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가 도착한 것은 밤이 깊어서였다. 마을은 눈 속에 파묻혀 있었고, 성이 있는 산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산은 안개와 어둠에 휩싸인채, 큰 성이 있다는 걸 나타내는 아주 희미한 불빛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K는 멀끔히 허공을 바라보며 국도에서 마을로 통하는 나무다리 위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 프란츠 카프카, <城> 중에서
성에서 하룻저녁 하룻밤을 묵고픈 욕구가 우리를 사로잡았다. 많은 성들이, 프랑스에서는 호텔이 되었다. 푸르름 없는 추함의 광막함 속에 한 조각 사각의 푸르름, 광대한 도로망 속의 한 조각 오솔길, 나무들, 새들, 나는 자동차를 몰고 있고 백미러를 통해 내 뒤의 자동차를 관찰한다.
- 밀란 쿤데라, <느림> 중에서
카프카의 <성>에서는 눈 앞에 보이는 성(城)을 찾아가지만 결국 성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는 주인공인 측량기사 K가 나온다. 이 이니셜은, "목표는 있지만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것은 것은 망설임일 뿐"이라는 카프카의 잠언처럼 부조리한 세계를 사는 현대인 모두의 익명성이기도 하다.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는 모두 체코출신의 작가다. 밀란 쿤데라의 <느림>을 읽다보면 카프카의 城에 나오는 측량기사 K가 떠오른다. <느림>의 '나'는 <城>의 K가 그토록 들어가고자 했던 호텔로 변한 城에 너무나 쉽게 들어가 '기묘한, 매우 기묘한, 믿을수 없는 하룻밤'을 보낸다. '나'는 상상을 통해 18세기사람 기사와 20세기 사람 벵상을 그 城에서 만나게 한다. 두 사람 다 '기묘한, 매우 기묘한 믿을 수 없는 하룻밤'을 보내면서 <나도 그래>라는 200년의 시차속에서 같은 경험(역사)이 반복되고 있음을 들려준다. 이는 21세기 독자들에게 城 안과 밖을 하나로 연결하여 城은 공간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한다. 뱅상처럼 이름을 갖고 있는 자나 K처럼 이름을 얻지 못한 자나 <나도 그래>일 뿐인 순환되는 삶이지만. "제발, 친구여, 행복하게나. 난 행복할 수 있는 자네의 능력에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 달려 있다는 막연한 느낌을 갖고 있다네." 고 말하는 '나'의 마지믹 제언처럼 미래적으로만 제시된 가능성 속에 우리는 오늘도 하이데거가 말한 '세계-내-존재'로 <城>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K가 된다. 언젠가 K처럼 피로에 지쳐 쓰러질지도 모르지만 오직 시도하는 자로서 말이다. 행복은 성취에 있지 않고 다만 시도에 있다는 것 말이다.
Neuschwanstein Castle (Near Munich, Germany)
축량기사 K가 그토록 들어가고자 했던, 카프카의 미완의 <성城>을 읽다...문득 城은 어떻게 지어졌나 궁금해져서. 세계의 城 이곳 저곳을 뒤지다 ....<노이슈반스타인城>을 본다, 루트비히 2세가 바그너를 위해 지었다는 성, 대포의 발명으로 성이 이미 쓸모가 없어진 시대였으므로 루트비히 2세는 순수히 취미로서 城을 지은 것이다. 이 순수한 취미 때문에 바이에른 경제는 파탄이 났다.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는 성이 관광지 따위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싶지 않다고 자신이 죽으면 성을 부숴 버리라고 유언했다. 물론 성은 관광지로 최고였으므로 부서지지 않고 지금도 바이에른의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되어 있으며, 디즈니랜드 성도 이 성을 본뜬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 또한 루트비히 2세와 같은 말을 했지만, 역시 이번에도 성은 부숴지지 않았다. 동화에 나오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모델이 된곳이 바로 이곳이다. 1869년에 건축된 이 성을 건축당시부터 유럽의 고성건축의 기본으로 삼기위하여 수많은 건축가와 기술가가 동원되었다. 건축물의 훼손없이 지금까지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Pollat River Gorge을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하다.
성에서 보이는 Pollat River Gorge
城의 내부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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