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樓蘭)
- 김춘수
과벽탄(戈壁灘)
고비는 오천리(五千里) 사방(四方)이 돌밭이다. 월씨(月氏)가 망(亡)할 때, 바람 기둥이 어디선가 돌들을 하늘로 날렸다. 돌들은 천년(千年)만에 하늘에서 모래가 되어 내리더니, 산 하나를 만들고 백년(百年)에 한 번씩 그들의 울음을 울었다. 옥문(玉門)을 벗어나면서 멀리멀리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玄奬)도 들었으리.
명사산(鳴沙山)
그 명사산(鳴沙山) 저쪽에는 십년(十年)에 한 번 비가 오고, 비가 오면 돌밭 여기저기 양파의 하얀 꽃이 핀다. 봄을 모르는 꽃. 삭운(朔雲) 백초련(白草連). 서기(西紀) 기원전(紀元前) 백이십년(百二十年). 호(胡)의 한 부족(部族)이 그 곳에 호(戶) 천 오백 칠십(千五百七十), 구(口) 만 사천백(萬四千百), 승병(勝兵) 이천 구백 이십갑(二千九百二十甲)의 작은 나라 하나를 세웠다. 언제 시들지도 모르는 양파의 하얀 꽃과 같은 나라 누란(樓蘭).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경의 깊이/김사인 (0) | 2020.08.02 |
---|---|
거의 모든 아침/김안 (0) | 2020.08.02 |
생명(生命)의 서(書) /유치환 (0) | 2020.07.30 |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 (0) | 2020.07.30 |
뼈아픈 후회/ 황지우 (0) | 2020.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