⇌ 道 事 理 物(物色,物象,物化……) 事理,景境,理境,事境…… 景 境 (2) 創作論 範疇 感物而興 興 養興,發興 興會(佇興) 興起(興托……) 感情而興 構思,精思,沈思 才,膽,識,學,力 字法-響,亮,穩,健…… 神思 虛靜,養氣,妙悟 定法 句法-渾然,直率…… 法 章法-血脈,波瀾…… 神與物遊,想像 活法 - 神,妙,脫化…… 無法 自然 (3) 作品形態와 風格論 範疇 +- 精警,圓朗,整齊,鮮明,哀急,淸華…… +- 聲色 - 雅諧 -+ | ↓ +- 晦,俗,繁碎,暗淡,衰諷,新奇…… | +- 雄深,逸雅,痒撥,渾老,閑雅,勁健…… +- 格調 - 高雅 -+ 體的導 -+ ↓ +- 淺切,卑弱,滑利,平哀,切近,板拙…… →(雅正,含蓄, 入途徑 | +- 澄淡,玄淡,簡約,溫潤,超朗,嬌韶…… 自然,中和) +- 韻致 - 淸遠 -+ | ↓ +- 混濁,繁實,盡,露,滯濁…… | +- 深厚,質實,宏壯,深靜,神奇,幽妙…… +- 意境 - 渾融 -+ +- 淺促,平庸,隘小,狹窄…… (4) 鑑賞과 批評論의 範疇 +-虛靜,養氣,澄心(平心,留心,一心…) - 心浮氣粗,庸心,粗心 +-主體規範-+ | +-才,學,識,悟 - 俗,庸,陋 知音 -+ +-鑑照→圓照(圓鑑,圓覽…) - 偏蓋,偏嗜… | +-觀→博觀→觀玩→通觀→諦觀,深觀-浮觀,淺觀,膜外之觀 +-客體規範-+-味→尋味→熟味→眈美→諦味,深味… | +-辭解 +-解-+ +- 可解 +-意解-+- 不可解-+ +- 不必解-+-有題,無題 解悟,眞解,精解,- 心解,玄解,神解 -泥,鑿,碎,刻,板腐… 4. 마무리 미학의 범주는 분류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범주의 구성을 통해 미학의 본질과 형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학이 미학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무슨 연관이 있어야 의미가 있듯이, 미학범주 이론 또한 우리 삶과 깊은 관련을 맺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학 범주 이론이 문화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때 우리 삶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현대 시학이나 현대 미학과의 연결 문제도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이 글에서는 일단 우리나라와 중화민국 및 중국의 전통미학 범주론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성과를 일별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다음에 계속될 작업에서는 개념 하나하나를 정밀하고 자세하게 살피는 일과, 개념의 체계를 우리 삶의 가시적 형태라 할 수 있는 '문화'의 측면에서 전통미학 범주론을 어떻게 분석하고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자 한다. 아마도 생명의식, 인문주의, 관계(생태)조화론, 초월주의 등의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이 글은 그러한 시도를 위한 예비작업의 성격을 띤다고 보면 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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