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중얼거림에서 대화로, 장정일의 독서일기

나뭇잎숨결 2009. 1. 20. 10:12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관한 내 관념은 몇 차례나 바뀌었다. 젊었을 때는 그저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수단으로 책을 읽었다. 그때 책은 아파트 평수를 넓혀가는 것과 같이 내 개인적인 재산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다른 사람과 이해와 사랑을 나눈 방법으로 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식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무엇엔가 중독된다는 말은 곧 외로움으로 통하지만, 책에 중독된다고 해서 외로워지지는 않는다."

 

"나는 나의 읽기와 쓰기가 어떤 검열도 의식하지 않고 어떤 권위에도 연계되지 않는 혼자만의 쾌락이 되길 원했고, 그랬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이 독자나 저자 누구에게도 아무런 암묵적 힘을 행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또 그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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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라는 제목으로 1993년부터 꾸준히 출간되어온 《장정일의 독서일기》 그 일곱 번째 권. 이번에는 2003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87편의 독서일기를 추려 담았다. 일곱 번째 독서일기에서 장정일은 에세이를 포함한 문학 분야 40권과, 사회 비평을 비롯해 예술과 동서양의 역사?정치?인물을 포함한 인문 분야 44권, 과학과 실용 분야로 분류되는 3권 등 총 87권의 도서에 주목했다. 하지만 비교하기 위해서 혹은 참고삼아서 언급되는 도서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독서일기를 통해 거론되는 도서는 몇 권이라고 정확하게 셀 수 없을 정도다.

 


또한 독서일기는 테마를 정해 읽어야 할 목록에 따라 인위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절실한 것을 찾아 읽고 쓴 것이다. 읽기?생각하기?쓰기라는 공부의 3박자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게 바로 독후감이라는 저자의 생각이 이 책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


한일공통교재 제작팀의 《조선통신사》,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의 《미래를 여는 역사》, 박규태의 《일본의 신사》, 권오기?와카미야 요시부미의 《한국과 일본국》과 같은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를 포함한 한일 관계를 다루는 도서에서부터 리처드 솅크먼의 《미국사의 전설, 거짓말, 날조된 신화들》, 노르베르트 레버르트와 슈테판 레버르트의 《나치의 자식들》, 마이클 파렌티의 《비주류 역사》, 박성래의 《레오 스트라우스-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와 같은 정치와 역사의 연관성을 살필 수 있는 도서 등 문학 외에도 사회적 이슈를 담은 것들이 다수다.

이 도서들 중에는 이병주의 《대통령들의 초상》처럼 ‘기서’라는 꼬리표를 달아주면서도 자신의 관점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비슷한 분야의 여러 도서(라츠네프스키의 《칭기스칸》과 라인홀트 노이만 호디츠의 《칭기스칸》)를 찾아 읽듯이 다양한 관점으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전의 독서일기를 통해 썼던 작가의 다른 책에 대해 쓰면서 그때의 자신의 해석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보는 도서도 있다(엠마뉘엘 카레르의 도서들). J.ㅇ.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서처럼 당해의 도서뿐 아니라 예전에 읽었던 도서라도 필요하다면 다시 읽고 독후감으로 남겨놓은 것도 있다.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기획 또는 변론이 간간이 사족으로 붙거나 원고째 첨부되어 있어 작가의 독자에 대한 소통이 일방적이지 않음도 보여준다.



“나는 나의 읽기와 쓰기가 어떤 검열도 의식하지 않고 어떤 권위에도 연계되지 않는 혼자만의 쾌락이 되길 원했고, 그랬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이 독자나 저자 누구에게도 아무런 암묵적 힘을 행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또 그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떠한 영향력도 고려하지 않은 그의 자유로운 책읽기와 독서일기는 오히려 일반 대중의 책읽기에 새로운 충격과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읽어본 책들을 독서일기 속에서 찾아보는 재미와 자신의 책 읽기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대중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베스트셀러류에 대한 서평의 역할까지 함으로써 독서의 편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관한 내 관념은 몇 차례나 바뀌었다. 젊었을 때는 그저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수단으로 책을 읽었다. 그때 책은 아파트 평수를 넓혀가는 것과 같이 내 개인적인 재산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다른 사람과 이해와 사랑을 나눈 방법으로 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식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무엇엔가 중독된다는 말은 곧 외로움으로 통하지만, 책에 중독된다고 해서 외로워지지는 않는다.(본문에서)”

 


자신의 독서일기에 대해 ‘기껏해야 중얼거림에 지나지 않는 쾌락’이라고 했던 장정일은 이번 책에서 변모된 독서관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이 책에 실린 《장정일의 공부》에 대한 답변을 초록한 일기에서도 ‘극단적인 텍스트를 배제’하려고 노력했다고 쓰고 있다. 강의를 하고 라는 매체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생겨난 변화일지라도 그는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그것들을 이런 독서일기를 통해 독자와 함께 나누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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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구속받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노력, 『장정일의 독서일기』 제7권. 출판사 '범우사' 등에서 1993년부터 꾸준이 출간되어온 <장정일의 독서일기>의 제7권으로, 2003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87편의 독서일기를 추렸다. 문학 분야 40권, 사회ㆍ예술ㆍ인문 분야 44권, 과학ㆍ실용 3권 등 총 87권의 도서가 나온다.

이 책은 독서를 통해 권력에 구속받지 않고, 세상에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다루는 도서부터 정치와 역사의 연관성을 살필 수 있는 도서까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맞닥뜨린 사회적 쟁점을 도서를 통해 논하고 있다. 아울러 같은 분야의 여러 도서를 찾아 읽음으로써, 새로운 관점으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독서란, 정해진 주제에 따라 읽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절실함을 따라 읽는 것이며, 독서일기란, 공부의 삼박자, 즉 읽기ㆍ생각하기ㆍ쓰기를 완전하게 충족시키는 수단임을 강조한다. 그러한 저자의 생각은 우리의 독서생활을 성장시켜주며, 독서편식을 막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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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은 1962년 경북 달성에서 출생하여,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처음 시를 발표한 이래,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해왔다. 작품으로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 《길 안에서의 택시잡기》, 소설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중국에서 온 편지》, 장정일 삼국지》 전 10권과 희곡집《긴 여행》 등이 있다. 또한 독서광으로 유명한 장정일의 대표적인 에세이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1993년부터 꾸준히 출간되어 지금까지 모두 일곱 권에 이르렀으며, 이외에도 《생각》, 장정일의 공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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