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의 장님. 헌신에의 장님. 이 두 장님만이 사랑을 완성한다."
"행복은 철학의 지옥이며, 시의 무덤이다."
[북데일리] 사랑과 행복에 대한 고은 시인의 정의다. 새빨간 열정과 푸른 감성, 세상을 보는 검은 눈. 고은은 여전히 청년이다.
- < 개념의 숲 > (신원문화사. 2009)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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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정의를 내린 것임으로 본인의 삶과 생각이 잘 녹아있다. 그는 < 판단 > 부분에서 "1년 중 대부분을 판단 정지 상태로 지낸다."며 "나는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에게 < 천국 > 은 "없고" < 지옥 > 은 "이 세계 안에 있다."고 정의했다.
알듯 모를 풀이들이 적지 않다. 그는 < 지혜 > 를 "후회"라고 하는가 하면, < 천재 > 는 "우주의 미아"라고 전했다. 이어 인간은 아예 "개념화가 불가능하다"며 "정의하지 말자"고 못 박았다.
책은 세 파트로 되어 있다. 특유의 시각이 돋보이는 개념 정리,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 그리고 철학 에세이다. 이 중 수록된 그림은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그림전 < 동사를 그리다 > 를 통해 공개됐던 자품들이다. 시와 또 다른 독특한 미술세계를 느끼게 한다. 에세이 부분은 개념 정의를 긴 문장으로 풀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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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세상에서 갓 잡아 올린 개념어들은 문학적 감성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한다.
시와 어린 시절의 향수와 영원에의 동경이 빠질 수 없다. 그는 "시는 17세부터 나의 북극성이다. 시는 나에게 길을 걸어가는 자이게 한다."고 회고 했다. 동시에 "어린 시절 먼 길의 가로수 포플러나무, 또는 겨울밤 별들"이라며 붙잡을 수 없는 시간, 즉 영원을 노랬다.
시인의 팬들은 선생의 나이듦을 안타까워한다. 삶은 유한한 것. 쏜살같은 게 인생이다. 그는 < 시간 > 을 두고 '내가 태어날 때 받은 유산"이라며 "벌써 다 써 버렸다."고 말한다. 이어 "남의 시간을 빌려 쓰고 있는 시간의 극빈자"라고 덧붙였다.
감성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에, 한 겨울밤 홀로 형형한 눈빛으로 별을 바라보며 빚었을 시인의 노래가 잠든 청춘의 잠을 깨울 수 있을까 싶다. < 사진, 2008년 9월 10일 '고은문학 50년 기념 주한외교사절단 시낭송회'(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아리랑을 열창하는 고은 > < 그림. 꽃. 불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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