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하이힐과 금발 그리고 립스틱, 그 유혹의 역사

나뭇잎숨결 2009. 2. 10. 11:49

서점의 신간 가판대에 놓여있는 책들은 당대 욕망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워너비 오드리>, <유혹의 역사> 그리고 <사랑이 켜지다, 로그인>는 여성의 욕망에 대한 이 시대의 하나의 진단서에 속한다.  여자는 주체의 자리를 스스로 반납하고 왜? 감상의 대상, 누군가의 꽃이고 싶어하나?  자신의 캐릭터를 고급한, 우아한 상품으로 꾸미길 주저치 않는가? 혹은 가여운 들꽃으로 포장하길 멈추지 않는가? 사랑의 주체가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 되는 길을 기꺼이 선택하는가? 인간의 길이 아니라 여자의 길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는데 초점이 맞추어지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여성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여성>에 초점이 맞추어 질까? 거을의 비극일까? 나르시즘의 비극일까? 에와의 전설일까?

 

 

?

 이은주 4주기, 그녀가 그립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을 터지만 그녀는 왜 그렇게 서둘러 우리곁을 떠나야 했을까?

그녀가 더이상 견디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가? 그녀는 시선의 감옥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던 것일까?,

 자신이 상품화되는 것에 대한, 가공된 캐릭터, 이미지(거품)을 걷어내는 막다른 길에서...

 

 

 

 

책표지를 클릭하시면 창을 닫습니다.그 많던 숙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랑받고 싶은 여성을 위한 멘토링, 오드리 이야기.

청순함과 우아함, 지혜를 겸비한 전 세계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워너비, 오드리 헵번. 세월이 흘러 대중의 기억 속에 빛바랜 사진 한 장으로도 기억되지 못하는 숱한 스타들 속에서 그녀가 유독 빛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스러운 딸, 자존감 있는 커리어우먼, 자애로운 어머니, 지혜로운 아내, 인류에게 평화를 전하는 박애주의자 등 한 여성이 인생을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책임과 역할을 그녀는 어떻게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


일, 사랑, 가족, 스타일 등 오드리의 주요 테마이자 모든 여성의 삶의 키워드로 구성된 《워너비 오드리》는 그녀의 생전 인터뷰와 최측근들의 증언, 지금껏 감추어졌던 70여 컷의 미공개 사진들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 사랑스러움의 대명사 오드리 헵번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연해내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그녀의 흔적을 담은 책들이 시도했던 일대기적 구성을 탈피하여 일, 사랑, 스타일, 성공 등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었을 법한 10가지 주제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어, 사랑받는 여자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원하면서도 불확실한 현실에 전전긍긍하며 소중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성공을 앞당기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꿈을 향해 전진하는 모든 여성을 위한 자기긍정의 힘, 우리에게 오드리 헵번은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공주님 그 자체였지만 대중의 기대와 달리 그녀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선천적 귀족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부모의 이혼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아버지 없이 보내야했고 어린 시절 경험한 전쟁과 가난의 기억을 평생 지울 수 없어 괴로워해야만 했다. 발레리나를 꿈꾸다 생계를 위해 무작정 배우가 되어야 했던 그녀는 고생 끝에 스타가 되지만 매번 사랑에 모든 것을 걸다 배신의 쓴맛을 봐야했으며 세 번의 유산, 두 번의 이혼으로 인한 고통까지 감내해야 했다.


이렇게 보기와 달리 결핍으로 가득한 그녀가 어떻게 단 한 번의 추락도 없이 은막의 스타로 평생 세인의 사랑을 받으며 아버지가 각기 다른 두 아들을 정성껏 키우고, 더 나아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사랑을 전할 수 있었을까?
"나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덜 냉소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라는 오드리의 말처럼〈로마의 휴일〉에 캐스팅되었을 때에도, 고생 끝에 첫 아들을 얻었을 때에도 그녀는 흥분보다 모자란 사랑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으며, 두 번의 이혼 후에도 다시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주기를 바라던 오드리의 끊임없는 긍정마인드와 불굴의 자기극복의지는 자신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우아하게 도약하고 싶은 현대 여성들의 지침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성공적인 커리어관리부터 스타일리시한 자기연출법까지
오드리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독이며 전진할 수 있었던 데는 어머니의 도움이 컸다. 오드리에게 어머니는 아버지 이상의 멘토였다. ??너는 중요하지 않아. 매너는 친절이야. 늘 남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라던 어머니의 가르침은 훗날 그녀가 누린 영광을 함께 했던 스태프들에게 돌릴 수 있었던 근간이 되었으며 죽는 날까지 도움을 청하는 곳이라면 곳곳을 찾아다니며 박애주의를 실천하는 원천이 되었다.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세상 모든 남자를 사로잡은 그녀이기에 미모에 기대어 노력 없이 성공을 이루었다는 의혹도 많이 받았지만 사실 그녀는 지독한 연습벌레였으며 혼자 재충전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독서광이었다. 170센티미터의 큰 키가 발레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소질이 없다는 발레선생님들의 꾸지람에도 그녀는 쉬지 않고 연습했고 후일 그 노력은 뮤지컬 데뷔무대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생계를 잇기 위해 별안간 시작한 연기에 있어서도 기술을 뛰어넘는 노력으로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결점을 가릴 줄 아는 영특한 여자였다. 블랙 미니드레스로 대표되는 그녀의 스타일은 사실 부족한 연기를 가리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점도 재미있다. 거의 무명이었던 시절,〈사브리나〉의 의상을 부탁하기 위해 무작정 디자이너 지방시를 찾아갈 수 있었던 용기가 평생 가꾸었던 지방시와의 우정의 단초가 되었던 것도 열정 없이는 이루어낼 수 없었던 결과였다.
언론과 대중은 언제 어느 자리에서도 빛나는 오드리 스타일의 비밀을 조금이라도 더 캐내려 안달이었지만 그녀가 몇 가지 원칙 안에서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프릴을 떼어내고, 나비매듭을 치워버려라. 옷과 몸의 선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항상 대중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세계적인 무비스타였만 그녀의 패션철학은??단순함??을 고수하는 것이었다. 마리아칼라스도 따라했던, 발렌시아가가 물꼬를 투고 지방시가 완성한 그녀의 스타일은 편안함과 우아함, 그리고 소박함에 있었다.

5분 만에 상대를 사로잡는 '사랑받는 여자의 조건'
'그녀와 5분만 함께하면 누구나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는 영화제작자 빌리 와일더의 고백처럼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그녀였지만 사랑받기를 즐기는 만큼 그녀는 사랑을 주는 것 또한 주저하지 않았다. 데뷔 초 불발에 그친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그녀는 스케줄을 쪼개어 예비신랑을 더 배려하지 못하는 것에 힘들어했고, 자신의 유명세에 가린 남편의 존재감을 가슴 아파했다. 그녀는 팬들의 사인요청에 자신의 코트를 들고 서있어야 했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필 줄 아는 주의 깊고 세심한 여자였다.
그렇다고 매번 그녀의 사랑이 핑크빛 결말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영화제작자였던 첫 남편은 그녀의 성공에 가려진 존재감을 인정하지 못했고 정신과의사였던 두 번째 남편은 평생 그녀만 바라볼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드리는 매번 다가오는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어린 시절 친구를 재회해 반려자로 맞아 평생을 함께할 수 있었다.
오드리에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대상이 남자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일에서 성공을 거둔 다른 여성들과는 다르게 두 아들을 키우는 동안 기꺼이 일을 포기했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한순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영화만 기억에 남고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기억에 없다면 끔찍한 일이다. 몇 번의 유산 끝에 얻은 아이들이기에 더 소중했지만 그녀는 평생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영화를 팬들에게 선사하는 '동화'로 여겼던 그녀의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나이 들고 주름진 얼굴을 드러내길 겁내는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세계 곳곳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 그녀의 모습은 진정 아름아운 삶의 마무리를 보여준다.

지친 영혼에게 전하는 오드리 헵번의 위로와 조언
오드리처럼 동시대의 어머니와 딸이 공감하며 흠모할 수 있는 대상은 많지 않다. 당시 모든 여자 스타들이 육감적인 섹스어필로 스타덤에 올랐던 것에 반해 청순함과 고상함이라는 매력으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은 오드리 뿐이었다. 한 독자는 아마존 서평을 통해??귀족적인 풍모와 사려 깊은 마음씨를 지닌 오드리는 세월이 흘러도 영원한 롤모델로 남을 것??이라며 ??내 어머니가 크리스마스에 이 책을 내게 선물하고 내가 두 여동생에게 다시 선물한 것처럼 많은 여성들과 함께 공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남자들에겐 서로의 야망을 독려해줄 평생의 멘토가 있지만 여자들에겐 성공으로 향하는 직행코스를 일러줄 존재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사랑받고 싶은 것은 전 세계 모든 여성이 갈망하는 행복의 조건이다. 주어진 환경만 탓하며 주저앉고 싶지 않은 여성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지만 새로운 사랑을 준비하고픈 여성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오드리 헵번의 인생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이고도 생생한 멘토링이 보다 품격 있는 인생을 완성하게 해줄 것이다.

 

여자의 인생은 어떤 애티튜드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불행해지기도 한다. (17쪽)

옷이 날개라는 말은 틀린 게 없다. 내 경우, 옷은 종종 내가 필요로 했던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55쪽)

내가 가진 최고의 야심은 커리어우먼이 되지 않고도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다.
(57쪽)

오드리는 사랑에 빠질 때만큼은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온 마음을 상대방에게 주었다. 사랑하는 이에게 실망도 했고 실연의 고통을 경험하기도 했다. 유산의 아픔을 겪고, 결혼에 실패하기도 하고, 사랑을 잃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85쪽)

섹스어필은 당신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끼는 어떤 기질이다. 섹스어필은 보여주는 게 아니라 풍기는 것이다. 나는 소피아 로렌이나 지나 롤로브리지다처럼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섹스어필은 신체 치수로 재단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90쪽)

나는 혼자 있기를 즐기는 편이다. 토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내 아파트에 있는 게 꽤 즐겁다. 이것이 내가 재충전하는 방식이다.
(134쪽)

그녀는 양보다 질이 돋보이는 옷장을 가지고 있었다. 옷들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했다. 블랙 드레스, 화이트 블라우스, 우아한 정장. 그녀는 최신 유행이 늘 최고의 선택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순함을 가장 좋아했다.
(162쪽)


나는 '제3 세계'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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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기와 유혹당하기, 남자 대 여자의 게임에서 승자는 항상 여자였다

이것은 머리로 하는 게임이 아니다. 누구한테 배우는 것도 아니다. 아담에게 사과를 건넨 이후로 모든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이 게임의 법칙을 터득하였다. 그것의 원래 목적인 '성공적인 번식'이라는 절대절명의 생물학적인 이유가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은 작정하고 알아내려고 하지 않은 다음에야 당최 알 수 없는 저 깊숙한 곳에 숨어버리고, 게임은 바야흐로 게임을 위한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이 책의 표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퐁파두르 부인을 보라. 세계사를 통틀어 '유혹의 대가'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 여인은 루이 15세의 애첩으로 일세를 풍미한 여인이다. 그녀의 최고 무기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치장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저 백옥 같은 피부였다. 이를 위해 그녀는 외출할 때면 언제나 양산을 썼고, 계란 흰자와 꿀, 달팽이, 진주 가루 등을 섞어서 만든 화장품을 만들어 발랐다. 그녀가 화장품과 향수에 쓰는 돈이 1년에 무려 50만 프랑에 달했다는 기록도 있다.


오늘날의 여성들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유혹의 기술을 닦고 연마하는 여성들을 도와주는 각종 기술과 도구, 서비스가 줄을 잇고 있다. 마릴린 먼로의 매혹적인 금발을 본 전세계 여성들은 과산화수소의 새로운 용도를 실험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으며, 굽의 높이가 20cm가 넘는 하이힐도 마다하지 않고 신었다.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브래지어가 성에 차지 않은 많은 여성들이 유방 확대술로 자신감을 얻었으며 S라인과 매력적인 엉덩이를 갖게만 된다면 뼈를 깎는 아픔도 견디어낸다. 립스틱이 없던 그 옛날의 여성들은 연인과의 랑데부 직전에 붉은색 과즙으로 입술을 물들이거나 심지어는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나오게 했다. 붉은 입술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이겨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자연의 부름에 응하기 위해서이다.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라'는 자연의 요구에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최소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이 책을 쓰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자신도 여성이니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연인의 체취까지 사랑한다. 상대방이 미치도록 그리울 때면 그 사람이 입었던 옷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도 한다. 남자들 중에는 애인의 속옷 냄새에 집착하는 이들도 있다. 나폴레옹도 연인의 체취에 홀딱 반한 인물 중 하나이다. 언젠가 파리를 떠났다가 돌아오기 전, 그는 조세핀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보를 보냈다. "씻지 말고 기다리시오, 내가 곧 그리로 갈 테니." 조세핀이 '향수 과다 사용자'라는 사실을 알기에 미리 처한 조처였다. 조세핀은 '쾰른의 물'(Eau de Cologne), '나폴리의 물'(Eau de Naples), '포르투갈의 물'(Eau de Portugal)을 온몸에 뿌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수천 개의 작은 용기와 플라콘에 든 각종 크림과 포마드까지 사용했다. 조세핀이 매년 립스틱 구매에 쓴 돈만 해도 지금의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12,500유로에 해당된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양의 화장품을 소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폴레옹은 어땠을까? 나폴레옹도 조세핀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1815년, 워털루에서의 패배하기 한 달 전에도 각종 향수와 화장품, 향을 입힌 장갑 등을 주문할 정도였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나폴레옹이 한 달에 소비한 향수가 무려 60병에 달했다고 한다.

 

여자들은 남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을 칭찬으로 간주한다. 자신을 향한 남들의 시선은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주가'를 끌어올린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매를 훑어보는 눈길을 은근히 즐기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와 닿는 시선을 굳이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들은 누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안다. 그 느낌을 갖게 해 주는 확실한 도구들로는 미니스커트나 목선이 푹 파인 상의, 모자, 하이힐 등이 있다. 독특한 디자인의 옷이나 최신 유행 아이템 역시 주목 받고 싶은 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시선 끌기 도구들이다. ― P33

잘 빠진 몸매, 아기 피부처럼 매끄러운 살결, 반짝이는 눈동자, 건강한 머릿결, 신선하고 유쾌한 이미지 등은 여성이 지닐 수 있는 최고의 무기로 꼽힌다. 그중에서 우선 몸매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보디라인은 골격과 근육에 쌓인 지방이 연결되어 만들어 내는 곡선이다. 여성의 몸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볼 때 25퍼센트 이상인 반면 남자는 12.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여자가 남자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은 것은 번식능력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닌다. 가슴과 허리, 엉덩이 부분에 집중적으로 분포된 지방은 '나는 아기를 낳을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남자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도구이다. 마른 여성, 다시 말해 체지방 비율이 24퍼센트 이하인 여성은 임신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하고, 깡마른 여자의 경우 배란이 중단되거나 생리 불순을 겪는 일이 잦다고 한다. 즉, 체지방 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배란과 생리가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 P62~63

치맛단이 무릎 위로 올라가는 순간, 그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성적 관심도는 급속도로 상승한다. 상상력에 순간적으로 발동이 걸리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치맛단을 들추고 머릿속에 보관된 투시경으로 더 높고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데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와 동시에 만져보고 싶다는 욕구가 눈을 뜬다. 여성의 다리에는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매력이 감춰져 있고, 그 앞에서 남자들은 속절없이 끌려가는 쇳조각이 되어 버린다고나 할까? 아니, 어쩌면 여성의 다리가 남자들에게 모종의 귓속말을 속삭이는 것은 아닐까? 그런 가운데 발은 '일방통행 표지판'처럼 작용한다. 발부터 시작되는 길은 한 방향으로만 이어진 길이요 그 길의 끝에는 '낙원'으로 가는 문이 버티고 있다. 실제로 여성의 다리는 남자들에게 생물학적으로도 소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 P177

팜므파탈(femme fatale)이든 섹스심벌이든, 남자들의 성욕을 자극하려는 목적을 지닌 이들 중 그 누구도 하이힐이 지닌 엄청난 효과를 간과하지 않는다. 매 웨스트(Mae West)나 마를렌 디트리히가 플랫슈즈를 신고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샤론 스톤, 킴 베이싱어, 니콜 키드먼 등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도 섹시미를 극대화해야 하는 역할을 맡을 때면 어김없이 하이힐을 신는다. 물론 그레타 가르보나 오드리 헵번이 플랫슈즈를 신고 출연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보나 헵번의 아름다움은 빛이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들어 버리는 마릴린 먼로나 제인 맨스필드의 매력과는 다른 것이었다. 하이힐은 섹시미를 발산하는 도구요 무기이다. 하이힐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간결하다. 복장 도착자나 동성애자가 여장을 하면서 반드시 하이힐을 신는 이유도 하이힐의 그러한 특징 때문이다. ― P219

 

 

 블로그도 캐릭터를 창출하는 이미지의 창고다. 블로그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글은 세련되고 우아하지만, 그녀는 글로 외로움을 낚고 있을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보기 전까지 어떤 이미지도 실제의 그녀라고  생각하지 말 일이다. 그렇게되었음 하고 바라는 은밀한 그녀의 욕망이 만들어낸 캐릭터,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B사감과 러브레터의 전설은 '현진건'이라는 작가가 살았던 당대의 이야기만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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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블로그를 둘러보는 동안 나는 묘한 슬픔에 젖어들었다. 그것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마치, 봄날 오후 따사로운 볕이 내리쬐는 아무도 없는 마당가에 홀로 핀 들꽃을
가만 들여다보는 기분.

들꽃에 대한 예찬을 하고 싶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 '아 꽃이 피었네, 예쁘구나' 하며 스치듯 지나갈 뿐,
누구도 오래 보거나 어루만져주지 않는 들꽃.
보면 볼수록 아름답지만 그래서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지 않는.
그러다 어떤 이는 발길을 떼지 못하고 쪼그려 앉아
쉬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그녀에게서 발견한 '같은 코드'는 바로 이
들꽃 같은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에필로그 : 어느 한적한 길에서 당신을 만났다] 중
-P.16

「길을 가다 새로 연 커피가게를 발견하고 처음 가보는 기분도 좋아요.
그리고 그 집의 단골이 되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죠.
당신은 또 어떤 처음을 기대하나요?」

당신의 말이 처음으로 한껏 달떴다.

「당신 말을 들으니 이제부터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처음이 되는군.
처음 만나는 날, 함께 처음 먹는 밥, 처음 걷는 길, 처음 지새우는 밤,
처음 듣는 노래, 처음 엇갈린 일. 첫.....」

이렇게 말하자 나는 마음이 조금 벅차 오르는 것을 느꼈다.

「우리에게 가도 가도 마르지 않는 '처음'이 생기길 바란다.」
「근사한 바램이에요.」

[모든 순간의 처음이 찾아올 거야] 중
-P.47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이 말이 하고 싶어지는 거다. 좋아한다고.
영특한 당신은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상관없이
왜 콧등에 땀까지 송글 맺혀가며
좋아한다고, 기필코 말하고 싶어지는 걸까.
아마도 당신이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당신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그 시간에도 늘 당신을 생각하고 걱정하고 보고 싶어 하는 한 마음이
저기 어딘가에서 큰 에너지로 뭉글뭉글 피어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잊지 않고 항상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당신을 좋아한다.
이렇게 작은 고백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만나는 내내 많은 고백들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내뱉고 싶다.

[왜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걸까] 중
-P.70

상상의 대상이 당신일 때, 상상은 제일 큰 허기짐이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어서 상상만 해야 하는 것은 가혹한 공복이다.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는 것은 사랑에 있어 얼마나 치명적인가.
여자친구와 전지현의 차이점이란, 여자친구는 만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매스컴에서도 떠들고 있는데.

그런데 나는, 당신 집으로 가는 약도를 지니고 있다.
당신이 장난스럽게 그러나 진지하게 그려주었던 약도.
하도 들여다봐서 눈 감고도 그릴 수 있는 그 길로
하루에도 몇 번씩 달려가고 싶어진다.
그러다 도리질을 하고 내게 주문을 건다.
당신은 아주 멀리 있다고.
땅의 끝이나 먼 섬, 그리워도 집을 뛰쳐나와 쉽게 시동을 걸 수 없는 곳.
아니면 일본이나 홍콩, 아니 아주 더 멀리 멕시코나 쿠바.
쉽게 비행기도 탈 수 없는 곳에 있다고.

그러나 사실, 자신을 속이는 일이 가장 어려운 법이라
눈 질끈 감고 당신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참기 힘든 때가 있다.
혼자 밥상 앞에 앉은 주말 저녁,
늦은 귀가길 안개 낀 밤,
어설프게 들어간 술이 머리를 두드리거나
술 한 잔 하지 않았는데 취한 것 같은 밤,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다 뒤척이는 새벽.
외로움이 날숨마다 비집고 나오는 모든 날에.
머릿속의 길을 지우는 것은 얼마나 큰 고문인가.

[한밤중의 달음박질] 중
-P.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