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나뭇잎숨결 2009. 1. 5. 08:53


즐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 희정은 스물아홉의 신문사 교열부 기자. 인생에서 두 번째 사춘기라고 말하는 서른 즈음에 영화감독 지망생인 경진을 만난다. 오렌지 빛 오후의 첫 만남 이후 자신이 더 사랑하게 될 줄 알면서도 경진의 묘한 매력에 끌리는 희정과 '22'라는 사랑의 암호로 더욱 애틋해져 가는 두 사람, 희정이 파리로 떠나기 전날, 둘은 첫 키스를 나누고.... 그리움의 깊이는 더해만 간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나누고 바닷가에서의 사랑 고백을 통해 서로에게 운명의 상대임을 예감하지만.... 언제나 행복할 것만 같았던 둘 사이에 초록 고양이가 등장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 초록고양이와 경진의 관계가 폭로되면서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아무리 지금의 사랑이 운명론을 향해 화살표를 가리키고 있다고 해도, 결국 그 지점에서 담대하게 돌아서느냐, 비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불치의 슬픔 속으로 뛰어드느냐는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운명이 내 사랑을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운명적인 사랑을 할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탐색하는 침묵,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 지는 게임, 이도 저도 아닌 무관심. 어떤 것이었을까, 그 오 분은... "책 좋아해요?"이상하게 이 질문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침묵을 깨는 질문으로는 많이 엉뚱했다."아뇨, 책 안 보는데요. 전 움직이는 그림 보는 게 좋습니다."그 말을 들으며 나는 너를 찜하는 대신 너한테서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어떤 감정은 당장이 아니라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실체를 파악하게 되기도 한다. 지금은 왜 그랬는지 안다. 실은 그때 너를 보면서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설령 네가 나를 좋아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너를 더 많이 좋아하게 돼서 -1의 여자로 변하게 될 거라는 것을.

 

                                                                                                      ―〈2장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운명적인 선택이다〉중에서

처음 만난 날, 첫 키스한 날, 그 사람 전화번호, 그 사람 모르게 계획한 콘서트 예매번호, 처음 맞춘 휴가 날짜, 널 혼자 보냈던 날의 택시 번호판. 그 숫자들은 더 이상 어지럽지 않고 대신 간지러울 만큼 달콤한 향기가 난다. 누군가에게 꽃을 바치는 것보다 더 강한, 마음을 바쳤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숫자는 사랑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기호이다.

 

"어, 진짜 2시 22분이네. 와 기분 좋다.".. 너는 초등학교 시절에 연습장에 숫자를 쓰다가, 2를 쓸 때 기분이 가장 좋아졌다고 했다. 2자의 꼬리에서 백조가 호수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연상됐기 때문이었다. 혼자만 있으면 외로우니까, 2자를 붙여서 22를 써보았다고 한다. 숫자 2 모양을 한 두 마리의 백조가 서로의 목을 부비며 외로움을 나누고 있는 모습에서 너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런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나는 신이 인간을 만들 때 바코드처럼 심장에 번호를 매긴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을 탈까봐 다 짝을 지어 똑같은 숫자를 두 명에게 새기는 것이다. 그래서 17의 숫자를 가진 사람은 17을 찾고, 318을 가진 사람은 318을 찾는다. 22를 가진 나는 나와 똑같은 22를 가진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 사람이 바로 너다. 쿵, 너였구나. 갑자기 눈이 아파왔다. 앞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눈물이 날 것처럼 머리가 뜨거워졌다.

 

                                                                                                                 ―〈6장 숫자는 달콤한 사랑의 언어다〉중에서

등 뒤에서 너를 끌어안으면 너의 왼쪽과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과 나의 오른쪽이 정확히 겹쳐진다. 반으로 접은 도화지를 양옆으로 펼치면 똑같은 모양이 나오는 데칼코마니가 연상된다. .. 나의 심장은 너의 심장과 같은 자리에서 뛰고, 나의 왼쪽 손은 너의 왼쪽 손을 잡는다. 너는 내 눈을 보고 있지 않지만 내 마음을 읽고 있고, 나는 네 입술에 닿지 않지만 너와 뜨겁게 키스하고 있다.

 

"뭐 어때요? 좋아해서 좋아하는 티 좀 냈다고 누가 뭐라고 해요?"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세면대 쪽으로 가버렸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빨개진 내가 있다. 몸을 숙이고 괜히 수도꼭지를 돌린다. 너는 그런 나에게 다가와 뒤에서 안아준다... 엄마 뱃속에 있는 따뜻한 물속에서 이런 자세로 십 개월을 보내다 갑자기 차가운 세상에 나왔을 땐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런 아기를 달래듯이 뒤에서부터 완벽하게 감싸 안아주는 포즈를, 나는 유난히 선호한다. '무서워하지 마, 이제 내가 널 이 세상으로부터 지켜줄 거야' 그런 메시지를 품고 있는 자세이다.

 

                                                                                                   ―〈12장 뒷모습을 허락하는 것은 전부를 주는 것이다〉중에서

 


지난해 4월 출간돼 20만 독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 베스트셀러『고마워요, 소울메이트』의 작가 조진국이 영혼의 단짝이기를 원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에세이와 스토리텔링을 결합시킨 한 편의 드라마를 펴낸다. 전작에서"이 세상에 완벽한 여자와 완벽한 남자는 없다. 모자라는 남자와 모자라는 여자가 만드는 완벽한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로 소울메이트 바람을 일으켰던 그는 이번에"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운명적인 선택이다", "젊음은 가벼운 것이 아니라 아픈 것이다"등의 감각적인 언어를 선보이며 사랑을 재정의한다.



2007년 3월 출간되어 지금까지 2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고마워요, 소울메이트」의 작가 조진국이 영혼의 단짝이고 싶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신간을 펴냈다. 깊고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들의 속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스토리텔링과 에세이를 결합해 드라마 작가인 저자가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을 선보이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은 희정이 한때 사랑했던 경진과의 재회를 기다리면서 시작된다. 희정과 경진은 4년 전 희정의 선배 작업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당시 희정은 신문사 교열부 기자를 그만둔 상태였고, 경진은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다. 희정은 무뚝뚝한 경진이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인 ‘22’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특별한 감정을 품게 된다. 일과 삶 사이에서 방황하던 희정이 파리로 한 달간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이들은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확인하게 된다. 한 달 후 재회한 이들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통해 더 가까워지고, 부산 여행에 동행하며 서로가 운명의 상대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경진의 후배가 등장하면서 갈등이 싹트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이별 이후 1년, 그녀는 그를 기다리던 카페에서 그 후배를 만나게 되고 이로 인해 안타까운 지난날의 진실을 듣게 된다.

조진국은 누구나 사랑을 말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랑의 진정성을 이야기한다. 그의 사랑 이야기는 항상 사랑의 기쁨과 함께 슬픔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자신을 발견하는 이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사랑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과 일, 자아 찾기 등 젊은 날의 고민을 두루 담았다. 이 소설은 치열한 삶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우는 한 편의 러브레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사랑의 단편과 드라마의 한 장면을 결합시킨 독특한 구성으로 한 남자와 두 여자의 가슴 떨리는 사랑의 여정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세심하고 여린 성격의 그녀와 운명처럼 나타난 영화지망생 그 남자.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초록고양이의 비밀을 통해 사랑의 약자였던 이들의 속마음을 섬세하게 그린다. 가족과 사랑, 일, 자아 찾기 등 젊은 날의 고민을 두루 담고 있어 2, 30대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주인공 남녀 캐릭터에 맞게 작가가 직접 선곡한 동명의 앨범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소니뮤직)의 동시발매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더할 것이다.


이성을 사로잡는 기술, 데이트 서바이벌 게임 등 가벼운 연애에 탐닉하는 시대, 드라마같은 러브 스토리 저편에 숨겨진 사랑의 본질을 찾는 작가 조진국의『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도'사랑을 받는 쪽'과 '사랑을 주는 쪽'으로 나뉠 수밖에 없는 미묘한 권력 관계를 통해 사랑이란 결국 상대를 더 많이 사랑하는 데서 느끼는 감정, 온 마음을 다 한 순간만으로도 인생의 값진 경험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1. 겨울 끝에는 봄이 오듯이, 내 끝에는 항상 네가 있다
2.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운명적인 선택이다
3. 너한테만은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4. 버려진 것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5. 젊음은 '가벼운' 것이 아니라 '아픈' 것이다
6. 숫자는 달콤한 사랑의 언어다
7. 빛의 반대말은 어둠이 아니라 투명함이다
8. 너의 눈물까지 감싸 안는 사람이고 싶다
9. 나이가 들수록 상처를 회복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10. 눈을 감으면 외로운 사람들만 모이는 작은 섬이 보인다
11. 슬픔을 나누려는 사람보다 슬픔을 주는 사람에게 끌린다
12. 뒷모습을 허락하는 것은 전부를 주는 것이다
13. 사랑에 빠지면 아이도 어른이 된다
14. 소리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이야기가 있다
15. 두 번째 이별은 첫 이별보다 아프다
16. 추억은 고양이처럼 깊고 오랜 흔적을 남긴다
17. 더 사랑해서 더 외로운 사랑이 있다
18. 울어도 변하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쓸쓸함'이다
19. 어느 날 추억은 담담해지고, 마음은 단단해질 것이다
20.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더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