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 박성룡
Ⅰ
너의 이름이
부드러워서
너를 불러 일으키는
나의 성대(聲帶)가 부드러워서
어디에 비겨 볼
의미(意味)도 없이
그냥 바람 속에
피어 서 있는
너의 그 푸른 눈길이
부드러워서
너에게서 피어 오른
푸우런 향기가
너에게서 일어나는
드높은 음향(音響)이
발길에 어깨 위에
언덕길에 바위 틈에
허물어진 거리
쓰러진 벽(壁) 틈에
그냥 저렇게 피어 서 있는
너의 양자(樣姿)가 부드러워서
아 너의 온갖
지상(地上)의 어지러운 사상(事象)에 관한
싱싱한 추리(推理)가
부드러워서......
Ⅱ
꽃보다
밝은 이름
물방울보다
맑은 이름
흙보다
가까운 이름
칼끝보다
날카로운 이름
풀잎이여,
아 너 홀로 어디에고
살아 있는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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