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가을에 / 김명인

나뭇잎숨결 2021. 9. 28. 09:34

가을에 / 김명인

 


모감주 숲길로 올라가니/ 잎사귀들이여, 너덜너덜 낡아서 너희들이/ 염주소리를 내는구나, 나는 아직 애증의 빚 벗지 못해/ 무성한 초록 귀떼기마다 퍼어런/ 잎새들의 생생한 바람소리를 달고 있다/ 그러니, 이 빚 탕감 받도록/ 아직은 저 채색의 시간 속에 나를 놓아다오/ 세월은 누가 만드는 돌무덤을 지나느냐, 흐벅지게/ 참꽃들이 기어오르던 능선 끝에는/ 벌써 잎지운 굴참 한 그루/ 늙은 길은 산맥으로 휘어지거나 들판으로 비워지거나/ 다만 억새 뜻 없는 바람무늬로 일렁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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