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不醉不歸 /허수경

나뭇잎숨결 2020. 3. 20. 11:56

不醉不歸

 

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 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 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만 없다


 

혼자 가는 먼 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
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이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
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
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
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
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
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
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
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
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