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공동합의성” 시노드 개막
- 기자명 편집국
- 입력 2021.10.13 14:55
- 수정 2021.10.14 14:10
“만남의 기술”에 통달한 교회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10일, 앞으로 2년에 걸친 공동합의성을 위한 세계 주교시노드를 공식 시작하는 개막미사를 집전하고, 세계 교회에 “만남의 기술”(art of encounter)에 통달하도록 촉구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이 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형식주의나 겉치레 없이, 그저 우리 자신 자체로 (예수님) 그리고 타인과 진정으로 만날 수 있게 되면 모든 것이 변한다”고 말했다.
주교시노드 제도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의 결과로 바오로 6세 교황이 만들었다. 이는 세계 교회지도자들이 로마에 와서 교회생활의 특정 과제를 대면하는 통로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었다. 주교시노드는 이번부터 새롭게 개편되어, 교구 차원의 지역교회에서 “듣는” 단계부터 시작하는 또 다른 구성요소를 갖췄다.
이렇듯 새로운 절차를 시작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역사의 길들을 여행하며 인류의 삶을 공유하는 하느님의 스타일”을 반영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타인의 눈을 보며 바라보고 그들이 말하는 바를 들음으로써 신뢰를 건설하고, 우리 형제자매의 문제에 감수성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세계 지도자들은 “거래의 기술”을 동원해 대중의 인기를 모아 왔지만, 교황은 공동합의성은 이러한 거래적 관계의 정반대에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만남의 기술”은 다른 이를 이해하려는 자세와 듣기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모든 만남은, 우리가 알듯이, 타인의 존재와 이야기에 우리 자신이 도전받도록 하는 개방성과 용기, 흔쾌함을 요구한다.”
교회가 지난 수십 년간 돈과 성추문으로 고통을 겪은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제 참여적이고, 귀를 기울여 듣는 교회의 시노드 절차를 도입함으로써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더 온전히 관여하도록 여건을 만들고 교회 안 권력남용을 청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교회의 수직적이고 계단적인 조직구조가 그대로임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시노드는 “모든 교회, 사람, 그리고 국민의 질문과 우려 사항, 희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어봅시다. 교회 안에서 우리는 듣는 일에 익숙한가? 우리 마음을 듣는 것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 “우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도록 허용하고 있는가? 그들이 삶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신앙 안으로 걸어 들어오도록, 장애를 만나거나 거부당하거나 판단당하지 않고 공동체의 삶의 한 부분이 되도록 말이다.”
그는 “우리는 우리 마음에 방음장치를 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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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인 10월 9일에는 바티칸의 시노드장에 모인 전 세계의 대의원들에게 이번 2년에 걸친 시노드 과정에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 특히 자주 소외당하는 이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노드는 2023년 10월에 로마에서 마무리된다.
“우리는 많은 사목 일꾼들, 교구와 본당의 협의체 구성원들, 여성들, 자주 주변에 처하곤 하는 이들이 느끼는 좌절과 참기 어려움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이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긴요한 교회적 의무다.”
때때로 “교회의 왕자들”이라고 칭해지는 남성들로 가득찬 방에서, 교황은 이번 공동합의적 과정은 어쩌다 한 번 하는 일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 가운데 하나이어야 한다면서, “이 변화를 통해 모든 사람이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느끼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노드 대표들은 또한 10월 9일 먼저 여러 참가자의 증언부터 들었다. 이 가운데는 남아프리카에서 온 도미니크 욘이 있었는데, 그는 시노드는 “주변부에 있는 이들, 자신의 나이, 종교, 피부색이나 성 때문에 박해받거나 억압받는 이들과 같은 사람들을 포함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도미니코회 소속으로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 대교구 사무처장인 도나 시언지오 수녀는 사전 녹화된 영상에서, 듣는 절차에는 또한 가톨릭 신앙을 떠난 이들도 포함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예수회 소속으로 룩셈부르크 대주교이자 이번 시노드에서 책임보고관으로 일할 장 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듣기는 “‘나’로부터 ‘우리’로 옮겨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임보고관으로서 시노드 토론에 준비자료로 쓰일 의안집 상당 부분의 초안을 맡게 된다.
그는 9일 “나는 내가 어떤 내용의 의안집을 쓸지 지금은 전혀 모른다"고 고백하면서, “아무것도 미리 정해진 것은 없다. 그것을 채우는 것은 여러분에게 맡겨져 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딱 한 가지는 내가 그 작업을 혼자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공동합의성에 관한 작업 도구는 오직 팀 작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2년에 걸쳐, 사제 독신, 여성의 역할, 성소수자에 대한 접근 등과 같은 뜨거운 이슈들 상당수가 시노드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표들에게 솔직하면서도 존중하는 대화를 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을 겁내지 말라고 말하는 한편, 그렇다고 해서 시노드는 의회나 (투표와 같은) 정치적 절차는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큰 영향을 끼친 프랑스의 도미니코회 신학자 이브 콩가르 신부의 말들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교회를 새로 만들 필요는 전혀 없지만, (지금과) 다른 교회를 만들 필요는 있다.”
(역자 주: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이브 콩가르 신부가 죽기 반년 전인 1994년에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이때 그는 관례에 따라 주교로 서품될 수 있었으나 본인이 그냥 평사제로 남은 채 추기경이 되기를 원했다. 그는 1950년대에는 “노동사제”운동을 지지하는 글을 썼다가 비오 12세에 의해 출판과 강의가 금지되기도 했다. 요한 23세가 1960년에 그를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준비하는 신학위원회 위원에 임명하면서 그의 명예는 회복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표들에게 “'박물관 교회'가 되기를 그만 합시다. 박물관은 아름답지만 말이 없으며, 과거는 많지만 미래는 별로 없습니다”라고 호소했다.
10일의 개막미사에 교황청은 3000여 장의 표를 배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로 바티칸에서 열린 가장 큰 행사 가운데 하나다.
오는 17일, 전 세계 곳곳의 주교들은 각자의 교구에서 시노드 개막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도록 요청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일 강론을 “이제 함께 즐거운 여행을 떠납시다”, “우리가 복음과 더불어 사랑 안에서 순례하는 자가 되고 성령이 보여 주실 놀라운 것들에 마음이 열리도록 하소서”라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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