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규 시인의 시 제목을 조금 바꿔서 올려본다
여기서도 다 뵌다 살갗으로 보인다 편지 한 장 없이 편지 한 장도 없이 他國들판 헤매이는 네가 보인다 천 장도 더 썼겠지 만 장도 더 썼겠지 이제는 흐르지도 않을 너의 눈물, 너의 눈물로 네 가슴 속 빨래코 있을 네가 보인다 여기서도 다 뵌다 쥐어짜 널어 말릴 햇볕이나 있더냐 햇볕 한줌 있더냐 여기는 네 나라 땅 두터운 햇볕, 네 떠난 뒤 그 뒤에도 변함이 없는 햇볕, 모아서 낙찰없이 모두 모아서 장농 속 켜켜이 개켜 두었다 내가 개켜 두었다 보아라, 보거라 네 비우고 간 뜨락, 뜨락에도 지금 저리 햇볕이 지천이다 이곳은 지천이다 내 그리움이 지천이다 편지 한 장 없이 편지 한 장도 없이 他國들판 헤매이는 너를 지울 수 없다 눈에 밟힌다 그러다간 승냥이가 될라 한마리 이리가 될라 달빛 보고 혼자 짖는 외로움 될라 오너라, 오거라 다시 둔갑시켜 주리라 연하디 연한 속살로 둔갑시켜 주리라 그대 듣느냐 나의 러브레터, 그대는 듣느냐
- 정진규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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