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가을 강(江)/김명인

나뭇잎숨결 2021. 9. 28. 09:10

가을 강(江)


-김명인


살아서 마주보는 일조차 부끄러워도 이 시절

저 불 같은 여름을 걷어 서늘한 사랑으로

가을 강물되어 소리 죽여 흐르기로 하자

지나온 곳 아직도 천둥치는 벌판 속 서서 우는 꽃

달빛 난장(亂杖) 산굽이 돌아 저기 저 벼랑

폭포지며 부서지는 우뢰 소리 들린다

없는 사람 죽어서 불 밝힌 형형한 하늘 아래로

흘러가면 그 별빛에도 오래 젖게 되나니

살아서 마주잡는 손 떨려도 이 가을

끊을 수 없는 강물 하나로 흐르기로 하자

더욱 모진 날 온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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