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네이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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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빠블로비치의 죽음(친부살해사건)과 알료샤의 초등학생 친구인 일류샤의 죽음을 통해, 어른들 세계와 아이들 세계 속 각기 다른 죽음과 그 반향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부자간의 재산다툼과 치정문제를 비롯하여 무신론자와 유신론자(종교),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정치), 변론의 양면성, 선과 악 등 여러 주제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그 중, 무신론자인 이반이 수도사의 길을 걷고 있던 동생 알료샤에게 들려준 서사시 '대심문관이야기'는 꽤나 흥미롭다. 대심문관은 자유와 평화 그리고 행복을 위해 사람들이 그들(악마와 지배계층)에게 복종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가 예수를 비판하는 부분은, '선택 받은 자'에게만 (지상의 빵이 아닌) 천상의 빵의 보장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네들은 모든 이들에게 당장의 허기를 채워주고 복종만 한다면 자유도 준다고 설파하는데, 자유를 빙자한 방종에 가깝다. 자유를 위해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는 대심문관의 이야기는 문득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한다. 보통은 주인공이 가장 매력적으로 그려지지만, 이 책에는 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실, 주인공이 도대체 누구인가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워낙 주인공 같은 인물이 많아서. (하지만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주인공은 한 명이다.) 내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은 바로 페쮸꼬비치 변호사이다. 표도르 빠블로비치의 죽음과 관련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첫째 아들 드미뜨리를 두고 너무나 멋진 변론을 펼쳤다. 그는 그간 드미뜨리의 행적 때문에, 즉 선입견 때문에 그를 범인으로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검사의 심리학적 논고에 반격을 가했다. 페쮸꼬비치의 변론 부분에 이어 내용면에서 매력적인 부분은 '이반의 악몽'이었다. 이반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을, 독백인데 마치 악마와 대화하듯 들려주는 그 부분은 자기 자신 안에 또 다른 자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극적인 모습이었다. 그 시대에 그런 글이 쓰여졌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친부살해사건이라는 다소 껄끄러운 사건을 두고 여러 관점의 생각을 과감히 전개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도리라든지, 심리적인 살인 조장이라든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심도 있게 다룬 작가의 역량은, 과연 도스토예프스키구나, 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마지막 장면인 일류샤의 장례식에선 뭔가 가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알료샤가 말했다, 아름다운 추억이 커다란 악으로부터 지켜준다고. 결국 어른 세계의 추악한 사건들은, 알료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으로 죄 사함을 받는 듯 끝을 맺었다. 내가 언급한 것 외에도 너무나 많은 이야기와 깊이 있는 사유들이 있어 그리고 그 연쇄효과일 난해함 때문에, 결코 읽기 쉽지 않은 책이다. 그래서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도 없(을지 모르)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진면목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
오늘의 책을 리뷰한 '잿빛바람'님은 다독은 못하지만 정(情)독은 잘하는 월급을 책으로만 받아도 행복할 것 같은 네이버 서평단 북꼼의 조용한 회원입니다. http://blog.naver.com/dbsdlqor |
아름다운 이 추억이 우리를 커다란 악으로부터 지켜 줄 겁니다 - 책 속 밑줄 긋기 |
여기까지가 서문이다. 나는 이 서문이 쓸모 없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쓴 글이니 그대로 두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아름다움은 소돔 속에 자리잡고 있는데, 넌 그 비밀을 알고 있니? 아름다움이란 무시무시한 것일 뿐 아니라 비밀스러운 것이란 사실은 정말 끔찍스러워. 거기에서는 악마가 신과 싸움을 벌이고 있고 그 싸움터는 다름 아닌 인간들의 마음이지. 인생은 천국이고 우리들은 모두 천국에 살고 있는데도 우리들이 그 사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을 뿐이에요. 만일 그것을 알고 싶어하기만 한다면 내일이라도 이 세상에 천국이 이루어질 거예요. - 조시마 장로의 형(상권, 510쪽) 예전에 내가 젊었을 때 나는 하인들에게 무척 화를 냈습니다. <식모가 너무 뜨거운 음식을 내왔어. 졸병이 옷을 깨끗이 빨아 놓지 않았어>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랑하는 나의 형이 어린 시절에 들려주던 이야기가 뇌리를 스쳐 갔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시중을 받거나, 가난하고 무식하다는 이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학대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때 나는 너무나 평범하고 명백한 생각이 뒤늦게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 조시마 장로(상권, 564쪽) 만일 사람들의 악행이 당신에게 분노와 슬픔을 불러일으켜 악당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기 힘들게 할지라도 무엇보다 먼저 그런 감정을 경계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은 당장 자신에게서 그 고통을 찾아내십시오. 사람들의 악행에 대해 당신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면 당신의 마음은 편안해질 것이고 당신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죄를 짓지 않은 사람으로서 악당들에게 빛을 비춰 줄 수 있었는데도 빛을 비춰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른 보기에 이 사건은 그리 대수로울 것도 없으며, 그리 겁낼 것도 없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런 충동은 우리들에게 강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런 사건에 만성이 된 인간들이지 않습니까! 이처럼 우리들을 공포에 빠뜨리는 것은 이런 암담한 사건에도 오히려 그다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느 한 개인의 범죄에 놀라기보다는 우리들의 만성화된 사고에 더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 뻬쮸꼬비치 변호사(하권, 1209쪽) 심리학이란 심오한 학문인 동시에 양쪽 날을 가진 도끼와 같습니다. - 뻬쮸꼬비치 변호사 (하권, 1268쪽) 아름다운 이 추억이 우리를 커다란 악으로부터 지켜 줄 겁니다. 그리고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그래, 나는 그때 착하고 용감했으며 명예로운 사람이었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겁니다. 속으로야 코웃음 치는 것쯤은 괜찮겠죠, 원래 인간이란 착하고 훌륭한 것을 비웃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으니까요. 물론 그것은 사려와 분별력이 결여된 데서 오는 겁니다. - 알료샤(하권 1351쪽) |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문호, 도스토예프스키(Фе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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