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거의 모든 아침/김안

나뭇잎숨결 2020. 8. 2. 15:45

거의 모든 아침

 

-김안

 

거의 모든 아침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당신의 눈동자 속에는 침묵이 가득한 채 한 걸음의 높이로 떠다니는 가볍고 둥근 돌들이 당신의 하얀 발 위에 앉아 천천히 모래가 되어갈 때 당신이 바이올린처럼 작게 섬세하고 헛되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때 거의 모든 아침은 당신이었다가 당신이 아니었다가 음률에서 나온 투명한 불꽃은 나뭇가지를 두드리고 가볍게 나뭇잎 떨어져내리고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 하나가 고요히 날아오르고 거의 모든 아침들 속에서 당신이 내게 건네준 몇 개의 언어들이 선명히 줄을 그으며 사라져갈 때 벽 속을 달리던 사내들이 당신의 눈동자를 열어 당신의 시선으로 성냥불을 그을 때 거의 모든 아침은 당신이었다가 당신이 아니었다가 거의 모든 아침 당신은 내게 존재하다가 존재하지 않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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