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

나뭇잎숨결 2008. 11. 27. 17:17

"유아기 때 부모의 역할이 첫 번째 연금술이었다면, 두 번째 연금술은 정신분석이고, 세 번째 연금술은 사랑이다." 
 

시련이나 고난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습니다.고난 속에 주저않아 자기 파괴적으로 행동하거나, 시련의 원인을 외부로 돌려 맹렬히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리거나. 그 중 가장 좋은 대처법은 시련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시련을 통해 내면에서부터사람의 그릇이 커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뿐 아니라 모든 좋은 것도 저마다의 내부에 있습니다. 인정, 지지, 사랑, 행복, 즐거움 등을 스스로 향유하고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역량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습니다. 이제는 그것들을 외부에서 받으려고 기대할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잘 이해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것을 적절하게 충족시켜주어야 합니다. -28쪽

치유의 핵심은 '직면하기'에 있습니다. 상사의 모습이 곧 아버지의 모습이며 또한 자신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바로 보고 인정할 수 있을 때 심리적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됩니다. 내면과 직면하여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을 인정하게 되면 마음의 힘이 강해지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의 내면을 외부로 투사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사람들에게서 같은 모습을 보더라도 더 이상 감정적인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41쪽

정신분석학은 늘 지금 이곳을 강조합니다. 내면에 가득 찬 왜곡된 과거를 비우고, 미래에 대한 장밋빛 환상도 벗고, 현실의 삶을 직시하고 수용하게 합니다. 이상적인 연인을 찾아 떠돌기보다는 현재의 관계를 안정되고 풍요롭게 가꾸어야 한다는 걸 알게 합니다. 도박이나 복권으로 일확천금을 꿈꾸기보다는 성실한 노동과 저축하는 삶을 선택하게 합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음식과 잠을 아끼며 자신을 학대하기보다는 일과 휴식을 조화시켜 지금 이곳의 삶에서 만족과 즐거움을 찾도록 합니다. -76쪽

혹시 아시는지요? <즐거운 우리 집>이라는 노래를 만든 작사가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한 번도 '꽃피고 새 우는' 가정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 노래는 '이상적 가정'에 대한 어느 독신 남성의 환상일 뿐이고, 그런 종류의 환상은 다시 우리의 '가정 이상'을 만들어냅니다. 사실 가정이란 원래 행복하고 절로 평화로운 게 아니라 무수한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의 욕망을 협상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절하는 곳입니다. -113쪽

우리 여성의 유전자에는 아직도 남자에게 생존의 90퍼센트를 의존하던 시절의 기억이 존재합니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사랑할 때 자신의 90퍼센트를 남자에게 쏟아붓습니다. 그에 반해 남성들의 유전자에는 90퍼센트의 열정을 사회적 성취에 쏟고, 나머지 10퍼센트의 열정만을 사랑에 투자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남자에게 자신의 전부를 내주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면 자신은 항상 결핍감에 시달리고, 상대방은 그만큼 숨이 막힙니다. -178쪽

화가 날 때마다 화를 내는 것은 서너 살짜리 아이의 방식입니다. 그 아이를 달래면서, 습관적으로 화를 내는 자신의 성향을 의식적으로 고쳐나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려고 할 때마다 " 이건 내 안의 아기야"라고 생각하면서 그 아기를 달래주는 겁니다. -199쪽

천둥 치듯 통보받더라도, 번개처럼 연인이 떠나더라도 아무것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이번 사랑을 통해 많은 것을 누렸고 큰 성장을 맛보았습니다. 사랑에서 이별까지, 그 모든 과정의 행복감과 불행감을 풀코스 정식으로 골고루 섭취하게 해준 연인에게 감사하고, 그의 행운을 빌어주세요. 그런 다음 한층 업그레이드된 마음으로 새로운 사랑을 맞으시면 됩니다. 다음 사랑은 더 충만하고 안정될 것입니다. -207쪽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넘어가는 상처는 늘 '현재의 사건'으로 삶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까짓 것 아무렇지도 않다고 자부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경험을 편안하게 기억하거나 말하지 못하고, 내면에서 죄의식, 모멸감, 자기파괴 욕구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으며, 점점 삶이 정체되거나 황폐해져간다고 느끼신다면 지금이라도 예전의 그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239쪽

내면의 분노는 당사자의 생의 에너지를 앗아갑니다. 억압된 분노는 일하는 분야에서 능력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게으르고 무기력한 일상을 영위하거나, 타임을 의심하고 세상을 믿지 못하거나, 냉소적이고 신경질적인 말투를 갖거나, 자신과 무관한 일에서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이유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연인이나 가족)에게 표출되어 친밀한 관계를 망가뜨립니다. 내면의 그 분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256쪽

 

 

 

 

 

 

관계맺기에 절망하는 우리를 위한 치유의 메시지!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 치유 에세이. 우리는 부모나 형제 등의 타인과 함께 관계맺기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맺기에서 갈등이나 고통을 얻는다. 한겨레신문의 상담 코너를 기초로 한 이 책은 이처럼 관계맺기로 절망하는 우리에게 격려와 공감, 그리고 위안을 전함으로써,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제1장은 우리가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이해하여 자신을 직접 치유하는 과정에 대해, 제2장은 우리의 성격을 형성하고 관계맺기를 가르쳐주는 가족관계에 대해, 제3장은 우리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정신을 성장시키는 성과 사랑의 관계에 대해, 마지막으로 제4장은 개별적 심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아실현을 이루는 사회적 관계맺기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자신이 정신분석 경험에서 얻어낸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문제 원인과 해결 방안이 부모나 형제 등의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자신을 사랑할 것을 권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타인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삶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고뇌와 공감을 형성하고 있다.

 

"만약 이 책을 읽다가 어느 지점에서 마음이 불편하거나, 화가 나거나,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인 인다면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스스로가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을 자극받았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이 책의 어떤 내용이 자신이 만들어 가진 유아적 생존법을 흔들기 때문입니다. 너무 화가 나서 책장을 덮어버린다면 그것이 바로 저항행위입니다."

 


이 책은 <한겨레>의 상담 코너 '형경과 미라에게'에서 독자들과 나누었던 질문과 대화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그가 이십대부터 접해온 심리학적 지식과, 실제 정신분석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관계 맺기'에 절망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위로와 치유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정신분석학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이 책의 내용은 독자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 뼈아플 정도로 쓴 약이 되기도 할 것이다.

"내 안에 착한 여자와 창녀, 두 여자가 살아요", "작은 일에도 너무 큰 상처를 받습니다", "상사 때문에 당장 회사를 떼려치우고 싶어요.", "집과 가족이 너무도 싫습니다", "큰아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아빠입니다", "남자친구에 대한 집착을 끊기 힘들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갈등은 대부분 관계에서 비롯한다. 다만 사람에 따라 갈등을 갈등인 채로 두느냐, 아니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장 친밀한 형제자매조차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의 사랑을 놓고 피터지게 경쟁하고, 커서는 혈맹의 동맹군으로 사회라는 거대한 적과 대항한다. 목숨을 나눠가진 부모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러면서도 비극적인 자신의 원형과 직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 이 사회는 변질되고 미화된 이상적인 어머니, 이상적인 가정, 이상적인 사랑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 속에서 본질과 동떨어진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느라 인간의 번뇌는 더더욱 증폭된다. 바로 그런 갈등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행복하지 않은 사람, 폭력적인 부모나 상사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 우정이나 사랑 같은 친밀한 관계 때문에 힘든 사람들의 탄식이다. 비록 모든 것인 개인적인 고민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다.


첫 장은 자기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자신의 내면과 감정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둘째 장은 우리의 성격을 형성하고 관계 맺기를 배우는 가족 관계에 대해서다. 특히 그 시기에 익힌 생존법에 유아적 미숙함이 들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성인으로서의 생존법을 새롭게 터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셋째 장은 우리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정신을 성장시키는 성과 사랑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넷째 장에서는 개별적인 심리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자기실현을 이루는 사회적 관계 맺기를 다룬다.


관계에서 비롯한 갈등에 대응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어린 시절에 적절한 정서적 양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겪는 갈등을 과장되게 해석하고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자살충동을 느끼고, 자신의 생을 내팽개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다. 하지만 지금의 고통이 어린 시절의 부모 탓이라고 해도, 이제 와서 부모에게 행복한 유년기를 보상해달라고 떼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신분석학은 바로 그 지점에 생의 모든 문제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금까지의 힘든 생이 어린 시절 부모의 연금술에 의한 작품이라면, 성인이 된 후에는 스스로 제2의 연금술을 펼쳐야 한다. 자신이 괴로운 것은 모두 자기 탓이다. 부모 탓도, 형제 탓도, 남 탓도 아닌 내 '마음' 탓이다.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자라는 동안 이토록 중요한 마음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다. 학교에서 인간의 신체는 부위별로 외우도록 훈련시키지만, 정작 생에서 훨씬 중요한 마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도, 타인의 마음도 모르는 채 미로 같은 인간관계를 헤쳐 나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의 마음을 모르니 자기의 욕망도 모르고, 자기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모르고, 생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도 알지 못한다. 사랑도 이별도 너무 힘들다고 느끼고, 기분이 우울한데 이유도 해결책도 모르겠다고 느끼고, 관계 맺기나 삶 전체에 서투르다고 느낀다.


바로 그 지점에 《천 개의 공감》의 존재 이유가 있다. 저자는 질문자들의 갈등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되는 글쓰기, 질문자의 고뇌에 대한 공감에서 찾아낸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자기 자신을 잘 알게 되고, 자기를 사랑하게 되며, 타인을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삶이 편안해지는 지점까지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