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한 나라에 돈을 빌려주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라. 이는 곧 이들 빈국이 해당 부국에 대해서 가지는 권리가 커진다는 뜻이다. 선진국 자산의 소유자로서 영향력이 커진 개발도상국의 입에서 이제는 자금 분배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세계 시장에는 큰 입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p. 49
ㆍ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개발도상국은 경제적 어려움을 유발하는 주된 진원지였다. 따져보면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세계 경제가 입은 피해는 경제 침체, 사회적 여건 악화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미국 및 다른 여러 나라의 머니 센터 뱅크(mo-ney center bank : 대규모 상업은행)의 존립 자체가 라틴아메리카의 부채 재조정으로 휘청거렸다. 1994~1995년 멕시코의 '데킬라 위기(Tequila crisis)'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당시 미국은 수백만 멕시코 국민이 심각한 경제 위기와 높은 실업률을 피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몰려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대규모 긴급 지원이라는 대응책을 마련해놓아야 했다. 이외에도 1997~1998년의 아시아 외환 위기, 1998년의 러시아 채무불이행 사태가 잇따랐고,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헤지펀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Long-Term Capital Management)의 파산 사태로 이어져 국제 금융체제의 안정을 위협하기도 했다.
-pp. 50~51
ㆍ 시티그룹의 CEO 척 프린스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상황에 대해 "(파생 상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유동성에 있어 음악이 멈추면 사태는 복잡해진다. 하지만 음악이 나오는 한 계속 서서 춤을 춰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2007년 7월 10일 본지의 1면을 장식하면서 대서특필되었다.
-p. 75
ㆍ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말했듯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기존의 아이디어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자라온 환경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 기존의 관념은 머릿속 구석구석까지 뿌리 박혀 있다."
-pp. 89~90
ㆍ '레몬'은 숨어 있는 결함이 있는 자동차를 뜻하는 영어 속어이다. 즉 레몬은 향이 좋고 맛있어 보이지만 먹기엔 너무 시다는 점에서 겉만 그럴듯해 보이는 중고차를 레몬에 빗댄 것이다. 이제 구매자가 좋은 자동차와 불량 자동차를 구별하기 위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자. 결과적으로 판매 대상 차량 가운데 불량 차량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결함이 없는 자동차의 시장가격이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수직 상승의 신호는 강도가 너무 약하고 수직 하강의 신호에 곧잘 묻히기 마련이다. 정상적인 시장 신호로는 정보 격차를 신속하게 줄일 수 없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변화가 전개된다. 변화 가운데에는 시장의 평균 품질이 낮아진다는 인식에 대응하여 고품질의 차량 판매자가 시장을 빠져나가는 현상도 포함된다.
-p. 103
ㆍ 나는 향후 10년간 여러 신흥 경제국들의 성격이 소위 수출기계(export machines)에서 소비국으로 변화할 것이며, 이것이 세계무역에서 이들의 영향력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젠가 이 국가들은 최고의 수입국이 될 것이다. 정책 변화가 이러한 과정을 가속화하고, 현 추세를 이 지역의 소비자들에게는 불리하고 생산자들에게는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p. 145
ㆍ 1929년 미국은 역사에 기리 남을 '경제 공황'을 경험하였다. 그 지독한 34개월은 먹을 것마저 구할 수 없었던 가장 처참한 폭락이었다. 하지만 폭락의 비극이 점점 끝나가자 새로운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당시 보통 기업의 가치는 무려 89%가 감소한 상태였다 . 그렇다면 이런 가설을 생각해보자. "폭락이 끝난 시점부터 매월 일정 금액을 투자하기 시작했다면 당신의 재산은 어떻게 되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먼저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전혀 없을 것이고, 당시 미 재무부 채권은 4년 미만이었으므로 만일 당신이 이 포지션을 30년 동안 유지했더라면 당신의 자산은 매년 13%씩 증가했을 것이다.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만한 절호의 기회! 모두가 두려워할 때 긍정적 신호에 투자하라
이 책은 불황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희생자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 책은 모두가 예상하는 것과 다른 답을 보여주고 있다. 기회가 시작되는 바로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엄청난 행운아'라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미국이 주도하던 일극체제에서 전 세계가 함께 이끌어가는 다극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즉 하나의 엔진이 아니라 여러 개의 엔진으로 움직이는 세계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개의 엔진으로 움직이는 만큼 우리 개인에게도 여러 번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의 불황은 개혁의 과도기이기 때문에 벌어진, '피할 수 있었지만 꼭 필요한' 변화의 시간이다. 이 불황이 끝나고 여러 개의 엔진이 가동되었을 때를 위해 우리는 과거와 다른 안목과 전략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기존 세상의 법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법이 바로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주요 메시지이다.
미식 축구에서 '웨스트 코스트 오펜스(West Coast Offense)' 공격 방법이 처음으로 도입되었을 때 공을 전진시키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인해 리그 내에서 힘의 재배치가 이루어졌다. 왜 그럴까? 바로 기존의 수비가 빠르게 그리고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비의 실패는 마찬가지로 팀의 공격에도 영향을 미쳐 공격수들이 필드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거나 상대 팀을 따라잡기에 바빠졌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신기에 가까웠던 공격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 영향력을 잃었고 오늘날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공격법이 되었다.
지금의 세계 경제의 혼란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어디서 그리고 왜 이런 문제가 발생되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자만심에서 시작되었다. 시장이 말하는 ' 수수께끼(Conundrum)'에 가까운 징조를 단지 지나가는 '신호(Signal)'로 치부하고 너무도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이 이렇게 커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원인과 발원지를 알게 되었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전 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새로운 혼란은 더 이상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풀어갈 수 있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문제를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문제가 해결된 후의 세상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구조가 될 것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일극체제에서 전 세계가 함께 이끌 다극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극 체제의 힘이 어느 정도일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미국과 유렵 등지에서 발생한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충분하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넘어지지도 않을 세계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방법보다는 해결된 후에 우리가 무엇을 할까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2005년 2월 당대 가장 명망 있고 권위 있는 정책 입안자로 불리며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앨런 그리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 금리 곡선과 같은 명확한 사실을 두고 한 말 때문에 시장 전체가 요동쳤던 날이 있었다. "세계 채권 시장의 예기치 못한 움직임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왜 그 명확한 사실을 보고도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없는지 모두들 당황스러워했다. 이례적인 전 세계 자본 흐름의 원인을 그조차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원인에 대해서 너무도 많은 의견이 쏟아졌지만 그저 의견일 뿐 모든 상황을 다 설명해주지는 못했다. 당시 신흥 경제국들에게 놀랄 만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갑자기 많은 재산을 상속받거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처럼 대다수 신흥 경제국들은 늘어가는 대외 준비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 시설과 제도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은 자연히 자산 관리에 대해 보수적이고도 신중한 접근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즉 리스크는 적고 유동성이 좋은 투자를 택했다. 신흥 경제국들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들 자금 중 상당 부분을 미국의 고정수익 상품, 특히 미 재무부 채권에 투자했다. 신흥 경제국의 매입세는 미국 재무부 채권 가격의 상향 압력으로 작용했고, 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크게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더욱 떨어졌다. 쉽게 말해 미국과 신흥 경제국의 자산 가치가 동시에 사리지는 기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악순환이 몇 년간 전 세계 경제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변화 속에서 신흥 경제국은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기반 시설과 제도를 갖출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되었다. 신흥 경제국은 이제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서의 역할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세계 통화(달러, 엔화, 유로 등) 덕분에 세계 중심 체제에 접근하였고 '국부펀드'를 설립하여 과거의 단순한 이익 중심의 투자를 벗어나 미래를 지배할 수 있는 활로에 과감히 투자를 하고 있다. 이제 신흥 경제국들은 '자국민들의 동의'만 받으면 얼마든지 세계 경제의 주류 역할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
마키아벨리(Machiavelli)가 말했듯이 변화를 반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면 정부, 기업, 그리고 개인은 불편한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것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투자자가 답해야 할 문제는 왜 평소 효율적인 시장이 구조적인 변화에는 한 발 늦게 대응하는지가 아니다. 왜 투자자의 대응이 가지각색인가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로부터 어떤 결과가 도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신흥 경제국들은 과거와는 다른 부의 축적을 이뤄나갈 것이다. 일극 체제 속에서는 우발적인 이득을 통한 안정적인 보유 자산으로 만드는 과정을 중시했지만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신흥 경제국은 자산을 다음 세대를 위해 적절히 관리?유지하고 늘여가야 할 비축 자산의 일부로 간주하고 활동을 한다. 이러한 방향은 한 기업의 방향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지원되고 시장 경제를 회복시키는 과정을 통해 깨달아지는 결과가 되었다.
이제부터 월스트리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구조 조정을 위한 감원 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다. 이런 과정은 정부뿐만 아니라 규제 단체의 이목도 끌게 될 것이고 경제 위기는 끝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궁긍적으로는 이와 같은 후퇴가 경기 순환의 일부임이 드러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장기적인 원동력은 적절한 실행과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앞으로 얼마간의 어둠이 시장을 뒤덮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은 어둠 끝에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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