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미풍 / 말라르메
오! 육체는 슬프다.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다.
떠나버리자, 저 멀리 떠나버리자.
새들은 낯선 거품과 하늘에 벌써 취하였다.
두 눈에 비친 오래된 정원도 그 무엇도
바다에 빠진 내 마음을 잡아두지 못하리.
오, 밤이여! 잡아두지 못하리,
흰빛이 자켜주는 백지, 그 위에 쏟아지는
황폐한 밝음도,
어린아이 젖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 균형 잡힌 성숙함의 선부(船夫)여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려라!
잔인한 희망에 시달린 어느 권태는
아직도 손수건의 그 고상한 이별을 믿고 있는지.
그런데, 돚들이 이제 폭풍을 부르니
우리는 어쩌면 바람에 밀려 길 잃고,
돚도 없이 돚도 없이, 풍요한 섬도 없이 난파하려는가.
그러나, 오 나의 가슴아, 이제 뱃사람들의 노래 소리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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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피로가 너무 심할 때면 수년 동안 늘 같은 장소인 세느 강변과
퐁뗀느불로 숲에서 내 흥분을 잊곤 하지요
저의 물 속에 여러 개의 날들이 모두 가라앉도록 내버려두는 강
그러면서도 그 날들을 잃어버렸다는 느낌도,
한가닥 회한의 그늘도 갖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강을
나는 찬미하오.
- 말라르메의 자서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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