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하버마스의 재구성적 정치이론

나뭇잎숨결 2022. 3. 23. 01:18

하버마스의 재구성적 정치이론




유 홍 림 (서울대)




Ⅰ. 머리말

하버마스의 이론적 관심과 영향력이 철학과 사회과학을 포괄하는 광범한 분야에 미치고 있음은 그의 구체적인 관심 주제와 업적들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공론장의 역사적 구조 변동에 대한 정치사회학적 분석, 비판이론의 인식론적 기초의 정립, 사회과학의 방법론 논쟁, 과학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데올로기 비판, 후기산업사회에서의 정당성 문제, 보편적 화용론과 합리성의 재해석을 통한 의사소통 패러다임의 구축, 체계와 생활세계의 이원적 분석틀에 의거한 근대적 합리화과정에 대한 분석, 의사소통적 규범론의 구성에 의한 보편주의적 민주주의 규범의 정당화, 근대성에 대한 철학적 담론의 비판적 고찰, 신보수주의 비판, 법과 민주주의의 의사소통론적 재구성 등의 이론적 작업은 그 범위와 방법론에 있어 학제적이며 재구성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하버마스는 그의 체계적 이론화 작업을 "합리적 재구성(rational reconstruction)" 또는 "재구성적 과학(reconstructive science)"의 수립, 즉 철학과 사회과학의 유기적 통합 노력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하버마스는 사실과 규범의 균형적 이론화라는 문제의식에 의거하여 철학과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발전된 이론들을 상호 긴밀하게 연관시키면서 체계화한다.

이러한 하버마스의 이론적 작업은 그의 실천적 관심을 토대로 한다. 그는 프랑크푸르트학파 제1세대에 의해 충분히 이론화되지 못하고 실천의 영역에서도 그 영향력이 발휘되지 못한 이성의 '해방적 관심(emancipatory interest)'을 자신의 이론과 실천의 기초로 삼는다. 하버마스에 있어서의 해방적 관심의 구체적 표현 형태는 그가 항상 "공론장 속의 비평가(critic in the public sphere)"(Holub 1991)로서의 자기이해에 기반하여 모든 이론화 작업을 수행한다는 사실에서 발견된다. 하버마스는 해방적 관심의 요체가 자기성찰성(self- reflexivity)에 있다고 믿으며, 이러한 성찰성은 상호주관적인 공론장을 통해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그의 전 저작을 통해 관류하고 있으며, 따라서 하버마스의 이론은 매우 강한 정치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본 논문은 한편으로 하버마스의 이론화 작업이 지니는 정치적 함의를 파악해 보고자하는 시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광범한 재구성적 이론에서 정치이론적 측면을 구분하여 분석해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Ⅱ. 공론장: 재구성적 정치이론의 기초

{공론장의 구조 변동}에서 하버마스는 의사 형성을 위한 담론의 제도로서 공론장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사적 맥락에서 등장하였고 변화해왔는가를 상세히 분석한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공론장은 근대 입헌국가의 확립 과정에서 등장하였으며, 의사소통을 통한 공동의 의사 형성 과정을 의미한다. 또한 부르죠아적 공론장 내에는 합리성의 다양한 현실태에 대한 비판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규범성이 잠재태로서 내재한다. 즉, 공론장을 통해 우리는 '정당성'을 중심적인 정치적 관심으로 부상시킬 수 있게 되며, 의사소통의 정도를 정치의 척도로 삼게 된다. 이러한 의미를 갖는 공론장은 근대 정치의 이상성을 구성하며, 현실 정치의 왜곡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된다.

공론장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서의 公과 私의 구분을 기원으로 하며, 이후 이러한 구분은 봉건제를 비판하기 위하여 근대 부르죠아계급에 의해 부활되었다(Habermas 1989b, 136-9). 공론장은 한편으로 참정권과 언론 및 집회의 자유 등의 주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또한 국가의 형태로 조직화되는 지배구조에 대한 공식적, 비공식적 비판을 통해 형성된다. 하버마스의 재구성적 정치이론에서 공론장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공론장이 바로 의사소통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적 삶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공론장"은 무엇보다도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사회적 삶의 영역을 의미한다. 그리고 모든 시민들은 공론장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는다. 사적인 개인들이 모여 하나의 공공체를 형성하는 모든 대화의 형태 속에 공론장의 한 부분이 발생하여 존재하게 된다(Habermas 1989b, 136).



이러한 공론장은 하버마스의 이론적, 실천적 기획 전체의 중심이 되는 의사소통적 상호작용 개념의 제도적 기반이 된다. 공론장은 사회적 차별과 특권을 개입시키지 않고 합리적 대화를 추구하는 개인들로 구성되며, 참여자들이 합리적 담론을 가능케 하는 기준을 존중함에 의해 참여자의 평등성과 보편적 접근가능성이 보장되는 영역으로 개념화된다. 자유주의적 근대 공론장의 내적 동기는 공론장의 매개를 통해 정치를 "합리적 권위"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근대적 공론장은 합의 형성과정에의 보편적 참여(universal participation)를 전제함으로써 정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여기에서 보편적 참여는 집단적 이해와 관련된 일들에 대한 개인들의 합리적 계몽이 달성됨을 의미한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을 개념화함에 있어 헤겔과 맑스에 의해 지적된 근대 자유주의적 모델의 한계뿐만 아니라 헤겔과 맑스의 분석이 가지는 한계도 극복하려 한다. 하버마스는 공론장 개념을 통해 근대의 업적을 정치적 이상으로서의 민주주의에서 발견하고, 동시에 근대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로 되는 제도적 매개의 형태를 규범적으로 규정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하버마스는 근대 시민사회의 내재적 원리와 구조를 밝히려 한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근대 사회의 출현 과정에서 서로 구분되는 두 영역, 즉 객관화된 국가 장치의 영역과 생산/교환의 사회 영역이 발전되었다. 하버마스는 이 두 영역 사이의 "간극(interstices)"에서 새로운 자율적 영역이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을 발견한다. 이 새로운 영역이 식자층이 중심이 된 자발적 결사체들로 구성되는 부르죠아 공론장이다. 이러한 자발적 결사체들은 17-8세기에 걸쳐 사적인 사회 영역에서 번성하였다. 이후 이러한 문화적 결사체들은 언론과 정치적 사교단체의 발전과 더불어 정치화되어 여론의 공개 토론장으로 변모되어갔다. 하버마스는 칸트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형태의 담론이 모든 주장들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심판의 장이라고 본다. 공론장은 합리적 합의와 법, 그리고 계몽된 여론을 연결시키는 기반으로서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막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리고 17-19세기에 걸쳐 입헌적 공화주의 정부들이 수립되면서 공론장 내에서 생성된 규범들, 즉 표현과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정치적 참여의 권리 등은 헌법에 포함되어 제도화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 권력과 그 기구들은 공론장에서 생성된 평등성을 핵심으로 하는 내재적 기준에 의거해 스스로를 정당화할 것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하버마스가 이상형으로 재구성한 부르죠아 공론장은 정치 차원에서의 해방적 규범과 연관된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부르죠아 공론장은 이러한 정치적 기능 이외에 "기술적 학습(technical learning)"의 확대의 정도와 조건을 판단하는 사회적 성찰성을 내포하고 있다(Habermas 1970, 74-80). 그러나 기술 영역의 확장에 의해 실천이성의 영역이 점차 침해되어감에 따라 공론장의 비판적 기능이 약화된다. 즉, 자본주의 국가의 '체계적' 절차 속에서 정당성이 도외시되고, 이해관계에 기반한 정책과 정치적 관행이 '보편화가능성'의 척도에 의해 비판적으로 검토되지 않는 상황이 심화된다는 것이다(Habermas 1970, 111-17). 시장의 논리와 도구적 합리성의 기준이 전사회 영역으로 침윤되어 문화의 영역도 상품화되기에 이르른다. 이러한 현실 사회적 변화의 양상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하버마스는 부르죠아 공론장의 기저에 존재하는 원리와 역사적 현실태의 괴리를 지적한다. 즉, "비록 공론장의 자유주의적 모델이 그 규범성에 있어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지만, 사회복지국가의 형태로 조직화된 산업 대중민주주의의 실제적 상황에 적용될 수는 없다"(Habermas 1989b, 140)는 것이다. 불평등과 지배 관계의 확산과 심화는 의사소통의 구조를 왜곡시키고, 사회구성원들의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을 제약하게 된다. 또한 19세기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과 1840년대 프랑스의 혁명운동에 의해 공공체(public body)로서의 공론장의 형태는 부르죠아계급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으로 확장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부르죠아적 사회제도와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수준에 의해 유지되던 공론장의 응집성이 약화되고, 사적 영역에서의 갈등이 공론의 영역으로 침투하게 되어 시장경제의 자율적 조정이 국가권력에 의한 통제로 대체되어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론장은 더이상 '합리적 권위'의 산실이 아니라 갈등하는 이해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국가에 의한 사회통제의 심화는 이른바 "공론장의 재봉건화(refeudalization of the public sphere)" 또는 "의사소통적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초래하며, 공적 영역(정치)과 사적 영역(경제)의 상호침투와 유착을 가속화시킨다. 한편으로 대규모화된 경제조직들은 공론장을 배제시키면서 국가와 직접적인 타협을 이루어가고,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형식적인 개방성의 과시를 통해 적어도 대중의 명목적인 지지는 획득하려 한다. 근대 복지국가에서의 이러한 추세가 초래하는 정치적 결과는 공론장의 비판기능의 상실이다. 국가가 모든 사적 영역과 긴밀하게 유착된 상황에서 공론장은 자발성을 상실한 채 정당성 유지의 형식적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나 근대 복지국가 내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존재한다. 즉, 행정권력의 증대가 시민의 기본권 확대와 병행하여 진행된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후자의 추세에 의해 부르죠아 공론장에 내재하는 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집단의 출현이 가능하게 된다고 본다. 시민권의 확대에 의해 이전의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 유지되는 사적 개인들의 공공체가 이제 조직화된 개인들의 공공체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Habermas 1989b, 141)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이러한 가능성과 관련하여 공적 영역에서 상호주관적으로 전개되는 사회운동에 주목하다. 그는 사회운동을 하나의 실천적 학습과정으로 이해하며, 이러한 의사소통적 상호행위의 합리화 과정을 통해 공론장의 규범적 원리들이 추상적 원리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실천을 통해 현실화된다고 주장한다(Habermas 1979, pp.120-25).



Ⅲ. 의사소통의 규범론

하버마스의 공론장에 대한 관심은 '언어학적 전환' 이후에도 지속되어 의사소통 행위에 전제되는 보편적 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보편적 화용론과 의사소통 능력의 이론을 구성하려는 노력으로 구체화된다. 이른바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패러다임은 정교한 언어행위론적 구분과 사회학적 분석이론들의 재구성을 통해 구축되어 고도의 추상성을 특징으로 한다. 한편으로 이러한 추상성은 공론장의 현실적 와해에 대한 이론적 대응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 행위이론의 기저에 존재하는 그의 문제의식은 근대적 합리성을 의사소통적 합리성으로 재개념화하여 공론장의 현실적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일관된 문제의식은 실천 철학에 대한 철학계 내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의사소통의 규범론을 정립하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의사소통 행위론을 기초로 하는 담론 윤리(discourse ethics)를 도덕적 논쟁의 화용론적 분석을 통해 재구성하려는 하버마스의 노력은 그의 정치적?실천적 관심을 반영한다. 하버마스는 특정의 문화 또는 전통에 근거하지 않는 보편주의적 규범론의 정립이 근대 계몽주의의 핵심적 과제임을 강조한다. 파괴적 잠재성을 갖는 문화전통의 무비판적 수용을 경계하는 하버마스는 현대에 지배적인 사조로 등장하는 신보수주의, 공동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내재하는 윤리적 회의주의 및 상대주의를 이론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자신의 규범론이 갖는 중요한 의미라고 본다. 따라서 하버마스는 자유, 자율, 도덕적 평등성, 인간존엄성에 기초한 상호존중의 이념 등의 근대적 이상들이 가지는 보편화 가능성에 주목하여 이를 선험적-주관주의적 형이상학이 아닌 일상적 의사소통의 화용론적 전제의 정립을 통해 정당화하려 한다. 또한 하버마스는 보편주의적 규범론을 정당화함에 있어 근대적 제도, 특히 공론장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이와 병행하는 도덕 의식의 발달에 주목하여 담론 윤리를 역사적 분석 및 콜버그(Lawrence Kohlberg)의 발달심리학과 연관시킨다.

의사소통 규범론의 가장 중요한 기초는 의사소통에 전제되는 보편적 규칙의 규명을 목표로 하는 보편적 화용론에 의해 마련된다.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의 목표는 상호 이해(reciprocal understanding)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의사소통은 "상호 이해, 공유하고 있는 지식, 상호 신뢰의 통주관적 상호성"(Habermas 1979, 3)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호 이해는 합의의 도출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일상적 의사소통과정에서 이러한 목적이 실현되지 않는 경우, 최소한 진위 및 시비와 연관되어서는 특수한 형태의 의사소통의 형태인 "담론(discourse)"의 단계가 필요로 된다. 이러한 담론의 목적은 합리적으로 동기부여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인데, 이러한 합의는 일종의 메타규범인 "이상적 대화 상황(ideal speech situation)"을 전제로 한다. 이상적 대화 상황은 경험적 현상이나 단순한 개념적 구성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논의에 전제되는 필수적 조건을 의미한다. 모든 타당성 주장들(validity claims)은 이상적 대화 상황을 필수전제로 요구하며, 이 상황의 특징은 보다 설득력 있는 논의전개의 동기이외의 모든 여타 동기의 배제를 위한 절차적 규칙의 보장에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상적 대화 상황은 개인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의 절차적 정당화의 기초를 마련한다. 균형성(symmetry), 상호성(reciprocity), 비강제성, 자율성 등이 이상적 대화 상황의 특징이며, 이는 '보편화의 원리'와 '담론의 규칙들'로 정식화된다(Habermas 1990a, p.89). 논의의 규칙으로서 보편화의 원칙(a principle of universalization)은 다수의 참여자들 사이의 역할 교환을 통한 보편적 입지의 정립을 추구하는 실제적 논의에 있어 필수적 전제이다. 하버마스가 말하는 보편화의 원칙이란 "하나의 규범이 타당하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규범의 준수와 실행에 따르는 결과와 부수적 효과를 모두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Habermas 1990a, p.197)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와 규칙들로 규정되는 이상적 대화 상황은 도구적 합리성에 지배되지 않는 도덕적 추론에 관한 절차적 모델의 한 예로서의 중요성을 갖는다. 또한 이는 민주적 페어 플레이의 형식적 규칙을 통해 정의의 조건을 규정함으로써 자유, 평등, 상호성에 대한 절차주의적 해석을 가능케 하며, 이상적 사회형태의 조건을 명시화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이 자율성과 보편화가능성의 개념은 하버마스의 규범론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하버마스는 이러한 개념들이 보다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도덕적 사고의 기초로서 행위자의 구체적 욕구와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가 배제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버마스는 이해와 욕망은 그 표현의 양상에 있어 역사적, 제도적 조건에 의해 변화되어 가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버마스는 헤겔의 칸트 비판―경험적 자아와 본질적 자아의 이분에 대한―을 받아들여 도덕적 사고에 있어 행위 및 규범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경험적 이해 문제를 배제시키는 경우 행위나 규범의 보편화 가능성의 절차를 제약 또는 왜곡시키게 됨을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하버마스는 합의의 조건으로서 당사자 모두의 이해에 대한 고려를 중요시한다. 즉, 각 개인은 '도덕적 관점'에서 행위나 규범이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는 모든 당사자들에 의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따라서 합리적인 동기부여와 비강제성이 보장되는지를 평가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보다 포괄적인 의사소통 행위의 이론화를 통해 합리성의 개념과 논쟁(argumentation)을 연관시키고 보편화 원칙의 행위이론적 기초를 체계화한다(Habermas 1984). 하버마스는 합리적 행위는 필연적으로 논쟁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합리성은 어떠한 지식 그 자체의 성격보다는 그 지식이 사용되는 양식과 연관된다. 즉, 일상적 언어 사용에 있어 누구가 합리적이라든지 어떠한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행위와 주장이 당사자 및 관련자들에 의해 비판되거나 옹호될 수 있고 따라서 정당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합리성은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며 따라서 "의사소통적 합리성(communicative rationality)"이야말로 객관적 세계에 대한 지식과 연관된 "인지적-도구적 합리성(cognitive-instrumental rationality)"의 개념을 보완하는 보다 근본적 차원의 합리성 개념이라는 것이 하버마스의 주장이다. 하버마스는 합리성에 대한 언어행위적 해석을 통해 도구적 합리성으로 편향되게 인식되는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고조되는 지적 분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의사소통적 합리성은 인간의 언어사용이 여러 유형의 '타당성 주장'을 포함함에 따라 의사소통의 구조 자체에 내재하게 된다. 명시적으로 표출된 타당성 주장들은 필연적으로 그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타당한 근거의 제시를 필요로 하며 이는 논쟁(argumentation)과정의 발단이 된다. 논쟁과정은 일상적 의사소통에 내재하는 합리성의 기준을 토대로 전개되며 '근거 제시(grounding)'와 '학습(learning)'과정으로 구성된다.

하버마스는 의사소통 행위의 발단을 자발적 이해/합의(understanding/ agreement)의 필요성에서 찾는다. 하버마스는 칸트적 가치영역의 분리를 토대로 그에 상응하는 행위유형과 합리성을 구분한다. 이 중에서 의사소통 행위와 의사소통적 합리성은 여타의 사회적 행위유형과 합리성 기준의 기초가 되며 따라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하버마스가 의사소통 행위와 합리성의 우위성을 언어학적 분석틀을 통해 정당화하려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자유, 자율, 평등, 상호존중 등의 도덕적 이상을 일상적 의사소통의 필수 전제(counterfactual presuppositions)로 규정하는 경우 보편주의적 규범론의 수립이 가능해지며, 윤리적 논의를 상황 가변적 전통에 의존하지 않고 전개함으로써 합리적 합의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보장할 수 있게 된다. 둘째로, 의사소통의 규범론이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합리성의 개념을 새로운 차원에서 재구성한 의사소통적 합리성 개념은 현대사회의 문제를 계몽주의적 관점의 포기가 아닌 계승을 통해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즉, 하버마스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도구적 합리성의 체계적 지배의 확대와 이에 따른 "의사소통적 생활세계의 식민지화"로 파악하는데(Habermas 1987a), 의사소통의 규범론은 의사소통적 생활세계에 내재하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척도를 밝힘으로써 현실 비판의 기준을 제공하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하버마스는 일상적 언어의 사용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가 많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기저의 차원에서는 완전한 상호성과 자율성, 그리고 연대성(solidarity)이 보장되는 이상적 대화 상황이 전제되고 기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사소통의 규범론은 다음과 같은 비판적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이 규범론은 기존의 사회적 정치적 제도와 관행의 정당성을 문제시할 수 있는 보편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친 논의의 활성화를 통한 참여적 민주주의의 기반 확대에 기여한다. 둘째, 의사소통의 규범론은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의의 이상형을 제시한다. 하버마스는 기존의 서구 민주주의에서의 "사이비 타협(pseudo-compromises)", 즉 강자의 이해가 입법과정을 거쳐 실현되는 상황을 후기산업사회의 "정당성의 위기"의 징후로 본다. 하버마스는 공적 이해와의 부합성의 기준이 되는 공정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은 모든 타협은 사이비 타협이며, 그것이 보편화됨에 따라 "민주주의는 더 이상 시민의 의사형성과정에의 참여를 통한 합리적 권위의 수립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Habermas 1975, p.123)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의 규범론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합의는 공정한 토론과정의 결과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재구성적 과학의 틀 내에서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Ⅳ. 절차주의적 민주주의 모델

하버마스는 그의 논문 [민주주의의 세 가지 규범적 모델](1996)에서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민주주의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두 모델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절차주의적 민주주의론을 제시한다. 절차주의적 관점은 공화주의에서 강조되는 공공 영역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고, 자유주의적인 입헌주의와 보편주의를 의사소통의 구조에 근거하여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정립된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토의 정치(deliberative politics)" 또는 "토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이념과 실천을 토대로하며, 개방적 참여가 보장되는 의사소통 구조의 확보를 통해 사적 자율성과 공적 자율성이 동시에 보장되는 민주주의의 형태이다. 나아가 이러한 절차적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적으로 해석되는 중립적 절차주의 보다는 넓은 의미를 함축하며, 체계적 목적합리성과 생활세계적 합리성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대안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는 시민과 정치에 대한 개념화에 있어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자유주의적 관점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으며, 시민의 지위는 그들이 국가와 다른 시민에 대하여 갖는 소극적 권리와 자유에 근거해서 규정된다. 이에 따라 자유주의적 정치 또는 민주주의적 과정은 사회의 다양한 이익의 수렴과 공적인 행정기구를 통한 중재와 관련하여 이해된다. 민주주의적 과정은 경쟁하는 이익 사이의 타협이라는 형태로 전개되며, 공정성은 일반적이고 평등한 투표권, 의회라는 대의기구, 결정규칙 등에 의해 제공된다. 또한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공론의 장과 의회에서의 의사형성과정은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집단들간의 경쟁으로 나타나며, 그 결과는 자신의 선호를 표현하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존한다. 여기에서 표를 통한 유권자들의 결정은 시장에서의 선택행위와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즉, 자유주의적 모델은 토론하는 시민들의 자율적인 민주주의적 결정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선호를 충족시킴으로써 본질적으로 비정치적인 공동선을 보장하는 경제사회의 법적 제도화에 의존한다.

이에 비해 공화주의 모델은 자율적인 시민들이 공동으로 행하는 이성의 공적 사용을 제도화함으로써 민주주의 본연의 의미를 보전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공화주의적 관점은 정치를 중재기능에 국한시키지 않고, 전체로서의 사회를 형성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실체적인 윤리적 삶의 성찰적 형식으로 이해한다. 시민들의 지위와 정치적 권리는 그들이 사적 개인으로서 주장할 수 있는 소극적 자유에 의해 규정된다기보다는 정치적 참여와 의사소통의 권리를 포함하는 적극적 자유에 의해 규정된다. 이러한 정치적 권리는 외적 강제로부터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실천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한다. 이에 따라 공론장과 의회에서의 정치적 의사형성은 시장의 원리와 구조가 아니라 상호이해를 지향하는 공적 의사소통에 내재하는 원리와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시민들에 의한 자기입법의 실천으로 이해되는 공화주의적 정치의 패러다임은 개인의 선호가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라 윤리적 가치문제가 경쟁하는 대화의 장이며,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전체의 정치적 자기조직화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정치적 공론장은 그것의 토대인 시민사회와 더불어 전략적 중요성을 갖게 된다.

하버마스는 이상의 두 관점들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새로운 절차주의적 민주주의의 규범적 모델을 제시한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자유주의 모델은 다소간 현실적이지만 규범적 내용이 약하고, 공화주의적 모델은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반영하지만 "과도한 윤리적 부담"에 의해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인 한계를 갖는다. 하버마스는 대안으로서의 절차주의적 민주주의 모델의 기초가 되는 토의 정치의 관점은 공화주의적 관점보다는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자유주의적 관점보다는 민주주의의 규범적 이상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토의 정치에 근거한 민주주의에 대한 절차주의적 개념은 자유주의적 공정성(입헌주의적 원리)과 공화주의적 의사형성(민주주의적 공론장)의 요소들을 수용하여 이들을 토론 및 의사결정을 위한 이상적 절차라는 개념 속에 통합함으로써 구성된다. 이러한 절차주의적 관점에 의해 실천이성은 보편적 인권이나 특수한 공동체의 구체적인 윤리적 실체로부터 벗어나 담론의 규칙과 논증의 형식 속에 자리잡게 된다.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 사회를 규율하는 규범의 내용은 바로 의사소통 행위의 구조에서 도출되고 정당화된다.

공화주의와 마찬가지로 절차주의적 토의 정치는 정치적 의사형성이 이루어지는 공론장을 민주주의의 중심 무대로 설정한다. 그러나 토의 정치는 입헌국가의 원리들을 민주주의적 의사형성에 요구되는 의사소통 형태의 제도화라는 차원에서 중요시한다. 즉, 토의 정치는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시민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사소통의 절차와 조건의 제도화에 의해 그 성공 여부가 좌우된다고 본다. 특히 절차화된 국민주권이나 정치적 공론장의 연계망에 기반하는 절차주의적 민주주의 개념은 '탈중심화된 사회'관과 친화력을 가지며, 따라서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목적지향적 거대주체로서의 사회적 전체라는 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이 개념은 시장을 모델로 삼아 권력과 이익의 상호작용을 기계적으로 규제하는 자유주의적 헌법 규범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토의 정치는 실천적 관점에서 주체 또는 의식철학의 전제들을 거부한다.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의식철학적 전제들로부터 탈피하지 않으면 시민적 자기결정의 실천을 하나의 집합적 주체로 귀속시키거나, 법치(rule of law)를 다수의 고립된 개인적 주체들에게 적용하게 된다. 이에 비해 토의 정치의 관점은 의회와 비공식적 공론장의 연계망 모두를 관류하는 의사소통 과정의 '상호주관성'을 이론화의 토대로 한다. 즉, 상호주관적 의사소통 형식들이 공식/비공식적 공론장에서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의사형성의 가능성을 확보해 준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비공식적 여론형성은 '영향력'을 산출하며, 이 영향력은 법적으로 제도화된 의사형성의 채널과 문화적으로 동원된 공중 ―이러한 공중은 국가와 경제 모두와 구별되는 시민사회의 연합체들 속에서 그 토대를 발견한다 ―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의사소통적 권력'으로 변형되고, 이 권력은 다시 입법을 통하여 '행정적 권력'으로 변형된다.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하여 의사소통적 권력으로 변형되는 공론은 스스로 지배할 수 없고, 행정권력의 사용에 있어 특정한 방향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자유주의 모델에서와 같이 하버마스의 절차주의적 모델에서도 '국가'와 '사회'간의 경계는 존중된다. 그러나 이 경우 시민사회는 경제체계와 행정체계로부터 구별되는 자율적인 공론장의 사회적 토대로서 이해되며, 근대사회에서 사회통합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화폐, 행정권력, 연대성이라는 세 가지 자원 중 연대성의 새로운 원천으로 기능한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마스는 연대성이 사회통합의 다른 두 메카니즘인 화폐와 행정권력을 견제함으로써 이들간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하버마스가 강조하는 점은 연대성의 사회통합력은 이제 공유하는 문화적 전통과 윤리적 합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넓게 확장되고 분화된 공론장을 통하여, 그리고 법적으로 제도화된 민주적 토론과 의사결정의 제도적 절차를 통하여 형성되고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Ⅴ.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의사소통론적 재구성

{사실성과 타당성}에서 하버마스의 주요한 관심 중의 하나는 '사회적 통합'과 '정당성'의 관계이다. 즉, 근대 이후의 사회적 현실 속에서 공동체적 통합을 가능케 하는 매개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러한 매개의 정당성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하버마스는 의사소통 행위이론을 법과 민주주의의 영역에 적용한다. 또한 그의 의사소통 행위이론이 제도적 현실 차원의 문제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법과 민주주의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버마스의 문제의식은 현대의 입헌적 민주주의국가가 당면한 문제점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즉, 복지국가의 실패와 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의 한계의 노정에 의해 입헌주의적 틀이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 대응하여 이론적 대안으로서 토론 민주주의론이 전개되었는데, 하버마스도 공적 토론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이론적 노력에 자신의 의사소통 패러다임을 통해 기여하고자 한다.

사실성과 타당성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관심은 고대로부터 지속되어왔다. 그러나 근대사회의 출현과 더불어 형이상학적, 종교적 세계관이 와해되고, 사회적 합리화와 이에 따른 다원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실성과 타당성의 분화와 괴리가 심화되었다. 그리고 이 양자의 결합을 새롭게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연법사상의 재구성이 이루어지면서, '자유주의'와 '시민적 공화주의'의 두 갈래가 대립의 관계를 유지하며 형성되었다. 하버마스는 이 두 갈래의 사상체계가 궁극적으로 사실성과 타당성 사이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이론적으로 파악하고 실천적 해소 방안을 제시하는데 미흡하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하버마스는 근대적 사회상황에서 법의 기능을 사회조정과 통합의 차원에서 중요하게 취급한다.

{사실성과 타당성}은 법과 기본권에 대한 사회학적 개념화, 법치와 입헌국가에 대한 규범적 설명, 민주주의에 대한 규범적, 경험적 접근의 결합을 시도한다. 이를 위하여 하버마스는 학제적 접근을 통한 재구성을 추구하며, 면밀한 논리성과 고도의 추상성을 유지하면서 기존의 개념과 이론들을 그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함께 의사소통론적으로 재해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하버마스가 취하는 이론적 관점은 이른바 이중적 관점(dual theoretical perspective)으로서 사실성과 타당성 사이의 긴장을 이론화하기 위하여 사회학과 규범철학적 접근을 동시에 적용한다. 이러한 노력은 한편으로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의 이론적 논의가 법과 정치의 영역에 적용될 때 가질 수 있는 함의들을 검토하는 작업으로 이해될 수 있다.

{사실성과 타당성}의 중심 테제는 '법치 또는 입헌국가는 토론민주주의와 내적인 연관성을 갖는다'는 명제로 요약될 수 있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탈인습적 도덕은 법의 형식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법은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그들의 동기부여에 의존하지 않고 규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법치 사회에서는 전략적/도구적 행위의 범위가 확대되지만, 그러한 행위는 궁극적으로 의사소통적 합의의 원리에 의해 제약되며,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허용하는 범위내에 국한된다. 법이 사회통합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형성되어야 한다. 즉, 법은 정당성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성과 타당성}의 전체 구성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1장과 2장은 예비적 고찰로서 특히 1장은 사실과 규범의 사회적 매개의 한 범주로서 법이 가지는 내적 긴장과 근대적 상황에서의 법의 특수한 역할을 이론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개념틀의 구성에 있어 {의사소통행위이론}에 의거하는 하버마스의 출발점은 근대법의 이중성(the paradoxical duality of modern law)에 대한 고찰이다. 물론 근대법의 이중성은 법의 영역에서는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 현실과 합리적 주장으로서의 정당성 간의 갈등, 실제적 법 형성과 집행 및 강제의 차원과 보편적 수용가능성의 문제 등은 플라톤의 {법률} 이래 법철학의 중심적 문제였다. 근대 이후 특히 옐리네크(Georg Jellinek)는 근대법의 성격과 관련하여 존재와 당위를 엄격히 구분하면서도 또한 그 연관성에 주목한다. 그는 "사실의 규범력(normative Kraft des Faktischen)"(Jellinek 1980, 327ff)에 근거하여 법규범의 원천을 사실, 역사, 힘에서 찾으면서, 동시에 "법의 실정성은 최종적으로 항상 법의 타당성에 대한 확신에 관련되고 있다"(324)고 주장한다.

하버마스는 근대법의 이중성 및 정당성의 문제와 관련하여 칸트의 '법적 타당성(legal validity, Rechtsgeltung)' 개념을 중요시한다. 칸트의 법적 타당성 개념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은 어느 한 편으로 환원되거나 융합되지(fused) 않고 상호긴장 관계 속에서 서로 얽혀(intertwined) 있다. 즉, 칸트에 있어 강제와 자유의 조화, 법과 도덕의 결합은 법 내적인 사실성과 타당성의 긴장을 축으로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하버마스는 칸트가 궁극적으로 법을 도덕에 종속시킨다는 점을 문제시한다. 즉, 형이상학적 틀에 의존하며 경험세계를 배제하는 칸트의 경우 선험적으로 통합된 이성은 실제적 토론 이전의 합의 가능성을 전제하는 문제를 가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버마스는 이성 또는 보편적 규범성에 대한 탈형이상학적 정당화의 가능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형이상학적, 신학적, 역사철학적 접근이 설득력을 잃은 상황에서 이성에 대한 도구주의적 해석을 다른 한편으로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이에 대해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의 패러다임이 그 가능성을 보장한다고 본다. 사실성과 타당성의 긴장이 법을 구성하는 핵심 축이라고 할 때, 이러한 긴장을 환원주의의 오류를 회피하면서 이론화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행위론에 기반한 법-정치이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론이 이중성의 긴장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긴장은 언어사용의 차원, 근대법 내부의 차원, 그리고 법과 사회현실의 차원 모두에 나타난다. 법적 타당성의 이중성과 긴장의 구조를 개념적으로 정립하려는 하버마스의 실천적 관심은 이러한 긴장의 균형이 사실성의 요구, 즉 사회적 생산 및 재생산과 관련된 이해의 차원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근대적 상황의 특징을 사실성과 타당성의 긴장이 심화되는 현상에서 발견한다. 사회적 갈등의 해결, 즉 의사소통적 합의를 위해서는 집단적으로 공유되는 생활세계적 공감대가 요구된다. 그러나 근대의 출현과 더불어 다원화와 합리화, 기능의 분화현상이 심화되어 공유되어온 의식적 기반이 와해되고, 이에 따라 갈등의 해소가 '전략적 행위(strategic action)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사실성과 타당성의 괴리현상을 심화시킨다. 자본과 관료제적 권력의 등장은 생활세계와 분리된 이른바 "체계 통합(system integration)"을 초래하고 의사소통적 합의의 필요성을 감소시킨다. 근대법은 이러한 사회상황(생활세계적 자원 및 공동체적 유대의 파괴와 물질적 재생산과 연관된 기능적 요구의 증대)에서 나타나는 사회조정(social coordination)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다. 이러한 근대적 사회상황의 특성에 의해 근대법은 이중적 성격과 과제를 부여받는다. 즉, 한편으로 법은 개인들이 그들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개인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안정된 사회환경을 조성하여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법은 타당성 주장에 기반하여 상호이해를 추구하는 개인들이 합리적 기준에 의거해 수용할 수 있도록 토론의 과정을 통해 수립되어야 한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사실성과 타당성 사이의 긴장은 두 차원으로 구분된다. 내적 긴장의 차원은 칸트에 있어서의 자유 의지와 보편법칙 사이의 관계로서 규범철학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이에 비해 외적 긴장의 차원은 입헌-민주적 법 질서의 요구와 사회 권력의 정당성 조건 침해와 관련되며, 이의 분석을 위해서는 사회학적 접근이 필요로 된다. 이에 따라 하버마스는 롤스(John Rawls)와 루만(Nicolas Luhmann)의 이론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통해 이들 이론이 전자의 경우 사회학적 분석이 결여되고 후자의 경우 규범성을 도외시함에 따라 양자 모두 긴장의 한 측면에 치중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하버마스는 규범적이며 동시에 경험적인 이중적 관점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즉, 참여자적 입장에서의 법체계에 대한 규범적 이해와 동시에 관찰자적 입장에서의 외적 메카니즘과 과정에 대한 사회학적 설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버마스는 베버와 파슨스의 이론이 줄 수 있는 교훈적 함의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의 이론을 2장 말미에서 논의한다. 이들 이론가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하버마스는 법이 일련의 공적 규범으로 구성되는 '지식의 체계'이자 동시에 사회적 맥락을 갖는 일련의 제도와 '행위의 체계'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어서 3장과 4장에서 하버마스는 근대 입헌 민주주의국가의 규범적 자기이해와 관련하여 정당한 법체계가 어떻게 수립가능한가의 문제를 다룬다. 하버마스는 정당한 법체계는 개인의 기본권 보장을 통해 실현되는 '사적 자율성(private autonomy)'과 민주적 참여를 통해 보장되는 '공적 자율성(public autonomy)'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전제 하에 법에 대한 자유주의적, 그리고 공화주의적 해석들의 대안을 모색한다. 아울러 국가권력과 정치, 그리고 법의 관계를 고찰하면서 체계기능론적 권력론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한다. 특히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적 권력(communicative power)' 개념의 도입을 통해 법의 기능을 규정하는데, 이 규정에 따르면 법은 의사소통적 권력을 행정적 권력으로 변환시키는 매개의 기능을 담당한다. 5장에서는 법이론 자체, 특히 법현실주의, 법해석학, 법실증주의, 그리고 드월킨(Ronald Dworkin)의 사법결정과정이론 등을 고찰하고, 6장에서는 권력분립의 문제와 대법원의 기능에 대해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강조되는 사실은 사법적 논증 과정이 상호주관적이며, 여타의 가치들에 비해 기본권은 당위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다. 아울러 대법원의 기능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입법과정이 담론에 의거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하버마스는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절차주의적 접근의 윤곽을 보다 구체화시킨다.

7장과 8장에서는 경험적 사회과학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문제들, 즉 규범적 모델이 어떻게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적 분석과 연관되며, 나아가 규범적 모델이 어떠한 형태로 사회적 권력과정 속에 실체화되어야 하는가하는 문제를 다룬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적 사실과 법 사이에 존재하는 사실성과 타당성의 외적 긴장의 문제들이다. 여기에서 하버마스는 현대사회에서의 사회통합과 연관된 법과 정치의 문제점들에 대한 사회학적 이론을 검토하며, 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공론장의 의미와 기능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9장에서는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하버마스가 제시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서의 절차주의적 패러다임은 최소정부와 법 앞의 형식적 평등, 법적 확실성을 토대로 개인의 자유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19세기의 자유주의적 패러다임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20세기에 등장한 사회복지적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이 지나치게 형식성에 국한되고, 사회복지적 패러다임이 사회적 효용성이라는 구체적 목적의 실현을 위해 법을 도구화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버마스의 절차주의적 패러다임은 사적 자율성과 공적 자율성, 개인의 평등적 권리와 정치적 자결의 내적 연관성을 이론화하고, 이에 기반한 실천적 대안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Ⅵ. 맺는 말

하버마스의 근대성에 대한 이론화 작업은 규범성과 사실성, 긍정과 부정, 수용과 비판의 양립적 계기를 모두 내포한다. 한 예로 계몽주의적 기획의 일부인 보편주의적 규범론은 한편으로 근대사회의 출현 및 발전과정과 맞물려 형성된 근대적 이상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정당화하는가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공론장의 현실적 와해에 대한 이론적 대응으로서 근대사회의 구체적 발전과정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가능케 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즉, 현실의 지배적인 생활양식을 비판할 수 있는 근거로서 내재적인 보편적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 상대주의적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으며, 끊임없는 자기성찰적 현실비판의 가능성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물론 의사소통의 규범론은 근대 계몽주의적 기획의 실현을 위한 그의 보다 광범한 "합리적 재구성(rational reconstruction)" 또는 "재구성적 과학(reconstructive science)"의 수립, 즉 철학과 사회과학의 유기적 통합 노력의 일부이다. 따라서 그의 규범론은 "언어학적 전환(linguistic turn)"에 따른 보편적 화용론 뿐만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 등의 학문영역과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체계화된다. 아울러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담론적 이론의 수립에 있어서도 사회학적 체계기능론과 규범철학이 유기적으로 통합되고 있다.

하버마스의 재구성적 정치이론이 가지는 일반적 특징은 민주주의의 규범적 모델을 정립하고 구체적 규범원리들의 정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수립함에 있어 이른바 '절차주의적' 시각을 수용한다는 점이다. 즉, 정당한 원리는 일련의 절차적 규칙이 준수되는 결정과정의 결과로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원칙적으로 규범적 원리의 정립에 있어 다수결의 원칙을 거부한다. 이는 하버마스의 절차주의적 민주주의론이 가지는 보편주의적 성격을 반영하는 것으로, 현실적 정치세계에서의 타협 또는 '사이비 타협'의 결과를 정당성의 차원에서 평가하기 위한 원리의 정립은 이해의 조정과 연관된 다수결에 의존할 수 없다는 신념에 기반한 주장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하버마스는 공정성으로 특징지어지는 '도덕적 관점'의 정당화가 다양한 주장들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초로서 요구된다는 점에 동의한다. 여기에서 도덕적 관점은 '이성의 공적 사용'을 통해 획득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도덕적 관점은 민주적 입헌체제 형성의 원리적 기초이며, 따라서 하버마스의 정당화 기획은 근대민주주의 이상에 대한 신념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버마스는 공론장을 통해 현실화되는 의사소통적 이성과 합리성을 사회 구성과 운영의 원리로서 확신함에 따라 자유입헌주의와 법치의 원리를 옹호하며, 정치적 낭만주의에 근거한 급진적 민주주의와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특수주의적 해석 모두에 반대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버마스는 민주주의에 대한 시장경제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해석이나 '과도한 윤리적 부담'의 한계를 지닌 공화주의적 해석에 대응하여 절차주의적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법의 타당성과 권위는 법의 수립 '과정'에 의해 확립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과정'의 문제는 철저하게 '정치'의 문제이며, 이에 따라 법의 타당성의 문제는 민주주의적 절차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버마스가 강조하는 절차주의적 민주주의는 입헌국가 체제내에서의 민주주의의 최우의적 지위와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해석의 모델인데, 여기에서 절차는 제반 사회적 권위의 수립 기반이 된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절차의 합리성과 보편성이 확보되지 않고는 법의 타당성이 보장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법의 타당성의 문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형성되어야 하는 절차와 과정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확산 여부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또한 하버마스는 사회통합의 기능과 관련하여 연대성(solidarity)을 중요시한다. 공동체적 유대는 우선적으로 공유하는 전통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형성되며, 사회의 응집력과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절대적 기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적 유대만으로는 합리적 사회의 운영이 불가능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자기 이해의 실현이 현실 사회 속에서 가능하고 실제로 보장되고 있다는 실질적 차원에서의 확신이 더불어 요구된다. 하버마스는 이러한 양자의 조화와 결합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이른바 "합리적 이해/합의"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합의를 보장하는 절차가 "합리적 논쟁(rational argumentation)"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입법과정의 전형적 형태로 이해될 수 있으며, 입법과정의 합리화와 개방화는 입헌주의적 원리의 가장 중요한 기초라 할 수 있다. 하버마스의 '보편화 원리'와 '담론의 규칙들'에 대한 분석이나 '사이비 타협'과 '토의를 통한 민주적 의사 수렴'의 구분이 가지는 정치적 함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상의 논의 속에서 나타난 하버마스가 지향하는 사회의 형태는 유토피아적인 이상사회가 아니라 "합리적 사회(rational society)"라 할 수 있다. 정치 권력의 형성과 행사가 의사소통적 권력에 기반함으로써 권력의 정당성과 합리성이 보장되고, 공론장이 활성화되어 사적 자율성과 공적 자율성의 조화가 가능하게 되는 합리적 사회의 수립 조건을 이론적으로 규정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노력이 하버마스의 재구성적 정치이론이다. 따라서 하버마스의 '합리적 재구성' 기획을 그 기준과 목적의 규명을 통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구성의 기저에 존재하는 그의 일관된 문제의식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본 논문에서는 공론장, 의사소통의 규범론, 절차적 민주주의, 법치와 민주주의의 상관성이라는 주제들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이 주제들에 대한 논의를 통해 우리는 각 주제들이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체계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여기에서 하버마스의 일관된 문제의식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하버마스는 의사소통 이론에 의해 재개념화된 근대적 합리성의 구조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규범적 이상성을 개념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철학적 작업이 필요하며, 아울러 이상성을 현실 사회의 조직과 운영의 실천적 영역과 관련시키기 위한 경험적 사회과학이 동시에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버마스가 개념화하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은 규범성과 사실성의 긴장을 기본 구조로 하며, 따라서 어느 한 차원에 국한된 이론적 관점으로는 합리성 자체에 대한 온전한 이해에 이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아가 일면적 이론들은 합리성의 구조와 내용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합리성의 왜곡은 궁극적으로 이론의 차원에서 근대이후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개념적 이해의 불완전성을 초래하고, 실천의 차원에서는 '해방적 관심'에 기초한 사회적 성찰성을 감소시킨다. 하버마스의 재구성적 정치이론은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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