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의자 / 김수형
고요한 정물이기에
의자는 일어설 때가 가장 가볍고
앉을 때가 가장 무섭다
서 있는 가로수를 앉힐 수는 없지만
나무에 새들이 날아와 앉을 때
나무의 그림자는
한 번씩 의자에 앉았다 간다
의자는 늘 등의 자세를 생각한다
의자에서 일어선 계절들은 늙어가고
길도 서서히 발목이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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