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지센린의 다 지나간다

나뭇잎숨결 2009. 1. 13. 14:35

피할 수 없는 것을 대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피하지 않고 편안하게 대하는 것이다. 아니,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위험이 훨씬 줄어들기도 한다. .. 가고 싶지 않은 길이지만 가야만 한다면 울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오히려 웃으며 가는 것이 자신에게 더 좋지 않겠는가.(18쪽)
(웃으며 가다 18쪽)

"짧은 한순간도 가볍게 여기지 마라"는 주자의 말은 아흔을 넘긴 나 같은 늙은이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말이다.
(시계의 초침소리 24쪽)

난 "나를 버리고 타인만 위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에 이 말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추구하는 바가 너무 높으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다.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51쪽)

내가 지금 나 자신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현재의 생활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가?'이다. 지금의 '현재'도 몇 년이 지나면 '옛날'이 될 것이니, 그때 가서 또 지금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내일이면 또 오늘을 그리워하리 61~62쪽)

인연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은 사뭇 다르다. 인연을 믿는 사람은 성공해도 오만하지 않고, 실패해도 실의에 빠지지 않으며, 이겨도 승리감에 도취되지 않고, 져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내일이면 또 오늘을 그리워하리 61~62쪽)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바탕 치열한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친구가 없다면 고독하게 홀로 싸우다 패배할 것이고, 친구가 있다면 다수의 힘으로 승리할 것이다.
(친구가 함께한다면 81쪽)

스스로 늙었음을 인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츰차츰'이다. .. 자신이 늙었음을 차츰차츰 인식해간다면 인생이 쓰고 또 써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아님을 깨닫는 동시에,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자연히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서둘러 끝마치게 될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 178쪽)

사람이 나이가 들면 지기 싫은 것도 마음뿐이요, 강하고 싶어도 힘이 없으니 저절로 자괴감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박력 있고 용감했던 젊은 시절을 자랑하며 자기 위안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남이 나서서 깨우쳐주거나 고쳐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0'부터 시작하기 206쪽)

아흔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오늘, 내 나이에 한 살이 보태졌다. 나는 또 한 해를 죽은 것이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또 다시 오늘을 산다.
(다시 오늘을 산다 270쪽)

 


지금 우리에겐 '어른'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마치 김이 서린 유리창을 마주 대하고 있는 것처럼 눈앞이 희뿌옇다. 선명한 풍경을 보고 싶어 눈을 비벼보기도 하고 창을 닦아보기도 하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지금 세상살이가 쉽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이럴 때 누가 창밖에 다가와서 시야를 맑게 해주었으면, 아니면 분주하게 창을 닦고 있는 시린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여기 백 년 가까운 인생을 보내고 인생의 저물녘에 서서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는 한 노스승이 있다. 13억 중국인이 가장 정신적 스승으로서 존경하고 자신들의 곁에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인물, 그는 바로 지셴린이다. 


13억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정신적 스승 지셴린
지셴린은 아흔여덟 해를 살아오면서 중국의 가장 파란만장했던 현대사를 몸소 겪은 원로학자이다. 학문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세계적 석학의 자리에 올랐지만,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에서 극심한 굶주림을 겪고, 문화대혁명 때는 지식인에 대한 핍박때문에 죽음의 가장자리까지 간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난 날 힘들게 한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더라도 그들보다 더 잘 행동했을 거라고 장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너른 품을 보여준다. 백내장으로 눈이 멀어가고, 다리가 불편해 병상에 있는 지금도 새벽 네 시 반이면 일어나 자신을 가다듬고 펜을 드는 그의 모습은 중국의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100년 가까운 인생에서 가슴 깊이 길어올린 문장들
《다 지나간다》는 바로 지셴린이 그동안 발표한 단편 산문들 가운데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 글들을 가려뽑은 에세이집으로, 100세 가까운 인생을 살아온 저자가 가슴 깊이 길어올린 사색과 명상이 담겨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중국 최대 온라인서점 당당왕 베스트셀러 순위 자리를 64주 넘게 지키는 등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독자 리뷰를 살펴보면 우리 시대 가장 필요한 ' 인생 교과서'로 늘 곁에 두고 봐야 할 책이라는 평이 가장 많다.


1장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마라'에서는 자기 자신의 삶을 가꾸는 지혜를, 2장 '다시는 혼자서만 깊이 생각하지 마라'에서는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3장 '나를 가두지 말고 차츰차츰 나아가라'에서는 학문과 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4장 '지나가는 생의 옷자락을 놔줘라'에서는 아름답게 나이 드는 비결을 다룬다. 저자의 문장을 읽다보면 마음을 온전히 다하는 '진심'과 나아감과 멈춤 사이를 지키는 '선線'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 인연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 거짓과 위선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대한 일갈엔 찬물에 머리를 헹구는 듯 정신이 맑아진다. 또한 마지막 장은 저자 본인이 죽음을 앞두고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직접 경험하고 느낀 바를 풀어놓은 것이라 더 가슴에 와닿는다. 늙어간다는 게 불행이 아니라 행복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해준다.

슬픔도 고통도 한순간,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커다란 조화의 물결 속에서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다시는 혼자 깊이 생각 마시게."

도연명의 시 〈신석神釋〉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구절은 저자의 좌우명으로 이 책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정서이다. 물론 한 순간의 기쁨과 한 순간의 고통에 집착하지 않고, 죽음을 비롯해 세상 모든 일들의 끝맺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 또한 "아흔이 훌쩍 넘었지만 인생에 완전히 초연해지려면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듯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삶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을 사는 것. 하루하루를 매만지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고통스러워하던 오늘은 바로 어제가 되어 등 뒤에 서있게 된다. 다음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가슴으로 전하는 메시지이다.

"인생 백 년 사는 동안
하루하루가 작은 문제들의 연속이었네.
제일 좋은 방법은 내버려두는 것.
그저 가을바람 불어 귓가를 스칠 때까지 기다리세."

경제적?정신적 패닉에 빠져 어둑어둑한 길을 홀로 걷고 있는 듯한 요즘 현대인들에게 지셴린은 말한다. 영국 시인 셸리의 말처럼 "겨울이 왔다면 봄 또한 멀지 않다"고. "겨울이라 잎사귀는 모두 떨어졌지만, 새 움이 나뭇가지 안에 잔뜩 웅크린 채 봄날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아흔아홉을 바라보고 있는 나도, 당신도 봄날의 꿈을 꾸자고 말이다.



'나라의 스승'으로 존경받는 현대중국의 원로학자 지셴린은 그 깊고 너른 품이 산과 같다. 이 책에는 그의 98년의 생애를 통하여 길어 올린 사색과 달관이 무르녹아 있다. 학문과 진리, 바람과 물, 생명과 죽음, 사랑과 우정 등 그가 몸소 겪었던 개인적인 고난은 물론 세상과 인정에 이르기까지 시종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인자는 산을 좋아하고(仁者樂山) 오래 산다(仁者壽)"는 논어구를 떠올리게 된다. 마치 노스승이 나란히 걸으며 들려주는 듯한 평상심을 만나게 된다. _ 신영복(성공회대 석좌교수)

난 늘 세상의 진실이 담겨 있는 지 선생의 산문을 읽으며, 그가 말하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_ 원자바오(중국 총리)

지셴린의 겸손함은 자기 자신의 정신적 경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온갖 허풍에 빠진 지식인들에게 일종의 청량제를 선사했다. 그는 충분히 자신의 사상과 정신으로 세계에 큰 영향을 줄 만하다. _ <런민르바오>

인생이란 화두를 다루는 책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지셴린의 에세이는 출간될 때마다 50여 개 출판사가 앞다퉈 경쟁을 한다. 그가 살아온 인생이 길고도 파란만장한 만큼 시대와 시대를 잇는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_ <신징바오>

이 책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깊이 생각하고 음미하게 하는 향기로운 차와 같다. 마치 앞을 내다보는 지혜가 있는 인생 선배와 함께 앉아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_ <충칭완바오>

노학자가 쓴 책인데도 심오한 진리가 있는 듯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한 다른 책들과 다르다. 평범한 사람들의 언어로 쓰여 있어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혼이 정화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_ <제팡르바오>

지 선생은 노년에 학문의 완성도가 최고봉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산문 창작에서도 일종의 경지에 이르렀다. _ <광저우르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